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학자들 "우리 세대 130~150세까지 산다"
5단계 수명혁명 급속 진행 중<위생·암정복·장기 이식·호르몬 요법·유전자 치료>
그러나 혈관만은 예외다
지난 해 통계청이 발표한 한국인의 평균 수명은 80.1세지만 이는 산술적 평균에 불과하다. 요즘 문상(問喪)에선 웬만하면 고인 나이가 90세 전후다. 이제는 90이 넘어도 "호상(護喪)입니다"는 말하기가 조심스럽다. 초근목피로 어린 시절을 연명했고, 6·25 전쟁을 겪었으며, 산업화를 달성하느라 건강을 돌보지 못한 세대가 이럴진대, 매일 건강을 걱정하는 우리 세대는 도대체 몇 살까지 산다는 말일까?
의학자와 미래학자들 주장을 종합하면 인간 수명은 ①위생과 공중보건의 개선 ②진단 및 치료 기술의 발전 ③장기 이식 ④호르몬 보충 ⑤유전자 치료 등에 의해 획기적으로 연장되게 된다. 이 다섯 가지 중 마무리 된 것은 ①뿐이며 다른 것은 모두 진행형이다. ①의 효과만으로 30~40년 수명이 연장됐는데 ②~⑤가 모두 마무리 되면 인간 수명은 미래학자 주장처럼 정말 130~150세가 될지도 모른다.
①위생과 공중보건 혁명
해방 당시 45세 정도였던 한국인의 평균 수명이 반세기 여 만에 두 배 가까이 증가한 것은 대부분 위생과 공중보건의 획기적인 개선 덕분이다. 천연두, 디프테리아, 파상풍, 백일해 등 각종 백신의 보급으로 영아 사망률이 큰 폭으로 떨어졌고, 상하수도의 정비와 수세식 화장실 보급 등과 같은 환경 개선 효과로 콜레라, 장티푸스, 세균성 이질 같은 수인성 전염병이 거의 자취를 감추게 됐다. 손 씻기 같은 개인위생 개념의 확립도 여기에 큰 기여를 했다. 또 재래식 부엌의 개선과 냉장고 보급은 음식의 변질로 인한 식중독 사고를 줄이는 효과를 가져왔다. 그 밖에 정부의 효과적인 방역대책으로 이·벼룩·진드기로 인한 재귀 열, 이로 인한 발진티푸스, 모기로 인한 일본 뇌염이나 말라리아 등 전염병 매개 곤충이 크게 감소했다.
공중 보건 체계의 정비로 후진국성 전염병도 크게 감소했다. 사망 원인이 정부에 의해 공식 조사된 1950년대 사망 원인 1위였던 결핵은 공포의 대상이었지만 이제는 10위권으로 한참 밀려났다. 사회의료보장 차원에서 1977년 도입돼 현재 전 국민이 혜택을 받고 있는 건강보험이 결핵 같은 '후진국형 질병'으로 인한 사망률을 획기적으로 낮춘 덕분이다.
②진단 및 치료기술 혁명
2010년 현재, 한국인의 주요 사망 원인은 각종 암과 뇌졸중, 심근경색, 당뇨병 등이다. 노화 또는 생활습관과 관련해서 발병하는 질환들인데 발병 원인 또는 위험인자가 대부분 밝혀져 있고, 진단 및 치료 기술도 급속하게 발전하고 있어 이로 인한 사망률은 획기적으로 떨어질 것으로 의학자들은 전망한다.
우선, 암은 이미 해답이 나와 있다. 조기 발견만 하면 대부분 효과적으로 치료할 수 있다. 과거, 암이 죽음과 동일시됐던 것은 늦게 발견하기 때문이었다. 암을 찾아내는 효과적인 검진 방법도, 정기적으로 검진을 받아야 한다는 인식도 없었던 시절이라 증상이 나타나 암을 발견했을 때는 이미 모든 장기로 암이 퍼진 상태여서 손을 쓸 수 없었다. 그러나 이제 '암 덩어리'는 물론이고 '암 알갱이'나 '암 씨앗'까지 발견할 수 있는 첨단장비·검사법이 개발돼 있어 조기 암 발견 비율이 크게 높아지고 있다. 각 병원마다 통계가 조금씩 다르지만 조기 암(통상 1~2기 암) 상태에서 암을 발견하면 위암, 유방암, 대장암, 전립선암, 갑상선암, 자궁경부암 등 한국인에게 많이 발생하는 암의 5년 생존율(완치율과 동일한 의미)은 85~95% 수준이다. '0기암' 단계에서 발견하면 95~99% 완치된다. 때문에 검진 스케쥴에 따라 검사 받기만 하면 주요 암의 위협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 예를 들어 대장암은 정상 대장 세포가 용종 단계를 거쳐 암으로 발전하는데 10~15년이 걸리며, 0 기 암이 1~2기로 자라는데도 수년이 걸린다. 이렇게 '장구한' 세월동안 한번만 대장 내시경 검사를 하면 대장암 때문에 사망하는 일이 거의 없다.
