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제4주일
생명을 불러일으키는 말씀
[말씀]
■ 제1독서(신명 18,15-20)
이스라엘 왕정시대 말기 신명기계 저자들은 ‘모세의 유훈’ 형식으로 이집트 탈출 사건에 대한 반성을 전한다. 이들은 모세의 활동과 업적 속에서, 이스라엘 백성에게 하느님의 생명의 말씀을 전해준 예언운동의 출발점을 본다. 이스라엘 백성은 기나긴 역사 속에서 모세와 같은 또는 모세를 훨씬 뛰어넘는 완벽한 예언자를 기다려왔으며, 하느님의 권위를 소유한 이 예언자만이 자신들이 죽음 때문에 받아들이기를 두려워했던 하느님의 계시를 밝혀 주리라 기대했다.
■ 제2독서(1코린 7,32-35)
선교 열정에 불타 있던 사도 바오로는 자신의 독자들 역시 복음전파에 전념할 것을 기원하면서 그 한 방법으로 독신생활을 권고한다. 독신생활이 인간의 자연스러운 삶의 방식을 벗어나는 예외적 성소(聖召), 예언적 의미를 지니는 삶의 방식임을 잘 인식하고 있던 바오로는 혼인생활을 비판하려 함이 아니라, 복음전파에서만큼은 독신생활이 우위에 있음을 역설하고자 한다. 따라서 그리스도교 신자들은 어떤 삶의 방식을 취하든 열정을 다하여 주님을 향한 삶, 주님의 말씀을 전하는 삶에 충실해야 한다.
■ 복음(마르 1,21ㄴ-28)
복음저자 마르코는 자신의 독자들이 생명을 불러일으키는 하느님 말씀의 놀라운 힘을 인식할 수 있도록, 안식일에 가파르나움 회당에서 일어난 악령 들린 사람의 치유 이야기를 전한다. 이 이야기를 통해 마르코는 악의 세계를 물리치시고 생명을 다시 바로 잡아 세우시는 인류의 구세주, 대 예언자로 예수 그리스도를 고백한다. 말씀이신 그리스도를 통한 하느님의 현존은 이처럼 늘 죽음이 아니라 생명을, 저주가 아니라 축복을 불러일으킨다.
[새김]
■ 모세가 하느님의 말씀을 전하고 실천에 옮김으로써 이스라엘 백성을 이집트 종살이에서 구출한 구약의 최대 예언자라면, 모세를 비롯한 예언자들이 선포한, 말씀 자체이시며 당신 자신의 희생을 통해 인류를 구원하신 그리스도는 어떤 분이신가? 그분이 생명의 말씀이시라면, 마땅히 그분을 믿어 고백하는 우리는 무엇보다 먼저 생명의 사람들, 생명을 지키는 사람들, 생명을 위협하는 온갖 요소를 제거하는 사람들이 되어야 한다.
■ “하느님께서 보내신 거룩하신 분”이시며 생명의 말씀이신 그리스도는 우리 인간의 죽음이 아니라 구원을 위해 이 세상에 오신 분이다. 그분의 성성(聖性), 곧 그분의 거룩하심은 따라서 우리 자신과 이웃과 이 세상의 생명을 근본 목적으로 한다. 그리스도를 본받아 거룩함을 추구하는 우리 자신의 부단한 노력을 통해 이웃들, 특별히 우리의 관심과 보살핌이 필요한 이웃들과 생명을 나누는 사람들이 되자. 아울러 죽음의 문화에 젖어 생명을 경시한 적은 없었는지 반성하고 살피도록 하자.
생명의 말씀으로 신앙을 살찌우고 가꾸어 나가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