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컨테이너 운임 약세… 수요·공급 불균형 장기화”
KMI ‘2023년 컨테이너 해운시장 이슈와 전망’
“미국서 선사 공동행위 제한하려는 움직임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 이후 이어지고 있는 컨테이너 해상운임 약세가 올해도 이어질 전망이다.
해운시장이 수요와 공급의 양측에서 급격한 변화를 맞은 가운데 2022년 한 해 동안 글로벌 해상운임은 가파르게 하락한 바 있다. 글로벌 해운플랫폼 프레이토스에 따르면 지난달 아시아발 미주 서안 노선 운임은 전년 대비 16분의 1 가까이 떨어졌다.
물류 병목 현상이 극에 달했던 2022년 초에 사상 최고치인 5109.6까지 치솟았던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지난 3월 마지막 주에 908.35를 기록했다. 올해 들어서는 지수가 대체로 1000선을 밑도는 가운데 해상운임은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회복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중국 리오프닝으로 현지 수요가 늘면서 4월 초에는 운임지수가 반등하기도 했지만, 일부 항로에서 수출 컨테이너 운임은 팬데믹 이전보다 낮은 수준을 보이기도 했다.
이는 수출기업의 물류비 부담이 덜어지고 있음을 의미하지만, 동시에 글로벌 상품무역의 둔화를 의미하기도 한다. 각국 중앙은행이 러·우 전쟁 이후 물가 급등 대응으로 기준금리를 빠르게 인상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소비심리가 빠르게 둔화하면서 세계시장 수요가 타격을 받았다.
무역데이터업체 데이터마인(Datamyne)에 따르면 지난 2월 미국 수입 컨테이너 물동량은 전년 대비 25%, 2019년 대비 0.3% 감소했다. 항만 대기 일수도 드라마틱하게 감소했다.
글로벌 해운시장 리서치업체 시인텔리전스에 따르면 지난 2월 글로벌 컨테이너선 서비스 정시성은 전월 대비 7.7%p 상승해 팬데믹 이전 수준에 거의 근접한 60.2%를 기록했다.
이처럼 코로나19 이후 글로벌 물류대란을 일으켰던 공급망 병목은 해소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동시에 신조선 인도량도 2025년까지 대량으로 증가할 전망이기에 선사들 입장에서는 단기적으로 선편을 조절해 운임 하락을 막는 데에는 한계가 있을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국제해사기구(IMO)가 탄소배출 감축을 위해 규제를 추진하면서, 글로벌 선사들은 해운시황이 좋았던 지난 2020~2021년 동안 이러한 환경규제에 발맞춰 탄소배출량을 줄일 수 있는 친환경 선박을 대규모로 주문했다. 이에 따라 올해부터는 신조 선박 인도량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연말 이미 주요 항로에 투입되는 선대량이 팬데믹 이전보다 5~20% 이상 증가한 상황에서 당분간 신조 선박 공급이 이어짐에 따라, 해운시장의 공급과잉 상황은 계속될 전망이다.
올해부터 현재 운항 중인 선박에도 국제해사기구의 온실가스 규제가 시행되기에 선박 운항속도가 느려져 선복량 공급 감소 효과도 동시에 발생할 것이 전망됐지만, 선사들이 이미 저속운항을 비롯해 계선, 임시결항 등 다양한 방식으로 공급조절을 시도해왔음에도 운임 급락을 막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가운데 글로벌 물류 전문가들은 경기가 지속해서 둔화하는 상황에서 물동량 저하를 예견된 수순으로 파악하고, 금리 인상과 신규 선박 공급이 이어지는 올 한 해 동안은 운임 약세 현상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수요 부문에서 충격이 발생한 가운데 공급 부분에서 선대 공급을 줄이는 데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사진=HMM 제공] 올해 글로벌 해운시장 경쟁이 심화할 전망인 가운데 우리 국적선사들에 디지털 전환이나 탄소배출규제 대응 강화 등 대응책이 요구된다. 사진은 HMM 선박에 컨테이너가 적재된 모습. |
●“국적선사들, 컨테이너 약세 시장 준비해야” =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은 최근 ‘2023년 컨테이너 해운시장 이슈와 전망’ 보고서를 발표하고 해상운임 약세로 해운시장 파이가 줄어든 상황에서 국적선사들이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과거 시장에 비해서는 얼라이언스를 중심으로 공급조절이 적극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으나, 경영실적 악화나 오는 2025년으로 예정된 ‘2M(머스크와 MCS 간 세계 최대 해운 얼라이언스)’의 해체 등으로 글로벌 해운시장에서 경쟁적 시장 관계가 재현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MCS는 글로벌 해운업계 선대량 1위 공급업체며, 머스크는 2위 업체다. 2025년이 되면 두 업체의 해운시장 선대량 점유율이 전체의 40%에 달할 전망이며, 이에 따라 얼라이언스가 계속 운영된다면 국제적인 반독점 제재가 이뤄질 수 있기에 해체 수순을 밟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해운 공급 공동행위에 대한 규제는 강화되는 추세다. 유럽연합에서는 이미 반독점 제재 조치를 시행하고 있으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글로벌 물류대란 발생 이후로 수출입기업들이 어려움을 겪게 되면서 선사들이 담합으로 막대한 이익을 얻기 위해 미국 수출입 물류에 악영향을 미쳤다며 계속해서 문제를 제기해오고 있다.
