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든보이 (Golden Boy)
1939년 미국영화
감독 : 루벤 마물리안
음악 : 빅터 영
출연 : 바바라 스탠윅, 윌리암 홀덴, 아돌프 멘주
리 J 콥, 조셉 칼레이아, 샘 리벤
에드워드 브로피, 베아트리스 블린, 윌리암 H 스트라우스
윌리암 홀덴, 1950년대 가장 인기있는 배우 중 한 명이었고, 섹시한 남자의 대명사이기도 했습니다. 그는 서부극으로 대표되는 존 웨인이나 대작 시대극으로 연상되는 찰톤 헤스톤 같은 특정분야에 두드러진 배우들과는 달리 다양한 장르에서 골고루 활약한 배우였습니다. 물론 '제 17 포로수용소' '코만도 전략' '콰이강의 다리' '원한의 도곡리 철교' 같은 군복입은 영화가 가장 잘 어울렸지만 '기병대' '와일드 번치' '브라보 요새의 탈출' 같은 서부극, '사브리나' '갈채' 같은 달콤한 로맨스영화, '선셋대로' 같은 사회물, '애수의 크리스마스' 같은 홈드라마 '모정' '키이' 같은 애틋한 멜러물, '타워링' '그레이트 볼카노' 같은 재난영화, '오멘2' 같은 공포물 등 꽤 다앙햔 역할을 했습니다.
우리가 기억하는 전성기 시절 윌리암 홀덴은 근엄하고 진지한 상남자 같은 분위기지만 쉽게 연상이 안되는 철부지 같은 복서로 등장한 영화가 있습니다. 사실상 데뷔작이라고 할 수 있는 1939년 작품 '골든보이' 입니다. 윌리암 홀덴 하면 32세에 출연한 1950년 작품 '션셋대로'가 출세작이고 그 이후 승승장구 했지만 그보다 11년전, 21세의 나이에 메이저 영화에 주연으로 등장한 것입니다. 그렇게 일찍 영화에 데뷔했지만 우리가 그의 20대 시절 경력을 기억하지 못하는 이유는 그 역시 클라크 게이블이나 제임스 스튜어트 등 많은 배우가 그랬듯이 2차 대전 시기에 군 복무를 하며 경력이 단절되었기 때문입니다. 종전후 1947년에 복귀한 그는 1950년 '선셋대로' 를 성공시키며 비로소 스타의 길을 걸었으니 40년대 그의 영화는 거의 알려지지 않은 작품들이죠.
파산직전의 복싱 매니저 톰과
그의 연인 로나
21세의 앳띈 윌리암 홀덴
마치 '빅'의 톰 행크스가 연상됨
톰에게 구세주 같은 존재인
복싱천재 조의 등장
아들을 바이올리니스트로 만들고 싶은
아버지에게 복서가 되겠다고 설득하는 조
(오른쪽은 놀랍게도 28세의 리 J 콥, 누가 과연
그의 앞에서 노안타령을 할까?)
그런 의미에서 1939년 작품 '골든보이'는 앳된 윌리암 홀덴의 모습을 볼 수 있는 중요한 작품입니다. 우리나라에 '쾌걸조로(40' '혈과 사(41)' 등으로 알려진 루벤 마물리안이 연출을 담당했고, 당시 여배우중 가장 톱 스타 위치에 있었던 바바라 스탠윅이 여주인공으로 출연합니다. 21살의 풋내기 신인에게 이 정도 레벨의 인물들이 참여한 영화에 주연으로 역할을 준 것은 파격적 대우였습니다.
'골든보이'는 복싱 영화입니다. 하지만 30년대 로맨스 드라마로서 통속적 재미는 보장하는 작품일지언정 복싱영화로서의 가치는 그다지 높지 않습니다. 이 영화에서 복싱은 그냥 이야기를 끌고 가기 위해서 갖다 붙인 도구일 뿐, 리얼리티는 많이 떨어집니다. 70년대 후반 링지라는 잡지에서 선정한 것으로 기억되는데 복싱영화 베스트 10과 워스트 10을 발표했는데 그중 '워스트 10'에 포함된 영화입니다. 엘비스 프레슬리 주연 '키드 갤러헤드', 라이언 오닐과 바브라 스트라이잰드 주연 '메인 이벤트' 두 번 영화로 만들어진 '챔프' 등과 함께 복싱영화로는 불명예에 오른 것입니다. 단지 '복싱영화'로 국한했을 때 그렇다는 것이지 통속 드라마로서는 쏠쏠한 재미가 있습니다. 왜 복싱드라마로서 평가절하가 되는가 하면 윌리암 홀덴이 연기한 주인공 조는 복서와 바이올린 사이에서 고민을 합니다. 이런 다소 비현실적인 설정 때문에 진지한 복싱영화와 비교하면 좀 웃기는 내용이지요. 가령 로버트 라이언이 주연한 복싱영화의 걸작 '셋업'에서 보여준 생생한 날것같은 처절함과 비교하면 '골든보이'는 너무나 낭만적이고 판타지 같은 내용입니다. 주인공의 처절한 밑바닥 연기가 일품이었던 '셋업'과 달리 주인공 남녀의 낭만을 위해서 다른 사람들은 헌신짝 처럼 처리되는 영화가 '골든보이'입니다.
