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업적으로 가장 성공한 세 편의 속편 시리즈가 가장 몫 좋은 시즌에 차례로 개봉했다. 1월 19일 설 시즌에 맞춰 개봉한 <두사부일체>의 2편 <투사부일체>는 610만 명을 동원했고, 9월 21일 추석 시즌에 개봉한 <가문의 부활 – 가문의 영광 3>은 335만 명을 동원했다. 겨울방학 성수기인 12월 28일에는 <조폭마누라 3>가 개봉할 예정이다. <투사부일체>는 전편 340만 명을 두 배 가까이 뛰어넘었고, <가문의 부활>은 전편 <가문의 위기>가 동원한 508만 명에 미치지 못했지만 어쨌거나 망하지 않고 돈을 벌었다. 이들의 후속작도 제작 준비 중이다. 전편만 못하다는 비판을 늘 받긴 하지만, 성수기 극장가에 전편의 인지도만으로 입성할 수 있는 건 속편영화가 누리는 가장 큰 혜택. 비평의 악순환과는 별개로 흥행의 선순환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내년 1월에는 <마파도 2>가 속편영화 대열에 합류한다.
어느 해보다 영화문화의 다양성 논의가 무성했던 2006년 또 하나의 '다양성'을 외치는 사람들이 있었다. 영화의 역사를 보존하고 오늘에 되살리는 관람자 운동을 묵묵히 실천하고 있는 시네마테크가 그들이다. 서울시네마테크는 매년 영화진흥위원회로부터 지원금을 받고 있지만 영화관 운영과 장비, 프로그램 기획에 소요되는 비용 등을 감안할 때 곤궁한 살림살이를 벗어나기는 힘들었다. 게다가 2007년 3월 현 낙원동 헐리우드 극장과의 계약이 만료돼 미래도 불투명하다. 서울시네마테크는 시네마테크 전용관의 필요성과 재정적 지원 확대를 호소했고 영진위는 "2007년부터 지원금을 대폭 확충하겠다"고 약속했다. 시네마테크는 잠시 혹은 몇 년간 머물 수 있는 전세나 월세집이 아니라 시네필들의 생활과 기억을 공유할 수 있는 '영화의 집'을 요구하고 있다.
2006년은 한국영화계 흥행의 양극화 현상을 절실히 체감한 해였다. <왕의 남자>와 <괴물>이 차례로 1천만 관객을 돌파해 연이어 한국영화 흥행사를 새로 썼지만, 그것은 스크린 독과점과 작은 영화에 대한 정책적 배려를 촉구하는 의미 있는 논란을 야기했다. <괴물> 630개, <타짜> 620개,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520개, <가문의 부활> 500개 등 이러한 스크린 수는 결국 관객들의 다양한 영화 보기를 제한하는 편식의 지표이기도 했다. 이에 지난 12월 20일에는 민주노동당 천영세 의원을 비롯 4명의 여야 국회의원이 '멀티플렉스 내 한 영화의 스크린 점유율을 30%로 제한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 법률안'을 국회 문화관광위원회에 발의했다. 이것은 흥행 양극화 현상과 그 해결방안이 본격적으로 국회 차원의 논의 대상이 됐다는 의미 있는 신호탄이다. 한국 영화계로서는 사실상 최초로 독과점 규제안이 본격적인 입법화 궤도에 오른 것. 앞서 지난 10월에도 국정감사에서 열린우리당 김영주 의원이 영화유통업계의 ‘빅3’라 불리는 CJ CGV, 메가박스, 롯데시네마의 불공정행위에 대해 “공정거래법의 메스가 절실하다”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개정안이 적용되면 국내 배급시장에는 적지 않은 파장이 미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조속한 시일 내에 입법화될 가능성은 더 예의주시해야 할 문제다. 이것이 배급시장에서의 힘의 분배를 통한 상영작의 다양성을 확보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더불어 예술영화 및 독립영화를 보호하기 위해 일정 스크린 수 이상의 멀티플렉스에 예술영화 상영관을 의무적으로 설치하자는 주장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그동안 현실화되지 못했던 이른바 ‘마이너리티 쿼터’ 제안은 이처럼 새해 들어 점점 더 구체화돼 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