물론 췌장암이나 혈액 암처럼 조기 발견이 쉽지 않은 암도 있고, 폐암이나 췌장암처럼 조기 발견해도 잘 낫지 않는 암도 있지만 머지않아 이런 암에 대해서도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방법이 개발될 것으로 의학자들은 전망한다.
뇌졸중, 심근경색, 당뇨병 등의 질병에 대한 대처는 암보다는 훨씬 복잡해서 쉽지 않다. 암이 특정 장기에 발생하는데 비해 당뇨병이나 심혈관질환 등은 나쁜 생활 습관이나 유전자로 인해 몸 전체에 병이 진행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다행히도 병의 원인이 밝혀져 있고, 병의 악화에 기여하는 고혈압·고지혈증·고혈당·흡연 등의 위험인자들은 생활습관의 개선을 통해 어느 정도 관리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효과적으로 혈압이나 혈당을 떨어뜨리는 약이 있는데다 심근경색 등의 문제가 생겼을 때 대처할 수 있는 응급의료시스템도 잘 정비돼 있어 당뇨병이나 뇌졸중 등이 문제가 돼 사망하는 연령은 획기적으로 높아질 것으로 의학자들은 전망하고 있다.
③인공장기와 이식 혁명
자동차의 낡은 부속품을 교체하듯 노화되거나 손상된 장기를 갈아 끼우는 이식의 혁명이 진행되고 있다. 현대의학은 머리부터 발끝까지 거의 모든 장기를 갈아 끼우는 기술을 이미 보유하고 있다. 간, 심장, 신장 등은 물론이고 최근엔 기술적으로 쉽지 않았던 폐와 췌장의 이식 성공률도 크게 높아졌다. 이제 문제는 '기술'이 아니라 '재료', 즉 이식할 장기다. 의공학자들이 인공 장기의 개발에 박차를 가하는 이유다.
인공 심장은 이미 실용화 단계에 근접해 있다. 1960~1970년대부터 시도된 인공 심장은 20세기까지는 말기 환자의 생명을 한시적으로 연장하기 위해 체외에 설치하는 기계에 불과했으나, 21세기 들어 사이즈가 획기적으로 작아져 체내에 이식할 수 있게 됐다. 2000년 6월, 인공심장을 가슴에 이식 받은 영국인 환자는 7년 동안 정상 생활을 유지하다 사망해 인공장기의 미래를 밝게 했다. 기계 장치가 아닌 '진짜' 인공 장기의 개발도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돼지나 말 등 사람과 유사한 동물의 장기에 사람 유전자를 주입해 이식이 가능하도록 변형시키는 연구가 이미 상당한 정도로 진행돼 있다. 이종(異種) 장기 이식으로 인한 면역 문제와 동물에 있던 병원체(바이러스 등) 감염의 문제만 해결되면 머지않아 실용화될 수 있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전망하고 있다.
또 줄기세포나 조직공학을 이용해 자기 장기와 유전적으로 동일한 인공 장기를 만드는 기술도 상당한 진전을 보이고 있다. 멀지 않은 장래에 말기 간암 환자나 심부전 환자가 자신의 줄기세포로 배양되거나 자기의 생체조직으로 제조된 인공 간이나 인공 심장으로 '갈아 끼우고' 곧바로 퇴원하게 된다는 것이 미래학자들의 설명이다. 그러나 혈관만은 예외다. 부분적 혈관교체는 지금도 가능하지만 동맥경화 등으로 십만 ㎞에 달하는 혈관 전체가 망가지면 대책이 없다.
④호르몬 혁명
인공 장기가 인간 수명을 '물리적'으로 연장시킨다면 부족한 호르몬을 보충해 주는 호르몬 요법은 인간 수명을 '질적'으로 연장시켜 준다. 병에 걸려 힘없이 120세까지 사는 것이 과연 행복일까? 그러나 나이가 들면서 부족해지는 남성호르몬, 여성호르몬, 성장호르몬, DHEA, 멜라토닌 등을 적절하게 보충해 주면 이론적으로 90대에도 30대 40대 같은 젊음을 향유할 수 있을 것으로 학자들은 전망한다.