로나에게 호감을 갖는 조
바이올린과 복싱 사이에서 고민하는 조
바이올린 때문에 복싱을 포기하려는 조를
설득하기 위해서 로나가 직접 나서는데...
당시 바바라 스탠윅은 32세
윌리암 홀덴은 21세
톰 무디(아돌프 멘주)는 한때 잘 나가는 복싱 매니저 였지만 지금은 빈털터리 신세입니다. 그는 아내와 이혼할 예정이고 로나(바바라 스탠윅) 라는 여자와 재혼할 생각이지만 위자료 줄 돈이 없어서 이혼을 못하고 있습니다. 그런 톰 앞에 21세된 청년 조(윌리암 홀덴)가 혜성처럼 등장합니다. 조는 뛰어난 복싱실력을 갖춘 인물로 연전연승을 거두며 톰의 팔자를 뒤바꿔줍니다. 톰은 조를 챔피언으로 만들 계획으로 장미빛 미래를 꿈꿉니다. 그런데 조의 21세 생일에 아버지(리 J 콥)로부터 선물받은 바이올린이 문제였습니다. 어릴때부터 음악에 소질이 있던 조는 바이올린 연주를 하면서 복싱에 대한 열망이 식어갑니다. 특히 조의 아버지가 적극적으로 음악가가 되기를 원합니다. 손이 다치면 음악을 못하니 몸을 사리게 되고. 이런 조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서 로나가 나섭니다. 로나는 여성적 매력을 동원하여 조에게 접근하고 그에게 복싱을 계속해서 성공할 것을 부추킵니다. 결국 조는 로나에게 넘어가서 복싱을 계속 하게 되고 다시 연전연승을 거둡니다. 그러자 다른 문제가 생깁니다. 마피아의 거물 에디 라는 인물이 조를 스카웃하려고 하면서 거액을 제시합니다.
천재복서 조에 대한 이야기인데 세가지 문제가 그의 앞에 펼쳐지는 내용입니다. 첫째는 바이올린과 복싱 사이에서 고민하는 내용, 둘째는 로나를 사랑하게 되면서 톰과 삼각관계가 되는 내용, 즉 여자문제, 세번째는 자신을 키워준 톰을 떠나서 돈 많은 거물 에디에게 옮겨가느냐의 고민, 즉 소속사 관련 문제입니다. 이 세 가지 문제가 적절히 갈등구조로 활용되면서 이야기의 흥미를 돋굽니다. 물론 배우의 위상을 고려하면 로나와의 로맨스가 결국 영화의 핵심이라고 볼 수 있지요. 바바라 스탠윅은 영화가 30분 정도 흐를때까지는 별 역할이 없는 듯 하지만 그 이후부터는 본격 전면에 나서며 영화를 주도합니다. 그녀는 톰을 위해서 일부러 조를 유혹하여 그가 복싱에 전념하게 만들고 에디의 꼬드김도 뿌리치게 할 생각이었지만 그러다가 실제로 조를 사랑하게 됩니다. 결국 이 영화는 로나와 톰의 로맨스를 위해서 다른 사람들을 희생시키는 내용입니다. 복싱을 가장 비중있는 도구로 활용하는 것이고요. 결정적으로 예기치 못한 링 사고가 터지면서 이야기는 절정으로 흐르지요.
조가 연전연승을 거두며 승승장구하자
마피아의 거물 에디가 스카웃을 하려고 하는데....
여배우로서 최정상급 위상을 가졌던 바바라 스탠윅
행복한 조의 가족을 보고 조가 복싱이 아닌
음악이 어울린다는 걸 알게 된 로나
이게 윌리암 홀덴이라니
30대 시절의 근엄하고 진지한 모습은 없고
철부지 청년같은 가벼운 모습
그다지 환영해주고 싶은 내용은 아닙니다. 아무리 영화의 꽃이 주인공이고 조연 배우들은 그들을 보조하는 들러리라지만 그럼에도 주인공이 정의로워야 응원해줄 수 있지요. 조와 로나의 사랑을 위해서 나머지 배우들은 그야말로 쓰디쓴 희생양이 되어 버리죠. 톰은 사랑하는 여자를 빼앗기게 되고, 에디는 거액을 투자했음에도 허무하게 조를 놓치게 되고, 오히려 의도적인 계략으로 조에게 접근했던 로나가 조를 차지한다니... 그리고 애꿎은 흑인 복서를 그 결말을 위한 가엾은 희생양으로 삼고 있고. 다른 복싱 영화들이 비정한 복싱 세계에서 처절하게 뭄부림치는 리얼한 내용을 담으면서 복싱영화로서의 격을 높여주었다면(커크 더글러스 주연 '챔피언' 앞서 소개한 '셋업' 안소니 퀸 주연 '헤비급 복서를 위한 진혼곡' 험프리 보가트 유작 '황금의 갈채' 등) 이 영화에서 조는 거의 좌절하거나 고생하지 않습니다. 기껏 만들어낸 내용이 바이올린과 복싱 사이에서 고민하는거라니... 물론 그것조차도 사실 맥거핀에 가깝습니다. 결론은 로나와의 사랑이 핵심이지요.
