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바의 동쪽
원제 : Krakatoa: East of Java
1969년 미국영화
감독 : 버나드 K 코왈스키
출연 : 맥시밀리안 셀, 다이안 베이커, 브라이언 키스
살 미네오, 로사노 브라지, 바바라 월
존 레이튼, 재클린 챈, 마크 로렌스
재난영화의 전성시대는 '에어포트' '포세이돈 어드벤처' '타워링' '대지진' 등이 만들어진 70년대였지만 그 이전에도 이미 재난영화가 만들어졌습니다 1930년대에 존 포드 감독의 '허리케인'이나 클라크 게이블 주연의 '샌프란시스코' 같은 작품들이 이미 있었으니까요.
1960년대에 화산폭발을 소재로 한 제법 잘 만든 재난영화가 등장했는데 그게 바로 스펜서 트레이시와 프랭크 시나트라 주연의 '4시의 악마' 였습니다. 그 이후 8년뒤에 다시 화산폭발을 소재로 한 재난영화가 등장했는데 '자비의 동쪽' 이라는 제목으로 소개된 작품이지요. 약간 '4시의 악마'의 하위버전 같은 느낌을 주긴 했지만 그럭저럭 볼만한 재난영화입니다.
19세기말 헨슨 선장(맥시밀리안 셀)'이 이끄는 배가 자바 인근으로 난파선 탐사를 위해서 출항합니다. 조난당한 난파선속에 엄청난 양의 진주가 있다는 정보를 듣고 그 진주를 캐내기 위해서였지요. 헨슨 선장은 이 항해를 위해서 다이버인 코널리(브라이언 키스), 다이빙 벨을 만든 릭비(존 레이튼), 열기구를 가진 이탈리아인 보게스(로사노 브라지)와 그의 아들 레온카발로(살 미네오) 등을 데려오는데 동일한 금액으로 나누는 조건이었습니다. 코널리의 연인 찰리와 헨슨의 연인인 이혼녀 트래비스 부인도 그 배에 동승합니다. 크고 튼튼한 배, 다이빙 벨, 높은 곳에서 바다를 볼 수 있는 열기구까지 동원하여 진주더미를 찾으려는 사람들, 과연 그들은 목표대로 진주를 캐낼 수 있을까요? 그리고 실제 난파선속에는 진주상자가 있을까요?
2시간 11분에 달하는 제법 길고 규모가 있는 영화입니다. 특급 스타는 아니지만 고만고만한 유명배우들이 등장합니다. 마리아 셀의 동생이자 아카데미상 수상배우인 맥시밀리안 셀이 주인공인 헨슨 선장역을 멋지게 하고 있고, 마약에 쩔은 한물간 다이버로 브라이언 키스, 열기구를 가진 이탈리아인 부자를 연기한 로사노 브라지와 살 미네오 등이 출연합니다. 그에 비해서 여배우가 좀 레벨이 딸리는 느낌입니다.
'4시의 악마'가 섬에서 주로 벌어지는 내용을 다루었다면 '자바의 동쪽'은 대부분의 장면이 배안에서 벌어지는 내용입니다. 항해 영화지요. 그럼 화산섬은? 그 배가 찾으려는 난파선의 위치가 화산섬인 크라카토아 라는 곳 근처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배가 화산섬 인근으로 가게 되지요. 굉장히 큼직하고 바위경관이 좋은 섬입니다. 물론 그것만으로 배와 화산섬을 연관시키기는 무리였는지 트래비스 부인의 아들이 섬의 수녀원에서 운영하는 학교를 다니는 것으로 설정했고 나중에 어머니의 모정에 관한 긴 내용이 펼쳐지기도 합니다. 이 영화가 좀 평가를 못 받는 이유도 진주탐사를 위한 선원들의 이야기만이 아닌 아들을 찾는 어머니의 모정이 비중있게 들어가는 바람에 이야기가 좀 집중되지 못하고 분산된 느낌이 있기 때문입니다. 진주탐사의 결과도 약간은 어이없게 나타나기도 하고, 그리고 화산폭발이 주요 소재인데 섬에서의 이야기는 없고 배에서의 이야기만 있는 것도 단점이지요.
