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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꺄악, 거기 예쁜 누나. 담배필래요?"
구름은 하늘에게 맨 처음, 그렇게 말했어요.
하늘은 담배연기가 좋았어요. 아무리 손을 뻗어도 닿을수 없는 '진짜' 구름은 아니였지만,
담배연기가 조금씩 하늘위로 올라가면, 그건 구름처럼 보였거든요.
'두 손을 머리 위로 뻗어 고개를 젖히면 하늘이 보여.
근데 내 손은 굉장히 짧은가봐.
아무리 손을 뻗어도 구름조차도 만져지지 않아.
ㅡ아아… 난 이렇게 작구나.'
£ 담배 필래요?
오늘도 어제처럼 기분이 좋지 않은 날이야.
난 오늘도 거짓말을 해야하거든, 정말 생지옥이야
난 옛날부터 거짓말이 제일 싫었는데. 정말 싫은 거짓말을 하루종일 해야 해.
"우아, 저거 봐. 하늘 봐봐, 구름 너무 이쁘지?"
지나가던 여자아이가 자신의 옆에서 관심 없다는듯 휴대폰을 만지작 거리는 여자아이를 향해
발랄하게 말했어.
내 이름이야, 하늘.
정하늘. 아빠 없는 날 위해 엄마가 지어준 이름, 스스로도 예쁘다고 생각해.
근데… 내 이름은 참 슬퍼.
김하늘이여도 좋았을테고, 이하늘이여도 좋았을텐데
내 이름은 정하늘이야.
…그리고, 윤하늘이야.
…지금 내 옆에서 생글생글 웃으면서 나만 보는 이 남자애도 정씨야. 정구름.
근데 이 바보는 몰라, 내가 자기 누나인줄도 몰라…
"하늘아. 우리 어디 갈까? 뭐하고 놀까? 응? 오늘 토요일이잖아요, 으응?"
어느새 내 손을 깍지 껴 잡고 혼자 떠들고 있네요.
내 동생이에요, 세상에서 제일 미운 우리 아빠 아들 정구름.
우리 엄마 버리고, 우리 엄마 죽는 그 순간까지 얼굴 한 번 내비쳐주지 않은 우리 아빠 아들.
구름이는 나보다 한 살 어려요.
그리고 우린 엄마가 달라요…
근데 사회가 욕하는 건 우리 엄마에요.
우리 엄만 그저 남자에게 즐거움을 주고 돈을 버는 '창녀' 일 뿐이였는데,
그거 하나 때문에 순수한 우리 엄마보고 유부남 꼬신 나쁜년이래요.
그래서 난, 아빠한테 제일 소중한 구름이한테 복수해줘야 해요.
나 구름이 좋아요, 정말 좋아요.
…근데 어쩔수가 없어요.
아빠가, 아빠가… 너무 미워요.
그래서 구름이도, 미워…해야, 해요…
나는 웃어요.
구름이는 내가 웃는게 세상에서 제일 좋대요.
그래서 나는 맨날 웃어요.
바보같은 정구름이 나에 대해 아무런 의심도 없어야 하니까.
"정구름. 누나라고 부르랬지?"
"으아, 우리 자기, 한 살 차이 갖고 디게 빡빡하게 군다!"
삐진 척 볼 부풀려도 상관 없어요.
난 너희 아빠가 너무 미워서 애틋함 같은건 느낄수도 없거든.
하지만, 내 속의 "정하늘"은 널 사랑하지 않아도, "윤하늘"은 널 사랑해.
그래서 또 웃어.
삐지지 말라고, 또 웃어.
"흥, 웃음으로 떼우려 드는 영악한 윤하늘씨."
그러면서 구름이는 나를 껴안아요.
아, 다행이다.
이럼 내 얼굴이 안 보이겠죠.
아무런 애정없는 내 눈동자는 못 볼수 있겠죠.
£담배필래요?
"어? 구름오빠. 뭐해요?"
와, 이렇게 예쁜 아이는 처음 보네요.
언젠가 엄마가 늘 혼자서 심심한 나한테 쥐어줬던 바비인형처럼 예뻐요.
근데, 내가 참 싫은가 보네요.
짙은 화장.
하지만 표독스럽다고는 느낄수 없는 친근한 향기가 꼭 엄마같아요.
난 아무래도 이 애가 밉지 않을것 같아요.
하지만 알아요, 이 아이는 구름이를 좋아한다는 걸. 하지만 내 계획을 방해하게 둘 수는 없어요.
"눈치 없는 연나희양. 정구름군과 윤하늘양의 오붓한 데이트를 방해하지 말아요."
