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망초
'사람 발길 닿는 곳은 어디든 자란다'
요즘 야외는 물론 도시 가로수 주변에 메밀꽃처럼 하얀꽃이 피어 있다. 자그마한 노란 봉우리를 하얀 꽃잎이 둘러싼 모습이 앙증맞지만 '개망초'라는 투박한 이름을 가졌다. 꽃화과의 풀로 너무 흔해 우리나라 토종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북아메리카가 원산지인 귀화식물이다. 왕성한 번식력때문에 밭 등에 뿌리를 내리면 작물의 성장을 방해해 농부들에겐 눈에 가시같은 존재다. 그래서 꽃이름에 '개'자가 붙었다.
◇ 금계국
▲금계국
코스모스가 아닙니다. 6월 중순을 전후해 야외에 나가면 도로변과 산자락에 노란색 꽃이 만개해 장관을 이루고 있다. 50㎝ 내외의 키에 꽃 생김새가 코스모스를 닮아 코스모스로 착각하기 쉽다. 때문에 아이들이 '아빠, 저 꽃 코스모스예요?' 물을때 부모들은 십중팔구 일찍 핀 코스모스라고 둘러대기 쉽다. 그러나 이꽃은 국화과에 속하는 금계국이다. 북아메리카의 남부지방이 원산지인 관상용 꽃으로 6~8월에 화려한 노란색 꽃을 피운다. 최근 지방의 각 도로변에 많이 심어져 있다.
◇ 애기똥풀
◇ 애기똥풀 군락 ▲애기똥풀
5~7월 야외에 나가면 유채꽃처럼 생긴 애기똥풀꽃(양귀비과)을 쉽게 볼 수 있다. 이름이 독특해 한번 들으면 좀처럼 잊어먹지 않는다.
'개똥이'처럼 사람에게도 천한 이름을 지어 무사히 자라기를 기원했듯, 이 꽃도 그런 의미였는지 한번쯤 생각을 하게 만든다.
노란 꽃잎이 네장 달려있는 모양이 갓난 애기의 똥처럼 보여 애기똥풀이 됐다고도 하고, 줄기를 자르면 나오는 노란 유액이 애기똥 색깔과 같아 꽃이름이 됐다고도 한다. 아무튼 이름덕분인지 애기똥풀은 마을 주변은 물론 시궁창에서도 끈질기게 생명력을 이어가고 있는 흔한 꽃이 됐다.
◇ 노루귀꽃
◇ 보라색 노루귀꽃들
▲노루귀꽃
'대나무꽃이 아니라 노루귀꽃입니다'
강원도 석병산 등산로에 군락을 이뤄 피어 있는 노루귀꽃. 작년 인터넷을 통해 행운을 안겨주는 대나무꽃으로 잘못 알려졌는데 아직도 일부 인터넷 사이트엔 대나무꽃으로 소개돼 있다. 4월에 보라색, 연보라색, 흰색의 꽃이 피는데 잎이 나기전에 긴 꽃대 위에 꽃이 1개씩 달린다. 어린 잎은 나물로 먹는데, 잎이 노루귀를 닮아 '노루귀'라 불린다
산이나 들에는 여러 가지 식물이 나 있으며, 그 수는 대단히 많습니다. 우리나라에 나는 꽃피는 식물만도 4500여종이나 되며, 이끼나 바닷말 같은 것까지 합하면 그 수는 이루 헤아릴 수 없을 것입니다.
산행이나 야영을 하다보면 주위의 사람들이 "저건 무슨 식물이야"하고 태연하게 말하지만 아주 흔한 우리의 식물 이름을 잘못 쓰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됩니다. 이렇게 잘못 불려지고 있는 것에 다음 것들이 있으니 바르게 부르고 쓸 수 있어야 하겠습니다.
1. '억새'와 갈대'
가장 많이 틀리는 것은 '억새'와 '갈대'입니다. 가을 언덕에 하얗게 나부끼는 '억새'를 '갈대'라고 잘못 알고 있는 사람이 많은데, 모 방송국의 인기연속극 이었던 '갈대'의 첫머리에 억새가 바람에 나부끼는 영상을 보여주어, 많은 시청자로 하여금 억새를 갈대로 잘못 알게 하는데 한 몫을 한 적이 있는가하면, 바람에 나부끼는 억새 사진 밑에 '가을을 알리는 갈대'라는 표제를 신문이나 잡지에 종종 볼 수 있었는데 '우리 식물 바르게 알기 운동'의 확산으로 이제는 거의 자취를 감춘 것 같습니다.
