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매기의 꿈 (갈매기 조나단)
원제 : Jonathan Livingston Seagull
1973년 미국영화
제작, 각본, 감독 : 할 하틀렛
음악 : 닐 다이아몬드
목소리 더빙 : 제임스 프란시스커스, 줄리엣 밀스
필립 안, 도로시 맥과이어, 데이비드 래드
리처드 크레나
'갈매기의 꿈'은 미국의 작가 리처드 바크가 발표한 베스트셀러 소설입니다. 그는 공군 조종사였는데 아마도 하늘을 날면서 무한한 자연과 높은 하늘의 세계에 대한 경이로움을 경험했을 것 같고, 그러한 경험이 하늘을 나는 새인 갈매기를 주인공으로 한 소설을 쓰게 된 바탕이 되었을 것 같습니다. 프랑스의 생떼쥐페리와 함께 비행사 출신의 유명 작가인 셈이지요.
우리나라에도 여러 번 출간된 '갈매기의 꿈'은 1973년 할 바틀렛 감독에 의해서 영화화 되었습니다. 지금이라면야 뭐 '라이온 킹' 같은 영화도 CG로 실사판을 만드는 세상이지만 70년대, 그것도 공중촬영을 해야 하는 새를 주인공으로 하는 영화를 만든다는 것은 그 자체가 위대한 도전이었습니다. 그러니 이 영화가 좋은 평가를 받아야 하겠지만....... 그렇지 못했습니다.
IMDB 평점이 6.0 에 불과하고 평론가 로저 에버트가 보다가 뛰쳐나간 작품이라고도 하고, 또한 영화가 완성된 후 할 바틀렛 감독은 여러 사람과 소송이 붙었다고 합니다. 음악을 맡은 닐 다이아몬드, 원작자인 리처드 바크 등..... 시끄러웠던 영화지요. 더구나 영화는 형편없는 흥행을 거두었는데 오히려 사운드 트랙 앨범이 크게 히트를 쳐서 영화수익의 몇 배를 벌었다고 하지요. 영화보다 음악이 훨씬 유명한 대표적인 영화중 하나입니다. (그런 영화들을 꼽아보면 '하얀 연인들' '산체스의 아이들' 같은 작품이 그렇지요)
자료를 보면 원래 120분짜리 영화로 되어 있는데 출시버전이 99분입니다. 그래서 지금 볼 수 있는 버전 역시 1시간 39분 버전이지요. 1973년 영화인데 우리나라에는 7년이나 지난 지각개봉을 했고, 그때 상영시간 간격이 2시간 15분이었으니 애국가, 대한뉴스, 문화영화, 예고편, 광고, 청소시간 등을 빼면 아마도 그때도 99분 버전으로 상영한게 아닐까 싶네요. 닐 다이아몬드가 자기 음악이 많이 빠져있다고 항의했다고 하니 아마 노래가 나오는 장면이 좀 빠졌나 봅니다.
영화는 생각만큼 폭망 수준은 아닙니다. 다만 동물을 주인공으로 한 다른 영화들, '베어' 같은 영화에 비하면 좀 뒤떨어집니다. 너무 밋밋하고 평범한 느낌은 있어요. 다만 원작 소설의 깊이 때문인지 내용은 많이 철학적이고 신의 경지에 오르는 내용처럼 심오함이 느껴지지요.
갈매기 조나단 리빙스턴, 주인공 갈매기입니다. 다른 갈매기들과 달리 더 높이, 더 빨리 날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하고 그것을 실행에 옮깁니다. 하지만 무리의 족장은 그가 무리에서 멋대로 이탈하고 규칙을 따르지 않았다고 추방합니다. 추방된 조나단은 계속 더 높이 날고 빨리 날 수 있는 연습을 하면서 광활한 대 자연을 떠돌지죠. 그러다가 다른 무리를 만나고 거기서 스승같은 존재에게서 단지 나는 기술 외에 삶의 철학과 사랑하는 법을 배웁니다. 그리고 스승은 떠나가고 한껏 성숙해진 조나단은 이제 자신처럼 특별하지만 무리에서 쫓겨난 다른 갈매기를 찾아 지도를 하면서 더 위대한 존재가 됩니다. 조나단에게 가르침을 받은 플레처 라는 갈매기, 플레처가 어느 정도 경지를 깨닫게 되자, 조나단 역시 전에 그 스승이 그랬던 것처럼 플레처를 떠납니다. 세상의 또 다른 플레처를 찾아서..... 그리고 플레처는 조다단처럼 다른 갈매기들을 찾아 가르치겠죠.
