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하 40도 속에서의 삼보일배
2005년 2월 1일,
호남지역에선
대설경보가 내려졌고
30여개 학교가
임시휴교에 들어갔으며
대관령의 수은주는
영하 20도를 가리켰다.
강풍으로 인한
영서 지역의 체감온도는
영하 40도 정도였다는
뉴스가 헤드라인을 장식했다.
몇 년 만에 불어닥친
살을 에는 모진 칼바람 속에서
오대산 상원사에서 적멸보궁까지
월정사단기출가학교
제3기생 71명과
대중스님들, 그리고
일반인 동참자까지
80여 명이
삼보일배를 봉행했다.
가끔 신심 있는 불자 몇몇이 모여
보궁 삼보일배 하는
것을 본 적은 있으나
오늘처럼 이렇게 많은
대중이 하는 것은 처음이다.
처음 '적멸보궁 삼보일배'를
단기출가학교 프로그램에 넣었을 땐
많은 분들이
'과연 해낼 수 있을까' 하는
우려 때문에 잠시 보류했다.
그러나 오대산이 어떤 산인가?
오만 불보살이 상주하는
문수도량이며
부처님의 진신사리를 봉안한
한국 최고의 기도도량 아닌가?
사리신앙의 발상지인
이곳에서 삼보일배를 하는
공덕이야말로
얼마나 수승한지를 거듭 설득해서
드디어 첫 삼보일배를 하게 된 것이다.
아침 공양 후
대중스님들께 일정을 말씀드리니
이런 악천후에 과연 삼보일배를
할 수 있겠냐며 걱정하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극한 상황에서
신심은 더욱 솟아나는 법이다.
월정사에서 10시 반에
이른 점심공양을 한 다음.
11시 5분 공용버스를 타고
상원사까지 이동하여 문수전에서
간단하게 입재식을 마쳤다.
12시, 마당에서부터
석가모니불 정근을 하며
한 줄로 삼보일배를 시작했다.
삼보일배를 강력하게 주장한
내가 제일 앞에 서고
그 뒤를
남행자 반장인 명법 행자와
젊은 행자들이 따랐다.
단기출가학교 소임자 스님들과
학생행자. 그리고 여행자들과
몸이 불편한 행자들은
뒤쪽에서 행렬에 동참했다.
가파른 언덕길과 계단,
그리고 미끄러운 얼음 위를 지나면
또 다시 이어지는 돌부리길..
출발 후
약 10여 분은 경사가 가파르고
산길 삼보일배에 익숙하지 않아
다들 힘에 겨워 숨을 혈떡거렸다.
그러나 곧 안정적인 자세와
우렁찬 목소리로 정근을 하며
삼보일배를 계속했다.
양말도 두 켤레를 껴 신었고 목도리에
털모자까지 갖출 것은 모두 했지만,
살 속으로 파고드는 송곳바람은
차라리 땅에 엎드려
있는 시간이 더 행복했다.
12시 40분경
중대 사자암에 도착하니
2기 남행자 반장을 역임한
자각 거사님과 자원봉사자들이
따끈한 마가목 차를
준비해 놓고 기다리고 있었다.
이미 감각조차 없어진
손과 발을 동동 구르며
잠시 차 한 잔을 마신 후
다시 가파른 계단을 엉금엉금
기어가듯이 절을 하며 올라갔다.
가끔 하산하는 불자들과
등산객들이 이 진귀한 모습을 보며
합장하고 길을 비켜선 채 예를 표했다.
보름 전 오대산에는
약 1미터의 눈이 왔었는데
어젯밤 다시 눈이 제법 내려 길은
오히려 푹신한 느낌마저 들었다.
면장갑을 안에 끼고
그 위에 비닐 장갑을 낀 후
다시 코팅된 장갑을 끼어.
손 시린 것은
그런대로 견딜 만했으나,
털신을 신은 발은
감각이 없어진 지 오래였다.
선두에서 대열을 이끄느라
초반에 무리한 탓인지
다리는 힘이 빠져 비틀거렸다.
그러나 고행을 함께하는
동참의 힘은 대단했다.
뒤에서 목이 터져라
석가모니불을 외치며
따라오는 행자님들을 보니
저절로 힘이 솟구치며
다시 마음을 가다듬어
삼보일배를 계속하였다.
티베트 불자들이
온몸을 땅에 던지며
몇 달, 혹은 몇 년 동안
오체투지를 하며
성지로 향하는 것에 비하면
이 정도의 삼보일배는
실로 아무것도 아니다.
모두 걸음마다 수행의 완성과
행복한 삶의 여정을 바라는
간절한 마음들로
온몸은 오히려 땀범벅이 되었다.
드디어 적멸보궁으로
향하는 계단이 보이기 시작했다.
마치저 계단 위에 가면
부처님께서 환한 미소로
대중들을 반기실 것 같았다.
대중들의 정근 목소리는 비로봉을
쩌렁쩌렁 울릴 정도로 더욱 힘이 났다.
1시 반에 적멸보궁에 도착한
선두는 따라오는 대중들이
모두 도착할 때까지
보궁을 오른쪽으로 계속 돌며
석가모니불 정근을 했다.
많은 대중이 한 줄로 서서
삼보일배를 하다 보니
후미가 완전히
도착하기까지는 30분이 더 걸렸다.
2 시쯤에야 모두 도착하여
정근과 축원을 한 다음
반야심경 독송으로
삼보일배 행사를 마무리하였다.
다들 상기된 표정으로
따끈한 차 한 잔을
마시며 언 몸을 녹였다.
저 멀리 발아래로 눈 덮인
오대산 자락들을 굽어보는
행자님들의 모습에는
힘든 삼보일배 수행을 해냈다는
성취감과 흐뭇함이
얼굴가득 배어 나오고 있었다.
몇 명의 행자님들이
내 옆 으로 다가와
''교무 스님, 이렇게 귀한
수행 체험을 하게 해주셔서
너무 감사드립니다." 하며
합장을 하고 지나갔다.
나도 가슴 가득 번져 오르는
환희심을 자제하기가
힘들 정도로 마음이 들떠 있었다.
오대산에 출가한 인연으로
적멸보궁까지의
삼보일배를 늘 염원해 왔었는데
오늘 드디어 해낸 것이다.
앞으로
단기출가학교는 물론이고
오대산에서 실시하는
모든 수행프로그램에
오늘의이 삼보일배가
시발점이 되어
정착되기를 발원했다.
또한
실참수행 에 목말라하는
한국의 많은 불자들이
일생에 한번은 적멸보궁
삼보일배에 동참하여
사바를 향기롭게 하는 오대산의
오만송이 연꽃으로
피어나기를 간절히 기원했다.
가슴 가득 차오르는 선열을
동참한 모든 분들께로 회향하며.
식어가는 땀으로 얼어가고 있는
몸을 추슬러 하산을 서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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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하 40도 속에서의 삼보일배 ----동은스님
고구마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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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02.01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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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가모니불
나무아미타불 _()_
수희찬탄합니다~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 수희 찬탄합니다
수희찬탄드립니다..
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 _()_()_()_
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 _()_()_()_
삼보일배 정진을 찬탄합니다
나무아미타불
감동합니다_((()))_.
수희찬탄드립니다!!!
아름답습니다
덕분입니다
나무아미타불 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