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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 전개하기 – 설명하기
설명이란?
설명이란 어떤 대상이 지니는 의미, 작동의 원리, 발생의 이유 등을 독자가 잘 이해할 수 있도록 상세하게 알려주는 것이다. 가전 제품 사용 방법, 장학금 신청 절차 등 실용적인 정보에서부터 추상적인 개념, 특정 현상이 발생하는 원리 등 심층적인 정보를 제공하는 것까지 설명은 일상 생활과 전문 학술 분야에서 광범위하게 활용된다.
‘설명’은 설명문에서만?
흔히 글쓰기에서 ‘설명’이라고 하면 설명문, 보고서 등의 글에서만 사용되는 기술 방식이라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학술적 글쓰기의 전개 과정에서 설명의 방식이 필요한 글은 설명문, 보고서에 한정되지 않는다. 자신의 주장이 참임을 입증하는 논증문에서도 글의 살이 되는 많은 부분은 설명의 방법을 함께 활용한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설명문이나 실험 보고서처럼 글 전체가 특정 대상에 대해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한 내용으로 구성되는 것이 아니더라도, 설명은 핵심적인 논의를 전개해 나가는 과정에서 다양한 차원에서 필요하다. 주제에 대한 독자의 이해도를 높이기 위해 최신 연구 동향을 설명하는 것이나, 논의를 전개하는 데 필요한 핵심 개념어의 의미를 풀어주고, 사건의 경위, 일련의 절차나 과정을 기술하는 것처럼 독자와 효율적으로 소통하기 위한 과정에서 설명의 방식을 전략적으로 사용하는 것이 상당히 중요하다.
독자를 고려하여 글 쓰기
어떤 독자를 대상으로 할 것인가?
글을 전개하는 방식은 주제의 성격에 따라 달라지며, 주제는 글의 목적에 의해 결정된다. 설명하는 글도 예상 독자에 따라 글의 목적이 달라질 수 있다. 따라서 필자의 문제의식뿐만 아니라 예상 독자의 관심도 및 대상에 대한 이해 수준 등을 고려해야 한다. 예를 들면, ‘지구 온난화’에 대해 논의하고자 할 때, 독자가 기후 변화의 심각성에 대해 인지하지 못하거나, 지구 온난화에 대해 회의적인 입장에 서 있다면 “어떻게 하면 지구 온난화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의 연구 질문을 중심으로 논의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글의 궁극적 목적이 단지 지구 온난화를 해결할 수 있는 여러 가지 방안을 제시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독자가 이러한 방안을 실천하도록 이끌어내는 데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예상 독자들이 지구 온난화로 인한 기후 변화의 문제성에 대해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면, 먼저 “지구 온난화란 무엇인가”, “지구 온난화가 왜 문제인가” 등의 연구 질문을 중심으로 글을 구성하는 것이 적절하다. 이처럼 무엇보다 글을 쓰기 전에는 자신이 쓸 글을 읽을 예상 독자를 염두에 두고 글을 쓰는 목적을 분명하게 확정한 후 집필 계획을 세우는 것이 필요하다.
어떻게 독자의 관심을 끌 것인가?
사실 전형적인 설명문의 일종으로 이해할 수 있는 제품 사용 설명서조차도 단지 독자가 제품 사용 방법을 잘 ‘이해’하도록 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궁극적으로 이해한 내용을 바탕으로 제품을 잘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있다. 이 사실을 간과하기 쉬운 것은 이 경우에는 독자에게 이미 글을 읽을 동기(필요)가 부여되어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설명서가 불충분하게 작성된 경우에도 독자(소비자)는 제품을 사용하기 위해 스스로 오류를 바로잡아 가며 열심히 읽는다.
하지만 사회 문제에 대해 관심이 없는 독자에게 특정한 문제의식을 갖도록 할 목적으로 글을 쓰는 경우, 또는 모든 사람이 호기심을 갖고 있으리라고 단정할 수 없는 특정 현상이 발생하는 과학적 원리에 대해 독자가 이해하도록 할 목적으로 글을 쓰는 경우에는 어떨까? 이 경우에는 독자가 글을 읽을 동기를 필자가 끌어내주어야 한다. ‘내’가 설명하고자 하는 내용이 어떤 점에서 중요한 것인지 대상이 지니는 가치를 먼저 독자에게 충분히 이해시키는 과정이 본론을 기술하기에 앞서 선행되어야 한다. 새로 구입한 물건을 사용하려는 필요와 목적을 갖고 있을 때, 소비자가 사용설명서를 꼼꼼히 읽는 것처럼, 독자가 ‘이 사실을 이해하는 것이 어떤 점에서 유용한지’ 그 필요를 인식할 때, 적극적으로 ‘나’의 글을 읽는 능동적 독자가 될 수 있다.
