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결혼해서 안정을 찾고 싶은 남자분의 마음도 이해는 가지만 대부분의 여자분들이라면 여친의 생각도 충분히 공감하리라 생각합니다.
만난지 3개월만에 콩볶듯이 결혼해서도 잘 사는 커플들도 있지만
그건 대부분 첫눈에 반해 눈에 암것도 안보이고 물불 못가릴때, 혹은 피치못할 집안사정(유학이나 부모님 병환등),
신부의 나이가 어려서 신랑이 하자는대로 따라가는 타입, 혹은 정말 만혼이라 지금의 상태에서 결혼한다고 해서 서로 크게 영향받을것(?)이 없을경우 등이겠지요.
답글을 다는 제 나이는 서른세살. 친구들 중 삼분의 일은 미혼입니다. 즉 세명중 한명은 결혼을 안했다는 거고
그들 중 대다수가 전문직이거나 자신의 일에 만족하는 사람들입니다.
그다지 결혼에 목매지도 서두르지도 않습니다.
결혼 할수 있으면 하는거고 인연이 안되는거 억지로 할 필요는 없쟎아.
혼자 살아도 괜찮아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크고 부모님들 또한 예전처럼 안달복달 하지는 않습니다. 요즘 세태가 그렇치요.
여자는 이십대 후반쯤에는 결혼을 서두르는 경향이 있지만
(부모님들이 서른 안넘기려고 재촉하고 친구들 가는것 보면서 자극받고, 직장생활이나 학업에 회의도 느끼고 등.)
일단 서른이 넘어 어느정도 일에서나 자신의 생활에서나 안정을 찾으면 그다지 결혼이 급하지 않습니다.
(물론 노산이라는 출산문제를 제외하고는)
어차피 늦은거 괜시리 서둘러 어느정도 조건보고 어느정도 애정생겼다 해서 결혼하기보다는 신중의 신중을 기하는 경향이 크죠.
이미 주변에서 결혼 후 아웅다웅 사는 친구들도 많이 봐 왔고,
나이가 들어 경험이 많이 쌓인만큼 이것저것 보는 눈(무조건 남자의 외적 조건만 따지는건 아닙니다)이 많이 생겼기 때문에 점점 더 결혼이란것이 두렵고 망설여 집니다.
이 나이쯤 되면 고려하는 첫번째는. 남자의 경제력
(글쓴님은 뜻한 바가 있어 직장을 관두고 공부를 하셔서 공무원이 되었지만 보기에 따라서 이직을 쉽게하는 스타일은 아닌가 염려되어 조금 더 지켜보자라고 생각하실수도 있고 또한 결혼도 큰 생활의 변화인 만큼 신랑될 분이 새로 얻은 직장에 1년은 근무하며 적응할 수 있는 시간을 갖고 또다른 변화시기를 갖는것이 서로를 위해 좋다고 생각하실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신랑될 분의 현재 자금능력입니다. 근무기간이 짧고 공부하시느라 경비도 쓰셨다면 보통사람이라면 현상황에서의 결혼시 부모님께 의존해야 겠지요. 부모님이 능력이 되셔서 이것저것 해주시면 좋겠지만 그렇치 못할수도 있고 또 해주신다 하여도 전적으로 시부모님께 의지하고 결혼하는것과 남편될 분이 어느정도 보탬이 되면서 결혼하는것은 결혼준비하는데 있어서 혹은 앞으로의 결혼생활에 있어서 많은 영향을 미칠수 있기때문에 아직은 때가 아니다 라고 생각하실수도 있습니다. )
두번째. 남자의 성품 뿐 아니라 예비 시댁의 가정 분위기.
