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드 (The Kid)
1921년 미국영화
제작, 각독, 각본 : 찰리 채플린
출연 : 찰리 채플린, 재키 쿠건, 에드나 퍼비언스
칼 밀러
무성영화 시대의 슬랩스틱 코미디의 스타 찰리 채플린, 그는 '모던 타임즈' '위대한 독재자' '시티라이트' '황금광 시대' 등 재미있고 인간적인, 한편으로는 슬프고 감동적인 찰리 채플린표 코미디 영화를 여러편 만든 영화인이었습니다. 감독이자 배우이자 제작자이자 작가이자 심지어 영화음악까지 담당하며 1인 다역을 했기 때문에 그의 영화는 온전히 '찰리 채플린의 영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는 단편 무성영화의 감독겸 배우로 시작하여 자신을 주인공으로 출연시킨 단편 슬립스틱 코미디를 계속 만들었는데 1921년 드디어 첫 번째 장편영화인 '키드'를 만들면서 비로소 장편 극영화를 계속 내놓기 시작했습니다. 즉 '키드'는 찰리 채플린 작품이 '장편영화'로 비로소 시작을 한 의미가 있는 작품이었습니다. 첫 장편이라 그런지 러닝타임이 짧은데 50분짜리 편집판이 보편적으로 알려져있고, 1시간 8분 버전이 가장 긴 편집입니다.
이 키드에서 채플린표 영화들에서 일관되게 등장한 떠돌이 캐릭터가 역시나 등장하는데 찰리 채플린은 이렇게 늘 동일하게 캐릭터화 된 스타일로 다른 영화에도 계속 등장합니다. 커다란 중절모에 발목까지 오는 짧고 헐렁한 바지, 꼭 끼는 상의, 지팡이를 들고 콧수염을 기른, 이렇게 차려입은, 나름 정장복장이지만 남루한, 이런 채플린의 상징화는 그의 영화이력 내내 계속됩니다.
'키드'에서도 찰리 채플린은 이런 전형적 서민의 모습으로 등장합니다. 별 직업도 없이 떠도는 키작은 남자, 경찰은 그가 피해다니는 '적'이고 그는 남루한 2층 단칸방에서 홀로 살고 있습니다. 어느날 길에서 울고 있는 간난아기를 발견하는데 화가에게 버림받아서 삶이 어려운 어느 미혼모가 부자집 앞 자동차에 버려둔 아기를 차량 절도범들이 발견하여 길에 방치한 것입니다. 그 아기를 발견한 채플린은 처음에는 난감해하지만 어쩔 수 없이 기르게 됩니다. 포대기에서 아기 엄마의 잘 키워달라는 쪽지가 있었고 채플린은 그 아기를 자식처럼 키웁니다. 5년뒤, 아기는 똘똘하고 건강하게 자랐고, 채플린과 함께 다니면서 일부러 유리창을 깨고, 채플린은 유리를 지고 다니며 깨진 유리창을 갈아주는 일을 하며 생계를 유지합니다. 5년동안 아기의 친모는 인기 여배우로 성공하여 부와 명에를 갖게 됩니다. 우연히 길에서 소년으로 자란 그 아이를 발견했지만 자신의 아이인지 모른채 도와줍니다. 아기가 아프게 되자 채플린은 의사를 불러오는데 의사는 채플린에게 아기가 발견된 사연을 듣게 됩니다. 의사로부터 그런 사연을 전해들은 아기의 엄마는 그 아이가 자기 친아들임을 알게 되고 찾으러 오고, 그 와중에 채플린은 아이를 키울 능력이 없다고 판단되어 당국으로부터 아이를 빼앗길 위기가 되자 아이와 같이 도망칩니다. 아이 엄마는 아이를 찾는 광고를 내고 천신만고끝에 아이는 엄마품으로 오게 되고 아이 엄마는 그동안 아이를 찰 키워준 채플린을 극진히 집안으로 모십니다.