더 알아보기: 글의 목적에 따라 서술 수준 결정하기
설명의 주요 도구
대상의 특성 및 글의 목적에 따라 분류, 정의, 비교, 서사, 묘사 등 글쓰기의 다양한 방법들을 적절하게 활용하면 필자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독자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다. 분류와 비교는 독자가 큰 체계 속에서 다른 대상과의 관계를 통해 대상의 의미를 이해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며, 정의는 개념을 확인하며 대상의 특성을 명확하게 이해하도록 한다. 서사는 시간의 흐름 속에서 대상(사건)의 변화를 추적하면서 사건과 사건 사이의 인과성이 명확히 드러나도록 한다. 묘사는 대상의 인상을 독자가 구체적으로 머릿속에 떠올릴 수 있도록 한다. 이처럼 각각의 방법이 지닌 특성들을 잘 이해한다면 특정한 대상을 설명할 때 어떤 방법을 활용하는 것이 적절한지 판단하여 효과적인 글쓰기 전략을 구사할 수 있을 것이다.
분류
분류는 여러 대상이나 개념을 일정한 기준에 따라 하위 부류로 나누거나 상위 부류로 묶어 나가는 글쓰기 방법이다. 분류의 방식도 글의 목적에 따라 다양한 관점에서 활용 가능하다.
– 전체 체계가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지, 질서를 확인하기 용이하다.
전체 집합을 공통점을 지닌 여러 그룹으로 묶어 분류하면 전체 체계도가 그려지기 전에는 무질서하거나 복잡하게 보이던 대상 속에 숨어 있는 질서를 확인할 수 있다. 새로운 연구 분야나 아직 사람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미지의 대상에 대해 설명할 때 효과적이다.
– 전체 체계 속에서 하나의 대상이 다른 대상과 맺는 관계를 파악하기 용이하다.분류는 기준을 단계적으로 적용해서 대상을 다층적으로 나누는 것이므로 대상 간의 관계를 위계적으로 파악하기에 좋다.
– 전체 체계 속에서 하나의 대상이 차지하는 위상 및 의미를 파악하기 용이하다.
나무의 특성을 잘 이해하려면, 나무만 보지 말고 숲을 볼 수 있어야 하는 것처럼, 하나의 대상을 전체 체계 속에서 이해할 때, 그 전체 체계 속에서 드러나는 대상의 의미를 확인할 수 있다.
– 전체 체계가 변화하는 시기, 하나의 대상을 바라보는 관점의 변화를 추적하기에 용이하다.
하나의 체계(도)가 완성되었다고 하더라도 고정불변하는 것은 아니다. 대상을 바라보는 관점의 변화에 따라 분류 기준이 바뀌기도 하고, 예전에는 존재하던 대상이 이제는 사라지거나, 또는 존재하지 않던 대상이 새로 생겨나면서 전체 체계가 변화하기도 한다. 전체 체계에 대해 큰 그림을 그리고 있을 때, 이러한 변화 지점을 빨리 포착할 수 있다.
