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쓸쓸히 ‘고독사’ 작년 3378명… 50, 60대 남성이 절반
복지부, 고독사 첫 실태조사
가족 친구와 단절된 채 혼자 지내다 세상을 떠나 뒤늦게 발견되는 이른바 ‘고독사’가 지난해만 3378건 발생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50, 60대 중장년층이 전체 고독사 사망자 10명 중 6명에 달했다.
보건복지부와 한국보건사회연구원(보사연)은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간 고독사 발생 현황을 조사해 14일 발표했다. 국가 차원의 고독사 실태를 조사해 공식 통계를 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해 4월 시행된 고독사 예방법에 근거해 보사연이 경찰청으로부터 자료를 받아 분석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 국민 100명 중 1명이 쓸쓸한 죽음
복지부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사망자는 31만7680명이다. 이 중 고독사가 3378건으로 국민 100명 중 1명(1.1%)은 쓸쓸한 죽음을 맞은 셈이다. 고독사가 늘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2017년 2412건에서 연평균 8.8%꼴로 증가하고 있다.
여기에는 1인 가구 증가라는 우리 사회의 가족 구조 변화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해 기준 전체 가구의 3분의 1(33.4%)은 1인 가구였다. 올 4월 서울 강서구의 한 반지하 방에서 숨진 60대 남성 A 씨도 1인 가구의 고독사 사례다. 20년 전 자녀와 왕래가 끊긴 채 혼자 살던 A 씨는 자다가 심장마비로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지만 2주 동안 아무도 몰랐다. 그의 시신은 수개월째 밀린 공과금 고지서를 본 집주인에 의해 뒤늦게 발견됐다. 고숙자 보사연 연구위원은 “1인 가구는 다인 가구에 비해 미취업자와 임시·일용직 근로자 비율이 높아 고용의 질이 열악하고, 타인과의 관계에서도 고립된 경우가 많다”고 분석했다.
○ 중장년 남성이 가장 취약
고독사는 여성보다 남성에서 더 많이 발생한다. 지난해 남성 고독사 사망자는 2817명으로 여성(529명)의 5.3배였다. 연평균 고독사 증가율도 남성(10.0%)이 여성(5.6%)보다 높았다.
연령대별로는 50, 60대가 ‘고위험군’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전체 고독사의 58.6%가 이 연령대에서 발생했다. 특히 50대 남성(26.6%)과 60대 남성(25.5%)이 전체 고독사의 절반을 넘었다. 정재훈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50, 60대 남성은 젊은 시절 가부장적 사회구조의 가장 역할에만 충실하던 세대”라며 “50대 이후 전통적 가장의 역할, 즉 경제력을 상실하면 쉽게 좌절하고 고립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정 교수는 “현재 복지 시스템은 저소득계층 또는 청년·노인 위주라서 중장년층은 소득과 연령 기준 모두 사각지대에 놓이기 쉽다”고 지적했다.
반면 젊은층의 고독사는 다른 양상을 보였다. 지난해 고독사한 20대의 56.6%, 30대의 40.2%는 극단적 선택으로 사망한 사례였다.
고독사 발생 장소는 단독주택, 다세대주택, 빌라 순으로 많았다. 아파트, 원룸 거주자가 뒤를 이었다. 고독사 최초 발견자는 형제자매(22.4%)가 가장 많았고, 임대인(21.9%)이나 이웃 주민(16.6%)이 발견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지역별로 보면 지난해 인구 10만 명당 고독사는 부산(9.8명), 대전(8.8명), 인천(8.5명), 충남(8.3명), 광주(7.7명) 순으로 많았다. 전체 사망자 중 고독사 비율이 높은 지역은 대전(1.6%), 인천(1.5%), 부산과 광주(각 1.4%)였다.
이지운 기자, 유근형 기자, 김예윤 기자
급증하는 고독사
요즘 같은 ‘백세시대’에 50, 60대면 신체적으로도 건강하고, 사회적으로도 왕성하게 활동할 나이다. 그런데 고독사의 절반이 50, 60대 남성에게서 발생한다. 평생 일만 하다 가족과 유대감을 쌓지 못한 데다 식사 빨래 같은 집안일에 미숙한 50, 60대 남성은 실직하거나 이혼하면 급격히 무너진다. 나약하다는 낙인이 두려워 고독감을 토로하지도 못한다. 질병과 가난을 안은 남성은 ‘삼식이’(세끼 모두 집에서 먹는 남편) 대접조차도 받지 못하고 가족과 영영 멀어지는 경우가 많다.
▷고독하지 않은 죽음은 없다지만 법적으로 정의되는 고독사는 존재의 본질로서 외로움과는 다르다. 가족 친척 등과 단절된 채 홀로 사는 사람이 자살 병사 등으로 혼자 임종을 맞고, 일정한 시간이 흐른 뒤에 시신이 발견되는 죽음을 말한다. 정부가 처음으로 고독사 통계를 발표했다. 지난해 3378명으로 집계됐는데 5년 전보다 40% 늘어난 수치다. 지난해 사망자(31만여 명)의 1%를 넘어선다. 남성이 여성보다 5.3배나 많다.
▷고독사의 대부분은 가족과 연락이 끊기거나 아예 주민등록이 말소된 무연고자들의 죽음이다. 이런 고독사는 계속 늘어날 것이다. 수명은 길어졌지만 가족 해체 및 1인 가구의 증가, 이웃 공동체 붕괴, 플랫폼 노동과 같은 ‘나 홀로’ 일자리 증가 등으로 사회적으로 연결되지 않은 개인이 많아지고 있어서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며 극단적인 고립 상태가 이어지는 것도 문제다.
▷2018년 영국은 고독부(Ministry for Loneliness)를 신설했다. 전체 인구 중 약 900만 명이 고독을 느끼는데 600만 명은 고독을 감춘다는 보고서가 발표되면서 고독은 개인이 아닌 국가가 해결해야 할 문제라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만성화된 고독은 건강을 해치고 생산성을 저하시키므로 의료·경제 등에 부담을 주는 사회문제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노인들의 고독사가 심각한 일본도 내각관방 내 고독·고립담당 장관을 임명했다. 지난해 두 나라 고독장관은 양자회담을 열고 “고독은 누구에게나 일어난다”며 정책적 개입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단 하나의 연결된 관계도 없이, 아무도 슬퍼하지 않는 죽음을 맞이한 이들. 그 고독한 죽음의 현장을 1000번 이상 청소한 유품정리사 김새별 전애원 씨는 저서 ‘떠난 후에 남겨진 것들’에서 “고독사가 의미하는 것은 죽음이 아니라 삶이다. 고독사는 그가 얼마나 고독하게 죽었는가가 아니라 얼마나 고독하게 살았는가를 말해준다”고 했다. 우리 사회가 살아생전 이들을 버린 건 아닌가 하는 물음이면서, 서로 따뜻한 온기를 나누며 살아가야 한다는 제안이다.
우경임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