복싱 천재의 황당한 로맨스 판타지를 다루고 있습니다.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영화지만 그리 높은 점수를 주고 싶지는 않은. 그래서 복싱영화나 사회물로서의 기대가 아닌 남녀간 로맨스 영화로 만족하고 봐야 합니다. 다만 윌리암 홀덴과 바바라 스탠윅이 11살이나 나이차이가 나서 밸런스가 좀 안맞지요. 30-50년대가 중년 남자 배우들이 20대 여배우를 상대로 연애질하는 영화가 많이 나오던 시기였지만 바바라 스탠윅은 우선적으로 상대배우를 고를만한 위상을 가진 몇 안되는 여배우였습니다. 그는 한참 연하의 윌리암 홀덴을 상대로 로맨스를 마음껏 펼치지요.
조를 복싱을 계속 하게 하려고 일부러 접근해서
꼬시다가 진짜 사랑하게 되는 로나
로나는 조와 톰 사이에서 고민하는데....
결국 에디와 계약한 조
비교적 리얼했던 복싱장면
복싱영화의 탈을 쓴 로맨스 영화
21살의 윌리암 홀덴의 모습은 50년대 이후의 근엄한 외모 대신에 서글서글하고 가벼워 보이는 이미지입니다. 마치 '빅'의 톰 행크스가 연상됩니다. 그리고 21세 같이 보이지도 않아요. 넉넉히 20대 중후반으로 보입니다. 윌리암 홀덴 자체가 보기 드문 '노안미남' 입니다. 그는 30대인 50년대에 이미 중역 분위기가 났고, 50대인 70년대 초반에 이미 노인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런 것을 보면 그가 1918년생으로 기록되어 있지만 슬쩍 나이를 4-5년 속인것 아닐까 싶습니다. 11살 연상인 바라라 스탠윅과의 로맨스가 그리 어색해 보이지도 않았고, 실제 그는 1941년 기록상 23세의 나이로 4살이나 연상인 여배우 브렌다 마샬과 결혼한 것을 보면 실제 나이에 대한 의심이 강하게 듭니다. 노안이라도 나이가 들어가면서 빨리 늙는 것이지 21세에 그렇게 어른 얼굴인 것도 그렇고....
'골든보이'는 우리나라에 1946년과 1947년에 상영한 기록이 있습니다. 국내 개봉작이고, TV에서도 더빙으로 방영한 바 있고, 현재는 DVD출시된 작품입니다. 우리가 볼 수 있는 가장 젊은 윌리암 홀덴이 등장하는 작품이고, 그 이듬해 출연한 '우리 읍내' 라는 영화도 방영한 적이 있지요. 복싱 장면이 많지는 않은데 짧지만 제법 리얼한 장면이 연출되긴 합니다. 30년대에 이미 매우 번화한 뉴욕의 모습을 볼 수 있는 것도 특징이며 당시 뉴욕은 이미 인구 700만명의 대도시였습니다. 복싱 영화중 주인공 복서가 가장 고생을 안하는 영화입니다.
ps1 : 역시 노안 배우로 둘째 가라면 서러운 리 J 콥이 윌리암 홀덴의 아버지역으로 출연합니다. 기록상 두 배우의 나이차이는 불과 7살입니다. 더 놀라운 것은 이 당시 리 J 콥의 나이가 겨우 28살이었다는 것입니다. 28살에 21세 청년의 아버지 역할인데 그것도 큰 딸이 있고 이미 사위를 본 상황을 연기한 것입니다. 50대 중년의 역할이 전혀 어색하지 않습니다. 늙게 분장을 했겠지만 너무 자연스럽습니다. 우리나라의 노역전문 배우였던 김승호를 능가한 것이죠. 리 J 콥은 평생 노역만 한 배우입니다.
ps2 : 바바라 스탠윅은 30년대 초반부터 이미 정상급 여배우였는데 30대가 된 이후에도 좋은 작품을 계속 남겼습니다. '존 도우를 찾아서(개봉명 : 군중, 41년)' '레이디 이브(41년)' '이중배상(44년)' 같은 걸작들이 '골든보이' 이후에 등장한 영화들이지요.
ps3 : 실제 복서 중에서 '골든보이'라는 애칭을 가졌던 인물은 다체급을 석권한 명챔피언 '오스카 델랴 호야' 입니다. 신이 빚은 복서 라는 훌리오 세자르 차베스를 이겨서 더욱 높은 명성을 얻었죠. 물론 차베스가 내리막길에 가던 시기에 만난 것이지만.
[출처] 골든보이(Golden Boy, 39년) 윌리암 홀덴 21세 데뷔작|작성자 이규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