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미스터 주부퀴즈왕』중에서

[유정현]

ㅡㅡ
난 그 때 이후로 요번 방송출연 때처럼
니가 멋있어 보인 적 없었어.
니가 남성 전업주부의 최초 커밍아웃이래잖니.
모든 행동에는 이데올로기가 수반되는 거고
고로 그 미친개한테 개겼던 것도 니 이데올로기인거고
방송 출연하는 것도 니 이데올로기인거야.

ㅡㅡ
할거면 제대로 해라. 뭘 하든지 말이다.
남자가 칼을 들었으면 썩은 무라도 베야되는 거야.

ㅡㅡ
니 마음 자꾸 다른데다 흘리지 마라.

ㅡㅡ
당신이 제일 좋아하는 노래,
그대에게 띄운 편지 부른 밴드이름.

빛과 소금

저...여보, 내가 당신한테 프로포즈 할 때 이 노래 불렀던 거 생각나?
나 당신...나 이 노래 배우려고 통기타 6개월 다녔다.

빨리...

여보, 우리의 사랑을 약속한 증표.

결혼서약? 첫날밤? 뭐지, 뭐지...

당신 요새 잊어버린 거, 정말 중요한 거.

집열쇠...집문서? 모르겠다. 패스, 다음! 빨리 다음 문제...

여보, 나 주부퀴즈왕, 3주 우승 하나도 안 중요해.
하지만 당신 이 문제 정말 꼭 맞춰줘야 되겠어.
당신과 내가 서로 사랑하며 살겠다고 약속했던 건 바로 이 반지였어.
내가 이 반지 당신 손에 끼워줄 때 우리 서로 약속했었잖아.
서로 의지하며 서로 사랑하며 그렇게 살겠다고.
여보 나 특별히 잘난 거 없는 놈이라는 거 잘 알아.
하지만 그 때나 지금이나 앞으로도 나 당신 사랑하는 맘 항상 그대로야.
우리가 처음 첫 눈에 서로 사랑했던 그 때처럼 말이야.
이 반지 다시 받아주겠니?


영화『미스터 주부퀴즈왕』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