[예시]
연구비를 향한 고군분투 연구실에서 진행되는 연구는 크게 각 연구실의 교수가 주도하는 고유 연구와 국가와 기업 등으로부터 수주해온 연구 과제로 구분된다. 일반적으로 대학원과 연구실을 선택하는 학생들의 주요 관심사는 해당 연구실의 고유 연구지만, 실제 연구실에선 고유 연구 외에도 외부로부터 다양한 과제를 받아 수행한다. 수주받은 과제가 연구실의 연구비 수혜액, 즉 예산을 결정하는 데 주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연구 과제는 다시 정부지원사업과 그 외 정부·기업 과제로 나뉜다. 전자가 연구실의 분야에 맞춰 정부가 과제를 발주하고 지원금을 주는 형태라면, 후자는 정부·기업이 공고한 과제를 연구실이 지원해 연구용역의 대가로 연구비를 받는 형태다. 정부지원사업엔 일반적인 연구 과제부터 BK21, IBS 사업 등이 있다. 뒤로 갈수록 사업의 특수성이 높아 수혜 대상의 폭이 좁다. 한국연구재단이나 각종 정부 부처에서 발주하는 가장 일반적인 연구 과제는 해당 영역과 관련된 모든 연구실이 잠재적 수주 대상이 된다. 그 이외의 정부지원사업을 수행할 수 있는 연구실은 한정적이다. 예를 들어, 대학원생 인력 양성을 목표로 하는 BK21 사업은 2019년 기준 2,698억 원 가량의 예산이 전국 525개 사업단에 배분됐다. 세계 수준의 기초 연구를 위해 지원하는 것을 목표로 한 IBS 사업은 같은 해 2,365억 원가량이 30개 연구단에 배분되며 더욱 높은 집중도를 보였다. 이런 정부지원사업에 선정된 연구실의 대학원생들은 연구 주제 선정과 예산의 제약으로부터 비교적 자유롭다. IBS 사업에 참여 중인 대학원생 B 씨는 “실제로 사업을 통해 연구비가 넉넉하게 지원되면서 연구를 위한 재료 구입이나 장비 사용에 제한을 크게 두지 않는다”고 말했다. 지원 사업에서 소외된 연구실은 정부나 기업 수행 과제를 찾아 나서야 한다. 이때 수행하는 과제는 연구실이 기존에 수행하던 연구와 동떨어진 경우가 많다. 정부지원사업을 통해 수혜를 받는 연구실이 수행하는 연구 과제는 대부분 연구실의 연구 주제와 부합하지만, 정부나 기업 차원에서 공고한 과제를 지원할 때는 정부와 기업을 위한 맞춤형 연구를 해야 한다. 대학원생 A 씨는 이런 구조로 인해 대다수의 연구실이 어쩔 수 없이 소위 ‘돈 되는 연구’에 집착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하고 싶은 연구와 ‘돈 되는 연구’ 사이에서 생긴 괴리는 대학원생들에게 회의감이 돼 돌아온다. A 씨는 “오히려하고 싶은 연구가 뚜렷하고, 미리 연구실 정보를 꼼꼼히 찾아 입학한 학생들이 연구실 생활을 힘들어한다”고 덧붙였다. 재정 상태가 좋지 않은 연구실에선 당장 애로사항이 발생한다. 재료나 실험장비 등을 새로 구입하기 어려운 연구실은 연구를 조금 미루거나 실험 필수품을 아껴 쓰면서 긴축 상태에 돌입한다. 대학원생 A 씨는 “작년 쯤 연구실에 연구비가 부족했을 때는 실험을 할 때 깨지거나 금이 간 플라스크 등을 임시방편으로 붙여서 사용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교수들도 재정난으로 인한 타격을 입는다. 고려대 윤태웅 교수(전기전자공학부)는 “금전적인 문제가 심각하면 교수가 사비로 연구비를 충당하는 경우도 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박상욱 전문위원은 연구실 사이에 발생하는 연구비 수혜 격차의 근본적 원인으로 연구의 시장화를 지적했다. 특정 연구 분야에 대한 정부·기업의 수요와 연구자 공급이 분야마다 다르기 때문에 연구비 수혜액의 격차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연구실이 정부 지원을 받으려면, 인공지능과 같은 4차 산업 관련 분야처럼 연구실의 분야가 정부의 관점에서 전도유망해 보이고 필요한 기술로 인정받아야 한다. 박 전문위원은 “현재 연구비는 철저히 시장 논리에 따른 경쟁을 통해 수주를 하고 있다”며 “시장 메커니즘을 이해하면 왜 연구비가 차등적으로 연구실에 분배되는지 알 수 있다”고 말했다. 박도연 기자, 「연구의 시장화, 그 속의 이공계 대학원생들은 지금」, 『서울대저널』, 2019.10.21, http://www.snujn.com/news/44471, 2021.02.10 중 일부 |
이것만은 꼭! 분류할 때 유의할 사항
비교
비교는 어떤 대상의 특성을 설명하기 위해 그와 관련되는 다른 대상과 견주어 가면서 기술하는 것이다.
– 하나의 대상만을 놓고 살펴볼 때 잘 드러나지 않았던 특성을 명확하게 확인하는 데 용이하다.
오롯이 하나의 대상만 놓고 설명할 수도 있지만, 다른 대상과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견주면서 기술할 때, 하나의 대상만 살펴볼 때 잘 드러나지 않았던 특성을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 겉으로 유사하게 보이는 두 대상이 실제로는 얼마나 다른지 파악할 수 있도록 한다.
