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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이 건강해진 남편
내가 찍은 사진이 시원찮아서 인터넷에서 펌 . 사진 감사합니다
붉게타는 저녁노을 / 이호자
지난 주 전남 순천을 갔다 온 후 아직도 몸이 아직도 무겁다.
아마도 봄을 만나 모든 것이 내 세상 같아 너무 휘젓고 돌아다녔나보다
난 날마다 까페 에서 취미 활동하고 동네 복지관에서 배우고 또한 은빛독서도우미로
초등학교 저학년 학생들과 보내며 신나게 돌아다니는 것이다.
내 즐길 세월이 없다고, 무릎성할때 다닌다고 집에 있는 남편은 안중에도 없다.
질병에 몹씨 시달리고 난후 몸이 많이 약해진 남편은 혼자서 늘 심심하게 보내고 있다.
밖에서 신나게 생활할 때는 모르는데 집에 들어와 남편을 보면 너무 미안해
"여보 미안해요. 미안해요." 하며 늘 양심가린 연분홍 혀를 매끄럽게 돌리면
그 양반은 오히려 자기 걱정 하지 말고 즐기고 싶은 만큼 즐기라며 옅은 미소까지 보낸다.
하지만 어쩌랴 집구석에만 들어오면 몸이 파김치가 되니 제대로 치울수가 있나 끓일 수가 있나
때가 되면 겨우 먹는 것만 마지못해 지그르 끓여 먹고 남편 반찬도 급한 대로 모임에서 식사할 때
한 가지 주문해 갖고 들어오는 것이다
이럴 때면 나도 모르게 짜증이 나는 것이다.
"에잇! 몸이 억세든가 돈이 많던가. 사람을 사서 집안도 치우고 반찬도 하게 하면 얼마나 좋아" 하고
투덜대는데 친구한테서는 또 문화유산도 많고 경치좋은 데가 있으니 댓글 달라고 전화가 온다.
난 또 가고 싶은 생각이 굴뚝같지만 마음을 지그시 눌렀다.
요즘 병원에서 남편이 몸이 허약하고 정신력도 약해 그냥 혼자 두면 우울증을 앓을 수 있다고
하니 그 소리를 듣고는 참마 나갈 수가 없었다.
며칠을 계속 집에만 있었더니 몸과 마음이 여유롭다.
자연히 집구석 여기저기 훑어보게 되고 잔손질을 하게되고 조금씩 색다른 재미가 나 새로이 살림
맛이 든다.
사람이 주위환경에 이리 쉽게 적응하게 되나 생각했지만
그렇지는 않은 것이 수십 년전 해 오던 몸에 익은 것이라 쉽게 제자리로 찾는 것 같다.
오래 만에 재래시장에 가 꽃을 사고 허브의 향기를 남편에게 선물했다.
오전이면 주위를 대충 치우고 오래 만에 신문을 펴 고루 이면 저면을 훑어본다.
남편이 원두를 갈아 커피 한잔을 타준다 향이 향기로워 그런가 주고 받는 눈길이 정겹다.
이렇게 오전 시간을 보내고 점심 때쯤 가까이 되면 난 정말 경노당에 가고 싶지 않았지만
딴 사람과의 대화가 절실히 필요한 남편을 위해 경노당에 같이 가 어르신들에게 밥상을 봐 드리고
커피를 타는 봉사도 했다.
하지만 어쩌면 좋은가 이 비극을 ...나도 늙어 가는데.
학교 어린이들이 "할머니 선생님" 하고 달려들면 그렇게 신이 나는데 어르신네들에게는 가까이
가고 싶지 않으니 아마도 내리 사랑은 있어도 올리 사랑은 없나 보다.
나이가 많을 수록 친절과 관심이 필요하건 만 실상은 정반대다.
이 경노당을 드나드니 마음을 비우고 바람같이 살아는 한다는 말이 절로 실감이 나
가엾은 노인을 보면 측은지심이 발동해 옆에 앉아 귀를 기우려 하소연도 들어드리고
아픈 곳을 만져 드리는등
올리사랑을 위해서는 오직 꾸준한 노력과 인내가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는다.