대체로 억새는 건조한 언덕에 나며 그 이삭-정확히는 씨의 털-이 하얘서 시정을 돋우는데, 갈대는 바닷가의 갯벌이나 호수 언저리에 나며 그 이삭이 희지 않고 연한 밤색을 띄우고 있습니다.
지금은 개발에 밀려 적어지긴 했지만, 철새 도래지 을숙도에 나있어 철새의 보금자리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이 갈대입니다.
다음으로 많이 잘못 불려지고 있는 것이 '붓꽃'과 '난초'입니다. 이 잘못의 반 이상은 전적으로 화투가 져야할지 모릅니다. 왜냐하면 붓꽃 그림을 그려 놓고 난초라 부르고 있기 때문입니다.
붓꽃은 다소 습기가 있는 들에 큰 꽃이 피는 아름다운 식물로 우리나라에는 10여종이 있어 한과를 이루는데 그 꽃봉오리 모양이 서예용 붓을 닮았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입니다.
그리고 난초는 우리나라에 100여종이나 분포하는데 항간에서 춘란이라고 부르는 보춘화가 대표적입니다.
그런데 근래에 난 재배 붐을 타고 '자생란 보존회' 등의 이름으로 버스를 대절하여 마구 캐오는가 하면 현지주민에게 채굴을 의뢰하는 수까지 있어 난짜가 붙어있는 자생 식물들이 큰 수난을 겪고 있으며, 보춘화나 풍란, 한란 등은 말할 것도 없고, '복주머니 꽃' '해오라비 난초' 등이 절멸의 위기를 맞고 있습니다.
또 흔히 잘못 불리어 지고 있는 것에 '일본목련'과 '후박나무'가 있습니다. 꽃집에서는 일본목련을 후박나무라 잘못 알고 있으며 심지어는 어느 대학 구내에 심어놓은 이 나무에 후박나무란 표찰이 붙어 있어 관심있는 분으로부터 시정 요청이 있어 바로잡아진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시중의 꽃집에서 후박나무라 부르며 팔고 있는 식물은 일본 특산의 낙엽활엽수인 일본목련이며, 진짜 후박나무는 제주도나 울릉도 그리고 남해안의 일부 지역에만 분포하는 상록활엽수로 그 열매를 천연기념물인 흑비둘기가 즐겨 먹습니다.
많은 국민들이 잘못 부르고 있는 것에 '아카시아'가 있습니다.
'동구 밖 과수원 길 아카시아꽃
활짝 폈네. 하얀 꽃......'
이 유명한 어린이의 애창곡에 따라 이 '아카시나무'가 '아카시아'로 굳어져 가는 느낌인데, 진짜 아카시아는 노란 꽃이 피는 호주산 관목으로 우리나라에서는 식물원에서도 보기 힘든 전혀 딴 식물로 홍콩 등지에나 가야 볼 수 있습니다.
이웃 일본에서는 '니세 아카시아'(가짜 아카시아란 일본말)라 불러, 아카시아와 구별하고 있으며, 우리나라에서도 이와 구별하기 위하여, 향기 높은 흰 꽃이 피며 꿀 많은 이 식물에 '아까시 나무'라는 이름을 지어놓고 있습니다.
초등학교 교과서를 통해서 많은 혼란을 가져왔던 대표적인 식물입니다. 한 때 교과서를 개편하면서 저학년에서는 이 남미 원산의 이 식물에 '물옥잠'이라 표기하고, 그 몇 년 후에 개편된 고학년용에는 똑같은 이 식물 사진에다 '부레옥잠'이란 표제를 붙여 놓았었습니다.
그러자 학부형의 빗발치는 질문 공세에 잘 검토도하지 않고, 고학년 교과서의 이름을 물옥잠으로 통일시켰었습니다. 그러자 관심이 있는 분이 증거 문헌을 첨부하여 시정을 요구하는 바람에 그때서야 '부레옥잠'으로 바로잡아졌던 곡절 많은 식물입니다.