(아마도 주위에서 결혼준비하면서 혹은 결혼 후 시댁과의 갈등이 있어 힘들어 하는 친구 여럿 봤을겁니다. 20대때는 사랑과 전쟁이 TV드라마일뿐 이지만 30대때는 흔히 볼 수 있는 내 주변 혹은 나에게 일어날수도 있는 일이라는 것을 잘 압니다. 남편될 사람은 너무 좋은데, 두사람의 사이는 너무 좋은데 일단 시댁식구가 관여되면 힘들어지는 일이 많으니, 결혼한다 싶으면 이상하게 본색을 드러내는 시댁도 많으니 일단 결혼할 남자라고 생각되면 좀 더 시간을 두고 알아가고 싶은 맘이 많겠지요)
세번째. 요즘의 골드처녀들의 분위기.
(세미급 10년차 간호사시라면 주변에 골드처녀들(경제적 능력을 갖춘 독신녀)이 많으실 겁니다.
결혼생활이란 여자에게 축복 만은 아니지요. 오히려 새로 갖게 될 아내, 며느리, 결혼한 딸, 부모로서 많은의무들...
자신이 판단한 옳고 그름만으로 살아갈수 없는 어려움. 나 하나 노력한다고 해서 만사가 해결되지 않는 복잡한 생활.
주변에 자신의 일을 즐기고 자신의 힘써 일해 얻은 경제력을 오로지 자신만을 위해 쓰며 평탄하게 살아가는 선배, 친구들이 많은데 굳이 도박(자신의 한평생 인생을 두고 봤을때 5개월 만난분과 결혼하여 잘 살겠지라는 건 도박일수도...)을 해가면서까지
결정짓고 싶지는 않겠지요.)
네번째. 앞으로 자신의 미래와 님과 함께 꾸려갈 미래에 대한 청사진.
두분이 그동안 간간히 결혼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셨겠지만 결혼이란 남자에게보다 여자에게 큰 변화입니다.
남자는 결혼을 한다고 해서 자신이 바라고 공부하여 얻어낸 직장을 쉽게 관두지는 않치만 여자에게는 경제적 이유로 육아문제로 남편이나 시댁이 원해서 등등의 이유로 이제 일을 쉬고 싶다 해도 다녀야 할 수도 자아성찰을 위해 일을 계속 하고 싶다해도 반대에 부딪혀 관둬야할수도 있습니다. 결혼과 동시에 큰 변화가 생기는 만큼 자신의 미래를 어떻게 결정지을지 시간을 갖고 싶을수도 있습니다. 막상 프로포즈에 오케이 하고 나면 정신없이 진행이 되기 때문에 자신의 목소리, 자신의 의지는 사라질수 있어서 그부분에 대해 좀 더 남편될분과 심사숙고 하고 싶으실수도 있습니다. 결혼한 여자는 무조건 남자의 상황에 맞춰서 남자가 원하는대로 해야 한다고 생각하시는 분이 아니라면 여친의 결혼 후 미래에 대해서도 함께 상의하는 과정이 필요하답니다. 남자든 여자든 자신의 미래를 결정하는데 많은 경우의 수를 두고 많은 고민과 시간끝에 결정을 내리는데 두분이 함께하는 미래를 위해서는 더 많은 경우의 수가 있지 않을까요. 사랑해서 결혼할때는 그 많은 문제들을 던져버리고 오로지 사랑하기에 감당하며 헤쳐나가겠지만 두분의 경우처럼 아내를 필요로 해서 남편을 필요로 해서 이정도의 애정이면, 이정도의 조건이면, 이정도의 호흡이면 괜찮겠다 하는경우라면 님의 말처럼 '이번 한번만 내 결정을 믿고 따라와줘'라고 하는 말에 쉽게 오케이 할수 없을 겁니다.
글쓴님에게는 이여자에게 목을 매 아님 때려쳐 하는 언뜻 자존심의 문제처럼 느껴지셨을수도 있지만 여자분에게는 자신의 인생이 걸린 문제이기에 조심스러울수밖에 없습니다.
