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에 한번씩은 신장내과 점심 미팅이 병원에서 있다.
신장실 환자를 몇명씩 원인질환, 동정맥루의 형태와 현 상태, 검사소견 및 투약,
현재의 문제점 등을 파악하기 위함이고, 간단한 강의와 연구 제안 같은 것도 의논한다.
회의실이나 강의실에서 식사를 금한다. 라고 공지가 되었으나
내가 이를 강력히 반대하여 주 홀인 동교홀을 제외하고는 스낵이나 도시락으로 식사를 하며 회의 등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왜냐하면 점심시간이 우리들에게는 비교적 자유로운 시간이고
병원 내에서 모임이 있으면 응급상황이 발생하더라도 즉각적으로 대처할 수 가 있기 때문.
외국의 경우에도 집담회 등에서는 가벼운 도너츠 등을 제공하기도 하니까.
어제는 파이자와 제일의 공동 마케팅을 하는 리피토(아토르바 스타틴)에 대한 최근 연구 동향에 대하여
짧은 강의가 제일 약품 학술부에서 있었다.
다행히 점심은 특별히 주문한 "국"의 생선 초밥이다.
원래 이 집은 포장 도시락은 잘 하지 않는다.
이유로는 맛이 떨어지고, 또 두었다 먹으면 상할 수도 있으니까.
먹는 순서는 오른쪽부터 먹으면 되겠다.
흰살 생선, 붉은 살 생선괴 기름진 것, 그리고 전복을 비롯한 어패류.
다른 도시락에는 게살, 구운 가이바시라 , 그리고 장어구이가 들어있고.
계란말이도 있다. 어느 일식집에 가더라도 계란 찜이나 계란말이는 반드시 먹어 보아야 한다.
맛을 정하는 척도가 되기 때문이다.
물론 이런 도시락에는 계란찜, 모듬 야채, 얼마든지 리필되는 뜨거운 미소국,
그리고 조리대의 주방장 앞에서 눈치껏 갖어다 주는 여러 종류의 초밥은 기대할 수도 없고
내가 좋아하는 우배시소 데마끼나 입가심 우동,
제철 과일과 수제 양갱, 마지막으로 차까지는 바랄 수는 없어도 이만하면 괜찮다.
환자 리뷰 중 Vestibular neuritis로 진단을 받았고 현 한쪽 귀가 잘들리지 않아 불평이 많은데.
이유인즉 몇 달전에 귀가 멍멍하여 이비인후과에 들렀다니 문제가 없다고 말하여 기다리다
청력의 감퇴가 온 것, 그 때 모든 가능성을 열어 두고 치료를 하며 기다려 봅시다, 하면 되었을 것을.
환자의 예후는 함부로 말하지 말라. 라는 게 나의 신조입니다.
한 예로 응급실에 29세로 국가고시 수험생이 왔다.
애인과 저녁을 먹다가 이상한 증상으로 내원하여 환자가 안절부절 못하니까
지레 짐작으로 정신과의 의뢰 상 히스테리로 진단을 받고
옆에 있는 내과 응급실 당직에게 "환자가 저러다 죽으면 어떡합니까?
"에잇, 죽기는 뭐가 죽어"
한시간 뒤에 환자는 사망하였고 이를 문제삼아 그 말을 한 전공의를 환자가족들이 쫓아 다녀
며칠간 근무도 할 수가 없었다.
이런 경우에 병원이나 의사의 절대적인 잘 못은 없으나 그 놈의 말한마디가 화근.
정신과 환자로 약제에 의한 악성 고열증(Malignant Hyperthermia)으로 급성 신부전까지 온 환자가
중환자실에서 일주일간 치료받다가 다음날 병실로 이송예정이었는데 사망하였다.
환자가족들이 들고 일어났다.
왜 상태가 좋아져서 일반병실로 옮긴다 하였다가 죽었느냐고.
모르는 말씀이고 의사가 환자를 제대로 파악 못한 탓이다.
이 병의 예후는 그럴 수도 있는 것인데도 너무 안일하게 대처한 탓이다.
나는 예후를 묻는 환자나 가족에게는 무조건 "우리는 최선을 다하고 있으나 예후는 위에 계신 분만이 안다."라고.
정 물으면 평균 5년간 생존율은 얼마이고, 중간생존율은 얼마라고 말해준다.
리피토의 강의가 끝난 후 드물게 보는 부작용이지만
횡문근 융해의 가능성은 항상 염두에 두어야 한다.라고 강조.
몇년전 내가 하는 의료사고 심사에서 경북 중소도시에서 콜레스테롤 저하제를 처음 투여받은 환자가
며칠 후 근육통과 진한 소변으로 내원하였는데.
계속 약을 먹으라고 하였다가 횡문근 융해로 인한 급성 신부전으로 대구의 모 종합병원에 입원하여
혈액투석으로 치료 받은 후 이의를 제기하여 보상을 해 준적도 있었고.
대덕단지 모 연구소의 연구원이 3개월 치 처방받은 요산 저하제인
알로퓨리놀 부작용으로 수일후 발생한 Steven Johnson 증후군으로 그 병원 응급실로 내원하였더니
한국형 출혈열로 오진하여 서울로 이송하여 간신히 생명을 구한 적이 있었고
이 역시 의료분쟁이 일어났다.
나는 환자에게 새로운 약제를 투여할 때는 반드시 부작용의 가능성을 이야기해주고
만약 그런것이 나타나면 투여 중단 후 내원하라고 일러 준다.
나도 알로퓨리놀의 부작용으로 일어난 Steven Johnson 증후군으로 두명이나 사망한 아픈 경험이 있다.
즉 부작용없는 약은 없다고 보면 되고.
나의 은사가 정년퇴직 기념 강연에서 "왜, 밥도 많이 먹으면 배부르고, 오래 먹으면 늙어 죽잖아."
라고 하신 말씀은 30년이 더 지난 지금도 기억하고 있다.
첫댓글 초밥은 최고급 수준인 것 같습니다. 의료사고 문제는 의사로서 피해갈수 없는 숙명이지요.... 조심해도 재수없으면 겪게 되니.... 환자 안보고 사는 것이 제일 좋긴 헌데.....
그래서 나는 정년 후 환자 진료는 안 할 작정.
나도 환자 안보고 살았으면 좋겠는데, 더구나 외과 전공이니.... 수술을 해야 수입이 생기니... 항상 리스크에 노출되어 있어서...., 관두려고 해도, 아직은 시기가 안되어서....., 남들이 그러는데, 일을 안하면 처음엔 좋은데, 금방 지겨워져서, 바삐 일하는 사람들이 부럽다고들 합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