이 식물은 원산지에서는 1m 이상이나 자라 수로를 가득 메워 교통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고 하나, 우리나라 기후에서는 자연 상태에서 월동이 안되므로 별문제는 없을 뿐 아니라 그 모양이 아름다워 어항에 넣는 수가 많으며, 그 잎자루가 크게 부풀어 많은 공기를 함유하여 물위에 잘 뜰 수 있도록 적응되어 있어 교재 가치가 높습니다.
그런데 진짜 '물옥잠'은 우리나라의 논에 흔하던 잡초의 한 가지였는데 근래에는 제초제의 과다 사용으로 보기 힘들게 되어 경남 함안의 자연 늪이나 강화도의 일부 수로 등에서 볼 수 있을 정도입니다.
그런데 최근에 방영된 모 방송국의 '과학 2000년'에 이를 이용한 수질 정화 효과를 설명하는 가운데 수 차례나 이 식물을 보여주며 '히야신스' '히야신스'를 연발하는 것을 볼 때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 없었습니다. 끝머리에 '부레옥잠'이라고도 불리우는 이 '히야신스'는 하고 토를 달아 조금은 다행이었으나 좋은 우리 이름을 썼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고, 외국명을 쓰더라도 바르게 썼으면 합니다.
부레옥잠의 영명은 분명 '워터 히야신스'이나 앞부분의 '워터'를 빼버리면 이와는 전혀 다른 수선화과의 식물이 되기 때문입니다.
나. 아름다운 꽃을 피우는 우리 식물
꽃은 참 아름답습니다. 그리고 그 꽃을 가꾸는 사람의 마음은 더욱 아름답습니다.
그런데 우리들의 꽃밭을 유심히 살펴보면 봉선화, 백일홍, 해바라기 등 오래 전부터 심어온 정든 꽃들이 있는가하면 페추니아, 팬지, 버베나 등 근래에 들어온 것 등 대부분이 외국 원산의 꽃들입니다.
백화점엔 외국 상품이 가득하고, 꽃밭에 온통 외국 꽃만이 심어져있어야 되겠습니까? 우리나라 꽃에는 아름다운 것이 없으니 할 수 없다고요?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우리나라엔 외국 꽃보다 더 예쁜 꽃이 많습니다.
붓꽃은 5월에 피는 화려한 꽃입니다. 시원스레 쭉쭉 뻗은 난초같은 잎 사이에서 긴 꽃대가 나오면 그 위에 마치 옛 선비들이 서예 솜씨를 뽐내던 붓 같은 꽃봉오리가 생기고 곧 이것이 벌어져 화려한 자태를 나타냅니다. 꽃잎에 호랑이 같은 무늬가 있는 아름다운 꽃입니다. 우리 조상들을 이 꽃봉오리의 모양을 잘 관찰하여 이런 멋진 이름을 붙여주었으며, 이 이야기만 들으면 절대로 이 꽃 이름을 잊지 않게 됩니다. 이 붓꽃을 어떤 사람들은 난초라고 잘못 알고 있는 사람들이 많은데 난초는 붓꽃과는 아주 다른 딴 식물입니다. 붓꽃은 한 두 포기를 심어도 좋지만 여러 포기를 한 곳에 심는 것이 더 보기 좋습니다. 이 꽃은 여러해살이식물이므로 포기나누기를 해도 좋고 씨로도 번식시킬 수 있습니다.
금낭화는 이름 그대로 비단주머니 같이 예쁜 꽃을 주렁주렁 매다는 아주 좋은 꽃입니다. 마치 어떤 악기 같기도 한 분홍색 꽃이 매달린 모습은 일종의 신비감을 자아내기까지 합니다. 이 여러해살이 꽃은 한군데 심어도 좋고 수석 (멋있게 생긴 돌)이나 고목에 붙여도 잘 어울립니다. 원래 나무 그늘이나 계곡의 바위 틈 등에서 자라던 것이니까 물기가 다소 있고 약간 그늘이 드는 곳이 좋겠지요.
심어 가꾸면 좋은 나무에 자귀나무가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산이면 어디에나 나 있는 이 나무는 키가 2, 3m에서 10여 m 까지 자라는 소 교목인데 작은 잎이 많이 모여서 큰 하나의 잎을 이루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잎이 밤이 되어 어두워지면 마치 합장을 하듯이 서로 마주잡고 푹 잡니다.