데이트란 말에 나희란 아이의 표정이 어둡네요.
연나희라… 너한텐 내가 지금 이 순간부터 악녀겠지?
그럼, 네가 날 마음 놓고 미워하게 해 줄게.
나는 구름이의 팔에 팔짱을 껴요.
그리고 나희를 호기심어린 눈동자로 물끄럼히 바라봐요.
"구름아, 누구야?"
"응? 아, 나희. 연나희. 아는 동생! 연규현알지? 내 친구, 걔 동생이야."
"으응, 예쁘게 생겼다."
"아니야 하늘아. 니가 더 이뻐."
그럼 윤하늘은 또 웃어요.
나희 눈에는 내가 정말 가증스러울 거에요.
사실 미움받긴 싫어요… 저 앤 엄마를 닮았으니까.
하지만, 날 방해하면 더 심하게 대해줄거에요. 내가 엄마를 위해 마지막으로 할 수 있는거니까.
아니, 한가지 더 있네요. 마지막은 아니다.
"으음, 나희야? 안녕, 난 윤하늘이야. 구름이보단 한 살 많구."
구름이가 보지 못하게 나희를 살짝 비웃어요.
…아, 나희가 울 것 같은 눈으로 나를 노려봐요.
내 손을 탁 소리나게 뿌리치고 저 멀리로 달려가 버리네요.
난 저런 비련의 여주인공은 되고 싶지 않아요. 될수가 없으니까.
"연나희 쟨 또 왜 저런데?"
바보같은 정구름은 아무것도 몰라요.
그래서 나희 마음도, 내 마음도 모르고 내 어깨를 감싸며 나희의 반대쪽으로 걸어가요.
정구름 바보…
£담배 필래요?
…시간이 없어요, 나한텐 이제 시간이 없어요.
휴대폰을 들어요, 폴더를 여니 구름이가 개구지게 웃으며 손가락으로 브이자를 그리고 있어요.
…이제 이 사진도 삭제해야죠.
난 단축번호 0 번을 꾸욱 눌러요.
"구름아? 응, 나 하늘이야. 응… 오늘 나 좀 만날래?"
그리고 약속시간을 정해요.
내가 부르면 언제라도 달려올거라며 입버릇처럼 말하던 구름이는 지금 당장 우리집 앞으로
달려올거래요. 바보에요, 정말 바보에요…
구름이가 제일 좋아하는 하얀색의 청순한 원피스를 입어요.
그리고 하늘이가 선물해 준 목거리를 목에 걸어요.
푸른빛이 감도는 목걸이가 참 예쁘게 반짝거려요…
난 하늘이니까, 언제나 높고 푸르러야 한다고 준거에요.
…난 네가 항상 보는 그런 아름다운 하늘이 아니에요, 정구름씨.
저 하늘도 어쩌면 곁에 멤도는 하얀 구름 때문에 예뻐보이는 것 뿐일거에요.
난 하늘이 아니에요, 정말 아니에요…
그러니까, 정구름은 윤하늘, 아니. 정하늘 옆에 있으면 안 돼요…
"정구름. 그 동안 꽤 재밌었어. 잘가. 아, 너 멍청해서 이해 잘 못할지도 모르겠다.
너 유명한 상고 꼴통이잖아, 킥. 헤어져 우리. 헤어집시다, 정구름씨."
제일 좋아하는 웃음이에요, 우리 구름이가 제일 좋아하는 웃음을 지어요.
이렇게 웃으며 나는 구름이 곁을 떠나요, 그럼 구름이는 망가지겠죠. 나 많이 사랑한다고
했으니까… 그럼 나는 눈 감는 그 순간에도 기쁠거에요. 난 악녀니까.
"…윤하늘씨 왜 이래. 아, 오늘은 5분 안에 안 와서 그래? …응? 미안해. 오늘 차가 막혀서,
그래서 그런거야. 다음부터 일찍 올게. 그런 말 하면 망태 할아버지가 잡아가요, …윤하늘.
듣고 있어?"
윤하늘 아니야. 정구름. 나, 정하늘이야…
"어, 듣고 있어. 듣고 있는데, 넌 진짜 아니거든? 나 정말 너 싫어. 넌 내가 니 앞에서 맨날
싱글벙글 웃어서 내가 너 좋아한 줄 아나본데, 너 바보니?
내가 언제 너보고 사랑한다고 말 한 적 있어? 그냥 꼬셔본거야. 애가 하도 별나길래.
너 모르니? 나 학교에서 걸레라고 유명하잖아, 그거 다 엄마가 창녀라서 그래.
아, 혹시 그것도 몰랐니? 그럼 이것도 모르겠네?"
