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NBA라는 리그를 알게 된 것이 1991년, 푹빠져 지내기 시작한 것이 1993년.
어느분에게는 길게 또 어느분들에게는 짧게 다가오겠지만 어쨌든 제가 NBA소식 하나하나에도 귀를 기울이기 시작한것이 어느덧 16년이 되었습니다.
1993년 당시 제가 NBA에 푹 빠질 수 있게 도와준 것은 '잡지'였습니다.
지금처럼 텔레비젼에 수많은 채널이 있어서 언제나 NBA를 접할수도 없던 시절이고 하물며 가정에 PC 1대조차 제대로 갖춰져 있지 못했던 시절이였기에 말이죠.
그 당시 하늘미디어라는 출판사에서 발행한 NBA관련 가이드북과 스토리북을 많은 분들이 기억하실겁니다.
우리가 알지 못했던 NBA에 대한 자세한 소식과 화보들을 생생하게 실어주었던 최초의 미디어북이 아니였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1993년에 제 세대들은 일단 '농구' 자체에 열광할수 밖에 없었습니다. 일본만화계의 거장 이노우에가 '슬램덩크'를 신들린 듯이 그려내던 시기였고 그와 맞물려 국내 대학선수들의 엄청난 성장과 더불어 농구대잔치가 말 그대로 대잔치가 되었던 시절에, 장동건이 주연한 '마지막 승부'까지 대 히트를 치며 그야말로 동네 어느 농구코트에 가도 한골대에 수십명이 공을 던져대는, 그야말로 지금으로서는 기이하다고밖에 볼 수 없는 그런 농구 붐이 조성되던 시절이였습니다.
모든 미디어들이 농구라는 컨텐츠에 귀를 기울였습니다. 당시 최강 기아자동차를 이끌던 최인선 감독이 '최인선의 농구교실'이라는 책을 발간했고, 텔레비젼에서는 각종 토크쇼와 쇼프로그램에서 실업과 대학선수들을 게스트로 초청했던 시절이였죠. 이 시점으로부터 3-4년간 농구스타들은 연예인 못지 않은 인기를 누렸습니다. 적어도 지금 우리가 아는 농구대잔치 세대, 예를 들어 허재, 강동희, 문경은, 서장훈, 이상민, 현주엽 같은 선수들은 적어도 2번은 토크쇼 내지 쇼프로그램에 출연했고 당시 호화멤버로써 이름을 날리던 고대 주전 선수들은 앨범을 녹음하기도 했었죠.
그리고 이런 농구붐이 1996년 프로농구 출범을 빚어낸 것입니다.
말그대로 지금의 우리가 다시금 꿈꾸는 농구세대를 위한 시절이 바로 그 시절이였습니다.
그런 농구붐과 맞물려서 선진농구의 표본이라 할 수 있는 NBA농구의 본격적인 유입이 불가피할 수밖에 없었겠죠. SBS에서 최초로 한창도 위원이 주도한 '금주의 NBA'라는 프로그램을 시작하며 슬슬 국내농구 팬들의 눈을 확 트이게 해줍니다.
'농구'자체에 열광하던 저에게 그것은 충격이였습니다. 허재의 비하인드 백드리블과 서장훈의 투핸드 덩크, 문경은의 노마크 비하인드 덩크가 세계 최고라고 믿었던 저에게는 말이죠.
시커먼 피부를 가진 그때까지 이름도 알지 못했던 NBA선수들은 그때껏 제가 보지 못했던, 아니 불가능하게만 생각했던, 아니 그것도 아닙니다. 사실 상상조차 해본적 없던 플레이들을 제게 선보여준 것이죠. 텔레비젼 브라운관을 통해서 말입니다.
사람이 무언가에 푹 빠질때는 계기가 있게 마련입니다.
슬슬 타오르던 제 마음속에 저희 이모부께서 불을 질러버린 일이 발생합니다.
지금은 흔해빠진 인터넷 영상파일중의 하나가 되었지만, 바로 Michael Jordan's Play Ground'라는 당시의 걸작 조던 다큐 비디오를 제게 보여주신 거죠.
지금은 더블 클러치라는 동작 자체가 그저 멋진 기술중의 하나가 되었지만 그 비디오에서 조던이 펼쳤던 수많은 더블클러치들은 그런 것들이 아니였습니다.