이에 백악관과 미 의회는 컨테이너 선사의 공동행위를 제한하기 위한 움직임을 이어오고 있다. 지난해에는 미국 수출품에 대한 운송거부를 금지하는 외항해운개혁법(OSR, Ocean Shipping Reform Act)의 개정안을 통과시킨 바 있으며, 컨테이너 지체요금 등이 불합리하게 부과되는 것을 제재하기도 했다.
나아가 미국 외항해운개혁법에 따라 허용되는 컨테이너 정기선사의 공동행위를 더는 허용하지 않겠다는 ‘외항반독점강제법(Ocean Shipping Antitrust Enforcement Act)’을 2022년에 냈으며, 같은 명칭의 법률이 올해 미 하원에 상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보고서는 선사 공동행위 제한의 가장 큰 쟁점은 ‘선박을 공동으로 사용하는 컨소시엄 또는 얼라이언스를 어느 수준까지 허용할 것인가’라고 분석했다. 컨소시엄의 경우 선박의 적재공간 또는 선박 자체를 공동으로 사용하는 사업행위가 특정 항로에 제한된다면, 얼라이언스는 여러 항로에 걸쳐 컨소시엄 형태의 협력이 이뤄지는 형태의 동맹이다.
이에 특정 항로에 제한된 단순한 형태의 컨소시엄은 운영 효율화에 따라 화주들이 비용 절감 목적으로 이용하고 있기에 앞으로도 지속해서 허용될 가능성이 크지만 얼라이언스가 수급 변화에 따라 서비스 공급을 조절할 수 있게 허용하고 있는 현행 제도는 금지하는 방향으로 개정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얼라이언스가 글로벌 해운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은 크다. 올 1월 기준 상위 10대 선사들을 대상으로 분석한 시장집중도지수에 따르면 글로벌 컨테이너 해운시장은 1014로 기준선인 1500을 크게 밑돌아 매우 경쟁적인 시장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를 얼라이언스로 구분하여 산정할 경우 시장집중도는 2433으로 과점 시장의 기준인 2500에 근접했다.
따라서 얼라이언스 해체 및 재편에 따라 글로벌 해운시장 경쟁이 가속하며 시장집중도가 완화돼, 얼라이언스를 중심으로 이뤄졌던 공급조절 행위가 실효성을 거둘 가능성이 줄며 운임 하락세가 가팔라질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더욱 경쟁적으로 변화하는 해운시장에서 국적선사들은 디지털화를 통한 선대운영 및 경영 최적화 방안을 찾아 비용을 절감해야 하며 세계적인 트렌드인 탈탄소전략에 대한 준비도 필요한 상황이다.
이미 높은 운임과 그에 따른 실적 개선에 기반해 글로벌 컨테이너 선사들은 친환경 선박, 항만 터미널 업그레이드, 디지털 전환 등 미래에 대한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중소형 국적선사들은 디지털 전환이나 친환경 트렌드 등의 변화에 상대적으로 대응이 미흡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따라서 소외된 중소형 국적선사들이 IMO 환경규제 등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친환경 선박 건조나 친환경 연료 전환 등을 위한 다양한 맞춤형 정책 및 지원이 필요할 것으로 내다봤다. 또 유관기관이 유기적인 협력 체계를 구축해 한국 해운산업 발전을 위한 정책·연구·금융지원 등이 원스톱으로 이뤄져야 한다고도 덧붙였다.
국적선사 HMM 관계자는 “불확실한 환경 속에서 미래 경쟁력을 키워나가기 위해서는 친환경이 필수적”이라며 “지속적인 탄소배출 저감 노력으로 강화되고 있는 환경 규제에 대비해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국무역신문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