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화천연가스(LN)를 기화할 때 –163℃의 냉열이 고스란히 바다에 버려지죠. 이 냉열을 활용하면 수소 액화 비용을 30%까지 줄일 수 있어요."
지난 4월 3일 강원도 춘천시 도청에서 만난 최문순(46회) 강원도지사는 인터뷰 도중 "수소 액화는 비용이 워낙 크지 않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단순히 어깨 너머로 들은 내용으로는 나올 답변이 아니었다.
최 지사는 "지난해부터 수소경제, 특히 액화수소 공부를 열심히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참에 액화수소 전도사가 되겠다는 의지도 내비쳤다.
그는 "강원도가 궁극적으로 가야 할 미래 에너지가 액화수소에 있다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최 지사는 공부만 한 것이 아니다. 지난 1년간 '액화수소'를 강원도에 도입하기 위해 누구보다 열심히 뛰어다녔다.
지난해 5월 평창에서 열린 국제수소포럼에서 '강원도 수소산업 비전'을 선포했고, 연말엔 국회에서 '수소도시 비전'을 내놨다. 그러면서 강원도는 수소 관련 정부 공모사업을 싹쓸이했다. 친환경 미래 에너지인 '액화수소'로 강원도를 리모델링하겠다는 최 지사의 비전은 이제 중앙정부로부터도 호응을 얻고 있다.
최 지사는 2022년까지 2년 안에 삼척시에 세계 최초의 액화수소 도시를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바탕으로 수소 산업단지와 친환경 리조트가 결합된 수소 거점도시도 2025년까지 조성할 계획이다.
여기에 오는 2026년부터 강원도 주요 도시들이 동해안권으로 액체수소를 공급하는 수소광역도시로 발돋움해야 한다는 게 그의 청사진이다.
최 지사는 "환동해권 에너지 허브로 클 수 있는 지정학적 위치를 발판 삼아 수소를 대규모로 액화해 러시아와 중국, 일본으로 수출할 것"이라며 "대륙철도와 연결하면 유럽으로도 수출길을 열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산업화 시절 석탄을 발판으로 국가 에너지의 40%를 담당했던 강원도의 힘이 액체수소를 발판으로 한 신에너지 시대도 주도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음은 최 지사와의 수소 일문일답.
-수소도시 비전을 구현하기 위해 중점을 두고 있는 부분이 있다면?
▶강원도 수소육성 전략의 핵심은 액화수소에 있다. 액화수소 저장·운송 클러스터 조성과 연구‧실증‧상용화를 통한 수소밸류체인 구축할 것이다.
강원도와 평택을 제외하면 지금 지방자치단체들은 전부 기체수소에 매달려 있다. 대량생산과 대량운송, 대량소비 체제를 갖춰 그야말로 진정한 수소시대를 열려면 액화수소가 정답이라는 판단을 내렸다.
-전문가들은 액화수소는 조금 먼 기술로 보는데?
▶액화수소는 강원도가 국내 정책을 이끌다시피 하고 있다. 정부에선 액화수소 경제 도래 시점을 2030년쯤으로 잡는데 우리가 이를 앞당기려 한다. 2년 안에 구체적인 모습을 갖출 것이다. 액화수소 생산과 저장, 유통, 소비 등 4단계 성립으로 경제성까지 갖추는 것이 목표다.
-왜 강원도는 액화수소를 해야 한다고 보나?
▶환경, 기술, 안전 등 3가지 측면에서 액화수소에 꽂쳤다. 우선 환경적으로 (강원도의) 낮은 인구밀도로 수소배관을 통한 수소경제 전환은 어렵다고 봤다. 최적의 대안은 액체수소라는 결론이다.
기술적으로 삼척 호산 액화천연가스(LNG)기지에서 버려지는 –163℃의 냉열을 활용할 경우 액화비용을 최대 30%까지 절감할 수 있다. 그만큼 경제성 확보가 가능하다. 마지막으로 액체수소는 기체수소와 같이 200바(bar) 이상 고압으로 압축할 필요가 없다. 안전하고 경제적인 저장‧운송이 가능하다.
-에너지 거점도시 조성을 통해 액화수소 비전을 만들겠다는 복안인데?
▶강릉을 비롯한 도내 각 지역에서 관련 실험에 한창이다. 이미 완성단계에 접어든 기술도 있다. 그걸 모아 삼척에서 액화수소 시범도시를 구축해 실제 도민들이 눈으로 볼 수 있게 하겠다.
-삼척 액화수소 시범도시는 언제까지 어떻게 조성하나?
▶삼척을 세계 최초의 액화수소 도시로 만들 것이다. 전 세계에서도 적용 사례를 찾아보기 힘든 혁신적인 수소 시범도시로 키우겠다. 독일과 스웨덴 등 에너지 자립도시 및 스마트도시, 영국과 일본의 수소도시보다 더 선진 모델이 될 것이라고 자신한다.
단순히 수소를 연료로 하는 시범도시 성격을 뛰어넘어 수소를 생산, 저장, 활용하는 과정에서 만들어진 전기와 열을 주택에 적용하겠다. ICT(정보통신기술)까지 활용해 전체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남는 에너지는 판매하는 '에너지프로슈머' 개념을 도입한다.
