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시간을 이용하여 책 리뷰를 한번 해볼까 합니다. 시간 관계상 두서 없이...
사진의 왼쪽 2권이 최근 새로 나온 [한국추리소설걸작선]이고 오른쪽 한 권짜리가 10년 전쯤에 나온 [한국추리문학걸작선]입니다. 표지는 한국추리소설걸작선 표지입니다. 책을 읽을 때 표지가 거치적거려, 진열이 아닌 읽는 책들은 저렇게 표지나 띠지를 제거합니다.
한국추리소설걸작선은 표지가 원색을 써서 화려한 편인데 표지를 제거하고 나니 알몸은 생긴 게 비슷합니다. 한국추리문학걸작선이 약간 작은 판형이지만 두께는 조금 더 두껍습니다. 첫 번째 사진은 왜곡되어 보이는군요.
목차를 찍은 사진은 10년 전 출간된 추리문학걸작선입니다. (추리소설걸작선 목차는 맨 아래에 첨부)
추리문학걸작선은 추리소설걸작선(작품 발표순서)과는 달리 데뷔와 활동 시기, 작가의 나이 등을 감안해 작품을 분류해 실었는데 제 작품이 마지막으로 실려 있습니다. 반면, 추리소설걸작선에는 제 소설 IMF나이트가 1권 앞부분에 실려 있습니다. 제 작품의 발표 시기를 감안하면 이는 추리소설걸작선 1권도 대부분의 작품이 15년 이내에 쓰였다는 증거가 아닐까 싶습니다.
최근 출간된 한국추리소설걸작선을 읽기 시작했는데 시간이 없어 많이는 못 읽고, 일단 제목들을 쭉 살펴본 뒤(반 정도의 작품들은 계간 미스터리나 기타 다른 책들을 통해 이미 읽은 작품들이더군요) 읽지 않은 작품들 중에 아무 작품이나 눈에 뜨이는 대로 2작품을 읽었습니다. 정현웅 선생님의 ‘정형외과 의사 부인 실종사건’, 송시우 ‘사랑합니다, 고객님’ 이 그 작품들인데 ‘걸작’ 맞더군요.
한국추리문학걸작선과 한국추리소설걸작선은 사실 독자의 추천에 의해 뽑은 작품은 아닙니다. 생존 작가의 작품들 대부분은 작가들이 자신의 작품 중에 마음에 드는 작품을 뽑은 것입니다. 저 역시도 이번에 실은 [IMF나이트(원제 ‘떠도는 시체’)]는 독자들이 좋아한다기보다 제 개인적으로 애착을 가지고 있는 작품입니다. 아이엠에프가 막 시작되었을 때 쓴 작품으로 아이엠에프를 풍자한 것인데 한국의 일반 독자들이 유독 좋아하는, 트릭 등이 가미된 고전파 스타일의 추리소설과는 상당히 거리가 있습니다.
걸작선에 실린 다른 작가 분들의 작품들도 제가 꼽는 작품들과는 다소 차이가 있습니다.
김종성 선생의 작품은 한국추리문학걸작선에 실린 ‘어느 창녀의 죽음’이 단편으로서는 대표작이 아닐까 하는 게 제 생각합니다. (정석화 선배가 출판사에 있을 때 기획하여 펴냈던 추리문학걸작선은 작품 선정에서 작가의 취향과 편집자의 취향이 뒤섞였다. 당시 김성종 선생의 작품 ‘어느 창녀의 죽음’은 편집자가 고른 것) 하지만 작가의 취향에 의해 선정된 한국추리소설걸작선에 실린 김선종 선생님 작품은 제가 대표작 중 하나라고 생각하는 작품은 아닙니다.
이상우 선생님의 경우 재미있는 작품들이 꽤 많은데 그 중에 제가 개인적으로 가장 재미있게 읽은 작품은 ‘여섯 번째 사고’입니다. 그런데 아쉽게도 분량이 중편이어서 그런지 지금까지 어느 걸작선에도 실리지 않았습니다.
추리문학걸작선과 추리소설걸작선 1권은 중복되는 작가들이 대부분입니다. 그렇게 치면 추리문학걸작선과 추리소설걸작선 1권을 비교해 볼 때 두 권의 책 중 추리문학걸작선에 실린 작품들이 독자들의 취향에 더 맞을 수도 있지 않겠나 싶습니다. 먼저 골라서 출간한 작품집이고 독자라면 독자인 편집자의 입김이 작용했기 때문입니다. 막연한 추측일 뿐입니다만...
독자적인 제 취향으로 볼 때 작가 ‘현정’의 작품 중에 ‘거울 여자의 죽음(추리문학걸작선)’이 ‘포말(추리소설걸작선)’보다 재미있습니다. 작품성으로 말하면 또 다르지만 말입니다. ‘거울 여자의 죽음’은 독자인 제가 좋아하는 작품이고 ‘포말’은 작가가 좋아하는 작품입니다.
