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년 5 월 31 일 일요일 맑음
다음날 아침
이것저것 준비하고 대청소하느라
전날밤을 꼬박 새우다시피한
풀천지 가족은 늦잠을 자고
꼭두새벽에 일어나시어
온 마을을 산책하시고 온
스님을 위하여
아침상을 준비하였다.
원래 풀천지 가족은 아침을 먹지 않는 습성 때문에
어떤 손님이 풀천지를 방문하시더라도
거의 한번도 아침을 대접해 드린적이 없는데
아무리 뻔뻔한 풀천지 이지만
감히 스님껜 그럴수가 없었던 것이다.
오늘 아침상은
어제밤에 스님께 특별히 사사받은
백죽을 정성을 다해 끓여내었다.
스님껜 불합격 판정을 받았지만
오랜세월 아침을 먹지 않는 습관때문에
풀천지 가족은 아침을 조금만 먹어도
속이 더부룩한데
스님의 가르침대로 끓여낸 백죽은
이상하게도 한그릇을 다 비웠는데도
그리 속이 편하기만 하였다.
한국에서 신참 스님 시절에
법정스님 식사당번을 하셨는데
아침과 저녁 죽만 드시는 법정 스님덕분에
죽을 가장 맛있게 끓이는 방법을
완전히 터득 하셨다 한다.
백죽만 제대로 끓일줄 알면
잣죽이 됐건 콩죽이 됐건
어떤 죽을 끓이는 일도
식은죽 먹기가 된다 하셨다.
그리고 오랜 세월
혼자서 밥해 먹는
홀애비 생활을 몇십년 하다보니
음식에 대한 맛의 감각이
초절하게 예민하시어
요리에 대한 감각마저
달인의 경지에 이르신 모양이다.
나중 즐거이 풀천지에 들르시는 분들에게
풀천지가 신나게 알려드릴 터이니
더욱 즐거운 만남이 되어줄 것이다.
시골 생활의 경험이 없는
송담님 부인께서
스님을 졸라 병아리 구경을 시켜드린다.
인도에서 평생을
가난한 민중들과 함께 생활해온 스님답게
농가의 생활도 환히 꿰뚫어 보신다.
몇천미터의 고봉에서
생산되는 감자의 맛이
일반 감자와 비할수 없다는 말씀을 들었을때
꼭 맛보고 싶었지만
생물은 비행기 택배가 불가능하니
인도를 거쳐 히말라야를 직접 가보지 않으면
맛볼수 없는 일이니 입맛만 다시고 말았다.
몇달동안 고생해서 2 층 공사를 멋지게 마무리한후
첫번째 방문객이 황송하게도 청전스님이셔서
더욱 기쁜 마음으로 방명록을 부탁드렸는데
평소 첼로를 연주하시고 학창 시절 그림에도 조예가 깊으시어
무척 재미있는 방명록을 몇장이고 선물해 주신다.
또한 스님의 커피내리는 솜씨는
거의 백악관 수준의 최고라 하셨다.
송담님의 말씀을 빌리면
그동안 세계곳곳을 돌아다니며 수많은 커피를 맛보았지만
그중 스님의 커피맛이 제일 최고였다는데
어젯밤 긴장한 나머지 잘못 끓여낸 커피의 맛을
감각이 예민한 스님께 불합격 판정받은
풀천지 바리스타 재현이가
심기일전하여
정성을 다한 커피의 맛이
스님 커피와 맛이 똑같다 칭찬해주시어
재현이의 맺혔던 마음이 환한 기쁨으로 적셔주었다.
멋들어진 필체로
착한 삶 맑은 영혼
귀한 글을 남겨주신다.
스님께서 평소에
민중이 추구하는 삶의 행복이
오직 착하게 살아갈수 있을때만이
가능하단 말씀도 남겨주신다.
요즘처럼 혼탁한 세상에
우리는 과연 착하게 살아갈수 있을것인가 ?
일전에 풀천지에게 보내온 스님의 자필편지에도
똑같이 소개해준 뱀띠 그림을 비롯하여
닭띠 그림을 그려달라하자
통닭을 재미나게 그려주고
흥이 난 스님께서
재홍이 말띠 그림을
이처럼 재미나게 그려주시고
쥐그림이랑
개그림까지 재미나게 그려주시는데
풀향기 아내랑 재현이를 위하여
소그림을 그려달라 하자
소그림은 이상하게 잡혀지지 않는다 하며
대신 동자승을 그려주신다.