그래서 '자는 나무'란 뜻으로 자귀나무란 이름이 붙여졌습니다. 이와 비슷하나 논가에 나는 풀에 '자귀풀'이 있는데 이 식물도 밤에는 잎을 모으고 잡니다. 이와 같이 잠을 자는 식물에는 땅콩, 차푸르 족제비 싸리 등 콩과식물 중에 많이 있습니다. 브라질 원산의 '미모사'의 잎은 역시 밤에 잘 뿐 아니라, 살짝 건드리거나 바람만 불어도 잎을 오물입니다.
그건 그렇고, 자귀나무의 아름다움은 그 꽃에 있습니다. 마치 꽃술 같은 가는 분홍 꽃이 수백 개가 모여 한 꽃송이를 이루며, 그런 꽃이 여름에서 가을가지 계속이어 핍니다.
또 꽃밭에 심어 가꿀만한 것에 할미꽃이 있습니다. '젊어서도 할미꽃 늙어서도'이라는 가사와 같이 털복숭이 꽃대에 매달려 있는 붉은 보라색 꽃이 볼만합니다. 이 할미꽃은 양지쪽을 아주 좋아합니다. 그래서 나무가 우거진 요즈음에는 묘지의 잔디밭 등에서나 볼 수 있고, 여러해살이 식물이기 때문에 한번 심어 놓으면 매년 포기가 불어 탐스러워지는 장점도 있습니다.
약이 되는 구절초도 꽃밭이나 도로 가에 심어 볼만한 꽃입니다. 마치 국화와 같은 향기가 있는 잎도 시원스러워 보이지만 가을이 되면 코스모스 비슷한 큰 꽃이 피어납니다. 보통 흰색이지만 간혹 붉은 색을 띄우는 것도 있습니다.
우리 식물의 섬초롱꽃도 심어 볼만합니다. 울릉도 특산인 이 식물은 밭둑이나 길가 등에 나 있던 것이기 때문에 햇빛이 잘 드는 곳이면 어디에서도 잘 자랍니다.
여러해살이이기 때문에 한 번 심어놓으면 매년 돋아나며 씨로도 잘 번식할 뿐 아니라 포기나누기도 할 수 있습니다. 여름에 붉은 빛이 도는 큰 초롱같은 꽃이 핍니다. 그리고 전국 어디서나 나는 초롱꽃도 심어 볼만합니다. 꽃이 희고 약간 습기를 좋아하는 차이점이 있을 뿐입니다.
이밖에도
봄에 피는 것에는 복수초, 은방울꽃, 앵초, 진달래, 제비꽃,
여름에 피는 것에는 까치수영, 물레나물, 엉겅퀴, 참나리, 백리향, 함박꽃나무,
가을에 피는 것에는 도라지, 싸리나무, 칼잎용담, 꽃향유, 벌개미위 등 이루 헤아릴 수 없습니다.
특히 우리나라 특산식물인 벌개미 취는 키가 작고 꽃대가 튼튼하며 보라색의 큰 꽃이 아름다우며 아무데나 잘 자라 심어 볼만한 꽃입니다. 강원도의 태백시에서는 이 꽃을 도로가에 군식해 놓았는데 코스모스보다 훨씬 좋아 보였습니다.
채소밭의 배추를 배추벌레가 갉아먹어 잎줄기만 앙상하게 남거나, 벼메뚜기가 볏잎을 갉아먹는 것을 본 사람은 많겠지만, 벌레를 잡아먹는 식물이 있다면 곧이듣지 않거나 그야 외국의 이야기겠지 하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을 것입니다. 그러나 실제로 있습니다. 우리가 살고있는 마을 주변에도 그런 식물이 있습니다. 심지어 1000만 명의 사람들이 복작거리는 수도 서울 부근에도 흔하지는 않지만 두 세 종이 있습니다. 끈끈이주걱과 땅귀개, 통발이 그것입니다.
당장 가보게 나있는 곳을 알려달라고요? 그 식물은 너무나 희귀하여 잘못하면 전멸될 우려가 있습니다.
