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시조>
훈민가
정철
아바님 날 나흐시고 어마님 날 기르시니
두분곳 아니면 이 몸이 사라시랴
하늘 같은 은덕(隱德)을 어데 다혀 갑사오리
<훈민가1>
어버이 사라신 제 셤길 일란 다하여라
디나간 휘면 애닮다 엇디하리?
평생(平生)에 곳뎌 못할 일이 이뿐인가 하노라
<훈민가4>
오늘도 다 새거다. 호믜 메오 가져스라
내 논 다 매어든 네 논졈 매어주라
올 길에 뽕 따다가 누에 먹혀 보사스라
<훈민가13>
이고 진 져 늙은이 짐 풀어 나를 주오
나는 져멋거니 돌이라 무거울까
늙기도 셜웨라커든 짐을 조차 지실까
<훈민가16>
♣어구풀이
<훈민가1>
-날 나흐시고 : 나를 낳으시고 ‘부생모육(父生母育)’이란 어휘를 풀이한 말
-두분곳 : 두 분 ‘곳’은 강세 접미사.
-사라시랴 : 살았으랴. 살아 있으랴
-다혀 : 다가. 에다
-갑사오리 : 갚겠습니까?
<훈민가4>
-어버이 : 양친, 어머니와 아버지
-사라진 제 : 살아 계실 때에
-셤길 일란 : 섬기어야 할 일이라면
-휘면 : 후(後) ㅣ면 ‘ㅣ’는 주격조사
-애닯다 : 마음이 아프다. 슬프다.
<훈민가13>
-새거다 : 새었다. ‘거다’는 현재 완료 평서형
-호믜 : 호미
-메오 : 메고, ‘오’는 ‘ㅣ’모음 아래 ‘ㄱ’탈락형.
-졈 : 좀
<훈민가16>
-이고 진 : 머리에 이고 등에 짊어진
-져멋거니 : 젊었으니
-돌이라 : 돌이라도
-셜웨라커든 : 서럽다 하겠거늘
-짐을 조차 : 짐마저. 짐까지야.
♣해설
<훈민가1>
-초장 : 아버님이 날 낳아 주시고 어머님이 날 길러 주시니
-중장 : 두 분이 아니시면 이 몸이 어찌 살 수 있었으랴?
-종장 : 어버이의 하늘 같으신 은혜를 어디에다 갚으리오.
<훈민가4>
-초장 : 부모님께 살아 계신 동안에 섬기는 일을 다하여라
-중장 : 돌아가신 뒷면 아무리 애닯아 해도 어쩔 도리가 없는 것이다.
-종장 : 평생에 다시 할 수 없는 일은 부모 섬기는 일 뿐인가 하노라.
<훈민가13>
-초장 : 오늘도 날이 밝았다. 호미를 메고 들로 나가자꾸나
-중장 : 내 논을 다 매고 난 뒤에 네 논도 좀 매어 주마.
-종장 : 일을 다 끝내고 돌아오는 길에 뽕을 따다가 누에다 먹여 보자꾸나.
<훈민16>
-초장 : 짐을 머리에 이고 등에 진 저 늙은이 그 짐을 풀어서 나에게 주시오.
-중장 : 나는 젊었으니 돌인들 무겁겠습니까?
-종장 : 늙는 것도 서럽다고 하거늘 하물며 무거운 짐까지 져서야 되겠소?
♣전체감상
연시조 ‘훈민가(訓民歌)’는 선조 13년(1580년), 작가 나이 45세 때
강원도 관찰사(觀察使)로 재직하고 있을 때 강원도 백성들을 교유(敎諭)
· 계몽하기 위한 목적으로 지은 것이다. 내용은 부의모자(父義母慈) ·
형우제공(兄友弟恭)...... 등 16개 항의 덕목을 각기 한 수씩 읊은 것이다.
무지한 백성을 교화하기 위하여 익혀 부르게 한 것은 작가의 백성을
사랑하는 애정의 발로라 할 수 있겠다 또한 쉬운 우리말을 능숙하게
구사하여 누구나가 쉽게 배울 수 있는 것이 이 작품의 뛰어난 점이라
하겠다.
-훈민가1 : 훈민가의 첫째 수로 ‘부의모자(父義母慈)’란 제목이 붙은
것이며 부모의 은덕을 주제로 한 노래이다. 유교적 윤리관에서는 ‘효’
가 모든 행동규범에서 가장 중시되는 덕목 중의 하나인 것이다. 그러
므로 항상 부모의 은덕을 생활의 규범으로 삼고 ‘효’를 다해야 함을
노래한 것이다.
-훈민가4 : 훈민가의 넷째 수로 ‘자요(子孝)’에 관한 것이다. ‘풍수지탄
(風樹之嘆)’이란 고사성어를 연상케 하는 노래로 어버이에 대한 효성
을 강조한 노래로 돌아가신 후에 후회하지 말고 살아 계실 때 효성
(孝誠)을 다하자는 내용이다.
-훈민가13 : 훈민가 중 열 세 번째 수로 ‘무타농상(無惰農桑)’에 관한
것이다. 근면성과 상부상조(相扶相助)의 정신을 강조하고 있으며, 중
장에서는 농촌의 순후한 풍속을 보이고 있다.
-훈민가16 : 훈민가 중 마지막 열 여섯 번째 수로, 제목은 ‘반백자불부
대(班白者不負戴)’. 늙은이에 대한 애련(哀憐)을 나타낸 부분으로 경로
(敬老)사상을 일깨워 주기 위한 노래이다.
♣작가소개
정철(鄭澈, 1536~1593) : 자는 계함(季涵), 호는 송강(松江), 칩암거사
(蟄菴居士), 시호는 문청(文靑), 본관은 영일(迎日)로 중종 31년 한양에서
출생. 명종 초 을사사화에 부친이 남쪽으로 귀양감에 따라 당시 10세이던
송강은 부친을 따라가서 송순, 김인후, 기대승 등에게서 수학(修學). 명종
17년, 27세에 문과에 장원으러 급제. 40세에 서인(西人)이 되었고, 45세에
강원도 관찰사(觀察使)로 부임. 관찰사 재직 당시 「관동별곡(關東別曲)」, 단
가인 「훈민가(訓民歌)」 등을 저술함. ‘사미인곡(思美人曲)’, ‘속미인곡(續美
人曲)’ 및 많은 가사를 지음. 저서로는 「송강사가(松江歌辭)」2권 1책과 문
집인 「송강집(松江集)」11권 7책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