말그대로 인간이 보여줄 수 있는 액션의 한계를 보여주는 것만 같았죠. 저는 이모부에게 부탁해 그 비디오를 녹화한 뒤 정말이지 수백번이 넘게 보며 매일같이 전율을 느꼈습니다.
원래 하나에 미치면 다른것을 돌아보지 않던 저에게 선택의 여지는 없었습니다.
제 능력으로 구할 수 있는 모든 자료들을 수집하기 시작했습니다. 그 시작이 바로 하늘미디어에서 나왔던 수많은 NBA관련 화보집이였습니다. 아직도 제방 책꽂이에서 가장 잘 보이는 부분에 자랑스럽게 꼽혀있는 저의 수집1호품이죠.
거기에 조던이라는 글자가 한단어라도 나와있다 싶으면 사거나 스크랩했습니다. 아니 NBA에 관련되었다 싶으면 죄다 사들이기 시작했죠. 3년이 지나고 1996년이 되었을때 저는 잡지나 카드 포스터 등의 수많은 자료들과 FOX사에서 그 당시까지 발행한 모든 NBA관련 비디오의 정품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당시 현재 이 카페의 스퍼스팸원인 '리오그란데'에게 NBA를 전도하기도 했죠.^^
암튼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NBA에 제 자신을 던졌습니다.
시간은 흐르고 흘러 저도 군대에 다녀오고 어느덧 2004년.
저는 '당연히 NBA관련 인터넷카페가 있을거야.' 라고 문득 생각합니다. 왜 그걸 그때되서야 깨달았는지 저도 모릅니다..-.-;
그리고 이 카페에 들어오게 되었죠. 솔직히 별천지였습니다. 중 고등학교 시절 내가 그렇게 힘들게 구했던 자료들이 흔하디 흔한 파일한조각으로 누구나 공유하여 볼 수 있다는 자체가 충격이였고, 무엇보다 저같은 사람(?)들이 이렇게나 많다는 것을 느꼈던것은 경악할만한 일이였죠.
게다가 게중엔 그때껏 제가 범접하지도 알지도 못했던 자료나 소식들까지 날라주시는 위대한 분들도 계셨습니다.
사실 이 카페에 들어온 덕분에 제가 그 끝없는 수집을 멈추고 NBA 그 자체를 보며 즐길 수 있게 되었습니다.
제 NBA인생은 16년이지만 이 카페에서의 인생은 5년, 하지만 그 전 11년보다 그 후 5년동안 훨씬 많은 것들을 보고 배우고 즐길 수 있었습니다.
이제 이 카페는 저의 일상에서 가장 중요한 것들중 하나가 되었습니다. 컴퓨터를 켜면 일단 가장먼저 들어오는 곳이기도 하죠.
PC방을 운영하는 저는 직업특성상 컴퓨터를 하는 시간이 꽤 많은 편인데, 많은 손님들이나 우리 직원들은 "대체 그게 뭐가 그리 좋길래 맨날 들어가."라고 말할 정도이니.. 게다가 가게 벽면에 큰 대형 스크린을 걸어놓고 하루가 멀다하며 NBA영상을 틀어놓으니 특히 우리 알바생들이 고역입니다.
전 항상 5줄 정도 쓰려고 하다가 이렇게 쓸데없는 말을 길게 늘어놓습니다..--;;
암튼 제가 하고 싶은 마지막 말은 이겁니다.
