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해외주재 외교관 자녀들에게 사실상 ‘무제한’에 가까운 학비지원을 해온 것으로 나타났다. 1년에 7400만원이 넘는 자녀학비 수당을 국고(國庫)에서 지원받은 외교관도 있었다.
7일 한나라당 윤상현 의원은 김성환 외교통상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외교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토대로 이 같은 사실을 폭로했다.
윤 의원에 따르면, 지난해 해외주재 해외주재 외교통상부 공무원의 자녀 학비지원 보조수당으로 지출된 금액은 156억원에 달했다. 자녀 1인당 2000만원이 넘는 금액이 지원된 것이다. 윤 의원은 “외교관 자녀 21.1%는 연간 학비가 3000만원이 넘는 학교에 다녔다”고 덧붙였다.
이는 국내에서 근무하는 공무원들의 학비지원 수당보다 훨씬 많은 액수다. 국내 공무원은 중학생 자녀의 경우 6만2400원, 고등학생 자녀는 44만6700원 내에서 학비를 지원받고 있다. 자립형사립고나 특목고에 진학해도 학생 1인당 연간 180만원 이상 지원받을 수 없다. 대학에 다니는 자녀에 대해서는 국내외 모두 학자금 지원을 하지 않는다.
반면 해외 주재 공무원의 경우, 학비지원수당에 대한 상한선이 아예 규정에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공무원 수당 등에 관한 규정’에 따르면, 해외 주재 공무원의 경우 월 600달러(약 67만원) 이하의 학비는 전액 지원하고 이를 초과하면 초과금액의 65%를 지급하도록 돼 있다.
규정이 이렇기 때문에, 해외주재 외교관 입장에서는 비싼 학교에 자녀를 보낼 수록 유리하다. 이 의원이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유럽에 있는 한 외교관은 지난해 연간 학비가 4만6082달러(약 5880만원)에 이르는 국제학교에 자녀를 보내면서 정부로부터 3만2473달러(약 4144만원)를 받았다. 또다른 외교관은 지난해 자녀 2명의 학교 등록비로 8만2618달러(약 1억542만원)를 쓴 뒤 이중 5만8742달러(약 7495만원)를 정부지원금으로 받아냈다.
근무지가 아닌 제3국에 자녀를 보냈음에도 학비를 타낸 사례도 있었다. 학비 지원은 공무원이 근무하는 곳에 자녀가 따라갈 경우에만 지급하지만, 이라크나 아프가니스탄처럼 치안이 불안한 국가에 한해 예외적으로 가족을 제3국에 머물게 하면서 학비를 지원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에 주재하는 한 외교관은 ‘수업 과정에 차이가 있다’며 자녀를 홍콩의 국제학교에 보냈고, 1만9537달러(약 2493만원)를 지원받았다. ‘주재지에 국제학교가 없다’는 이유로 자녀를 미국·뉴질랜드·스위스 등에 보낸 사례도 적지 않았다. 어차피 부모와 따로 떨어져 있을 자녀라면 한국에서 교육받아도 됨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나랏돈으로 사실상 ‘해외유학’을 보낸 셈이다.
윤 의원은 청문회에서 “제도의 구멍 때문에 해외주재 외교부 직원들이 저렴한 학교를 두고 비싼 학교를 찾고 있다”며 “이게 외교부의 개혁과제”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이날 김 후보자는 “학비 지원에 문제가 있는지 검토하겠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