– 겉으로 다르게 보이는 두 대상이 실제로는 얼마나 유사한가 확인할 수 있도록 한다.
– 두 개, 또는 세 개의 대상을 놓고 우위를 결정해야 하거나,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서 판단의 근거(기준)를 확보할 수 있다.
tip! 효과적인 비교를 위한 ‘비교 대상’ 선정
이것만은 꼭! 비교 기준 설정
더 알아보기: 글의 목적과 비교의 활용
이것만은 꼭! 비교할 때 유의할 사항
정의
정의는 어떤 대상이나 용어의 의미를 명확하게 규정하는 글쓰기 방법이다. 한 편의 글을 쓰는 과정에서 정의하기는 단지 사전적인 의미를 확인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대상의 개념 형성 과정을 정밀하게 살펴봄으로써 본질에 접근하는 과정을 포괄한다. 이 과정에서 용어 및 개념이 통상적으로 사용되고 있는 방식을 비판적으로 검토함으로써 대상을 새로운 의미로 규정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 정의는 하나의 대상이 가진, 다른 모든 것과 구별될 수 있는 기본적인 특성을 포착하는 데서 시작한다.
안경을 정의하려면 안경의 다른 기능들보다 사물을 좀더 정확하게 볼 수 있도록 시력을 높이는 데 사용하는 물건이라는 점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 한 편의 글에서 사용되는 핵심점인 개념에 대해 필자와 독자가 의미를 공유하게 한다.
독자에게 익숙하지 않은 추상적인 개념이나 전문적인 용어를 먼저 설명해 줄 때, 이를 바탕으로 좀더 심도 있는 논의를 펼쳐나갈 수 있다.
– 단어의 명확한 의미를 상기시킴으로써 대상의 기본적인 속성이나 본질에 대한 독자의 이해도를 높일 수 있다.
[예문]
1975년에 발표되어 전 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 된 <<감시와 처벌>>에서 푸코는 진리의 메타포로 간주되던 시선을 권력의 기제로 탈바꿈시켰다. 근대 이전의 군주 권력이 만인이 한 사람의 권력자를 우러러보던 시선으로 특징지어졌다면, 근대의 규율 권력은 한 사람의 권력자가 만인을 감시하는 시선으로 특징지어진다는 것이었다. 만인이 한 사람의 권력자를 우러러보는 사회는 “스텍터클의 사회”이다. 반면에 한 사람이 만인을 주시하는 규율 권력의 사회는 “감시 사회”이다. 그렇다면 무엇이, 어떻게 이러한 변화를 가능하게 했을까? 푸코는 감옥과 형벌의 역사에서 이 변화에 대한 단서를 찾았는데, 죄수를 벌할 때 신체에 가혹한 형벌을 가하던 전통적인 체벌 형식이 18세기 말부터 19세기 초엽 동안에 죄수를 감옥에 감금하는 징역형으로 바뀐 것에 주목했다. 징역형을 처벌을 덜 하기 위해 고안한 것이 아니었다. 그것은 “더 잘 처발하고” “더 보편적이고 필연적으로 처벌하기 위해” 고안된 것이었다. 무엇보다도 징역형은 형벌의 기본 원칙이 육체에 대한 고통에서 영혼에 대한 규율로 바뀌었음을 잘 보여주는 사례였다. 푸코는 이러한 변화를 상징하고 이를 추동한 것이 다름 아닌 영국의 공리주의 철학자 제레미 벤담이 1791년에 제안한 원형감옥 파놉티콘이라고 보았다. 파놉티콘은 당시 망원경과 비슷한 광학기구를 지칭하는 용어로 가끔 사용되었는데, 벤담은 그리스어로 “e다 본다 “f(Pan: all + Opticon : seeing 또는 vision)라는 의미를 가진 이것을 자신이 설계한 감옥을 지칭하는 용어로 새롭게 사용했다. 홍성욱, <<파놉티콘-정보사회 정보감옥>>, 책세상, 2002, 21-22면. |
더 알아보기: 정의의 방법
이것만은 꼭! 정의를 활용할 때 점검할 사항
묘사
묘사란 사물이나 상황 그리고 대상으로부터 받은 인상을 언어로 그림을 그리듯 재현하는 것이다. ‘묘사(描寫)’를 축자적인 의미대로 이해한다면 그 대상이 시각적인 것에 한정되는 것으로 착각하기 쉽다. 하지만 소리, 냄새, 맛, 촉감 등 인간이 감각하는 모든 대상은 묘사의 대상이 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두 가지 이상의 감각들을 복합적으로 활용할 때 묘사의 효과를 더 높일 수 있다. 특정 대상들을 필자가 보고, 듣고, 냄새를 맡고, 맛보고, 만졌을 때의 느낌을 독자가 머릿속에 떠올리면서 최대한 생생하게 느낄 수 있도록 구체적인 표현으로 기술하는 것이 중요하다.