그럼 우선 우리나라의 대표격인 식충 식물의 하나인 끈끈이주걱 이야기부터 하겠습니다. 이 식물은 잎이 뿌리 쪽에서 모여나되 옆으로 퍼집니다. 잎은 거꾸로 된 달걀모양이거나 납짝한 동그라미 모양인데 그 길이와 나비가 5∼10mm로서 밑 부분이 갑자기 좁아져서 잎자루로 됩니다.
그런데 이 잎 표면에는 붉은 색의 긴 선모-굴이나 그 밖의 액체를 분비하는 털이 나 있습니다. 이 털에서 나오는 끈끈한 붉은 액체가 벌레를 잡는 무기입니다. 이 털에 파리같은 작은 곤충 등이 날아와 앉으면 짝 늘어붙어 꼼짝 못하게 합니다. 그러면 잎을 약간 오물여 포위하듯이 감쌉니다. 이 때 선모에서 나오는 붉은 액체 속에는 단백질을 소화시키는 효소가 들어있어서 천천히 곤충의 몸체를 녹여 흡수하여 양분으로 삼으니 신기하지 않습니까? 이 끈끈이주걱은 맑은 물이 졸졸 흐르는 물가나 얕게 물이 괴어있는 양지쪽에서만 살아갈 수 있는데 이런 환경을 갖춘 곳이 드물기 때문에 희귀해진 것이다.
어떤 곤충이나 벌레가 이 식물에 잡히며, 잡힌 곤충이 얼마 후에 어떻게 소화 흡수되는지 알고 싶지 않습니까?
이 식물에는 7월에 6∼30cm의 꽃대가 나와 꽃잎이 5개 인 작은 흰 꽃이 핍니다. 이 끈끈이주걱과 비슷한 우리나라의 식충 식물로는 전라남도 바닷가에 아주 드물게 나는 끈끈이 귀개가 있고, 북부 지방의 습기가 많은 곳에 긴잎 끈끈이주걱이 있습니다. 그런데 미국의 캘로라이나 지방에는 마치 잎 모양이 참새 덫처럼 생긴 파리지옥이란 식물이 있는데, 곤충이 찾아와서 이 덫처럼 생긴 잎 속에 있는 감각모를 몇 차례 건드리면, 마치 살아있는 동물같이 탁 덮어버리는 색다른 식충 식물도 있답니다.
파리지옥과 비슷한 방법으로 벌레를 잡아먹는 식물에 벌레먹이말이라는 물풀이 우리나라의 물웅덩이 속에 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환경의 파괴로 찾아볼 길이 없어 안타깝기 그지없습니다.
그러나 다행히 통발이라는 식충식물은 드물지만 논이나 물웅덩이, 연못 등에서 찾아 볼 수 있습니다. 이 식물은 뿌리가 없이 괴어있는 물의 수면 가까이에 둥둥 떠서 살아가는 물풀인데, 3∼9cm의 가는 잎이 어겨나 깃꼴로 실 같이 갈라지며, 갈라진 것에 가시같이 끝나는 톱니가 있습니다.
그리고 곁가지에서 잎이 갈라지는 곳에 길이 3mm정도의 반달모양의 벌레 잡는 주머니 (포충낭)가 달려 있어서 이것으로 작은 벌레들을 잡아먹습니다. 이 포충낭의 문인 3은 몇 개로 나뉘어진 가시같은 감각털이 있어 마치 더듬이 같은 일을 합니다.
그런데 주머니 속이 밖보다 저기압이어서 작은 벌레가 이 문의 털에 살짝 닿기만 해도 그 자극이 즉각 전해져서 재빨리 문이 열려 벌레를 빨아들인 다음 곧 닫아버립니다. 아주 큰 포충낭에는 아주 작은 새끼고기가 잡히는 수도 있지만 대개는 물벼룩이나 작은 새우의 유생인 시프리스 등입니다.
처음엔 포충낭에서는 소화액을 분비하지 않는데 그 까닭은 물 속에는 너무나도 많은 먹이가 있기 때문에 서두를 필요가 없는 것으로 생각되고 있습니다.
이 통발은 9월경에 꽃대가 새겨 물 밖으로 나와 예쁜 노란 꽃을 피웁니다.