목걸이, 쇄골을 더듬어 목걸이를 찾아요.
딱딱하고 차가운 금속이 손가락끝에서 만져져요, 손가락으로 잠시 애틋하게 쓸어요. 그리고
있는 힘껏 잡아 뜯어내요.
투득 소리와 함께 목 뒤가 따끔하게 아파와요.
하지만 아프지 않아요.
더욱 아픈건 구름일테니까.
목거리를 차가운 아스팔트에 집어 던져요.
구름이의 슬픔이 담긴 시선이 튿어진 목걸이에 아프게 닿아요.
"난 너 한번도 사랑한적 없다는 거, 이것도 모르겠네? …하여간 병신."
난 일부러 구름이한테 킥 소리나게 비웃어줘요.
그리고 재빨리 뒤돌아 집으로 들어가버려요.
문밖에서 구름이가 털썩 주저앉는 소리, 흐느껴 우는 소리가 들려요.
…아- 아파요, 아파요. 아파…, 아…파.
몸이 차갑게 식는게 느껴지더니, 속에서 뭔가 뜨거운게 확 하고 올라와요.
격한 기침을 터뜨렸죠, 그랬더니 손이 피에 흥건히 젖어있네요.
엄마, 엄마…
엄마 딸 무지하게 아파요…
구름아, 너 그거 혹시 알아?
나, 너 사랑안한거… 그건 내가 아까 말해줘서 알겠다, 응. 알겠네…
근데… 이건 모르지?
난 진짜 하늘이 아니였지만, 언제나 구름과 함께 하늘이 되고 싶었어.
정말… 정말… 많이요. 간… 절히.
£ 담배 필래요?
한 소녀가 위태로이 하얀 건물에 초록색 십자가가 그려져있는 병원 옥상 난간에 서 있습니다.
소녀는 그 곳에서 뛰어내릴거에요.
소녀는 아파요, 자신의 엄마가 그랬듯이, 소녀도 똑같은 병을 앓고 있거든요.
이 아이의 이름은 정하늘이에요, 윤하늘이 아니라. 정하늘이에요.
이 말을, 한 번도 자신의 이름을 불러주지 않은 철없는 남자한테 해주고 싶었어요, 하늘이는.
하늘이가 사랑하는 남자는 정구름이에요.
사실상 구름이는 하늘이의 동생이에요.
구름이는 좋겠네요, 하늘이는 아는데 구름이는 모르니까.
구름이는 아무것도 모르고 마음껏 하늘이를 사랑했을 테니까.
하늘은 구름에게 간절히 바랐어요.
눈물이 흘러도 사랑은 아니라고, 이별하는 그 순간 그렇게 믿어주길 간절히 바랐어요.
살랑살랑, 따뜻한 바람이 불어요.
하늘이의 헐렁한 병원복과 긴 머리카락이 살랑거려요.
하늘이의 몸이 점점 기울고 있네요.
떨어지고 있어요. 한 마리 나비처럼 아름다워요.
왜냐구요? 하늘이는 죽는 순간이 가장 행복할 테니까요.
자신이 살인을 했다해도, 하늘이를 원망하지 않을 엄마의 품으로 가는 거니까요.
그게, 하늘이가 마지막으로 엄마를 위해 할 수 있는 것.
엄마의 뒤를 따르는 거니까요…
아 참! 깜빡할뻔 했네요
…하늘은, 구름을 정말 사랑했어요
the end.
>후기.
안녕하세요, 여러분께 단편으로 처음 소개 올리는 "파란넥타이"라고 합니다.
몇가지 말씀드리자면, 사실 저는 이 소설을 쓰면서 굉장히 고민했답니다.
여주인공 정하늘은 정말 순수한 여자입니다.
그 누구의 시선으로 보면 악녀이겠지만요.
동생을 사랑한 누나입니다:D 복수할 상대를 사랑한 악녀이기도 하구요.
현재 여러분의 더 깊은 이해와 이번엔 구름이 쪽으로 더욱 깊게 파고들기 위해 번외를 준비중입니다^^.
인소닷 처녀작이라 그런지 미숙한점이 많습니다, 그 점 양해 부탁드리구요!
앞으로 파란넥타이 예쁘게 봐주세요, 감사합니다!
첫댓글 미숙하다니요^^재밋게봤어요^^
잘보곡바니다/
너무 멋진 내용이에요 ...... 미숙하다니요 ........ 너무 잘쓰시는데 ..... 부러워요 ㅜㅜ 꼬옥 ! 번외를 써주세요ㅜㅜ 재밌기도 해요 ........... 기대 하고 있을께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