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100% 당원투표로 대표 선출”… 여론조사 18년만에 배제 논란
지도부 “당 대표는 당원이 뽑는 것”
당심 지고도 당선 이준석 영향도
“여론조사 줄이면 민심 괴리” 반론
권성동 “룰 바꿔야” 안철수 “유지”
주호영 원내대표와 당 간부들이 13일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원내대책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원대연 기자
국민의힘이 차기 당 대표 선출 방식을 손볼 채비를 하고 있다. 핵심은 일반 국민여론조사 비중을 줄이고, 당원 투표 비중을 높이는 방식이다. “당의 주인은 당원”이라는 논리이지만 “자칫 당심(黨心)과 민심의 괴리가 발생할 수도 있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아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 국민여론조사, 18년 만에 사라지나
국민의힘 지도부는 현재 당원 투표 70%와 일반 국민여론조사 30%를 반영하는 방식을 바꿔 차기 전당대회에서 100% 당원 투표로 당 대표를 뽑는 방안을 거론하고 있다. 전주혜 비상대책위원은 13일 “9 대 1(당원 90%, 일반여론조사 10%)로 할지 당원 100%로 할지 의견을 수렴해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날(12일) “100만 책임당원 시대에 걸맞은 당원들의 역할과 권한을 반영하겠다”고 했던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도 “기본적으로 여러 의견을 취합해 가는 중인데, 당원들의 대표인 당 대표는 당원들이 뽑는 것이라는 의견이 많은 것 같다”고 했다. 지도부는 예산안 처리 뒤 별도 위원회를 거치지 않고 비대위 회의에서 만장일치로 전당대회 룰을 결정할 방침이다.
만약 국민의힘이 ‘당원 투표 100%’로 대표 선출 방식을 변경한다면 2004년 도입된 국민 여론조사는 18년 만에 사라지게 된다. 국민의힘의 전신인 한나라당은 2004년 3월 당시 최병렬 대표가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후폭풍으로 퇴진한 뒤 치러진 전당대회에서 국민여론조사를 50% 반영했다. 사상 최초로 정당의 전당대회에서 일반 국민여론조사가 도입된 것. 당시 전당대회 규칙 제정에 관여했던 여권 인사는 “요즘 말하는 중도 외연 확대의 한 방안이었다”고 했다. 당 대표 선출에 일반 국민의 뜻도 반영해 선거 승리를 꾀하겠다는 의도였던 것. 더불어민주당은 국민의힘보다 9년 늦은 2013년 전당대회에서 국민여론조사를 도입했다.
국민여론조사가 도입된 첫 전당대회의 승자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었다. 박 전 대통령은 당시 투표에서 당심에서 53.9%, 민심에서 49.75%를 얻어 2위인 홍사덕 전 의원을 크게 이겼다. 국민의힘은 2004년 7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국민여론조사 비율을 30%로 내린 뒤 18년 동안 이를 유지해 왔다.
○ 당권 주자들도 ‘룰 개정’ 의견 엇갈려
그러나 친윤(친윤석열) 진영을 중심으로 “이번에는 전대 룰을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당원의 뜻을 앞세우고 있지만 그 이면에는 ‘이준석 사태’가 자리 잡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해 전당대회에서 이준석 전 대표는 당원 투표에서는 37.41%를 얻어 나경원 전 의원(40.93%)에게 뒤졌지만 국민여론조사에서 58.76%를 얻으며 나 전 의원(28.27%)을 크게 제쳐 당 대표에 오를 수 있었다. 2004년 이후 12차례 치러진 국민의힘 당 대표 선거에서 당원 투표에서 2위를 차지하고도 최종 승리한 건 이 전 대표가 최초였다. 한 여권 인사는 “친윤 진영에서는 이 전 대표 같은 사례가 또 나와서는 안 된다는 기류가 강하다”며 “당원 투표 비중을 높여 친윤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유승민 전 의원을 견제하겠다는 의도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다만 전당대회 규칙 변경에 대해 당권 주자들의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권성동 김기현 조경태 의원은 일반 국민여론조사 비중을 줄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안철수 윤상현 의원은 “국민의힘 지지층에는 당원도, 비(非)당원도 있다”며 국민여론조사 유지를 주장하고 있다. 유 전 의원 역시 “축구 한참 하다가 골대 옮기나”라며 변경 반대의 뜻을 밝혔다. 차기 당 대표 도전을 고심하고 있는 나 전 의원은 동아일보 통화에서 “기본적으로는 당심 확대에 찬성하지만 룰 개정은 신중하게 진행해야 한다”며 “이미 전당대회가 시작됐는데 특정인을 배제하는 느낌을 주면 안 된다”고 말했다.
조권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