아무튼 그런 세부적이 내용보다는 화산섬 인근으로 항해하는 모험과 관련된 내용에 집중하면 되는 영화입니다. 그리 방대한 이야기가 아닌데 영화가 좀 불필요하게 긴 느낌이 들고 대부분 배안에서 벌어지는 내용이기 때문에 정작 화산폭발의 위험에 노출된 섬에서의 긴박감이 쏙 빠져 버렸습니다. 가장 위험한 장소에 주인공들이 있어야 영화가 긴박해지고 재미를 주는데 사실상 주요 인물과는 동떨어진 곳에서의 화산폭발이라서 오히려 화산폭발이 주소재가 아니라 부가적인 내용처럼 되었습니다.
화산폭발 장면 보다는 거대한 해일 장면이 사실 더 긴박감이 있습니다. 섬에 몰아닥치는 엄청난 해일과 배를 뒤집어버릴 듯한 폭풍 장면이 후반부에 그럴싸하게 보여집니다. 그 외에도 중간에 보여지는 열기구를 탄 아버지와 아들이 프로펠러가 고장나서 아슬아슬하게 섬의 공중을 떠도는 장면이 아주 볼만합니다. 영화속에서는 생사의 기로에 선 아찔한 순간을 다루고 있지만 보는 관객들은 아주 경치가 좋고 아름다운 바위 협곡을 실컷 구경할 수 있지요.
진주탐사 항해가 마냥 순조로와서는 이야기 전개가 안되니 중간 중간 예기치 않은 문제발생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배에 함께 탑승한 30명의 죄수들이 반란을 일으키기도 하고, 다이버 역할을 하러 온 코널리가 심신이 쇠약하여 문제를 일으키기도 하지요. 하지만 이런 이야기도 그냥 싱겁게 마무리가 되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벌린 이야기에 대한 뒷심이 좀 딸리는 영화처럼 느껴집니다. 그런 면에서 시종일관 일관성을 유지하면서 힘있게 이끌어간 '4시의 악마'와 비교가 안될 수 가 없습니다.
선박에 탑승한 여러 사람들의 인간군상을 보여주는 영화이기도 하고, 보물을 찾기 위해서 탐사항해를 벌이는 내용이기도 하고, 큰 화산섬의 폭발과 해일을 뚫고 생존을 하려는 재난영화이기도 하고, 아이 찾는 엄마의 이야기이기도 하고... 이것저것 복음밥을 만들기는 했지만 하나라도 제대로 하지는 못한 영화라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소재 자체가 거대하고 흥미로운 이야기라서 보는데 지루함은 없고 오락적인 재미는 무난한 영화입니다.
1971년 서울 단성사 극장에서 개봉되었고 25일 상영에 7만3천명의 서울관객을 동원했으니 단관시대라는 것을 감안해도 흥행성적이 썩 좋지는 못했습니다. 거대한 오락 재난영화로 홍보하기는 좋았겠지만 아무래도 이름있는 빅스타가 등장하지 않은 것이 한계가 있었던 느낌입니다. 그래서인지 지금은 거의 잊혀진 재난영화가 되었지요.
평점 : ★★☆ (4개 만점)
ps1 : 영화의 배경이 된 크라카토아 섬은 실제로는 자바의 서쪽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섬 위치도 모르면서 만든 영화라는 비아냥을 받았다고 합니다.
ps2 : 크라카토아 섬은 실제로 화산폭발이 일어난 지역이라고 하고 36,000명의 사망자가 나왔다고 합니다.
ps3 : '80일간의 세계일주'에서도 쓰였던 Todd-AO 방식의 시네라마 대형화면으로 제작된 영화입니다. 이 방식은 안쓰인지 꽤 오래 되었지요.
ps4 : 일본의 여성 다이버들을 설정한 것이 독특합니다. 지역을 감안해서 아시아권 인물을 등장시킨 것인데 일본도 화산섬인 것이 감안되었나봐요. 원래는 인도네시아인들이 등장해야 적절했겠지요.
[출처] 자바의 동쪽(Krakatoa: East of Java, 69년) 60년대 재난영화|작성자 이규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