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샘통문 107]중복 복달임과 붕유방래(朋友方來)
오늘은 7월의 마지막 날, 내일은 8월의 시작. 세월(달구름)이 폭우든 폭염이든 아랑곳하지 않고 달음박질(달리기)를 하는 것같이 빠르게 흘러간다. 생각하면 무상(無常)하다는 말이 절로 나온다. <찬샘통문>으로 문패를 바꾸어 1편을 처음 쓴 게, 지난해 12월 29일, 생질의 결혼 주례를 선 이야기였다. 졸문의 제목이 ‘열친척지정화…가화만사성’이었다. 108편의 행진이 내일 로서 막을 내리니, 7개월 동안 이틀에 1편씩 쓴 셈, 참말로 ‘어지간한 일’이 아니고 무엇인가. 다시 심호흡을 하고, 조만간 <찬샘통문 Ⅱ-1>을 시작할 것이다. 귀향한 이래, 108편으로 끝나는 이런 어줍잖은 졸문이 모두 1080편, 9권에 이어 10번째 소책자로 묶을 것이다. 취미(趣味)라고만 말하기엔 좀 거시기한 일이다. 생각하면 좀 우습다.
전라고6회 동창회 | [찬샘통문 1]열친척정화…가화만사성 - Daum 카페
아무튼, 어제는 중복(中伏). 동네에서 이장과 부녀회장이 나서 마을회관에서 주민을 비롯해 외빈(外賓: 면장 등 주민센터 직원, 단위농협 간부, 군의회 의원 등)을 초대해 예년처럼 ‘복달임’을 했다. 인적 찾기 힘든 동네가 모처럼 북적였다. 이 더위에 일하는 분들은 고생이 자심하지만, 아름다운 풍습이다. 국어사전에서 삼복과 복달임을 검색, 나의 무식함을 새삼 알게 됐다. 아는 이들도 많겠지만, 삼복(三伏)은 음력 6, 7월에 낀 3번의 절기로, 초복 중복 말복을 말한다. 초복은 하지 이후 3번째 경일(庚日), 중복은 4번째 경일, 말복은 입추 이후 1번째 경일. 경일(날짜의 간지干支: 경인일, 경자일, 경술인)이 열흘 간격으로 오므로 초복과 말복까지 20일이 걸리나, 해에 따라 중복과 말복 사이가 20일 간격이 되는데, 월복(越伏)이다. 옛 어른들이 월복의 해는 유난히 더 덥다고 했는데, 올해는 월복도 아닌데 7월 폭염에 고통받고 있다, 월복이 아닌 올해의 삼복기간은 20일(초복 7월 20일, 중복 30일, 말복 8월 9일).
여름의 더운 불기운(火)에 가을의 찬 쇠기운(金)이 세 번 굴복한다는 뜻인 삼복의 경일은, 오행으로 금(金)이며, 가을이기 때문에 복날로 정해 다같이 더위를 이겨내자는 것이다. 복달임은 삼복에 고기로 국을 끓여 먹는 오래된 풍습. 보신탕은 이제 ‘에비’가 돼버렸으니 삼계탕을 주로 먹는다. 우리 동네는 소머리를 구입, 하루종일 고아서 국밥을 만들고 닭고기를 삶아 살만 찢어 맛소금에 찍어먹으며 백설기 떡을 돌리는 게 필수. 복날에 복달임을 하며 가족과 이웃이 모여 노는 것이 ‘복놀이’. 복허리(초복-말복) 기간에 복달임을 먹는 것을 ‘복허리에 복달임’이라 한다는데, 미풍양속이긴 하나, 이제는 보기 힘든 풍경이 되고 말았다.
친구와 복허리에 복달임을 하겠다고 저 먼 한양에서 더위를 뚫고 친구 3명이 찾아왔다. 여름손님은 뭣보다도 무섭다했지만, 우리에게는 안통한다. 친구들은 부안에 들러 얼굴보다 더 큰 ‘덕자’2마리와 오징어, 생합, 큰소라, 홍어회를 사왔다. 광양의 친구도 시간에 맞춰 도착, 모두 5명이 한 식탁에 언제나 그렇듯 “또” 모였다. 그중에 ‘완벽한 쉐프’가 둘이 있으니 나머지 3명은 손을 놓고 박수만 치면 된다. 쉐프들은 요리시합을 하는 듯, 솜씨를 뽐내는데, 금세 맛깔스런 덕자찜을 차려낸다. 웍(WOK. 중국식 냄비) 맨 아래에 감자와 무를 깔고 들깻잎, 대파, 다진 마늘을 넣고 양념장을 뿌린다. 이에 질세라 또 한 명의 쉐프는 홍어회를 썰고 소라와 오징어를 삶았다. 생합은 내일 삶아 국을 끓인다한다. 하얀 생합국물을 마셔 보았으리라. 끓일 때 청양고추는 필수다. 뚝딱뚝딱 남자요리사 덕분에 순식간에 차려진 저녁식탁. 어찌 웃음이 벙그래지지 않겠는가.
“쵝오닷”. 오고가는 술잔 속에 우리의 우정은 또 이렇게 깊어간다. 광양 친구에게 덕자 1마리(4만원을 3만원으로 깎았다한다)를 들려주는 우정도 보기에 심히 좋다. 귀향 6년 동안, 이렇게 재미진 같이 밥먹기 행사가 무릇 기하였던가. ‘유붕자원방래(有朋自遠方來) 불역락호(不亦樂乎)라’를 들먹일 필요도 없이, 나는 이런 친구들이 한없이 언제까지나 고맙다. 해산물을 좋아하는 시골에서 외롭게 사는 친구를 위하여 부안시장에 들러 거창하게 장보기까지 해오다니, 살풋 눈물이 날 뻔했다. 나는 복받은 인간인 것을. 내일은 8월. 앞으로, 올해 여름이 가장 시원한 여름이 될 거라는데, 정말일까? 어쨌거나 세월은 아이-아이- 잘도나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