독자에게 구체적인 이미지들을 떠올릴 수 있도록 자극하는 묘사를 잘 활용하면 주관적인 느낌을 전달하는 데뿐만 아니라 논증 과정에서 독자를 설득하는 데도 매우 유익하다. 환경학의 고전이라 할 수 있는 레이첼 카슨의 『침묵의 봄』은, 인간의 무분별한 살충제 사용으로 인한 생태 오염의 심각성을 적나라하게 파헤친 학술 논문일 뿐만 아니라 생태계의 위기를 뛰어난 묘사로 기술한 문학 작품으로 평가되고 있다.
[예문] 레이첼 카슨, 『침묵의 봄』 서론
미국 대륙 한가운데쯤 모든 생물체가 환경과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는 마을이 하나 있다. 이 마을은 곡식이 자라는 밭과 풍요로운 농장들 사이에 자리잡고 있는데, 봄이면 과수원의 푸른 밭 위로 흰 구름이 흘러가고 가을이 되면 병풍처럼 둘러쳐진 소나무를 배경으로 불타듯 단풍이 든 참나무, 단풍나무, 자작나무가 너울거렸다. 어느 가을날 이른 아침 희미한 안개가 내린 언덕 위에서는 여우 울음소리가 들려왔고, 조용히 밭을 가로질러 달려가는 사람의 모습도 때때로 눈에 띄었다. 길가에는 월계수, 인동나무, 오리나무, 양치식물 그리고 들꽃이 연중 그 자태를 뽐내며 지나는 여행객의 눈을 즐겁게 해주었다. 나무 열매와 씨앗을 먹고사는 수많은 새가 눈밭에 내려앉는 겨울철에도 길가는 여전히 아름다웠다. 이 일대는 풍부하고 다양한 새들로 유명했는데, 봄가을에는 이동기를 맞은 철새 무리들이 떼를 지어 날아가는 모습을 보려고 멀리서 사람들이 찾아오곤 했다. 물고기를 잡으려는 사람들은 가까운 시냇가로 향했다. 이 하천은 산에서 내려온 차갑고 맑은 물이 넘쳐흘렀고 송어가 알을 낳는 그늘진 웅덩이가 군데군데 자리 잡고 있었다. 최초의 이주자가 집을 짓고 우물을 파고 헛간을 세운 이후 이런 풍경은 계속 유지되어왔다. |
이것만은 꼭! 묘사의 두 가지 방법
더 알아보기: 묘사의 방법
서사
서사란 시간의 경과에 따라 사건 추이나 대상의 변화를 서술하는 것이다. 스토리를 중심으로 전개되는 소설, 영화, 드라마와 같은 문학 양식이 서사의 방법을 중심적으로 활용하는 전형적인 양식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서사는 비단 문학 양식에만 한정적으로 사용되는 것은 아니다. 소설을 비롯한 문학 양식에서 서사는 이야기를 이끌어 가는 인물들의 행동과 이에 의해 촉발된 여러 사건들의 인과관계를 독자들이 능동적으로 연결시켜 이해할 수 있도록 구성된다. 마찬가지로 학술적인 글에서도 핵심적인 사건이나 장면들의 인과 관계를 명확하게 밝히기 위해 서사의 방식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특히, 사회적으로 큰 이슈가 된 논쟁적인 사건을 다루는 학술 논문이나, 시간적인 순서에 따라 장면의 변화를 단계적으로 서술하는 실험 보고서처럼 사건의 추이와 변화 과정의 의미를 설명하는 것이 핵심 내용으로 자리 잡는 경우 서사적 전개 방식은 정보를 체계적으로 전달하는 데 상당히 효율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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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자료>
서울대학교 대학국어편찬위원회 편, 『대학국어』, 서울대학교출판부, 2004.
서울대학교 대학글쓰기1 교재편찬위원회 편, 『대학글쓰기1』, 서울대학교출판부, 2019.
조셉 윌리엄스·그레고리 콜럼, 윤영삼 옮김, 『논증의 탄생』, 홍문관, 2008.
출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