이런 함정형 식충식물 중에서 가장 큰 것은 인도, 말레이시아, 볼르네오, 스마트라, 필립핀 등의 열대지방에서 나는 네펜덴스라는 덩굴성 식물로 길이가 12m나 되며 포충낭만도 60cm가 넘는 것도 있다니 참 놀랄 밖에 없습니다. 이 네펜덴스의 1종은 서울대공원이나 제주도의 여미지 식물원의 대온실 등지에서도 심어 가꾼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에는 이 밖에도 이삭귀개, 당귀개, 벌레잡이제비꽃 등이 있는데 이들이 벌레를 잡는 방법에 다라 나눠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1) 끈끈이식
끈끈이주걱, 긴잎끈끈이주걱, 끈끈이귀개, 벌레잡이제비꽃, 털잡이제비꽃
2) 덫식
벌레잡이말.
3) 함정식
통발, 들통발, 개통발, 북통발, 이삭귀개, 땅귀개, 자주땅귀개.
여러분들도 이제 식충식물에 대하여 상당히 많이 알게 됐으니, 어디에 어떤 식충식물이 나있으며 어떻게 벌레들을 잡으며, 그 양은 얼마나 되는지 알아보고 싶지 않습니까?
그리고 그런 식물을 발견하면 잘 관찰하고 연구는 하되 절대로 캐가거나, 밟지 말아서, 이 귀중한 자연 자원을 고이고이 우리 후손에게 물려주어야 되겠지요.
잎을 다 떨어뜨리고 앙상한 가지만 남은 겨울나무에 푸른 덩어리를 본 적이 있습니까?
이것이 바로 지금부터 이야기하려는 딴 식물에 얹혀 사는 기생식물의 하나인 겨우살이입니다. 잘 살펴보면 뿌리는 나무에 단단히 박혀있고, 줄기는 두 가닥씩 몇 번 갈라져서 전체가 한 덩어리를 이루고 있습니다. 그리고 가지의 맨 끝에는 두껍고 길쭉한 두 개의 잎이 마주나 있습니다. 두 잎 사이에 지름 6mm 정도의 동그란 노란 열매가 달려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제주도 한라산에는 이것과 함께 빨간 열매가 달리는 붉은 겨우살이도 볼 수 있습니다.
이 식물은 대체로 참나무 등의 낙엽활엽수에 단단히 뿌리를 박고 그 식물-기주-로부터 양분을 빼앗아먹고 살아가는 마치 사람에 기생하는 벼룩이나 회충 같은 기생식물입니다. 식물에게도 남의 몸에 기생하는 것이 있다니 괘씸하기 그지없지요? 이렇게 식물의 세계도 신비하고 괴상하기 그지없는 현상까지 있습니다. 대체 이 겨우살이가 어떻게 하여 저 높은 나무가지 위에 기생할 수 있었을까요? 그 가능성을 여러 가지 방면으로 생각해봅시다.
겨우살이는 은행나무와 마찬가지로 암꽃이 피는 나무와 수꽃이 피는 나무가 따로 있습니다. 작고 노란 꽃이 봄에 피는 데 이 꽃은 꿀샘에서 꿀을 많이 분비하여 파리종류 등을 불려들여 가루받이가 이루어지게 합니다.
그 후 열매가 맺히는데 처음엔 작고 연두색이나 가을을 지나 초 겨울철이 되면 노랗게 익어 구슬같이 반짝이게 됩니다. 그런데 이 열매가 익어 땅에 떨어지면 비록 싹이 틀지라도 자라지 못하고 죽어버릴 게 아닙니까? 도대체 날개도 없는 겨우살이 씨가 저 높은 나무가지 위로 올라가서 싹을 틔우는 비결은 무엇일까요?
과학자들은 여러 가지로 궁리하고 끈질긴 관찰과 실험 끝에 그 비결을 알아냈습니다. 알고 보면 간단합니다. 제 몸의 일부를 주며 남의 힘을 이용하는 것입니다.
잘 익은 겨우살이 열매는 얇은 겉껍질 속에 풀같이 끈끈한 과즙이 차있으며, 그 속에 1개의 씨가 들어 있습니다. 그런데 "새를 보려면 겨우살이 밑으로 가라"는 속담이 있을 정도로 이 열매를 새들이 좋아라 먹습니다.
