구명시식을 해보면
뱀이나
닭, 개를 해코지하여
과보를 겪는
경우를 확인하곤 한다.
예전에도
찾아온 부인도 그랬다.
부인은 보이지 않는
사람소리 때문에
고통을 받고 있었다.
항상
여자 둘에 남자 하나가
자신에게 욕을 하며
소리를 지르는바람에
일상생활에
큰 지장을 받고 있었다.
“법사님, 이번에는
끝장을 봐야겠습니다.
도대체 왜 나를 괴롭히는지
그 이유라도 알아야겠습니다.”
남이 못 듣는
영가 소리를 듣는
부인 심정이
얼마나 괴로웠겠는가.
부인은 어떤 면으로는
영능력자이지만
남이 보면 영락없이
정신이상자였다.
나는 되도록 이런
문제에선 빠지고 싶었다.
특히 빙의 문제는
생각보다 복잡해
잘못하면
문제가 커질 수 있었다.
단순히
빙의령을 쫓아낸다고
문제가 다 해결되는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선생님이 왕따 당하는
학생을 잠시 두둔할 수 있지만
친구들 사이에서 이겨내야
하는 것은 바로
자신뿐이란 사실과 같다.
그런데
이 부인의 경우는 좀 달랐다.
코미디언 수준의 아줌마라
사람이 순수하고
맑아 쉽게 거절할 수 없었다.
''법사님,욕을 얻어먹어도
이유라도 알아야하지 않습니까.
아무 이유없이
욕 들어봐요, 사람 미칩니다.”
결국 나는
부인이 영가에게 욕 듣는
이유를 밝히기 위해
구명시식을 올려줬다.
그런데
구명시식에서 드러난
사실은 정말 기가 막혔다.
현생은 마음 좋고
씩씩한 보통 아줌마지만
전생은 수천 마리의 닭을
도살한 닭집 주인이었다.
아무리
가족들이 먹고 살기 위해
닭을 도살했다지만
닭의 입장에선
용서할 수 없는 살생이었다.
한 두 마리 정도라면 모를까,
하루에
십 여 마리씩을 죽이자
닭들은 다시 태어난
부인을 괴롭히기로 결정했다.
“부인에게
들리는 환청은 사실
사람 소리가 아닙니다.
모두 닭의 소리입니다.”
닭이 죽을 때 내는
'꼬꼬댁’ 소리가 아줌마 귀에는
사람이 욕하는 소리로 들렸다.
전생의 과보였던 셈이다.
이 얘기를 그대로 해줬더니
아줌마는 놀라
눈을 동그랗게 뜨며
방금 전 영단 앞에 앉아
술을 올릴 때
생긴 일을 털어놨다.
''아, 글쎄
제가 술을 막 올리려는데
거짓말 안 하고
수백 마리의 닭들이 떼거리로
저한테 덤비더라니까요.
저는 그래서 제가
전생에 닭인 줄 알았어요.
그 닭이 다 제가
전생에 죽인 닭이라 이거죠?
거참, 신기하네.
정말 영혼이 있군요.”
나는 한 가지
의문이 들었다.
분명 전생에
수천 마리의 닭을 도살했다면
현생은 몸이 불구거나
아주 가난하게 살아야 했는데
아줌마는 건강하고
유쾌하게 살고 있었다.
알고 보니 이 아줌마는
음식솜씨가 좋아
남들에게
음식을많이 베푸는 등
착하게 살아왔기 때문에
닭들이 그녀를
더 이상 해칠 수 없었던 것.
“죽은 닭의 동물령들이
귀찮게 떠드는 정도로
그치는 걸
다행으로 생각하세요.”
그러자 그녀는
마음에서 우러나는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닭들아, 미안하다.
앞으로는 너희들을 생각해서
닭고기는 안 먹도록
노력 해볼게.”
그 순간
법당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웃음을 참느라 혼이 났다.
동물이 늘 사람을
해코지하는 것만은 아니다.
그들도 은혜를 알고 갚는다.
몇 년 전, 지인들과
필드에 나가게 되었는데,
그날따라 골프
칼럼리스트 K씨는
단 한 번도 홀인원을
해본 적이 없다면서
“딱 한 번만 홀인원
할 수 있게 해 주세요” 라고
간절히 부탁했다.
나는 그저 웃으며
그늘 집 문을 열었는데
그 순간 무언가 ‘쉬익’하며
안으로 들어갔다. 뱀이었다.
순간 얼마나 놀랐는지
매점 여직원은 우리에게
속옷까지 보여주며
카운터 위로 올라갔고,
직원들은 소리를 지르며
도망가는 등
일대 소동이 벌어졌다.
우리는 뱀을
죽일 수도 있었지만
나는 K씨에게 일러
뱀을 방생하게 했다.
바로 다음 홀, 파 3에서
K씨의 공이 경쾌하게
홀컵으로 떨어졌다.
홀인원이었다.
그도 믿기지 않았는지 연신
눈을 비비며
홀인원을 확인했다.
“법사님, 홀인원입니다!
제가 홀인원을 기록했습니다!”
일행은 내 덕이라고 했지만,
나는 뱀에게 감사하라고 했다.
아니 더 정확히 말해서
뱀을 살려준
자기 마음속의 신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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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명시식을 해보면----차길진
고구마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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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01.27 0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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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 _()_()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