"I love I LOVE NBA"
모두 좋은 밤 되세요~~~
첫댓글 아마도 저같은(?) 분들이 많을 것 같아서 이 글을 올려봅니다.^^
아마 주위의 다른사람들은 우리가 아는 NBA의 참 맛에 빠져들지않고선 죽을때까지 모를겁니다.ㅎㅎㅎ
"조던 아직 뛰냐? 뭐야 은퇴했어? 재미없게 그런거 왜보냐?" 라는말을 들을떄마다 가슴속에 뭔가가 ㅠ_ㅠ
"재미없게 그런거 왜보냐?"하시는 분들이 대부분 축구 좋아하시죠..-.-;; 저야 이제 모든 스포츠를 즐겨보는 터라 그리 큰 상처는 아니지만 기분은 나쁘죠^^
좋은 글은 잘 봤습니다만, 왜 농구 재미없다하는 사람이 축구좋아하는 사람이라고 매도하시는지요? 축구 농구 다 좋아하는 저로썬 받아들이기 껄끄럽군요. 축구좋아하는 사람을 무슨 미개인 취급하시는듯.... 주변에 MLB에 미쳐있으면서 NBA는 왜 보냐고 하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저도 축구 좋아합니다.^^ 농구를 좋아하나 축구를 좋아하나 다 똑같은데 그렇게 말씀하시는 분들이 있다고 농담삼아 말해본 겁니다.^^ 축구 좋아하는 분들을 미개인 취급한다면 저도 미개인이고 전세계 수십억명이 미개인이게요?^^ 그런 뜻 아니니 오해마시길~
오해는 하지 않겠습니다^^ 사실 축구인기에 비하면 농구인기가 예전만 못하죠. 저도 NBA를 90년대 초반부터봐왔고 대학농구대잔치 최고의 전성기 시절을 지켜본 사람으로써 요즘 농구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이 안타깝긴 합니다. 그래도 너무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는 만큼 어수선할 수 있는 반면, 이 NBA는 그야말로 메니아들만이 모여서 즐길 수 있는 그런 스포츠가 된 만큼 좀 더 심도있고 전문적인 글들을 많이 접할 수 있는것은 더 좋아진 점으로 보고 싶습니다. 지금 인기 절정인 축구에대한 카페에 가면 잡담성 글이 너무 많아서 필요한 정보 찾는데 시간도 많이 걸리는건 참 불편하더군요. NBA는 그럴 걱정이 없어서 좋답니다.^^
뭐 매도고 그런 의도없이 단순히 몇몇의 공감글인듯. 저도 제 주변에서 농구 그런거 왜 보냐~ 하는 애들은 축구저지 입고 다닙니다ㅎㅎㅎㅎ
어디 피시방입니까....가까움 단골될께요 ㅜㅜ
이 카페에서만 정확히 8분께서 오신다고 했었는데 한분도 안왔어요 ㅎㅎ 경기도 구리입니다.^^
서울이 아니군요.. 아쉽습니다 항상 좋은 글 잘 보고 있어요
구리시 어디신지?? 혹시 플스방 겸용으로 운영은 안하시나요?? 일주일에 2~3번은 위닝하러 가는데.돌다리에 있는 플스방에 다니고 있습니다.
구리시 수택3동 화동학원 근처에요^^ 놀러오세요 오버더엠제이님^^
플스는 없어요 아쉽게도..-.-;;
어어!!!! 저 구리 ~~ ㅋㅋㅋ 저 동화고 다녔어요 ㅋㅋㅋㅋㅋ 구리구리!! 와우
저도 NBA입문한지 5년밖에 안됐고 상당히 어린 19살 소년이지만(대학생). 농구 자체의 열기가 정말 중요하다는걸 느낍니다...
글 재밌게 읽었습니다. 아침마다 신문에서의 짧은 NBA 기사를 기다리던 생각이 나네요. 조던이 올랜도 매직에게 깨질 때 어린 맘에 작은 혼란이 일었었죠. ㅋ
에? 저에게 NBA를 전도한 건 조영서님이 아니라 초등학교 3학년때부터 NBA 테이프를 공급해주신 우리 고모부신데.... 조영서님이 제게 전도한 건 NBA LIVE 95게임이겠죠 -_-ㅋㅋㅋ
알게 된건 고모부때문이겠지만 96년 올스타전보고 맛들린 너를 더욱 맛들리게 한건 저이지요. 96올스타전만 녹화해서 100번 넘게본 리오그란데님. 제가 아는 당신은 초등학교 시절에 프로야구에 미쳐계셨답니다. ㅎㅎ
ㅋㅋㅋㅋ
ㅠ_ㅠ 이래서 내가 삼성 라이온스랑 시카고 불스를 안 좋아한다니깐 흑.
대체 두분은 무슨 관계죠?ㅎㅎ
진짜 무슨 관계일까요 ㅋㅋㅋㅋㅋㅋ
그 시절 Michael Jordan's Play Ground 다큐멘터리를 보셨다면 그 충격과 놀라움이 어느 정도였을지 가히 짐작이 갑니다. 저도 비슷한 경험이 있어서 말이죠. 그 당시 Star TV와 NHK 1은 오아시스와도 같았습니다. 중요한 경기는 녹화를 해서 몇 번이고 다시 보곤 했었죠. 흥분해서 고함을 지르던 일본 아나운서의 목소리는 아직도 귀에 들리는 듯 합니다. 스바라시, 스고이...
