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는 날 장화를 신으면 웅덩이를 두려워하지 않고 철벅철벅 신나게 걸어갈 수 있다. 장화를 신고 물웅덩이를 밟으며 지나가면, 옷이나 장화 뒤축에 흙탕물이 얼룩덜룩 튄다. 시인은 그것을 “웅덩이가/ 따라간다”고 표현했다. 내가 웅덩이를 지나쳐 가는 것이 아니라, 웅덩이가 살아 움직이는 생명체처럼 내 뒤를 졸졸 따라오는 풍경이 선명하게 그려진다.
웅덩이에 빠지는 순간과 장화에 빠지는 순간이 “푹/ 빠지는 것도/ 한순간‘이라는 동일한 구조로 대칭을 이룬다. 덕분에 5개의 짧은 연 안에서 완벽한 구조적 안정감과 리듬을 만들어 낸다.
읽으면 바로 이해가 되는 어렵지 않은 시다. 읽는 즉시 직관적으로 이해된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읽고 난 뒤 잔상이 오래 남는다. 생각해보면 무엇인가에 푹 빠지는 건 정말 한순간이다. 사랑도 그러하고, 마음을 쏟는 모든 일도 그러하다. 그리고 한 번 빠지게 되면 그 길을 따라 오래 걷게 된다. “푹”과 “한순간”이라는 단어가 이토록 다정하게 어우러지는 동시를 만나 기쁘다.
첫댓글 우리는 함께 걷는 거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