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시조>
쓴 나물 데온 물이
정철
쓴 나물 데운 물이 고기도곤 맛이 이셰
초옥(草屋) 좁은 줄이 긔 더옥 내분(分)이라
다만당 님 그린 탓으로 시름 계워하노라
♣어구풀이
-고기도곤 : 고기보다. ‘도곤’은 비교격 조사.
-이셰 : 있네
-초옥(草屋) : 풀로 지은 집. 초가(草家). 초려(草廬).
-긔 : 그것이
-분(分)이라 : 분수이라. 본분이라. ‘분(分)’은 본분으로, 사람이 저마다
갖는 본디의 신분을 말함.
-다만당 : 다만. ‘당’은 종장 첫구의 글자수를 맞추기 위해 들어간 무의미
한 소리임.
-시름계워하노라 : 시름을 이기지 못하여 한다.
♣해설
-초장 : 쓴 나물을 데운 물이지마는 고기보다 맛이 있구나
-중장 : 보잘 것 없는 초가집에 사는 것이, 그것이 바로 내 분수에
꼭 알맞은다.
-종장 : 단지 한가지 임금을 그리워 하는 탓으로 못내 걱정됨을 이기지
못하겠노라.
♣감상
정철은 일찍이 당쟁에 몸을 담아 서인(西人)의 거두로서 유배 생활
과 은둔, 벼슬살이를 거듭하는 파란곡절을 겪은 인물로, 이 시조는
유배생활 중에 지은 작품인데 출사(出仕)와 은둔, 당쟁에 얼룩진 속
에서도 임금을 잊지 못해 하는 작가의 정이 잘 나타나 있는 노래이다.
즉 중장에서는 안빈낙도(安貧樂道)의 생활을 읊었고, 종장에서는 연
군(戀君)의 정(情)을 읊고 있다.
♣작가소개
정철(鄭澈, 1536~1593) : 자는 계함(季涵), 호는 송강(松江), 칩암거사
(蟄菴居士), 시호는 문청(文靑), 본관은 영일(迎日)로 중종 31년 한양에서
출생. 명종 초 을사사화에 부친이 남쪽으로 귀양감에 따라 당시 10세이던
송강은 부친을 따라가서 송순, 김인후, 기대승 등에게서 수학(修學). 명종
17년, 27세에 문과에 장원으러 급제. 40세에 서인(西人)이 되었고, 45세에
강원도 관찰사(觀察使)로 부임. 관찰사 재직 당시 「관동별곡(關東別曲)」, 단
가인 「훈민가(訓民歌)」 등을 저술함. ‘사미인곡(思美人曲)’, ‘속미인곡(續美
人曲)’ 및 많은 가사를 지음. 저서로는 「송강사가(松江歌辭)」2권 1책과 문
집인 「송강집(松江集)」11권 7책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