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 마셔 봤어요?
우리 큰 딸이 따라주는 술을...!♧
여보!우리 만난때가
고등학교 3학년때 그렇니까
우리들 나이 19살인가 그때였죠?
전국 학생 백일장에 당신은 평택 대표로
난 수원시 대표로 출전 했었을 때니까 말입니다.
윤기 흐르던 검은 머리를 곱게 딴 갈래 머리에
세일러복이 너무나도 잘 어울리던
당신의 모습이 눈에 선 하네요.
그날은 그냥 경쟁자로 그렇게 서로를
소 닭보듯 했었던 기억이 새롭습니다.
결과가 발표 되었을때 당신은
장원으로 뽑혀서 대통령 상을 받았고
난 보기좋게 미끄러져 입상권에도
들지 못햇던 기억이 아직 생생 합니다.
오기가 생겼던 걸까요?
난 수소문을 해서 당신 학교로 편지를 했었고
그것이 촉매가 되어 우리는
편지를 나누는 사이가 되었던것 당신도 알지요?
한참 유행하던 소위
펜팔이란것을 우리는 했었습니다.
그리고 누가 먼저랄것도 없이
우리들 가슴속엔 서로의 존재가
가장 소중함으로 자리 잡아 가고 있었을겁니다.
서울 명문대에 진학한 당신을
처음 만나던 날 나 그때는
가난하던 때라 바지는 염색한 군복에다
셔츠는 독서실 옆사람 것을 빌려입고
허둥지둥 달려 나가던 내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게 떠 오릅니다.
그때 당신 입고왔던 물방울 원피스...!
곤색바탕에 흰 동그라미가 많이 새겨진 옷...!
당신에게 참 잘 어울리던 옷이었습니다.
그게 몇년전입니까?
참 세월 빠르네요.어느새 39년이 지났으니.....
하기야 누가 그랬다지요.
우리 우여 곡절끝에 결혼해서 수원 살때
당신아는 동네 아줌마 신랑이 그랬다지요?
이 아파트 단지에서 당신이 젤로 예쁘다고ㅎㅎㅎㅎ
당신은 원피스가 참 잘 어울렸었는데....!
하기야 당신은 어떤 옷을 입어도
참 잘 어울리고 예뻤었지요.
워낙 옷걸이가 받쳐줬으니... ㅋㅋㅋㅋ
내가 자취할때 가끔 주말에
당신 내 자취방에 왔었지요.
방에서 기다리고 있으면 따각따각
당신 구두소리가 참 크게 들렸었습니다.
그건 아마 내가 당신을
많이 기다렸다는것이겠지요.
함께 라면도 끓여먹고 자전거 뒷자리에
당신 태워 학교 운동장도 돌고
어둡고 한적한 곳 한참을 찾아 찐하게 뽀도 하고...!
내가 군 제대하고 복학해서 학교 졸업한 후
빵빵한 회사에 취직하고
당신에게 가장 먼저 달려갔었지요?당신 직장에...!
근데 그날 뭐했는지는 생각이 하나도 나질 않습니다.
그날의 인연이 우리둘을
결혼으로 인도한것 같기는 한데
통 생각이 나질 않으니 참 이상해요.ㅋㅋㅋㅋ
우리 결혼하고
큰 딸 낳고 참 좋았어요.그렇치요?
유모차에 태워 시장도 가고
강변에 산책도 할때 남들이 그랬지요
유모차 큰 딸 보고 그놈 참 귀엽게 생겼다고...!
이 담에 크면 미쓰 코리아 감이라고....
조그마한 아파트 분양 받고
청소하러 우리 식구 모두 왔다가
짬뽕 시켜 먹을때 당신 참 좋아했었는데...!
당신 손으로 직접 설계한 더 크고 좋은 집에
지금 우리만 있고 당신은 없습니다.
그리고 당신 그렇게 아끼고 사랑하던
우리들 큰 딸은 어느새 결혼을 했고
당신을 꼭 빼어 닮은 아름다운 숙녀가 되어서
내년 초면 두 아이의 엄마가 됩니다.
그 우리들 큰 딸이
오늘은 나에게 술을 따라줬습니다!
아마 제 딴엔 엄마 산소에를 다녀와서
섭섭해 하고허전해 하는 날 위로 한답시고
그런 기특한 생각을 했던 모양입니다.
당신 그거 마셔보지 못했지요?
당신 딸 아니 우리들 큰 딸이 따라주는 술....!
참 맛 있던데...!
정말로 혀에 짝짝 들어 붙던데...!
우리들 큰 딸이 따라주는 술
당신은 이제 영영 맛 볼 기회가 없겠군요.
섬섬옥수 고운 손으로 따라주는 이 향기로운 술!
당신 마셔 보지도 못하고 무에 그리 바쁜게 있다고
당신 이 맛도 느끼지 못하고
그렇게 거기가 뭐 좋은 곳이라고
일찍 그곳으로 갔나요?