물론 이와 반대도 있습니다. 예로, 서미애 선배 작품의 경우 불후의 명 제목인 ‘남편을 죽이는 서른 가지 방법(추리문학걸작선)’보다 재미와 작품성에 있어서는 ‘반가운 살인자(추리소설걸작선)’가 낫지 않나 싶습니다.
추리소설은 각 독자들의 개인적 취향 편차가 하늘과 땅 차이인데(추리소설은 한 작품집을 10명에게 읽히고 가장 재미있는 작품 하나를 고르라고 하면 10명이 각기 다른 작품을 고르기도 함) 이런 재미나 문학성에 대한 생각은 역시 제 개인적인 취향 탓이겠습니다만...
추리문학걸작선과 추리소설걸작선 1권의 작가들 대부분은 수십 년 전, 또는 20년 전 전후로 이름만 대면 대한민국 책 읽는 독자들 누구나 알고 있을 정도로 명성을 날리던 추리소설가들입니다. 반면 추리소설걸작선 2권은 근래에 등단하여 열심히 작품 활동을 하고 있는 작가들의 작품입니다. (작품 발표순으로 작품을 게재하여 딱 맞는 말은 아닙니다만...) 2권에 실린 작가들 작품 수준과 방향이 결국 앞으로의 한국 추리문학의 미래가 아닌가 싶습니다.
추리소설걸작선의 맨 뒤에 한국추리작가협회 약사와 실린 작품에 대한 소개를 추리소설가이자 협회 사무국장인 손선영이 썼던데 잘 썼습니다. 오류도 있고(한국추리문학 신인상이 신예상으로 바뀐 시기는 잘 못 표기 되어 있음), 전반적으로 주례사 비평(책의 판매를 촉진하기 위한 목적, 또는 잘 아는 사람들의 작품을 주례사를 하듯 단점보다는 장점 위주로 말하는 비평)이긴합니다만...^^
한국추리소설걸작선, 책값에 비해 재미있는 작품들이 많고 재미없는 작품은 거의 없습니다. (이번에는 두 작품 밖에 못 읽었지만 기존에 읽은 작품들 기준으로) 외국의 베스트셀러 걸작선집과 비교해도 우수하면 우수하지 질이 떨어지지는 않습니다. 예전에 한국에서 베스트셀러였던 ‘히치콕서스펜스걸작선’을 인상 깊게 읽었는데 걸작선 시리즈의 수준은 그 이상입니다.
꼭 한 번씩 읽어보시길...
[한국추리소설걸작선] 1권 목차
발간사
김내성, 가상범인
현재훈, 절벽
김성종, 회색의 벼랑
문윤성, 덴버에서 생긴 일
이상우, 첫눈 속에 영혼을 묻다
이가형, 비명(非命)
이경재, 광시곡
이원두, 정력 전화
이수광, 그 밤은 길었다
황미영, 함정
황세연, IMF 나이트
김상윤, 드래구노프
노원, 위기의 연인들
방재희, 교환일기
권경희, 내가 죽인 남자
정현웅, 정형외과 의사 부인 실종사건
오현리, 포커
류성희, 인간을 해부하다
현정, 포말
김차애, 살인 레시피
서미애, 반가운 살인자
강형원, 7번째 신혼여행
[한국추리소설걸작선] 2권
곽재동, 안락사
김연, 그대 안의 악마
한이, 체류
김재희, 오리엔트 히트-스푼 메이커스 다이아몬드
이대환, 알리바바의 알리바이와 불가사리한 불가사의
정명섭, 흙의 살인
설인효,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최종철, 아내마저 사기 친 남자
박하익, 마지막 장난
김재성, 목 없는 인디언
송시우, 사랑합니다, 고객님
최지수, 다이어트 클럽
신재형, 그들의 시선
김주동, 탈출
도진기, 선택
정혁, 빛이 닿지 않는 세계의 남자
장세연, 세 번째 표적
김남, 여자는 한 번 승부한다
이승영, 살인의 가치
손선영, 그녀는 알고 있다
조동신, 포인트
홍성호, B사감 하늘을 날다
작품 해설
첫댓글 전에 이사회날 한국추리작가협회에 갔더니 '재미에 걸맞은 무게'인 양, 이 두껍고 무거운 책 2권, 한번에 10개의 추리 단편을 실은 엄청 두꺼운 계간 미스터리 가을호.... 여기에 마누라 작가님 책까지 같이 가져가라고 주던데... 이거 가지고 집에 돌아오느라 피똥 쌀 뻔 했네요. 책 가지고 집에 돌아오다 죽으면 직업적인 과로사인데 산재가 되나 안 되나...?
정리를 잘 했네요 ^^
아 무지막지합니다.
저거 빨리 보고 싶은데 아직 밀린 책들이 많아서... 기다려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