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탕과 소금에 관하여
고혈압과 당뇨를 유발하는 대표적인 원인으로 꼽히는 설탕과 소금. 하지만 섭취하지 않으면 우리 몸의 균형을 흐트러지게 만드는 중요한 조미료다. 설탕과 소금에 관한 오해 그리고 제대로 섭취하는 방법에 관한 이야기.
참고도서 <설탕 디톡스 21일>(고즈윈), <우리 몸 살리는 천연 미네랄 소금, 이야기>(동아일보사),
<내 가족을 위협하는 밥상의 유혹>(경향미디어)
설탕이 우리 몸에 끼치는 영향
설탕의 원료인 사탕수수나 사탕무에는 당분인 수크로오스 외에도 여러 가지 미네랄과 단백질, 섬유질이 들어있다.
하지만 우리가 먹는 설탕은 정제 과정에서 비타민 C를 포함해 천연 성분의 90%가 사라지고 순수한 당, 즉 단순당만 남은 것이다. 과일이나 꿀 같은 천연 당분은 서서히 흡수되어 에너지로 천천히 연소된다. 반면 설탕은 빠르게 흡수되면서 소화과정을 거치지 않고 바로 장에서 혈액으로 흡수된다. 피곤할 때 사탕이나 초콜릿처럼 단 것을 먹으면 빠르게 피로가 풀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단순당은 장점보다 단점이 더 많다. 빠르게 흡수된 설탕은 혈당을 급격하게 올리고 급격히 떨어뜨린다. 이로 인해 피로와 두통, 집중력 저하, 불안감 등을 동반한 저혈당 증세가 나타나기도 한다.
당을 너무 많이 섭취하면 몸에서 쓰고 남은 당이 간에서 글리코겐으로 저장되는데, 인슐린이 제대로 분비되지 않으면 이 과정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혈당이 높아져 당뇨병이 생긴다. 글리코겐으로 제대로 전환된다 해도 그 양이 너무 많으면 간이 점점 커지며 지방간이 된다. 간에 정착하지 못한 글리코겐은 지방산 형태로 혈액을 타고 돌아다니다가 배나 엉덩이, 허벅지, 유방 등에 차곡차곡 쌓인다. 단 것을 많이 먹으면 살이 찌는 이유다.
뿐만 아니라 설탕은 우리 몸의 비타민과 미네랄을 빼앗기도 한다. 설탕을 소화하려면 많은 양의 비타민과 미네랄이 필요하다. 설탕과 함께 흡수된 비타민과 미네랄이 없으니 결국 몸에 저장된 것을 꺼내 써야 한다. 평소에 섭취한 비타민과 미네랄을 넘어 뼈와 치아에서 칼슘을 꺼내 쓰는 지경에까지 이르면 충치와 골다공증의 원인이 될 수 있다. 몸 안에 칼슘이 부족하면 예민하고 충동적이며 신경질적인 행동을 보이기도 한다. 또한 설탕을 많이 먹으면 장내 세균이 줄어 비타민 B군을 합성하지 못한다. 비타민 B군은 신진대사에 관여하는 성분으로 부족하면 신진대사 전체가 느려진다. 특히 글루타민산은 뇌 기능을 조절하는 데 꼭 필요하기 때문에 설탕을 지나치게 섭취하면 뇌 기능도 떨어진다. 대뇌는 물론 부교감신경의 지배를 받는 소뇌의 기능도 떨어져 저항력과 면역력이 약해진다. 쉽게 졸리고, 기억력도 떨어진다.
설탕에 대한 잘못된 상식
무엇이든 지나치면 몸에 해롭다. 설탕은 흔히 백설탕이 가장 나쁘고 황설탕, 흑설탕 순으로 색이 진할수록 건강에 이롭다고 생각한다. 흑설탕이 가장 덜 정제한 것이고, 많이 정제할수록 설탕이 하얗게 변한다는 건 맞는 말이다. 그러나 이것은 틀린 사실이다. 설탕은 사탕무나 사탕수수에서 원료당을 추출해 이를 가열, 농축, 결정화해서 만든다. 이 과정에서 처음 추출하는 것이 백설탕이고, 가열과정을 거치면서 황설탕, 흑설탕이 되므로 영양의 차이는 거의 없다. 게다가 일부 흑설탕은 검은색 윤기를 내기 위해 백설탕에 캐러멜 색소를 입히기도 한다.
요리에 단맛을 내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굳이 설탕을 사용하지 않아도 단맛을 낼 수 있다. 천연식품을 사용하면 설탕만큼 즉각적인 단맛을 내지는 않더라도 은근한 단맛으로 요리의 맛을 돋우고 영양을 챙길 수 있다. 꿀이나 조청, 물엿을 사용해도 좋고, 양파 같은 식품이나 배즙, 파인애플즙, 키위즙 같은 과일즙도 단맛을 내는 데 요긴하다. 양파는 강력한 항산화 작용을 하며, 과일즙은 고기를 부드럽게 하는 연육작용을 하면서 소화가 잘되게끔 돕는다. 꿀에는 여러 가지 미네랄이 풍부하다. ‘무가당’이라는 말에 현혹되어서도 안 된다. 무가당 제품은 단맛을 내기 위해 설탕보다 단맛이 몇 십 배 강한 인공감미료를 넣어 단맛을 낸다. 그린스위트, 뉴슈가, 당원 등으로 알려진 인공감미료는 사카린과 아스파탐 등이 주원료다. 화학물질이 몸에 좋을 리 없다는 사실을 명심한다.