좀더 일찍 이 맛 알았다면
당신 그 곳에 가지 않았을까요?
엊그제 당신 그렇게 이뻐하던
조카딸 은정이가 시집을 갔어요.
요즘 풍습이 바뀌었는지
신부쪽도 폐백을 받더라구요.
다른 형제들은 다 짝을 이루어 절을 받는데
나만 혼자 외톨이었어요.
어찌나 서럽고 허전 하던지 나 정말 폐백이 끝난후
화장실에 가서 엉엉 울었어요.
그리고 먼저간 당신 하도 야속해서
당신 원망 많이 했어요.
그것도 그거지만 내 후년쯤
우리들 둘째 딸 시집 갈땐
더 서럽고 더 야속한 생각이 많이 들텐데
그땐 당신 원망 더 많이 할지도 몰라요.
그래요.당신 마지막 가면서 한 말대로
우리들 두 딸 나 잘 키워서
벌써 결혼 시켰고
둘째 도 내 후년에 시집 보내게 됐어요.
그 놈도 잘 자라 주어서
언니와 함께 공부하다 공부를 마치고
올 년말 귀국을 할겁니다.
근데 가끔은 화가 납니다.
기끔씩 비치는 두 놈들의 얼굴에 그늘이 질 때...!
당신 탓인가요? 아님 내 탓인가요?
이건 당신과 나 우리 탓이겠지요.
그렇나 당신 이제 걱정 하지 말아요.
그 짐 내가 지고 갈테니 당신은 그 위에서
아이들 언제나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도록
항상 불을 밝혀 주십시요!알았지요?
딸이 따라주는 술 맛도 보지 못하고
바삐 서둘러 먼저 간
이 바부팅이 같은 내 당신 알았지요?
안그러면 나중에 나 그곳에 가서
당신 만나도 아는체도 하지 않을테니까요.
당신 이 곡을 내가 연주 할 때에는
꿈을 꾸듯 두 눈을 지긋이 감고 있었죠?
당신위해 이곳에 옮겨 놨어요.
어쩜 이 곡이 당신위한
마지막 연주가 될지도 모르겟어요.
그 이유는 당신 가만히
두 눈 감고 생각해 보아요.
나 더 이상 당신 때문에 아파하지 않을래요.
당신 잘 있어요!그리고 그 곳에서는 아프지 말아요!
♧당신의 바부탱이 남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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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39년이 지난 일을 마치 어제일처럼..오랜 세월 같이 해로하지 못한 통한과 애절한 님의 사랑이 감동을 주네요.하늘나라에서 편히 계실거예요.님과의 해후를 기다리며....따님들과 행복한 날 되시길...직접 연주하신곡인가바요,,멋지시네요^^
이곳에서도뵙네요 한편의영화를 본듯하네요..........정말 감동을 주네요...........
저는 어주 가끔 들리는 여시애요.따뜻한고 애절한 마음에 눈시울이... 지난 세월 가슴에 묻지말고 훨훨 날려 버리세요 그만큼 세월도 흐르것 같은데 가신님도 이젠 털고 싶은 세월 인것 같으니까요.. 남은 내 시간도 있어야지요...감동이 밀여 오네요...... 좋은일만 생각 하시길 바랄께요..
그래요~~ 더이상 아파하지 마세요~~ 이젠 행복하게 사시는 모습 보여주는게 좋지 않을까요? 남아있는 사람은 남아서 행복하셔야지요~ 추억속에 묻어두면 좋겠네요~ 늘 건강하세요~~ ^*^
마음한쪽이 무너지듯아픔이 옵니다 아파하지마시고 행복하게 사세요. 글 잘읽고 갑니다..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길,,
풀내음님 안녕하세요..진하디 진한 사랑과 고독 할말을 잊습니다...무어라 말씀을 드릴까요..다만 고인의 명복과 풀내음님의 강녕을 빌어봅니다....이젠 행복하셔도 좋으련만요...
풀내음님 눈물이 앞을 가리듯 글을 읽어 내려오면서 감동스럽네요...가슴 아파하면서 지난세월을 돌아볼때 얼마나 슬프셨나요,,자식 결혼시키면서 더욱더 그리움에 생각에..이제는 그만 생각하시고 고운시간들 가지세요..따뜻한글 잘 읽고 갑니다..늘 행복하세요
흐.흐.흐...바부탱이~~~//그바부탱이는 저높은 하늘에서 웃고있을겁니다...제맘이 넘~ 미어져 옵니다..앞으로도 외로워하지 마시고 바부탱이에게 계속 편지..쓰세요 맘편해질때까지...
저하늘 저편에 계신 부인도 이렇게 사랑하는 님이 아파하는걸 보면 마음 아프실것 같네요. 부인도 아마 님이 편안하게 생각하시길 바랄겁니다. 마음이 짠...하네요. 건강하세요.
못다한 어느 한분의 행복까지 누리십시요 그리고 늘 건강하십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