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만 오천 원의 우정 ♡
한 친구가 결혼을 했답니다.
결혼식 날에 친구들이 많이 참석했습니다.
그런데 그중 한 친구가 축의 금으로 2만 5천 원을 냈습니다.
신랑 되는 이가 기분이 언짢아서 그 친구에게
"야~ 인마 차라리 오질 말든지 2만 5천 원이 뭐냐? "하며 화를 내고 말았고.
그 친구는 고개를 숙이며 피로연에 참석도 하지 않고 그냥 가 버렸죠.
신랑은 그 뒤 영 마음이 개운치 않아서 친구들과 술자리를 마련했답니다.
그러나 그 친구는 끝내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답니다.
며칠 후 다른 친구의 도움으로 그 친구를 만날 수 있었답니다.
그런데 그 친구가 일하는 곳은 뜻밖에도 초등학교 앞에서 붕어빵을 만들어 팔고 있었지요.
깜짝 놀라서 "너 여기서 뭐 해"라고 물으니 친구가 "여기까지 뭐 하러 왔어? " 하며 반기더랍니다.
어이가 없어서 "야! 어디 가서 소주나 한 잔 하자" 며 친구를 잡아끌어 가까운 술집으로 가서
그동안의 경황 얘기를 들었답니다.. 잘 나가던 사업이 하루아침에 부도가 나서 오갈 데 없이 쫓겨나
단 칸 셋방에서 네 식구가 비비고 살고 있다고. 그리고 일자리도 구할 수가 없어서 붕어빵 장사를
하게 되었고. 집사람은 조그만 식당에 나가고 있다는 것이었다.
결혼식에 부조했던 2만 5천 원은 두 식구가 하루 종일 번 돈이었다고.
여기까지 이야기를 들은 신랑은 고개를 숙이며 친구의 아픔을 헤아리지 못하고
모진 말로 친구의 가슴에 못을 박았다며 눈물을 펑펑 흘렸답니다.
그리곤 그 친구가 사는 집을 가 봤는데 둘이 살아도 비좁은 방에 네 식구가 살고 있더랍니다.
친구 부인이 어느새 조그만 술 상을 차려 왔는데 부인은 앉을자리가 없어서 밖에서 서 있었답니다.
맘 같아선 친구랑 밤새도록 얘기하고 싶었지만 밖에 서 있는 부인이 안쓰러워서 ,,
피곤한지 앉아서 꾸벅꾸벅 졸고 있는 자식들이 안스러워서 ,, 더 머물지도 못하고 집을 나왔답니다.
나오면서 부인한테 지갑에 있는 돈 다 건네주고 오려는데 친구가 그걸 보고 뭐 하는 거냐면서
야단을 쳐서 오히려 더 민망해서 돌아왔답니다.
돌아오면서 그 친구가 축의 금으로 부조했던 2만 5천 원이 그렇게 커 보일 수가 없더랍니다.
25만 원, 아니 250만 원보다 더 크고 소중하게 생각되더랍니다.
그 축의 금을 마련하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붕어빵을 만들어 팔았을 것이며,
그 부인은 또 얼마나 식당에서 힘들게 일했을까요!
가득 차고도 넘치지 않으려면...
제절근도 만이불일(制節謹度 滿而不溢)
절제하고 삼가 정도에 맞는 분수를 지키면 가득 차더라도 넘치지 않는다.
한(漢) 나라 사람 환관(桓寬)이 쓴 염철론(鹽鐵論) 포현편(褒賢篇)에 나오는 말이다.
가득 찼다고 해서 다 넘치고 덜어내게 됨을 자초하는 것은 아니다.
분수를 지키는 사람은 가득 차더라도 넘치지 않는다.
사람이라도 다 같다고 볼 수 없는 부분 중에 단적인 하나는
보이지 않는 부분 "마음의 그릇"이다.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고 했다.
축구를 잘하는 사람이 농구도 잘하듯이
한 가지 끝맺음이 좋은 사람은 다른 방면에도 신뢰를 가지고
다양하게 좋은 평판을 갖추게 되는 것이다.
똑 같이 주어진 환경이라도 자기 분수를 알고 매진하는 사람과
세월을 쫓고 운에 의지하는 사람의 차이는 멀지 않아 보는 경우가 많다.
무한대의 사람 욕심을 자제하기란 쉽지 않다
내 안의 또 다른 욕망이 이를 그치게 하지 않기 때문에 분수를 지킨다는 것은
가득 차서 넘치지 않게 한다는 것 또한 수행의 경지일 것이다.
전에 언급하였던 과유불급(過猶不及)보다는 고난도의 마음가짐이 필요한 덕목인 것이다.
참고로 계영배(戒盈杯)의 과욕을 물리치는 이치를 본 글과 대조하여 인생의 화두로 삼아 볼만하겠다.
ㅡ이민홍의 고전 산책 中에서ㅡ
<옮긴 글>
첫댓글 늙어서의 우정은 정말 귀한 보석인데 늙으면 친구도 없어요 다
떠나지요
이룻 님! 친구란 참 여러 종류의 친구가 있어요.
얼마 전에 고등학교 동창이 초대했어요. 캐나다에 이민 갔다 온 친구인데 만나자고 해서 나갔더니
4명이 모였는데 그 모임이면 꼭 오리라 믿었던 친구가 오지 안 했어요.
그래서 S는 했더니 초대한 친구가 고개를 저어요. 이유인 즉 '너무 약은 친구라며''
김삿갓 말을 빌리면 '酒食兄弟千個有'라나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