하남시는 집에서 나오기만 하면 개천에 물고기가 놀고 나뭇 가지가 울창하게 뻗어 그늘이 아래서
산책하기 좋은 곳이다.
더군다나 경노당에서 집까지 거리가 20분이면 되는 것을 40분~ 60분 걸려 꽃도 보고 풀도 보면서 주위를
천천히 살피며 느림의 미학을 즐기는데
도중에 논이 나오면 논의 모가 제법 자라 파릇하니 나부끼는 모습이 예뻐
우리 부부는 벼가 어제 보다 컸다고, 빛이 점점 새롭다는 등 매일 보는 것을 처음보는 듯이 신기해
하면서 생기 돋는 대화를 나누는 것이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며칠 걷다 보니 마음이 순화되어 그런가? 난 민망해 하는 남편의 손을
살그머니 잡았다.
오래 만에 고향의 푸른 잔디 밭을 밟는 듯 포근하고 아늑하다.
집에 들어오면 대부분의 시간을 반찬 만드는데 매진했다.
일반 먹는 된장에 우선 표고버섯 멸치 다시마 마른새우를, 야채인 고추 둥근 파를 넣어
집된장과 어우러지게 하고 그래도 짜면 두부와 갈은 콩도 넣어 거센 맛을 달랜후 양념한다.
된장찌개는 차돌박이 소고기 한 점과 파만 있으면 굿이다
쇼 스로 먹을 때는 깨소금에 참기름이나 들기름을 듬뿍 넣어서 낸다.
또한 고추장도 초고추장과 별도로 소고기를 조금 볶아 넣어 양념해 놓았다
쨈도 만들어 놓았다
방부제가 무서워 견과류를 사다 씻고 레인지에 말려 약간 볶고 그것을 곱게 갈아 꿀에 재어놓으니
아주 정성스런 내 손맛 표의 간식용인 훌륭한 견과류 쨈이다.
또한 해독 주스, 좋다는 야채를 채쳐 기름에 부쳐 수시로 한 점씩 내 놓는다.
어디 그뿐인가
반찬으로 각종 김치, 나물, 묵은 지 찌게, 열무시레기를 깐 고등어조림, 등등 냉장고 생각만 하면
마음이 든든해 어느 부자가 안 부럽다.
물론 밥은 잡곡에 잘게 다진 다시마를 넣어 윤기가 흐르는 밥이다.
고향이 서을 본토인 난 음식을 푸짐하게 상을 보는 것이 아니라 하얀 접시 위에 딱 한 젓갈씩만
놓인 5첩 내지 7첩 반상을 정갈하게 차려 놓았다.
얼마나 갈지 모르지만 유일하게 내 곁에 남은 남편을 밥상 하나라도 제대로 보아주고 싶기 때문이다
(많이 먹으라고 성화되는 것은 여전하다)
간간이 난 불쑥 친구들이 "더 늙으면 집안에만 있어야 하니 용감하게 나오라고" 한말이 생각나
불현듯 뛰어나가고 싶다.
도대체 난? 내 남은 생은?
어찌 살아야 이담에 후회없는 삶이 될까????????
사실 밖에서 친구들과 만나 실컷 떠들고 돌아다니는 것은 얼마나 신바람나는가
ㅇㅏ무리 남편이 반려자로 아직도 나에게 가정을 이루게 한 소중한 사람이라는것은 알지만
얼마 남지 않은 내 세월을 이렇게 속수무책하게 집에서만 보내다니 좀 억울한 것 같아 눈물이 돈다.
어찌 살아야 내 남은 생 잘 산다 할 수 있을까?
집에 있으면 밖이 그립고 밖에 있으면 집 생각으로 마음이 무거우니... 어쩌지???
그런데 어느 하루 병원에 갔더니 의사선생님께서 “ 아주 좋아지셨습니다.” 하고 말씀하신다.
난 얏 호! 하며 뛸 듯이 기뻐했다. 그동안 고생?한 보람이 있어 다행이다.
