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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근교 조그만 면에서 나름대로 탄탄한 약국을 하던 나는 어느 날 갑자기 이민을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즈음에 한국에서는 IMF가 터졌고, 의약 분업으로 약업계가 불안하여 주변에 이민을 가려는 약사들이 하나 둘씩 늘어나기 시작할 때였다. 나는 이런 불안정한 환경에서 벗어나고 싶었고, 40대를 새로운 세계에서 살아 보고 싶었다. 그때 마침 나와 뜻이 같은 선배가 있어 그 분과 미국 약사 시험 준비를 하게 되었다. 이민을 오게 되려고 그랬는지 무작정 시작한 시험에서 나는 합격을 하게 되었고, 공부하는 도중에 그 곳에서 만난 동문 친구들과 몇 달의 간격으로 이민의 길에 오르게 되었다. 아무런 연고도 없는 이 곳 CANADA에 정착을 하게 된 것이 1998년을 3일 남겨둔 때였다. 처음 이민 와서 일년간은 함께 온 친구들과 여행도 다니고 주말이면 늘 같이 모여 시간을 보내곤 했다. 주중에는 각자 영어 학교에 나가고 주말이면 다같이 모여 지냈다. 그러다 한 친구가 다른 길을 가게 되고, 그 친구가 또 다른 친구를 이끌어 주면서 우리는 서로 각자의 길을 가게 되었다. 우리는 모두 한국에서 약사가 되려고 이 곳에 온 것이었지만, 나를 포함 둘만 이 길을 가고 둘은 가게를 시작하게 되었다. 이 곳에서는 자기 나라에서 가지고 있던 자격증은 인정해 주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이 곳에서 원하는 과정을 대학에서 이수해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반드시 영어 TOFLE CREDIT이 필요하다. TOFLE은 580점 이상의 점수가 필요하고, TSE는 5점이 되어야 하고, TWE는 50점이 되어야 한다. 또한 이 곳에서 약사가 되기 위해서는 1차(EE)와 2차(PEBC)에 걸친 약사 고시는 반드시 합격을 해야하며, 각각 세번의 기회를 주는 필기 시험(MCQ)과 이 곳 약국에서 환자들과 상담하는 것과 똑같은 형태의 실기 시험(OSCE)을 치루어 3년 안에 PASS하여야 한다. 이들 시험을 준비하기 위해 토론토 대학 약대에서는 INTERNATIONAL PHARMACY GRADUATE(IPG) PROGRAM인 CPS1과 CPS2를 강의하는데, 내 경우는 이 강의를 필수로 들어야 했고 반드시 PASS해야 했지만, 지금은 이들 시험을 좀 더 쉽게 PASS하기 위해 듣는 것으로 바뀌었다. 이 강의는 이 곳의 약대생의 수업을 각각 8주만에 이수 해야 하는 것으로 진도가 많이 빠르고 과제도 엄청나서 대학 때 이후로 영어 원서를 본 적이 없었던 내게는 너무 어렵고 힘들어 혼자 포기할까도 했었고, 혼자 울기도 했었다. 내 경우는 이민 준비를 하면서 1차(EE) 고시는 한국에 있을 때 봤었는데, 쉽게(?) 합격한 덕분에 (그래서 여기는 약사 고시를 그냥 쉽게 붙혀 주나 보다 생각했다), 이민의 길-약사 고시에 합격하면 일단 이민 올 때 필요한 영어 점수가 높아 지기 때문에-도 쉽게 열렸다. 2차(PEBC) 고시는 세번의 기회가 주어지는데, 첫번째는 이민 오기 전 이 곳에 잠시 와서 며칠 동안 머무르며 치루었었고, 두번째도 다시 한번 와서 보았었지만 두번 모두 실패하였다. 그러다가 이민을 오게 되고, 여기에 와서 1년을 쉬다가 내게는 단 한번 뿐인 마지막 기회를 위하여 다시 공부를 시작하였다. 다시 시작한 공부는 밤낮 없는 나와의 싸움이었다. 다행히 이 곳에는 약사가 되고자 공부하는 약사들이 참 많았다. 