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종(服從)
한용운
남들은 자유를 사랑한다지마는, 나는 복종을 좋아하여요.
자유를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당신에게는 복종만 하고 싶어요.
복종하고 싶은데 복종하하는 것은 아름다운 자유보다 달콤합니다. 그것이 나의 행복입니다.
그러나, 당신이 나더러 다른 사람을 복종하라면, 그것만은 복종할 수 없습니다.
다른 사람을 복종하려면 당신에게 복종할 수 없는 까닭입니다.
(시집 『님의 침묵』, 1926)
[작품해설]
‘자유’와 ‘복종’은 상대적 개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적 자아는 ‘당신에게는 복종만 하고 싶’다고 한다. 이것은 시적 자아가 일상적인 사고(思考) 체계를 갖는 ‘남들’과는 다른 하고를 하고 있음을 보여 주는 것이다. 화자는, 복종이야말로 ‘님’에 대한 진정한 사랑을 실천하는 것이며, 열녀불경이부(烈女不敬二夫)와 같은 유교적 이념에충실하는 절개의 길이자, 참자유의 삶을 살아가는 방법으로 인식한다. 또한 ‘자유를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이라는 진술은 시적 자아가 남들이 추구하는 자유의 가치를 무ㅗ건 무시하거나 배척하는 것은 아님을 알게 해 준다.
다시 말해, 남들이 향유하려는 자유가 현실 세계 속에서 구속의 의미를 갖고 있음을 알기에 시적 장아는 더 큰 나우를 얻기 위해서는 ‘님’에게 복종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따라서 ‘복종하고 싶은데 복종하는 것은 아름다운 자유보다 달콤합니다.’고 했을 때, 그 ‘아름다움’은 부정적 의미일 뿐이다. 또한 강요로 이루어지는 복종이 아니라, ‘님’에 대한 무조건적인 사랑이 밑바탕을 이루고 있는 복종이기에 그것을 ‘행복’으로 인식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
그러기에 ‘님’이 ‘나더라 다른 사람을 복종하라면, 그것만은 복종할 수 없’는 것이고, 또한 남에게 복종하려면, ‘님’을 배반해야 하기 때문에 결코 그렇게 할 수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복종은 ‘님’의 절대적 가치를 부여하고 인정하는 행위이자, ‘님’과의 합일을 이루기 위한 방법으로서 시적 자아의 입체적 자유를 보여 주는 것이다.
‘당신’은 조국을, ‘다른 사람’은 일제를 상징한다고 보면, 이 시는 조국에 대한 헌신적 사랑과 함께 일제에 절대로 복종할 수 없다는 저항 의지를 표현한 시로 평가할 수 있다. 또한 한편으로는, 일제가 가져다 준 자유 아닌 BM 즉 퇴폐적 자유에 민족의식을 상실해 가고 있는 당시 현실을 비판한 작품으로도 볼 수 있다.
[작가소개]
한용운(韓龍雲)
본명 : 한정옥(韓貞玉)
1879년 충남 음성 출생
1896년 동학에 가입하였으나 운동이 실패하자, 설악산 오세암에 들어감.
1919년 3.1운동 민족 대표 33인 중 한 사람으로 『독립선언서』에 서명
1927년 신간회(新幹會) 중앙 집행위원
1930년 월간지 『불교』 발행인
1944년 사망
시집 : 『님의 침묵』(1926), 『한용운 전집』(1973), 『한용운시전집』(1976)
첫댓글
오직 당신을 위한
복종이랍니다
감사합니다
무공 김낙범 선생님
댓글 주심에 고맙습니다.
오늘도 쉬임없이
건필, 건승, 건강과 함께 하시길
소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