그러나 과즙은 잘 소화되지 않는 특성이 있어, 그 끈기를 간직한 채 씨와 함께 몸밖으로 배설됩니다. 이 때 끈기가 있는 씨는 과즙과 함께 나무가지에 달라붙게 되다니 그 얼마나 신기한 공생관계입니까?
그러나 겨우살이는 모든 양분을 기생나무에게 몽땅 의지하는 것은 아니고 자기 스스로도 광합성을 하니 조금은 체면을 차린다고나 할까요?
겨우살이 나무 종류에는 열매가 이삭을 이루며 잎이 보다 넓은 꼬리겨우살이, 상록 활엽수에 기생하는 참나무겨우살이, 동백나무겨우살이 등이 있습니다.
그런데 겨우살이보다도 더 괘씸한 기생식물은 새삼과 실새삼입니다. 잎조차 없어 진짜 회충처럼 길게 생긴 덩굴로 닥치는 대로 단 식물체를 휘감는데, 그 감은 자리마다 거머리같은 빨판으로 변하여 마구 양분을 빨아먹습니다.
처음 새삼이 씨에서 발아할 때는 보잘것없이 가늘었지만 일단 딴 식물체를 감아 양분을 얻게 되면 점점 굵어지며 쑥쑥 자라 식물을 아주 덮어버려 죽게 하는 경우까지 있습니다.
줄기가 붉으며, 지름이 3∼4mm 되는 새삼은 숲 가장자리에서 나무나 풀을 가리지 않고 해를 끼치나, 노랗고 지름이 2mm미만의 가느다란 실새삼은 콩과식물에만 기생하는데 이것이 콩 밭에 한번 들어오면 온 밭이 노래질 정도의 피해를 입게 됩니다.
이 잎조차 없는 식물도 여름이 되면 마디마다 꽃봉오리가 맺혀 자잘한 흰 꽃이 핀 다음 많은 잔 씨가 들어있는 열매를 맺는데 그 씨를 토사자라 부르며 강정, 강장제가 된다니 쓸모가 전혀 없는 식물은 없는 모양이지요?
실새삼과 아주 비슷하나 공과식물은 물론 그 숙주를 가리지 않는 것에 갯실 새삼이 있습니다. 이 밖에도 어떤 기생식물이 어떤 식물에 기생하여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계속하여 알아봅시다.
재미있게 불리어지는 우리 식물 이름들-(다. 멸종 위기의 보호 야생 식물)
1. 깽깽이 풀
강원도, 경기도, 경상북도, 충청북도 등의 산지에 드물 게 자라는 여러해살이 풀로 약재 사용을 위한 추취로 위기에 처해 있는 종입니다. 꽃은 지름 2cm 정도의 연보라색으로 4, 5월에 잎이 나오기 전에 피며, 꽃잎은 6,8개이다.
2. 암매
한라산 백록담 근처의 암벽에 붙어 자라는 상록의 작은 떨기나무로 줄기는 바위위에 누워 자랍니다. 꽃은 6, 7월에 피며, 지름 1.5cm의 흰색으로 종 모양이다. 열매는 둥그스럼한 삭과로 지름 3mm입니다.
3. 노란만병초
강원도 설악산을 비롯한 북부 고산지대의 정상부근이나 능선 초원에서 자라는 상록성 저관목으로 넓은 잎은 1년 중 9개월 동안이나 눈속에 파묻혀 지내고 눈이 녹는 6, 7월경 연한 황색의 꽃이 핍니다. 줄기는 바람을 피해 지면에 붙은 체 자라며, 삭과로 9월에 익으며 길이 2cm정도입니다.
4. 둥근잎 꿩의 비름
우리나라 특산 식물로서 개체군의 수가 많지 않은 희귀식물로 주왕산 계곡 폭포의 주변이나 습기가 풍부한 바위 틈에 붙어 자라는 여러해살이 풀입니다. 꽃은 7, 9월에 짙은 홍자색으로 피며, 줄기 끝에 둥글 게 모여 달리며 꽃잎은 5개로 배 모양이다.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식물에 관심을 가지고 조사와 연구를 하고 그 결과를 자료로 만들어서 정리하여 보면 많은 지식을 알게 될 것입니다.
우리 산악인들은 모름지기 이러한 우리의 식물이나 동물에 대한 지식을 이해하고 바르게 활용할 수 있어야 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