님을 좋아하고 님의 뜻대로 해주고 싶지만 그렇게 할 수 없기에 양자택일 하라면 님을 포기하실 확율도 크답니다.
이것저것 생각지 않은 아가씨라면, 나이가 어려 세상물정 아직 경험이 부족한 아가씨라면, 결혼이 정말 급한 아가씨라면 글쓴님의 제안에 얼쑤~ 춤추며 반겼을수도 있겠지만 그런 여자분과 부부로서 평생 의지하고 살 수 있을까요?
요새 이혼은 흠도 아니야 했다가 남자나 시댁에서 스트레스 주면 이혼하면 돼. 라고 생각하는 아가씨라면 글쓴님의 프로포즈에도 쉽게 오케이 하겠지만 한번 결혼하면 어떻게 해서는 노력하여 검은머리 파뿌리 되도록 살아야해 하는 아가씨라면 쉽게 오케이가 나오지 않을수도 있습니다.
여기까지는 저와 비슷한 연령대의 여친의 입장에서 썼다면 님의 입장에서(저에게도 결혼을 서두르는 오라버니가 있답니다.) 말씀드린다면...
지금 이것저것 고민하고 상대적으로 느긋한 여친과 헤어지고 새로운 분을 만난다고 생각한다면
적어도 서너명을 소개 받고 그중 서너명과 데이트하며 알아가고 하는데 서너달은 후딱 지나가겠죠.
(올해안에 결혼은 어렵겠죠)
그리고 다행히 새로운 후보자와 서로 뜻이 맞아 결혼 합의를 하더라도 양가 인사하고 결혼식 준비하고 하다보면(뭐든지 속성으로 해치우실것 아니라면) 또 서너달 지나가겠지요.
정말 잘 된 경우에 혹은 정말 운명의 반쪽을 만나는 경우에 서로에 대해 잘 알지도 못하고 맞춰보지도 못하더라도 4,5월경에 결혼을 할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지금의 여친만큼 마음에 드시는 분이 쉽게 나타날까요? 알수 없지요.
혹은 짧은 기간동안 서둘러 결혼준비 하느라 서로에 대해 너무 모르는 상태에서 결혼하게 되는건 아닌지... 길고 긴 님의 인생을 두고 봤을때 그런 모험 하고 싶으신지요.
글쓴님의 나이가 이제 겨우 서른 둘. 늦었다면 늦을수도 있겠지만 요즘 시대에는 적령기 정도 인데 그렇게 서두르실 필요는 없는듯 합니다.
차라리 저라면 위에 열거한 조건들을 충족시켜주려 노력하며 지금의 여친을 설득하는 편을 선택하겠습니다.
위에 조건들을 갖춰야돼? 반문 하실수도 있겠지만 위의 조건은 여자분 만을 위한 조건이 아니라 글쓴님과 함께 행복하게 살수있는 두분을 위해 필요한 조건이기도 합니다.
조금 더 서로를 이해하고 배려하고 양보하자 말씀해보세요. 내년말쯤 결혼을 얘기하신다면 내년 여름쯤 하자 라고 설득해 보세요.
그래봐야 지금 이분과 헤어지고 운좋게 다른 사람과 결혼에 성공했을때보다 다섯달정도 차이 입니다.
또 아나요? 이번일 지혜롭게 헤쳐나가시고 내년 구정쯤 양가에 인사 드리러 갈때쯤이면 여자쪽 부모님께서 먼저 결혼언제 할꺼냐고 말씀하실지.
차라리 나이가 좀 더 어린 신부를 얻고 싶다거나 여친의 고분고분 하지 않는 성격이 정 싫고 님과 맞지 않다면 모를까 그것이 아니라면 지금의 문제는
앞으로 결혼준비하면서 혹은 앞으로 살아가면서 부부간에 헤쳐나가야 할 문제에 비해서는 아무것도 아니랍니다.
부디 현명한 판단 하시고 행복한 결혼 하시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