설탕을 대신할 수 있는 식품
조청 쌀과 엿기름을 오랜 시간 고아 만든 전통 감미료로 표백, 정제 등의 과정을 거치지 않아 영양분이 풍부하다.
점성이 강해 맛탕이나 떡볶이, 조림 등 볶음 요리에 사용하는 것이 좋다. 특유의 향과 색이 진하므로 재료 고유의 맛을
살려야 하는 무침 등에는 삼가는 것이 좋다.
물엿 조청이 완성되기 전 단계로 조청의 잘 굳고 강한 점성을 보완하여 만든다. 그러나 표백 및 정제 과정을 거친다는 단점이 있다. 색이 투명해 요리 본래의 색이 변하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다. 볶음이나 구이, 무침 요리에 넣으면 깔끔한 단맛과 광택을 준다.
올리고당 물엿과 요리당의 단점을 보완한 제품이다. 설탕보다 열량이 4분의 1 정도로 낮아 비만 예방에 도움이 된다. 단 70℃ 이상 고열에서는 단맛이 현저하게 떨어질 수 있으므로 고열로 조리하거나 장시간 가열하는 요리에는 적합하지 않다.
꿀 요리에는 비교적 향이 약한 잡화꿀을 사용하고 물에 타 마신다면 천연꿀을 취향에 맞게 선택하면 된다. 꿀에는 각종 미네랄과 영양분이 풍부해 생으로 조리하는 요리에 적합하다. 다만, 열에 매우 약하므로 고열에서 사용하지 말고, 조리 시 제일 마지막 단계에서 넣는다.
아가베시럽 다육식물인 유기농 아가베 선인장에서 추출한 천연 과당으로 화학 첨가제가 전혀 들어있지 않다.
혈당상승지수인 GI가 백설탕의 3분의 1 수준이지만 당도는 더 높고 향이 없어 다양한 요리에 활용 가능하다.
공기 못지않게 중요한 소금
사람은 음식은 먹지 않아도 오래 버틸 수 있지만 소금과 물 없이는 며칠을 버티기 힘들다.
소금은 우리 몸에서 여러 가지 기능을 유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세포막 전위차의 유지, 체액의 삼투압 유지,
신경세포의 신호 전달, 영양소 흡수 등이다. 소금의 농도, 즉 소금의 주요 성분인 염소와 나트륨 농도의 정밀한 조절은
인간의 생존과 건강에 아주 큰 영향을 미친다.
음식의 단맛을 내려면 굳이 설탕이 아니더라도 과일이나 꿀의 과당이나 포도당 같은 천연당부터 올리고당 같은 인공감미료까지 선택의 폭이 다양하다. 하지만 소금은 다르다. 소금은 설탕과 달리 대체재가 없다. 음식의 맛을 위해서도, 몸의 균형을 위해서도 꼭 필요한 것이 바로 나트륨이다. 우리 몸 전체의 0.2%는 소금, 즉 나트륨이다. 특히 혈액 등 체액의 농도는 0.9%로 유지해야 한다. 땀을 심하게 흘리거나 설사를 하는 등 탈수 상태이거나 물을 지나치게 많이 마신 물 중독, 즉 저나트륨 혈증이 생명을 위협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소금의 중요성은 비단 혈액의 농도를 유지하기 위한 것만은 아니다. 나트륨은 우리 몸속에서 산과 알칼리의 균형을 유지하며 단백질과 탄수화물 대사는 물론, 심장과 신경계의 활동을 유지하는 필수 미네랄이다. 나트륨이 부족하면 우리 몸은 제대로 작동이지 못한다.
“고혈압 같은 성인병을 염려한다면 짜게 먹지 않으려는 노력도 중요하지만 가공식품을 피하는 것과 어떤 소금을 사용할 것인지를 결정하는 것도 중요하다. 가장 좋은 것은 3년 이상 저장해가며 간수를 뺀 국산 천일염이다. 국산 천일염은 미네랄이 풍부하고 맛이 좋다. 특히 5년 이상 숙성시켜 간수를 제거한 천일염은 쓴맛이 없고 독특한 풍미를 자랑한다. 천일염으로 찌개나 국의 간을 맞추면 맛이 달고 감칠맛이 뛰어나다. 양념 없이 구운 고기를 찍어 먹어도 맛있다.
<내 가족을 위협하는 밥상의 유혹> 中
저염 식단을 권하는 사회
물 못지않게 우리 몸에 꼭 필요한 물질이 소금이지만 요즘 트렌드는 ‘저염 식단’을 넘어서 ‘무염 식단’ 수준이다.
