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워라 내 아들
원제 : To Each His Own
1946년 미국영화
감독 : 미첼 라이센
제작, 각본 : 찰스 브락켓
음악 : 빅터 영
출연 :올리비아 드 하빌랜드, 존 룬드, 메리 앤더슨
롤랜드 컬버, 필립 테리, 빌 굿윈
버지니아 웰즈, 빅토리아 혼, 클리프 바넷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수상(올리비아 드 하빌랜드)
지난 7월 104세의 나이로 사망한 여배우 올리비아 드 하빌랜드, 우리나라에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착한 멜라니 역으로 많이 기억에 남는 여배우지만 1940년대에 두 번이나 아카데미 주연상을 수상한 연기력을 인정받은 명배우였습니다. 두 번의 아카데미상 수상 영화중 1949년에 출연한 윌리암 와일러 감독의 '사랑아 나는 통곡한다(The Heiress)' 는 어느 정도 많이 알려진 작품이고 보신 분들도 제법 있습니다. 그렇지만 그보다 3년 일찍 출연한 첫 번째 아카데미 주연상 수상작 '그리워라 내 아들'은 거의 알려지지 않은 영화입니다. 똑같은 여우주연상 수상작이고 같은 배우가 주연했으며 제작시기도 별 차이없고 모두 우리나라 개봉작인데 어떻게 이렇게 두 영화의 인지도가 다를까요?
그런 안타까운 부분을 해소하기 위해서 오늘은 올리비아 드 하빌랜드의 첫 번째 아카데미 주연상 수상작 '그리워라 내 아들(To Each His Own, 46년)' 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지금은 거의 잊혀진 영화지만 감동적인 휴먼 드라마이며 우리나라에 상영된 올리비아 드 하발랜드가 출연한 20여편의 영화중 한 편입니다.
1940년대의 영국 런던에서의 어느 새해 첫날, 쌀쌀한 날씨에도 기차역에서 밤 늦은 심야에 도착할 열차를 기다라는 중년의 귀부인이 있었습니다. 그녀 이름은 조디 노리스(올리비아 드 하빌랜드), 오래도록 얼굴도 못 보고 살아온 아들이 도착한다는 소식을 우연히 듣고 하염없이 기다리고 있는 것입니다. 대체 그녀에게는 어떤 사연이 있었던 것일까요?
1차대전이 끝나갈 무렵의 미국 뉴욕주 피어슨 폴 마을, 약국과 카페를 운영하는 아버지와 함께 살고 있는 아름다운 처녀 조디, 그녀에게는 군인인 알렉스와 도매업을 하는 맥 이라는 동네 청년이 구애를 하고 있지만 아직 가슴뛰는 설레임을 안겨준 남자를 만나지 못했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그 마을에 비행사인 코스그로브 대위(존 룬드)가 국채 파는 행사를 돕기 위해서 오게 됩니다. 그가 눈을 다쳐서 조디 아버지의 약국에서 치료를 받게 되어 조디와 만나게 되고 두 사람은 첫눈에 사랑에 빠집니다. 조디를 비행기에 태워서 함께 하늘을 나는 낭만을 누린 코스그로브, 하지만 그는 몇 시간 뒤 귀대해야 했고, 동트기전까지 조디와 함께 짧은 하룻밤을 보냅니다. 이후 조디는 그의 아기를 임신하게 되지만 그가 전사했다는 소식을 듣게 됩니다. 아기가 태어나면 그와의 사랑도 끝나지 않고 계속 살아있을거라는 생각에 조디는 아기를 낳기로 결심하고, 마을 사람들의 눈을 피해서 뉴욕시내에 가서 아들을 출산합니다. 처녀가 아기를 낳으면 어떤 손가락질을 받을지 뻔히 아는 상황이라서 조디는 마을에 버려진 아이를 발견하여 입양하는 것처럼 계획을 세우고 간호사의 도움으로 그 계획을 진행합니다. 하지만 예기치 않은 일이 벌어지면서 조디의 계획은 꼬이게 되고, 아기는 엉뚱한 집으로 보내집니다. 같은 마을에서 자라게 된 아기, 하지만 아들을 아들이라 부르지 못하고 어머니인데 어머니라고 밝힐 수 없는 조디의 안타깝고 슬픈 사연이 전개됩니다.
제목만 봐도 피치못할 사연으로 아들과 떨어져서 지낼 수 밖에 없는 어머니의 이야기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런 소재는 영화로 많이 등장했지요 특히 우리나라에서. 외국영화로는 눈물바다를 이룬 대표적인 영화 '마담 X' 라는 작품이 생각나고, 우리나라에서는 대흥행작 '미워도 다시 한 번'을 비롯해서 정윤희 주연의 '사랑하는 사람아' 같은 작품이 있었습니다. 대부분 이런 유형의 영화는 신분이 비천한 어머니가 시댁이 될 집안의 반대로 인하여 아기를 빼앗기는 내용이 많습니다. '그리워라 내 아들' 역시도 그런 내용일 거라고 보기 전에 짐짓 짐작을 했습니다.
