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데스리가 1강의 모습을 되찾아가고 있는 바이에른 뮌헨과 지난 시즌 챔피언스리그 준우승의 면모를 잃어가고 있는 토트넘의 승부는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스코어로 마무리됐다. 7실점한 토트넘의 2-7 완패. 최근 토트넘의 분위기가 뒤숭숭하다고 해도 당초에 이런 결과를 예상하기는 힘들었다.
축구에서 패배의 이유는 언제나 명확하다. 혹여 그 이유가 오심이라고 해도 말이다. 이번 토트넘의 대패한 원인도 뚜렷했다. 포체티노의 잘못된 전술 변화가 토트넘의 흐름을 망쳤다.
토트넘은 4-1-2-1-2 포메이션을 선택했고, 바이에른 뮌헨은 4-2-3-1 포메이션을 선보였다. 홈에서 열리는 경기답게 전반전 우세를 먼저 잡은 팀은 토트넘이었다. 토트넘은 바이에른 뮌헨이 후방 빌드업 과정을 강력하게 압박했다.
투톱으로 나선 손흥민과 케인은 두 센터백과 노이어를 향해 압박을 펼쳤고 토트넘 좌우 미드필더인 시소코와 은돔벨레가 윙백들을, 공격형 미드필더로 나선 알리가 킴미히를 수비 범위에 뒀다. 언제나 그렇듯, 축구에서 과감한 전방 압박은 곧 리스크를 의미한다.
토트넘의 리스크는 좌우 미드필더의 벌어진 간격이었다. 4-1-2-1-2 포메이션에서 좌우 미드필더는 중앙을 수비하면서, 동시에 측면 수비를 위해 움직여야 하는 모습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토트넘은 좌우 미드필더들을 통해 상대 윙백들을 압박하면서 윙백들과 좌우 미드필더의 간격이 벌어졌다. 실제로 전반 1분 만에 그나브리가 위협적인 슈팅을 기록한 장면에서 토트넘의 약점이 확연히 나타난다.
그러나 바이에른 뮌헨은 토트넘의 전방 압박에 고전했다. 풀백-윙어-쿠티뉴의 연계로 몇 차례 좋은 역습을 보여줬으나 킴미히와 톨리소를 이용한 전진이 거의 나오지 못했다.
좌측 하프스페이스 침투를 이용한 토트넘 공격 방식
토트넘은 공격 시에 바이에른 뮌헨은 좌측 하프스페이스를 계속해서 공략했다. 주로 알리가 이 역할을 맡았는데, 이 침투로 인해서 토트넘은 중원에서 수적 우위를 확보할 수 있었다. 알 리가 침투할 때 주로 킴미히가 수비를 위해 이동했는데, 이때 중원에는 톨리소 혼자 남게 됐다. 수적 우위를 가진 토트넘은 바이에른 뮌헨이 측면에서 수비에 막혀도 바로 재압박을 하기에 용이했다.
좁은 간격을 유지해 뒷공간과 하프스페이스를 수비한 바이에른 뮌헨
토트넘의 좌측 하프스페이스 공략에 대응하고자 바이에른 뮌헨은 두 줄 수비의 좌우 간격을 좁혔다. 코망과 그나르비로 헌신적으로 수비에 가담하면서 중원에서 강력한 두 줄 수비를 세운 바이에른 뮌헨.
하지만 역시 축구에선 하나를 얻게 되면 하나를 잃게 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프스페이스를 향한 토트넘 선수들의 움직임을 막아냈지만 바이에른 뮌헨은 측면을 내줄 수밖에 없었다. 이미 양 팀의 포메이션만 봐도 바이에른 뮌헨은 중원에서 수적 우위를 갖기 쉽지 않다.
여기에 윙크스가 낮은 위치에서 후방 빌드업에 관여하는 모습이 아닌 바이에른 수비조직 앞에 위치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킴미히와 톹리소는 압박 대상에 대한 혼선이 생겼다. 바이에른 뮌헨 선수들이 중앙 압박에 치중한 모습이 나오면서 우측에 있는 오리에게 공간이 많이 할애됐다. 전반 25분 은돔벨레의 슈팅이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바이에른 뮌헨의 수비 간격을 보면 이와 같은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물론, 토트넘도 압박 체계가 완벽하지 않았다. 토트넘이 수비라인을 깊게 내릴 때, 3선과 1서의 간격이 지나치게 벌어지는 문제점을 종종 나타냈다. 4-1-2-1-2 포메이션을 사용하는 대부분의 팀들의 수비 형태는 공격형 미드필더가 내려와 두 줄 수비를 갖추는 모습이 일반적이다.
3선과 1선의 간격이 지나치게 벌어지는 문제점을 노출한 토트넘
그러나 토트넘은 대형을 그대로 유지했다. 토트넘의 3미들은 쿠티뉴를 견제하고, 중원을 돕기 위해 수비진 앞에서 간격을 유지할 수밖에 없었다. 이 수비 대형에서 케인-알리-손흥민의 수비 포지션은 더 낮아질 필요가 있었다. 킴미히에게 중거리 슈팅을 허용하며 실점한 장면에서도 이 문제는 고스란히 나타났다.
후반 시작과 함께 토트넘은 4-4-2 포메이션으로 변화를 시도했는데, 두 가지 문제를 노출하며 대실패했다.
1. 상대 중앙 미드필더에게 공간 허용 2. 중원 수적 우위 확보 실패
바이에른 뮌헨 중앙 미드필더들에게 공간을 노출한 토트넘
4-4-2 포메이션으로 변화한 토트넘은 계속해서 전방 압박을 시도했는데, 여기서 문제는 전반전 알리가 맡았던 역할을 대신해 줄 선수가 없었다는 것이다.
중앙 미드필더인 윙크스와 은돔벨레가 전진하게 되면 자칫 바이에른 뮌헨 2선 선수들이 공을 편하게 받을 수 있는 공간을 허용할 수 있고, 동시에 중원에 한 선수만 남게 되는 엄청난 리스크를 감수해야 됐기 때문에 두 선수는 수비진 앞에서 머물렀다. 압박이 없는 톨리소와 티아고는 전방으로 패스를 보낼 수 있는 시야와 공간을 확보했다.
후반전에 토트넘은 중원에서 수적 우위를 확보하지 못했다.
두 번째로 전반전 중원에서 수적 우위를 내주며 압박에 어려움을 겪었던 바이에른 뮌헨은 토트넘이 4-4-2로 변화하면서 압박에 더욱 용이해졌다.
종합해보면 후반전부터 토트넘의 압박 속도에 비해, 바이에른 뮌헨의 탈압박 속도가 빨랐다. 게다가 토트넘이 수비에 성공해도 바이에른 뮌헨이 빠르게 재압박에 나설 수 있게 만들어줬다. 포체티노의 잘못된 변화가 공수 모든 국면에서 바이에른 뮌헨이 우세하게 만들었다. 바이에른 뮌헨의 우세함 속에, 토트넘 선수들은 전반전 강한 전방 압박으로 지치면서, 집중력이 흐려졌다. 후반 막판 연달아 3실점하는 장면에서 토트넘은 공수 체계를 상실한 모습을 보여주고 말았다.
첫댓글 크 분석 감사합니다 유익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