높이 나는 새가 더 멀리 보다는 말도 있습니다. 그렇듯이 특별한 존재인 조나단은 더 높이 날고 더 많을 것을 보고 배우게 되지요. 하지만 스승을 만나서 학문이나 지식은 나누고 베풀어야 더 가치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 결국은 그것이 '사랑'이라는 위대한 결과로 나타난다는 것을 깨닫지요. 그리고 단지 어디까지 얼마나 날 수 있는가 하는 수치적 개념은 의미가 없고, 초월적인, 즉 시공간을 초월하는 경지를 배우게 되지요. 조나단은 일종의 예수 그리스도 같은 존재가 되는 셈입니다. 무리에서는 배척되지만 오히려 그들에게 더 깊고 큰 사랑을 베푸는....선지자적 존재가 되지요. 스승도, 조나단도, 플레처도, 결국 어떤 특정한 '위인'이 아닌 대를 물려 계속 성인같은 존재가 양성되고 그들이 배운것처럼 다시 가르치고 후진양성을 하고 그런 내용이 인상적입니다. 인터넷 시대가 되어 지식이란 결코 폐쇠적으로 숨기는 것이 아니라 나누고 퍼뜨리고 베푸는 것이 되어버린 시대.. 그리고 그게 가치가 있고 의미가 있는 시대.... 리처드 바크는 이런 먼 훗날의 지혜를 본 것일까요?
70년대라는 걸 감안하면 멋진 촬영을 보여줍니다. 수상은 못했지만 아카데미 촬영상, 편집상 후보에 올랐고, 골든 글로브 최우수 영화음악상을 받았으니까요. 닐 다이아몬드의 음악은 크게 히트를 쳤고, 작사, 작곡, 노래까지 겸한 그의 음악은 영화 오프닝, 엔딩 그리고 중간에 수시로 들려옵니다. 과거 영화음악 시간에도 많이 소개된 작품이지요. 영화는 잊혀졌지만 음반은 대박을 쳤습니다. 물론 원작도 그렇고. 그래서 결과적으로 원작자인 리처드 바크와 닐 다이아몬드느 플러스를, 감독은 마이너스가 된 셈입니다.
할 바틀렛 감독은 그리 많이 알려진 인물은 아닙니다. 그나마도 그의 이력에서 가장 유명한 영화가 이 '갈매기의 꿈' 이 된 셈인데, 그는 제작, 각본, 연출을 같이 하는 인물입니다. 우리나라에 개봉된 시드니 포이티어, 알란 랏드 주연의 '싸우는 젊은이들' 정도가 알려져 있고, 공교롭게도 '영화보다 음악이 더 유명한 작품'인 '산체스의 아이들'도 그가 제작, 감독을 겸한 영화입니다. 즉 열심히 영화를 만들었지만 남 좋은 일만 시킨 셈이지요. 영화는 잊혀지고 음악이 유명해졌으니.
우리나라에 7년이나 지각개봉 되었지만 의외로 괜찮은 흥행성적을 거두었습니다. 단관시절인 80년 봄에 개봉되어 한달 반을 상영하면서 10만이 넘는 서울관객을 동원했는데 허리우드 극장 1980년 개봉 영화중 '007 나를 사랑한 스파이'와 '브레이킹 어웨이'에 이이서 3번째로 많은 관객을 동원한 영화가 되었습니다. 물론 당시는 워낙 1년에 개봉되는 외화 편수가 적어서 어지간한 작품이면 서울 단관 10만명은 넘는 시대였지만 사람이 전혀 등장하지 않고 자연경관과 갈매기만 나오는 상업성 낮은 영화가 이렇게 관객이 모였다는 것은 아무래도 유명 베스트셀러 원작의 덕도 본 것 같습니다.
갈매기떼가 모여있거나 비상하는 장면, 서로 먹이를 놓고 할퀴고 싸우는 장면, 물에 빠져서 나오는 장면, 몇 마리가 나는 장면 등이 볼만하며 아마도 꽤 인내심을 가진 촬영을 했을 것 같습니다. 드넓은 바다나 자연경관이 아주 볼만한 작품이고 2.35 : 1 시네마스코프 칼라 화면으로 펼쳐집니다. 최소한 시각적 즐거움은 높았던 영화입니다.
ps1 : 갈매기 장면 중 일부는 정교한 모형으로 만든 가짜라고 합니다.
ps2 : 한쪽 날개가 꺾인 장애 갈매기, 바다로 추락하는 장면, 날다가 절벽에 부딫치는 장면 등이 리얼하더군요. 어느 장면에서 가짜를 사용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ps3 : 새가 과연 얼마나 높이 날 수 있을까요? 대기권 밖으로는 못 나가겠죠?
[출처] 갈매기의 꿈/갈매기 조나단(Jonathan Livingston Seagull , 73년)|작성자 이규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