이 영화는 유복자를 낳은 어머니의 안타까운 사연을 다루고 있는데 의외로 콧대높은 시댁때문에 비천한 신분의 여자가 아기를 빼앗기는 그런 이야기와는 거리가 있습니다. 여주인공 조디는 부자집 딸은 아닐 망정 나름 약국을 운영하는 젊잖은 아버지와 사는, 동네에서도 평판이 좋은 착한 처녀였습니다. 아기를 키우지 못하는 사연은 결혼하기 전에 임신했고, 그만 아기 아빠가 죽어서 미혼모 처지가 되었기 때문인데 비밀리에 출산을 하는 바람에 전쟁고아를 입양하는 형식으로 아기를 데려오려다가 일이 꼬이게 되는 내용입니다. 그래서 우려하는 것과는 달리 여주인공 조디가 경제적으로 비참한 인생을 살거나 밑바닥 삶을 경험하는 내용이 아닙니다. 나름 열심히 살아가고 성공도 이루고 하는데 아기를 키우지를 못할 뿐이지요.
아기와도 완전 생이별까지는 아니고 잠시나마 곁에 있기도 했는데 그리 오래 가지는 못합니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이후로 유일한 혈육인 아들만 그리워하며 그로 인하여 살아갈 힘을 얻고 열심히 사는 조디, 하지만 주변 상황은 조디에게 그다지 호락호락하지 않습니다. 결국은 오랜 세월 어쩔 수 없이 아들과 떨어져서 살아야 했고, 아들의 행복을 더 우선으로 생각하다 보니 더욱 그런 상황이 되고 말았습니다.
어머니의 모정을 감동스럽게 다루고 있는데 낳은 어머니가 주인공이지만 기른 어머니의 모정과 집착도 함께 다루고 있습니다. 아직 자라지 못한 아이에게 두 명의 어머니가 존재할 수는 없는 법, 그렇게 조디의 안타까운 삶과 사연이 펼쳐지는 내용입니다.
1940년대 중년의 조디의 모습에서 영화가 시작하여 조디의 회상으로 1910년대 20대의 젊은 조디의 삶이 등장하고 이후 20여년을 건너뛰며 다시 1940년대로 돌아와서 끝나는 영화입니다. 아이와 헤어진 시간은 조디에게 매우 고통스런 나날이었겠지만 영화는 조디의 행복한 시절도 많이 다루고 있습니다. 영화의 끝장면은 매우 서두르는 듯 간결하게 끝나지만 굉장히 감동적이기도 합니다. 끝맺음을 질질 끌지 않는 할리우드 영화의 특징이기도 하지요.
올리비아 드 하빌랜드가 30세에 출연한 영화로 20대초반부터 40대 후반까지를 연기하고 있는데 나이든 분장도 아주 자연스럽게 소화하고 있습니다. 영화내내 아들을 그리워하고 집착하지만 자신의 행복보다 아들의 행복을 더 우선시하는 어머니의 깊은 모정을 감동적으로 연기합니다.
오랜 세월동안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지만 빠른 대사와 빠른 진행으로 2시간 남짓한 시간동안에 모든 이야기를 담아낸 영화입니다. 올리비아 드 하빌랜드는 원톱 주연이고 조디와 사랑에 빠지는 비행사역과 그 아들 역으로 존 룬드라는 배우가 1인 2역 출연합니다. 그 외에 여러 조연배우들이 등장햐면서 각자의 비중있는 역할을 합니다.
우리나라에는 한국전쟁이 아직 휴전이 되지 않은 1952년에 개봉한 기록이 있고, 1953년에도 상영했습니다. 최소 두 차례 서울상영을 한 영화인데 아마도 전쟁고아나 전쟁으로 가족을 잃은 사람이 많았던 시기에 상영을 했으니 관객들의 많은 눈물을 자아냈을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개봉이후에 TV방영이나 출시 등이 되지 않아서 완전 잊혀진 영화가 되었습니다.
고전의 가치는 다양성을 발굴하는데 있는데 우리나라는 평론가나 시네마데끄 등이 몇몇의 소수의 책에 나온 영화들만 무한 반복으로 상영하고 언급하기 때문에 아주 소수의 고전에만 갇혀있는 불행이 지속되고 있지요. 그나마 최근 10년사이에 많이 등장한 아마츄어 번역가들 덕분에 온갖 영화서적이나 평론가, 잡지, 언론 등에서 발굴못한, 몇 배의 고전을 전파시키고 있고 그런게 인터넷 시대의 힘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좀 더 다양한 영화들이 계속 언급되고 알려지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평점 : ★★★☆ (4개 만점)
ps1 : 올리비아 드 하빌랜드는 나이든 분장을 정말 자연스럽게 녹여내네요. 분장술이 뛰어나지 않은 1940년대 였음에도.
ps2 ; 1940년대 영국문화를 잘 알 수 없어서 이 영화 초반부에 벌어지는 내용을 정확히 파악할 수 없는데 아마도 좀 사는 사람들이 크리스마스나 새해첫날 같은 중요한 축제일에 어려운 근로자를 대신해서 봉사근무를 하나봐요.
ps3 : 원제인 To Each His Own 은 대체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요? 우리나라 개봉제가 나름 잘 어울렸지만.
[출처] 그리워라 내 아들(To Each His Own, 46년)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수상작|작성자 이규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