-왜 하필 삼척에 액화수소 도시를 만들려 하는가?
▶동해와 삼척은 환동해권의 에너지 허브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지정학적 위치가강점이다. 향후 북극항로가 개설되고, 대륙철도와 연결될 경우 대규모의 액화수소를 생산해 유럽까지 수출할 수 있는 수소에너지 허브가 될 수 있다.
강원도의 신재생에너지 비율이 16%로 전국에서 가장 높다. 태양광과 풍력에서 생산된 전기로 전기분해를 해 수소를 만드는 방법도 고려 중이다. 태양광이나 풍력에서 생산된 전기를 멀리 보내려면 철탑을 세워야 하는데, 이걸 수소로 저장해 이동시키려 한다.
-수소기반 도시는 계획 잡기조차 쉽지 않아보이는데?
▶2018년 상반기에 강원도가 수소기반 거점도시 조성계획을 처음 발표했을 때만 해도 사람들이 웃었다. 전문가들은 물론 울산이나 창원처럼 수소산업을 선도하던 지자체조차 강원도가 대체 뭘로 수소산업을 일으키겠다는 것이냐며 냉소하는 목소리가 많았다.
하지만 2019년 강원도가 수소 관련 정부 공모사업을 싹쓸이하고, 액체수소로 특화해 사업을 한다고 하자 달리 보기 시작했다. 이제는 전문가와 다른 지자체들도 수소하면 강원도와 삼척시라고 인정하는 분위기다.
-삼척엔 수소산업 클러스터도 구축한다는 비전인데?
▶수소산업클러스터는 수소 저장과 운송에 관련된 기술개발과 실증, 상용화가 함께 이뤄지는 최첨단 산업단지가 조성된다.
현재 강원도는 원주 디지털 헬스케어에 이어 강릉, 동해, 삼척과 평창 대관령면 일부 지역을 액체수소산업 자유특구로 지정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강원도가 산업부의 지원을 받는 수소운송저장 클러스터로 최종 확정되면 이와 동시에 액체수소산업 규제자유특구로 지정된다. 이 경우 수소 액체와 액상, 저장합금, 고압수소와 관련된 기업과 이를 활용하는 기업들이 도내로 유입될 것이라고 본다. 현재 15개 기업‧기관이 이를 놓고 협의 중이다.
-대진 원전해체 구역엔 친환경 리조트 등 주거시설이 들어선다. 주거와 수소의 공생은 어떤 방향으로 전개하나?
▶강원도가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수소도시는 수소타운과 수소산업단지, 관광레저단지가 복합된 도시라고 보면 된다.
수소산업단지와 관광단지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수소에너지를 기반으로 관리‧운영되는 수소타운에서 거주한다. 주민들은 마을기업을 조직해 수소도시에서 생산되는 전기와 온열, 냉열을 활용해 스마트팜과 물류창고 등 다양한 수익사업을 운영한다. 이와함께 수소연료전지에서 생산되는 전기를 판매해 수익을 거두는 액체수소에너지 기반의 에너지 프로슈머를 육성하는 것도 강원도만의 모델이다.
액화수소를 통한 산업·경제적 효과는 어느 정도로 보는가?
▶우선 어선부터 도입하려 한다. 어선이 한번 출항할 때마다 연료로 200만원 정도 기름을 싣는다. 좋은 기름이 아니어서 매연도 심하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현대자동차와 어선용 액체수소 엔진을 개발하고 있다. 이 엔진은 운항시간이 길어 산불 감시에 투입 가능한 액체수소 드론도 만들 수 있다.
대한민국 경제 성장기에 강원도는 석탄을 기반으로 국가 에너지 40%를 충당했다. 그러나 이제 석탄은 과거의 에너지가 됐다. 석탄을 수소로 만드는 기술까지 이미 완성됐을 정도다.
이를 통해 최첨단 청정 에너지로 강원도를 재도약 시키겠다. 궁극적으로 수소 광역시 실현을 통해 3000명 이상의 새로운 정규직 일자리와 연간 1조4000억원 이상의 신에너지 매출이 발생하도록 하겠다.
-액화수소 시대를 앞당기는데 장애요인은 없나?
▶현재 수소경제는 학계든 산업계든 '기체수소' 중심이다. 액화수소는 극소수만 연구한다. 결국 정책이 기체수소 위주로 몰고가는 형국이다.
하지만 중국도 액화수소로 돌아섰고, 일부 해안지역에서는 액체수소 경제를 위한 정책이 실행단계로 알고 있다. 한국의 액화수소 과학자와 기술자들을 중국이 영입하고 있다면 말 다했지 않는가. 일본과 독일도 액화수소에 공 들이기는 마찬가지다. 강원도가 이 좋은 기술을 선도하는 일들을 많이 했으면 좋겠다.
< 약력>최문순 강원도지사
△1956년 강원도 춘천△춘천고△강원대 영어교육 학사△서울대 영문학 석사△MBC 대표이사 사장△제13대 한국방송협회 회장△제 18대 국회의원△제 36, 37, 38대 강원도지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