나는 그들과 스터디 그룹을 만들어 2차 고시 준비를 했는데 서로 정보 교환도 하면서 함께 하니 혼자 할 때보다 더 효율적으로 공부가 되었다. 몇 달이었던가? 정말 열심히 다른 것은 생각 않고 공부만 했다. 다행히 여기서는 우리 아이들에게 사교육비가 들지 않았고, 한국에서 열심히 일했던 덕분에 경제적인 문제는 그렇게 부담을 주지는 않았다. 그래서 공부에만 매진 할 수 있었고, 공부를 시작한 지 몇 개월만에 2차 고시에 드디어 합격하게 되었다. 1,2차 고시에 합격하고 나니 이번에는 영어 시험(TOFLE)이 기다리고 있었다. 이 공부는 약국에 나가 VOLUNTEER를 하면서 했다. 여기서는 나중에 직업을 가지려면 많은 경험을 필요로 하는데 이를 위해서 VOLUNTEER를 해야했다. 내 경우는 이때 가장 많은 시간을 투자한 것 같다. 정작 우리 아이들은 해 보지도 않은 영어 과외를 아빠인 나는 수없이 많이 했었고, 좋다는 영어 학교도 열심히 찾아 다녔다. 새벽부터 나가 공부도 했다. 그러면서도 좋은 결과는 얻어지지 못했다. 7전 8기라는 말이 무색할 만큼 수 없이 떨어진 시험들이었다 첩첩산중인 약사의 길은 그러나 약국에 나가 경험을 쌓고, 약간의 수입도 가지면서 계속 할 수 있었다. 일자리를 얻은 나는 이때부터 토론토 약대에서 하는 강의를 들었다. 물론 강의를 듣는 동안에는 약국에 나가지를 못했다. 다행히 그 약국에는 한국 분이 매니저로 있었기 때문에 나에게 많은 배려를 해주었다. 토론토 대학 강의는 나처럼 이민 온 외국 약사들을 위한 강의였는데, 일년에 두 번, 봄과 가을에 8주간씩 강의를 하고 짧은 시간에 이 곳 약대생들처럼 많은 것을 배워야 했기 때문에 쉴 틈이 없는 숨가뿐 일정이었다. 그래도 약사가 되겠다는 나의 의지와 이것만이 내가 이 곳에서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이 될 것이라는 내 생각은 이 강의가 많이 힘들고 어려웠지만 포기 하지 않고 계속 할 수 있도록 해 주었다. 나는 이 강의를 들으면서도 과락 (60점 이상을 받아야 한다) 이 꼭 한번씩은 나와서 재시험도 치루어야 했다.두 번에 걸친 강의를 내 경우는 너무 힘들어서 연속으로 듣지 못하고 한 TERM을 쉬고 들었다. 쉬는 사이에 다른 시험으로 좀 더 빨리 약사가 되어 보려 OSCE시험에 도전을 했다. 이 시험도 3번의 기회를 주는데 나는 두 번 응시 했으나 실패를 했다. 이 시험을 위해 나는 한시간이 넘는 곳에 한 주 동안 왔다 갔다 하면서 강의도 들었지만 그다지 도움이 되지는 않았다. 이 시험 같은 경우는 한국에서의 약사와 이 곳 약사와의 차이점을 알게 해 준 시험인데 이 곳에서 약사들에게 바라는 것이 무엇인 지 모른 체 한국식으로 준비한 것이 내 실패의 원인이었던 것 같다. 결국 난 토론토 대학 강의를 다 마침으로써 CANADA 약사가 될 수 있는 발판을 갖게 되었다. 그리고 나서 STUDENTSHIP과 INTERNSHIP을 하게 되는데, 이 과정을 위해서는 PRECEPTOR를 찾아야하고, 내가 약사가 되었을 때 하게 될 일을 지도 받아야 하는데 나는 다행히 두가지 모두 같은 분에게 받을 수 있었다. 나의 PRECEPTOR는 대충이란 것이 없어서 철자법 하나도 틀리는 것을 용납하지 않았다. 그것이 PROFESSIONAL의 기본이라고 생각하는 분이었다. 이렇게 철저한 분과 함께 한 이 과정도 내게는 쉬운 것이 아니었는데, 무려 구개월이 걸린 이 두 과정이 끝났을 때 나는 그 분과 HUG를 하면서 나도 모르게 눈물을 흘렸을 만큼 길고도 혹독했다. 드디어 이민 온 지 9년만인 2007년 11월 나는 CANADA의 약사가 되었다. 계속되는 시험 시험..그리고 실패 실패...