예를 들어 남자는 60대가 되면 남성호르몬이나 성장호르몬의 분비량이 20대의 절반 이하로 떨어진다. 나이가 들면서 쉽게 피로해 지고, 우울해 지며, 성욕이 사라지고, 근육이 줄어드는 것은 늙어서가 아니라 호르몬이 감소했기 때문이다. 이 때 남성호르몬과 성장호르몬을 보충해 주면 기분이 좋아지고, 운동을 안 해도 배가 들어가면서 근육이 생기고, 젊었을 때처럼 성욕이 왕성하게 일어나게 된다. 여성에게도 여성호르몬과 성장호르몬이 비슷한 작용을 한다. 1990년대 미국과 유럽의 신문·잡지들은 앞 다투어 호르몬 요법으로 람보와 같은 근육을 갖게 된 70대 80대 노인 사진을 게재하며 이 요법을 '회춘(回春)의 영약'으로 소개하기도 했다.
호르몬 요법은 그러나 심각한 문제점이 있다. 온 몸 세포에 활력을 제공하기 위해 투여한 호르몬이 정상 세포뿐 아니라 암 세포까지 성장시키기 때문이다. 특히 전립선암과 유방암이 호르몬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세포의 신진대사를 촉진시키는 호르몬의 영향으로 세포의 생성과 사멸 주기가 단축되면 결과적으로 수명이 단축될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이런 이유로 호르몬 요법을 실시하는 안티 에이징 클리닉은 1990년대 중후반 우후죽순 생겼다 2000년을 전후해 주춤해졌으나 수년전부터 다시 확산되고 있다. 호르몬 요법의 부작용들을 어느 정도 컨트롤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전립선암의 발병은 혈액 속 전립선특이항원(PSA) 검사를 통해 매우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다. 따라서 호르몬 요법을 시행하다 PSA 수치가 높아져 전립선암 발병이 염려되는 단계에서 중단하면 암 걱정 없이 호르몬의 혜택을 누릴 수 있다.
호르몬 요법이 결과적으로 생명을 단축시킬 수 있다는 주장과 관련해서도 일부 학자는 "마지막 순간까지 활력 있게 산다면 나쁘지 않은 선택"이라고 주장한다. 호르몬 요법은 아직 효과와 부작용이 충분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부작용이 충분히 밝혀지고 그것에 대처할 수단이 생긴다면 인간 수명을 질적으로 크게 향상시킬 수단이 될 수 있을 것으로 학자들은 전망한다.
⑤유전자 치료 혁명
사람의 생로병사는 유전자 속에 있는 약 30 억 개의 뉴클레오티드 염기쌍 서열에 의해 결정된다. 미국, 영국, 일본, 독일, 프랑스, 중국 6개국이 2005년까지 이 염기쌍 서열을 모두 밝혀 유전자 지도를 만들겠다고 1990년 천명했을 때 많은 학자들은 "불가능한 일"이란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5개국 공동연구팀은 예상보다 5년 이른 2000년 6월에 인간 유전자의 초기 지도를 완성했다. 2006년엔 23쌍의 염색체 중 유전자가 가장 많고, 치매 등 연관된 질병이 무려 350가지나 되는 '제1번 염색체'를 완전 해독하기에 이르렀다.
유전자 지도의 완성으로 인간은 생명을 어느 정도 통제할 수 있게 된다. 유전자 검사를 통해 특정 질병에 걸릴 가능성을 예측하고 병이 생기기 이전에 생활습관 교정이나 약물 요법 등의 예방적 조치를 통해 병을 차단할 수 있게 되며, 병이 발생한 경우엔 개인 유전자에 따라 맞춤 약물 처방이 가능하게 된다. 이러한 맞춤 약물 치료는 이미 유방암이나 난소암 등 항암 치료에 적용되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유전자 조작도 가능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유전자 치료 물질을 문제가 있는 유전자에 정확하게 실어 나르는 '운반체'를 개발하는 연구가 한창인데 이것이 개발되면 문제가 있는 유전자를 문제가 발생하기 이전에 교체하거나 수리할 수도 있게 된다.
가져온 곳 :
카페 >성공으로 가는 자기최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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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엘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