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만에 날씨가 개었다.
그 동안 비 날씨로 후줄근하던 마음이
보송보송해지는 느낌이다.
오늘은 노로오름 가는 날.
바리메 주차장에 일곱 명이 모였다.
약 2km 정도 차를 타고 들어갔다.
자동차의 진입을 막는 정낭이 서 있다.
부근에 차 5~6대를 세울 수 있는 공간이 있다
길은 재작년에 왔을 때보다 훨씬 좋아졌다.
바람 한 점 없으나 그렇게 덥지는 않다.
올 여름 마지막 산행이다.
노로오름 가는 길은 차를 세워둔 곳에서
약 15분 거리에 있다. 사진에서 보이는
왼쪽의 작은 소로길이다. 이제부터는 오름을
오가는 사람들이 만들어낸 좁은 길을 따라
오름을 찾아가야 한다.
서어나무, 단풍나무, 때죽나무 등이 빽빽하게
자라 오름에 이를 때까지 하늘을 거의 볼 수
없다. 이따금 곧게 자란 붉은 색을 띈 소나무
들이 보이고, 다른 곳과는 달리 이 곳에는
노가리(주목)이 많다. 특히 노로오름 기슭에는
더 많이 자생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조릿대를 헤치며 걷는 길은 작은 냇가를 끼고
계속 이어진다. 거의 왼쪽에 끼고 가지만 가끔
냇가를 건느기도 한다.
노로오름 입구로 들어서서 30분 정도 걸으면
오름을 서북쪽으로 오르는 길과 서남쪽으로
오르는 길림길이 나온다. 우리는 경사가 덜
급한 서북쪽 길을 택했다.
시원한 숲길을 다시 30분 정도 걸으면 노로
오름의 원형 굼부리에 도착한다. 굼부리 바닥
은 비가 올 때 물이 고이는 전형적인 습지다.
바닥에는 물풀이 자라고 호장근이 한참 꽃을
피우고 있다. 굼부리에는 아그배나무가 가득
하다.
잠시 쉬어 가려는데 모기떼가 하도 극성을
부려서 이내 자리를 떠야 했다.
서북쪽 능선으로 올라서 정상에 가는 길은
꽤 멀다. 가다보니 꽤 큰 원형굼부리가 북쪽에
또 하나 보인다.
쉬엄쉬엄 가서 그런지 두 시간 정도 걸려서
정상에 도착했다. 비가 온 후라 그런지 시계는
그렇게 맑지 않으나 사방이 탁 트여 시원하다.
바로 눈 앞에 나란히 삼형제오름이 보이고
멀리 있는 오름들은 마치 한폭의 동양화처럼
은은하게 보인다.
잠시 사진을 찍고 있는 동안 주변이 소란해
지더니 한 떼의 사람들이 들이 닥친다. 알고
보니 안면이 있는 사람들이다. 7월 초에 저지
오름에 갔을 때 조우했던 젊은 친구들이다.
정상이 시끄러워 우리는 조용한 장소를 찾아
나섰다. 정상 조금 비껴서 아늑한 나무 그늘에
자리를 잡았다.
즐거운 점심 시간........
내려 올 때는 우리가 점심을 먹었던 곳에서
바로 내려오는 길을 택했다. 처음 택한 길이다.
처음에 말한 두 갈래 길의 가운데를 가로 지르는
길인 모양이다. 정상으로 바로 오를 수 있는
최단 거리의 지름길인 셈이다.
올 여름을 보내며 걸어 본 노로오름 숲길
참 좋다.
2011. 8. 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