간단한 이야기이고 해피에딩입니다. 다분히 동화적인 내용이지요. 불운한 어린시절을 보낸 찰리 채플린은 마치 자신의 어린시절을 투영하듯 버려진 아이를 소재로한 한 이야기를 동화처럼 풀어내고 있습니다. 그는 아이와 단 둘이 살면서 여러차레 경찰에 쫓기는데 채플린의 영화에서 그는 늘 경찰의 적이며 경찰을 피해다니는 떠돌이 도망자 같은 모습을 자주 보입니다. 채플린과 공연한 5살아이 역의 재키 쿠건은 그럴듯한 표정연기와 귀여운 동작을 보이며 채플린과 호흡을 척척 맞추어 영화를 아기자기하고 재미있게 꾸며나가는데 크게 일조를 합니다. 재키 쿠건은 이 영화를 계기로 만난 찰리 채플린과 평생 좋은 관게를 유지했다고 합니다. 그는 성인이 되어서도 계속 배우생활을 했지만 크게 빛을 본 배우는 아니었습니다.
이 영화는 이후의 찰리 채플린 대표작들에 비하면 규모도 작고 채플린 특유의 '묘기'도 덜 나오기 때문에 완성도나 재미면에서는 후속 작품들을 따라가지는 못하지만, 그의 장편영화의 성향과 방향을 제시해나간 작품이기 때문에 의미가 있고 그동안 단편 영화만을 만들어온 찰리 채플린이 본격 장편영화의 제작을 시작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는 영화입니다. 그의 장편 영화중 가장 소박한 영화지만 가장 동화적인 분위기이고 훈훈한 엔딩으로 마무리됩니다. 특히 채플린 혼자가 아닌 어린 꼬마와 척척 연기와 동작을 잘 맞추어나가는 것 때문에 부가적인 재미가 있습니다.
무성영화 시절의 채플린 영화는 일제 강점기에 우리나라에 많이 개봉이 되었는데 1988년부터 우진필름에서 '모던 타임즈'를 시작으로 그의 장편영화 전편을 차례로 개봉하면서 이 작품도 우진 필름이 운영했던 서울 시네하우스에세 상영이 되었는데 흥행에 성공하지는 못했습니다. 찰리 채플린의 작품들은 대부분 사회비판이나 세상의 실태를 풍장하는 내용이 많은 편인데 이 영화는 비교적 그런 부분이 적고 아이와 함께 나오는 동화 같은 분위기가 더 강합니다. 찰리 채플린의 장편영화 제작은 이렇게 시작되었습니다. 1921년 작품이므로 무로 99년전 영화이고 채플린의 나이 32세에 만들어졌습니다. 채플린은 다작시대인 그 당시에 보기 드물게 오래 촬영하는 인물이었고, 완벽하고 마음에 들게 영화를 만들려고 했기 때문에 '키드'의 촬영기간도 수개월간 진행되었다고 하고, 이후 작품도 몇년에 한 편씩 띄엄띄엄 만들어졌습니다. 1인 다역 영화인으로서 한 편 한 편 그렇게 심혈을 기울였기 때문에 그의 작품이 그만큼 완성도가 높았고 많은 사랑을 받은 예술작품이 된 것입니다.
ps1 : '키드'는 완전한 무성영화시대에 등장한 작품이지만, '시티라이트'나 '모던타임즈' 등 유성영화 시대에 등장한 영화들도 찰리 채플린은 여전히 무성영화 스타일을 고수했습니다.
ps2 : 이 영화를 만드는 기간 중 찰리 채플린은 이혼의 아픔을 겪었습니다. 그의 첫부인과의 이혼이었고 찰리 채플린은 생애 4번의 결혼을 하는데 그 중에서는 '모던타임즈'에서 공연한 폴레트 고다드와의 6년간의 결혼생활도 있습니다.
[출처] 키드(The Kid, 1921년) 찰리 채플린의 첫 장편영화|작성자 이규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