내가 생각해도 요즘 남편이 잘 먹고 화장실 잘 가니 얼굴에 화색이 조금 돌고
매일 산책을 해서 그런가 다리에 힘도 붙은 것 같고 어깨도 조금씩 펴지는 것 같아
내심 조금씩 나아지고 있구나 하고 생각했던 것이다.
사실 반찬에만 정성을 쏟았지 인삼 녹용은 해 드리지도 않았는데...
난 질병을 조금씩 이겨내는 남편이 신통방통해 고운 자켓을 하나 사 입히고 승용차를 꺼내
녹음이 우거진 아치 터널 속으로 달렸다.
보이는 것은 푸르고 푸른 숲과 강물 그리고 산이다.
모든 생명의 본질인 진초록이 넌출넌출 주위에 흘러 넘치는 것을 보니 가슴이 희열로 벅차오른다.
바람이 머리카락을 시원스레 날린다.
산엔 밤꽃이 흐드러지고 풍겨오는 흙냄새, 나뭇잎, 풀 향기 그리고 오랜만에 맡아보는 아카사아
꽃향기가 정신없도록 밀려와 머리를 쇄락(灑落) 하게 한다
“아! 기분 좋다. 여보. 옆의 강울 좀 보세요. 그림 같아요.”
“산 좀 보세요. 저 푸름이 얼마나 대단해요.” 계속 지절대는 난 숲속에 종달새다
붕어찜으로 맛있는 식사를 한 후 자연을 더 즐기고 싶어 양평 쪽으로 나가다 차를 멈췄다.
주위는 조용하고 고즈넉하다
강물 주위를 삥둘러 병풍처럼 졸라니 겹겹이 업고 품고 있는모습의 장엄하고 웅장한 산.산.산
푸르다 못해 검푸른 녹음은 절정을 이룬다.
산 너머 너머에는 아득한 하늘 아래 꿈결같이 흐르는 능선과 능선 그리고 그 산 위에 걸친 연한
회색빛 안개인가 구름인가 아련한듯 한 모습은 언제 보아도 신비감으로 가득 찼다.
강물에는 숲이 하늘이 구름이 반영되어 잔잔하게 흔들리는 모습은 또다른 절경을 이룬다.
정말 아름답구나!
이렇게 좋은 경치를 두고 날마다 미친듯이 어딜 그리도 쏘 다녔는지...
휙~~ 하얀 새가 물을 차고 오르지 않았으면 내가 이자리에 있는 것도 모를뻔 했다.
산에서 쏱아져 내려오는, 강에서 불어오는 바람, 바람은 강물의 길 하늘의 길을 더듬을 수
있게 해 주어 내가 앞으로 살아가야 할 길도 열어 주는 것 같아 마음에 희열을 느겼다.
심오한 산 빛과 깊은 늪이 우려내는 물빛에 영혼과 육신을 젖시며 감회에 젖고 있는데
어느새 하늘은 서서히 붉게 물들고 있었다.
오늘 저녁노을은 유난히도 붉게 타는구나!
2016년 6월 24일 이호자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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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때로는 미치지 못하였고
때로는 넘쳐흐르던 강물이
타는 노을에 젖어 시리도록 아름답게
번지고 있습니다
진솔하신 수필 감사히 감상하였습니다
더워지는 날씨에 건안하시기 바랍니다
사랑합니다
이 세상 수 많은 사람 중
바로 당신을 사랑합니다.
왜냐고 묻지 마세요
이미 사랑해 버린 나는 나는
뒤돌아서지를 못합니다.
그냥 내버려 두세요
외로울 때는 그리움도 위로가 되기에
가슴에 묻어둔 채
내 마음의 이야기를
당신께 만 속삭이며 살지요.
이제 남은 여생 얼마나 남아있겠어요
그냥그저 마음 편하게 지내시기 바래요.
신혼 살림에 깨가 쏟아 지는 것 같습니다
상큼 발랄한 새댁의 송글송글 즐거운 모습을 봅니다
기분이 시무룩한 저에게 생동감 있는 용기와 힘을 주시는
너무나 예쁜 글. 흠뻑 담았습니다.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