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자 수필 문득.1332 --- 체면치레에 난 척하는 꼴불견
밤사이 된서리가 내려 싱싱하던 호박잎이나 고춧잎이 푹 삶아 건진 나물처럼 흐물흐물하다. 는개가 내리다 오후에는 파란 하늘에 말간 햇살이 쏟아지는 가을이다. 좀 쌀랑한 바람이 스친다. 감나무에 잎은 하나도 없고 올망졸망 감만 모여 햇볕을 쬐고 있다. 까치 한 마리가 입맛을 다시며 오락가락한다. 지난해에도 톡톡히 재미를 보았던 녀석 같다. 그러나 아직은 떫은 기운이 남아있어서 달콤한 향기가 번지지 않는다. “홍시가 있으면 울 엄마가 생각난다.”라고 한다. 갑자기 누군가가 떠오르는 계절이기도 하다. 그런 추억이 있는 것만도 행복하면서 그런 마음이 있다는 것도 삶의 여유가 되지 싶다. 배려이기도 하고 체면치레에 난 척하는 꼴불견이기도 하다. 이런 모습들이 사람의 마음이고 쉽게 누를 수 없는 감정으로 평소 교양이 있다고 하는가 하면 참으로 뻔뻔스럽다고도 한다. 대단한 용기라고 하는가 하면 천방지축 오지랖도 넓다고 한다. 간섭할 데나 안 할 데나 나서려고 한다. 남이야 좋아하는지 싫어하는지도 가늠을 못 한다. 오로지 자신만이 있을 뿐이다. 마치 내가 아니면 아무것도 되는 일이 없는 것처럼 자신을 앞세운다. 차라리 없으면 시끄럽지 않고 조용히 넘어갈 수 있다. 가만히 있으면 아무도 얼굴 붉히지 않고 부끄럽지 않아도 된다. 마음과 마음이 조화되어 화목해질 수 있다. 그래도 그 속에 그 나름의 땀이 배어있고 피가 고여 생활에 활력이 되기도 하고 너무 허탈해 맥빠지기도 한다. 반복되다 보면 그 사람이 지향하는 것이 되어 그의 삶의 방향이 되기도 한다. 끝내는 끼리끼리 어울리면서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서로 닮은꼴이 되어가기도 한다. 그래서 아이들일수록 친구를 잘 사귀어야 한다고 한다. 친구의 영향을 많이 받을 수가 있기 때문이다. 네 마음과 내 마음을 뒤섞기가 쉬운 듯싶어도 그다지 쉽지가 않다. 서로 마음을 열고 받아들여야 한다. 선물을 받고도 탐탁하지 않은가 하면, 안 받고도 고마운 사람이 있다. 알고 모르는 척하는가 하면 모르고도 아는 척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