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字 隨筆 문득.1331 --- 바람은 없고 수풀만 저희끼리 흔든다
버드내 냇가를 걷는다. 많은 사람이 산책한다. 나무는 곱던 단풍을 다 지우고 월동준비를 끝냈다. 늦가을에서 초겨울로 들어서며 바람이 다소 차갑다. 냇물이 고여 아주 맑고 잔잔한 호수에 거울처럼 반들거린다. 수면에 쏟아지는 햇살이 반짝이는 윤슬로 돋보인다. 저 속에서 마음껏 헤엄치며 노닐던 물고기도 지금은 자취를 감추었을 것이다. 오리 몇 마리가 추위는 아랑곳없이 물놀이를 즐기고 있다. 먹잇감이 변변치 않을 것이다. 해오라기 한 마리가 서성거린다. 끼니도 제대로 챙기지 못했나 보다. 냇물을 건너가던 바람이 출렁출렁 대며 주름 잡힌다. 밤에는 달이 물에 잠기고 가로등 불빛도 잠긴다. 냇물은 끊임없이 흘러가도 흐를 수 없는 호수다. 조용히 있고 싶어도 주위에서 이것저것이 참견하듯 달려들어 기웃기웃 흔들리고 있지 싶다. 냇물도 내달리듯 혼자 그냥 흘러가면 되지 싶어도 이리저리 부딪치며 넘치는 생동감에 지루하지 않아 보인다. 갈대와 뒤섞인 억새가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려는 듯 하얀 머리를 살랑살랑 흔들어 댄다. 무더기로 군무를 추는가 하면 길손에게 다소곳이 허리를 굽혀 인사를 한다. 반갑게 맞이하고 보내면서 흰 장갑을 낀 손을 마구 흔들어 댄다. 가을 냇가는 보여주고 싶은 것들이 많은 만큼 볼거리가 많고 분주한 모습이다. 그러나 찾는 사람이 줄어들어 썰렁하다. 바람은 보이지 않고 수풀만 저희끼리 흔들어 대고 있다. 잔디밭에 비둘기가 부지런히 먹이를 쪼고 있다. 사람이 지나다녀도 무관심에 두려워 않는 대범함이다. 오히려 그들 곁을 지나는 발길이 행여 그들에게 방해될까 봐 미안한 마음이다. 친근하지도 않으면서 가까운 사이같이 여기는가 보다. 슬금슬금 눈치 보면서 먹이 찾기에 정신이 없다. 그러다 한 마리가 날아오르면 무의식적으로 우르르 한꺼번에 날아올라 하늘을 가리며 삽시간에 아수라장이 된다. 겨울이 닥쳐와도 비둘기는 아직 겨울준비가 되지 않았다. 먹이는 물론 잠자리도 다리 밑에서 추위와 함께 지내야 한다. 따뜻한 겨울이길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