의사들은 대부분 소금 섭취를 줄여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유는 무엇일까? 설탕이 당뇨와 같은 내분비 질환을 일으킨다면 소금은 순환기 질환인 고혈압의 원인이 되기 때문이다. 일조량이 많은 우리나라는 김치, 된장과 간장, 젓갈 등 발효식품 위주로 소금을 많이 쓰는 음식문화가 발달했다. 오래전부터 염장방식으로 음식을 저장 섭취해와 소금 섭취가 많을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요즘 들어 새삼 짜게 먹는 것이 문제가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예전에는 소금을 그저 주식으로만 섭취했지만 지금은 음식문화의 발달로 눈에 보이지 않지만 많은 경로를 통해 소금을 과잉 섭취하고 있는 탓이다. 베이킹파우더에는 물론이고 빵의 보존제, 햄이나 소시지 등 육가공 식품의 착색제, 아이스크림이나 우유 음료의 유화제, 감미료인 사카린, 조미료인 MSG에도 나트륨이 함유되어 있다. 고혈압 환자에게 짠 음식은 물론, 가공식품을 먹지 못하게 하는 이유다. 가정의학 전문의인 이승남 선생은 저서인 <내 가족을 위협하는 밥상의 유혹>에서 김치나 젓갈 등 전통식품 속 소금보다 가공식품 속 소금이 건강에 훨씬 더 위험하다고 조언한다. 소금이라고 다 같은 소금이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 몸에 이로운 소금 vs. 해로운 소금
전통적으로 사용한 소금은 천일염, 즉 바닷물을 햇볕에 말려서 만드는 소금으로 염분 외에도 미네랄을 함유하고 있다.
그러나 가공식품에 쓰는 정제소금은 나트륨만 남긴 것이다. 천일염 속에는 나트륨과 미네랄 외에도 간수와 바닷물에 포함된 중금속 등 유해 성분도 들어있으므로 정제해야 한다. 구운소금이나 죽염처럼 가열한 소금이 건강에 좋다고 하는 것은 소금을 가열하는 과정에서 간수와 유해 중금속을 제거했기 때문이다. 간수(염화마그네슘)는 콩물을 엉기게 해 두부로 만들 듯 우리 혈액도 엉기게 한다. 가열한 소금이나 몇 년 묵혀 간수를 뺀 천일염이 건강에 좋다고 하는 이유다. 그러나 시중에는 정제된 소금의 출처가 불분명한 제품이 많다. 시중에 유통되는 소금 중 상당수는 중국산이다. 가공식품에 들어가는 소금은 중국산일 가능성이 높다.
소금의 종류
천일염
바닷물을 염전으로 끌어들여 햇볕에 증발시켜 만든 소금이다. 약 80%가 염분, 30%가량이 미네랄이다. 묵을수록 간수가 빠져 맛이 좋고 건강에도 좋다. 최근에는 간수를 뺀 숙성 천일염도 시판하고 있다. 단, 바닷물이나 염전 슬레이트 지붕의 석면 등 중금속이나 불순물에 오염되기 쉬우므로 어떤 염전에서 생산한 것인지 확인하고 구입한다.
토판 천일염
우리나라에서 전통적으로 소금으로 만들던 방식으로 갯벌을 롤러로 편평하게 다진 뒤 바닷물을 가둬 소금을 생산하는 방식이다. 토판 천일염의 염도는 80~85%로 염화나트륨의 농도가 낮으며 칼륨과 마그네슘 함량이 매우 높다. 단, 생산량이 보통 천일염에 비해 떨어지는 편이라 가격이 비싸다.
호수염
바다이던 땅이 지각변동에 의해 호수로 변한 후 그 안에 갇힌 바닷물이 증발하면서 만들어진 소금이다. 호수염 중에는 남미 볼리비아의 약 3600m 고지에 있는 유유니 소금사막이 유명하다. 우리나라에 널리 알려진 안데스 소금도 호수염의 일종이다.
구운 소금
천일염을 볶아 만든다. 유기물과 비소, 산화물, 카드뮴, 납, 내화성 유기물, 칼슘, 마그네슘 등 산화물이 제거된다.
소금을 구울 때는 약 3단계로 나누어 볶아야 유해물질이 제거되고 미네랄이 제거되지 않는다.
죽염
천일염을 3년 이상 자란 국산 왕대나무에 공기가 들어가지 않도록 꼭꼭 다져 넣고 황토로 입구를 봉한 후 소나무 장작으로 가마에서 1000~1300℃로 여러 번 구워 만든다. 짠맛 외에도 특유의 향이 있다.
정제염
천일염에서 간수 성분을 빼고 염화나트륨만 추출한 소금이다. 염화나트륨이 99% 이상으로 불순물이 적어 위생적이지만 미네랄이 전혀 없다는 단점도 있다.
여성조선) / 취재 강부연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