초기엔 사실화로 출발하여
말년에 바보산수화로 대성한
운보 김기창 화백이 생각나는 순간이다.
사람의 감각이 어찌 이토록
탁월할수 있단 말인가 ?
그는 성자이기 이전에
모든 인간에게
모든 민중에게
가장 재미난 친구이기도 한것이다.
꿈같은 시간이 지나고
아쉬운 작별의 시간이 다가오는데
마지막 헤어짐의 악수를 나누려는데
스님의 눈가에도
풀천지의 눈가에도
빠알간 물이 들고 마는 것이다.
스님은 떠나갔는데
못난 풀천지는
그만 한참을 엉엉 울어버리고 만다.
풀천지를 울린 남자 스님께서는
몇달후 인도를 다녀오시는대로
풀천지에 다시 들러주실것을 약속하셨다.
이제 풀천지는
스님의 수많은 정착지중에
한곳이 되었다.
한순간에
풀천지 가족을 성장시킨
스님의 위대한 그리움에
하염없는 감사를 전하여본다.
부디 아무쪼록 무탈하시어
어디를 가시던
건강한 행복 즐거이 이어가시길
소망해본다.
저녁나절엔
풀천지와 한가족의 인연으로 지내며
광진기업 예은님 부부를 저녁식사에 초대하여
청전스님께서 남기고 가신
말씀의 향기들을 추억하며
정겨움을 나누었다.
청전스님과 맺어진 인연의 복이
모두에게 전해져
인생삶의 고해바다를
무난히 잘 헤쳐가게 되길 바래본다.
며칠후
지인들께 보내는 전체 메일 중에
풀천지 가족의 얘기를 소개하면서
히말라야 청전스님의 벅차기 그지없었던
풀천지 방문기를 기쁨으로 마무리한다.
송담 내외가 저게 편리를 주려 왔기에 엿새를 그 한절에서 쉬다가 우리 길로 출발.
첫 날은 봉화군 춘양면의 진짜 깡깡촌 "풀천지"란 간판 단 한 귀농 농부집.
점심 저녁 이튿날 아침까지 희안한 밥상.
순수 초식에 곁들인 해물 찌게나 전, 포 등등 아 이럴때만큼은 "누카 인쌩을 코라 했지?"를
내뱉심돠. 넘넘 행뽀꾸하고 신이 나니께로잉. ㅋ ㅋ ㅋ
마지막 산골 농부의 잔잔한 여운이 오래갈겁니다.
이런 양반들을 알게 된 인연은 지난번 한 교회에 나가 강연한 이후 칭구가 되야뿟지라.
한마디로 이 시대의 인간 사람입니다.
함께 깡촌에서 사는 두 아들은 하늘 사람이랍니다. 정말 이 시대에 그런 얼굴이라니!
제가 그랬네요. 수도복만 입히면 최고 성자의 모습들이라꼬.
헌디 장가갈 나이인데 어떤 여인도 그 산골엔 안온다는 것!
이튿날 나오는데 손수 기른 토종닭 달걀이며, 산에서 채취한 귀한 장뇌삼이랑, 직접 볶은 코피까지 바리바리 챙겨 줍니다.
잠 눈물이 피이잉 --- 주인장도 악수하며 훌쩍이던데 분명 나가 한대 쥐어팬건 아닌디.
첫댓글 스님의 방문에 제가 왜 가슴이 뛰는지 모르겠네요.
"착한 삶 맑은 영혼" 마음에 새겨야겠습니다..
풀향기님의 푸짐한 상차림은 언제봐도 맛깔스럽고
많은 음식을 차려내시는 솜씨에 감탄할 뿐입니다.^^
맑은영혼을 지니신 자비하신 청전 스님께서
몇번이고 착한삶을 잃지 않도록 당부 하셨답니다
과연 혼탁한 이세상에 맑은 영혼으로
착하게 살아갈수 있는 이가 얼마나 있을런지요?
늘 부끄러울 따름입니다
솜씨가 부족한 풀향기 아내이기에
귀인을 맞이하여 온 정성을 다하려다 보니
애만쓴 결과이지요 ~
청전 스님이 추천하신
달라이 라마님의 ' 행복하고 행복하고 행복하라 ' 란 책을
구독하여 읽어보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