참으로 많은 좌절과 시련의 힘든 과정이었지만 포기하지 않고 열심히 나 나름대로 최선을 다한 결과였다. 물론 내가 이런 좋은 결과를 얻기까지 나에게는 많은 분들의 도움이 있었다. 지금도 나는 그 분들에게 고마울 뿐이다. 내 경우는 다른 사람에 비해 오래 걸린 경우지만 보통은 CANADA에서 약사가 되려면 3~4년이 걸린다. 지금도 이 곳 CANADA에서는 많은 전직 약사들이 CANADA약사가 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헌데 내가 아쉬운 것은 남자 약사들이 많이 도전을 하지 않은 체 중도에 포기를 하고 다른 길로 간다는 것이다. 이 곳의 약사는 체력도 따라 주어야 하고,기동성도 따라 주어야하기 때문에 남자 약사들이 많이 도전해서 이 곳에서 많은 활동을 했으면 한다. 이 곳은 약사가 되는 것이 한국에 비하면 힘들지만 일단 약사가 되고 나면 대우도 좋고 일자리도 많으며 회사 소속이 되면 그동안 공부하느라 들었던 TUITION FEE도 계약 조건에 따라 회사에서 지급해 주기도 해서 내 경우는 모든 비용을 다 받을 수 있었다. 나는 이제 CANADA약사가 되어 활동을 한 지 1년 8개월이 지나고 있으며, 나는 또 다른 GOAL을 이루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 나는 내가 그동안 지내온 경험들과 내가 알고 있는 지식들을 많은 분들과 공유하고 싶다는 작은 꿈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나는 지금 공부를 시작하고자 하는 약사들, 또 지금 공부를 하고 있는 약사들과 함께 공부를 계속하고 싶다. 내가 알고 있는 것을 다른 약사들과 함께 공유하면서 그들에게 도움도 주고 나 자신도 발전 시켜 나가고 싶다. 여기서는 약사가 되어도 계속 자기 자신을 UPGRADE시키도록 약사회에서 시험도 치루고 강의를 열기도 한다. 수시로 PORTFOLIO도 작성하여 제출해야 하며, 5년에 한번씩은 약사회에서 임의로 추출하여 시험을 치루기도 한다. 회사에서도 약사들에게 과제도 주고 시험도 본다. 물론 이 시험들도 모두 PASS를 해야 하는데, 이것은 나 자신을 UPGRADE 하기 위한 것이기에 참 좋은 방법이라 생각한다. 이민 10년.. 난 이제 이 곳 CANADA에서 내가 가고 싶었고, 내가 가야 할, 나의 길을 가고 있다. 내가 이렇게 내 전공을 살릴 수 있었던 것은 "아들,남편,그리고 아빠"인 나를 믿고 도와 주고 따라 준 나의 가족들 덕분이다. 그들은 늘 내게 용기를 주었고, 할 수 있다는 희망을 주었다. 중학교 1학년,초등학교 6학년,유치원생이었던 내 아이들은 이제 대학원생과 11학년이 되었다. 그들은 지금도 내게는 든든한 응원병이요,후원자들이다. 나는 그 아이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아빠가 되고 싶고, 시련은 있을지라도 그 시련이 실패를 가져다 주지는 않는다는 교훈을 남겨 주고 싶다. 지금 나와 내 아이들은 이 곳에 온 것을 모두 좋아하고 감사하며 살아 가고 있다. 나와 내 아이들은 각자 자신들이 이루고자 하는 꿈을 가지고 있고, 많은 시련이 있을테지만, 결코 실패는 없을 미래를 향해 열심히 살아 가고 있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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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축하드립니다. 치열한 삶의 과정이 존경스럽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