조영서님의 글을 읽으면서 또하나 공감하는 것이, 세상이 좋아져서 수많은 예전 경기를 쉽게 접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얼마 전 한 미국 유저가 저에게 질문을 한 적이 있었습니다. 어릴 적부터 조던의 팬이어서 1980년대 경기를 녹화 테잎으로 많이 가지고 있는데 공유할 방법을 알고 싶다고 말이죠. 이렇게 해서 귀한 경기를 볼 수 있게 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 그리고, I LOVE NBA 카페에서는 겸손함을 배웠습니다. 워낙 고수분들이 많은지라 자연스레 겸손하게 되더군요.^^
맞아요. 이 카페에서는 웬만하면 말을 자제하게 됩니다..-.-;;
플레이그라운드를 92년에 처음 보았을때도 충격이였지만 그 몇년후 컴플라이위드미를 구해서 보았을때의 충격 또한 대단했습니다. 조던의 80년대 플레이.. 지금은 너무 쉽게 볼 수 있지만 그때는 말 그대로 레어중의 레어였죠.
와~ 하나미치님의 말씀에 동의해요~^^ 친구들 사이에서는 정말 스포츠 광으로 통하는데 여기 카페 오면 정말 새내기가 된 느낌이예요!! 여러분들에게 새로운 소식과 정보를 접하게 되거든요. ^^ 정말 항상 겸손한 자세로, 배운다는 자세로 글들을 읽고 있습니다. ^^
저도 그시절에 마이클 조던스 플레이 그라운드 보고 충격과 놀라움이 .. ㅎㅎ 비슷한 세대에요~ 테잎을 돌리면 맨 처음 조던이 자유투를 멋지게 쏘면서 폼잡다가 실패하는 설정으로 시작하는 씨리얼 광고와 함께 시작하는 플레이 그라운드 ㅋㅋ
정말 이런글은 추천을 하고싶은데 카페에 추천기능이 없는게 안타깝네요...^^;; 정말 저에게 있어서 NBA란 죽을때까지 못잊을, 나이가 먹어서 할아버지가 되더라도 계속 보고싶을 존재라 생각합니다... I LOVE NBA, FOREVER!!!
공감합니다,기능
마우스 클릭 못할정도나 눈이 안보이기전까진 맨날 들어와야죠 ㅋㅋㅋㅋ
ㅋㅋ 저도 2003년에 그냥 찾아보고 슥 들어온것이;; 인터넷이 되고 컴퓨터가 있는곳이면;; 무조건 이곳을 들르니;; 병입니다~ 상사병 ㅋㅋㅋ
구리에 계시는 분을 뵈니 너~무 반갑네요 ㅋㅋㅋㅋㅋㅋㅋ 와우 ~
'흔하디 흔한 파일조각'...ㅋㅋㅋ I love NBA, too...
전 이때까지 제가 세상에서 nba를 제일 좋아하는 사람인 줄 알았는데, 이 카페 가입한 후 저만큼, 혹은 저보다 더 좋아하는 분도 많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리고 이 작은 대한민국에, 제가 지금까지 봐온 현지 극성팬들보다도 nba를 더 잘 알고 좋아하는 팬분들이 10만명도 넘게 모여 같이 nba 이야기를 할 수 있다는 사실 자체가 기쁩니다. 미국 사이트를 많이 돌아다녀봤지만,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활발히 활동하는 곳은 처음 봅니다.
어디 피시방이신지!? 왠지 가면 NBA LIVE 시리즈도 깔려있을듯한 기분이 ㅋㅋ
그나저나 다시 농구붐이 재현되는것은 힘든 것일까요 -_ㅠ
컴퓨터를 켜면 일단 가장먼저 들어오는 곳이기도 하죠.<- 제 얘기 읽는줄ㅋㅋㅋㅋㅋ
nba도 대단하지만 농구에 대한 열정들이 물리학까지 들먹이게 하는 카페는 지구상에 우리 카페밖에 없을듯. 우리 카페야 말로 언터처블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