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동북아음악연구소에서는 한국전통음악 중 복원 및 재현이 필요하다고 여겨지는 악곡을 선정하였고, 2009년에 봉장취 복원공연, 2010~2011년에는 고대 한국음악의 복원 및 재현을 일본연주자와 한국연주자들이 함께 공연하였습니다.
올해 2012년에는 판소리 중고제의 명창으로 활약하던 심정순일가의 음악을 SP음반에 근거하여 재현 및 복원연주를 갖게 되었습니다.
중고제 판소리와 가야금병창은 20세기 전반 무렵, 극장 공연과 라디오 방송, 음반 발매 등 근대 문물이 수용되며 전통음악 환경이 역동적으로 변화하던 시기에는 매우 큰 인기를 누리는 소리였습니다. 이때 대표적인 중고제 명창으로 이동백.김창룡.심정순을 들 수 있습니다. 모두 서울에 상경하여 대단히 활발한 활동을 한 대명창들이지만, 이 세 명 모두 후계자를 기르지 못한 채 타계함으로서, 이 때를 기점으로 중고제 판소리는 전승의 맥이 끊어지게 되었습니다.
청송심씨가문은 판소리, 재담, 가야금병창, 가야금독주 등에서 상당한 특기를 보였던 음악가문입니다. 심정순을 필두로 조카인 심상건, 아들인 심재덕, 딸 심화영에 이어졌지만 지금은 전승이 끊어지고 말았습니다. 따라서 중고제는 오직 유성기음반을 통해서만 접할 수 있는데 남아있는 양이 적고 그 소리를 알아듣기가 매우 어렵고 힘듭니다. 오늘 공연에서는 심정순의 딸 심화영이 작고하기(2009년) 전에 전승했던 소리의 일부도 선보일 것입니다. 유성기음반을 비롯한 자료가 남아있어서 그것을 중심으로 공연을 할 수 있게 된 것을 다행스럽게 생각합니다. 이 공연을 통해 중고제소리가 되살아나 언제라도 들을 수 있는 음악이 되기를 바랍니다.
이러한 고악의 재현이나 SP음반에 남아있는 일제강점기의 음악들을 오늘날의 국악애호가들에게 어떻게 하면 잘 들려줄 수 있는가를 고민하는 복원 및 재현사업은 앞으로도 계속해서 이루어져야 할 중요한 사업 중의 하나입니다. 그러나 그러한 재현만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바탕으로 하여 새로운 21세기의 한국음악을 창조해 나가야 할 것입니다.
그것이 바로 법고창신(法古創新)의 정신이며, 그러한 정신 밑에 새롭게 태어나야 할 음악이야말로 더욱 중요한 것으로 생각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