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모시 덱스터 인생길들이기
Timothy Dexter (January 22, 1747 – October 23, 1806)
<돈, 뜨거운 악마>
1747년 미국 매사추세츠 몰든, 특별한 인생을 살게 되는 티모시 덱스터라는 남자아이가 태어났다. 아일랜드계의 가난한 이민자인 그는 학교를 그만두고 여덟 살에 농장의 일꾼이 되었다. 일생동안 더 이상의 교육의 기회도 없었고 배우고자 하는 열정은 전혀 없었다. 딱 막노동꾼으로 살다 죽기에 안성맞춤인 인생에 대 반전이 시작된다. 돈을 사랑하는 뜨거운 갈망만이 펄펄 끓는 사악한 인간의 삶에 어떤 일들이 생길까? 14살에 가죽공장 수습생이 되었다.
그는 유명한 많은 이들이 지닌 좋은 학벌도 고귀한 신분도 겸허하거나 고매한 인품도 전혀 가지고 있지 않았다. 오로지 감으로 찍어서 올백을 맞은 인간 같은 삶을 살다가 갔다. OX퀴즈 300문제를 다 틀리는 인간이 존재하기 어렵듯이 티모시처럼 살다 간 인간도 극히 드물다. 우리가 아는 부자나 유명인들은 불운한 어린 시절, 가난을 이겨내기 위해 열심히 일하거나 공부했다. 벤자민 플랭클린은 인쇄공으로 일하면서도 배움을 멈추지 않았다. 링컨은 비 새는 오두막에서 책을 빌려 읽었고 뉴튼은 페스트로 고향에 내려가 쉬면서도 사색과 공부를 했다. 타고난 천재성이나 토마스 모어처럼 고결한 품격을 지니지도 않았다. 그의 인생을 파면서 세상의 모든 위인전들을 다 분서갱유하고 난 삐뚤어질 테다라는 인생관을 새로 정립했다. 내가 생각하는 이승의 모든 신념들이 다 무너졌다.
그는 비열했다. 공부는 못하는데 잔머리만 뛰어난 특출 난 인간이었다. 그는 제대로 배우지도 않았고 귀도 얇았다. 멍청해서 남들의 말에 잘 속았다. 신뢰를 주는 인간은 더더욱 아니었다. 21살에 애가 넷딸린 돈 많은 과부를 꼬셔 결혼함으로 사업밑천을 마련했다. 아내를 무시하고 폭력을 휘둘렀다. 역시 과거나 현재에도 혼테크가 최고였다.( 개 부럽다.) 아내의 돈으로 큰 저택을 사들였다. 지하 공장에서 가죽제품을 만들어 팔아서 큰돈을 벌었다. 동네 이웃들은 그의 무식함과 무례함을 혐오했다. 그는 부자들이 어떻게 사는지를 보고 벤치마킹하기 시작했다. 돈을 벌기 위해 가난하고 무지한 사람들에게 공포를 조장해 성경책을 팔기도 했다. 돈이 되는 일은 뭐든지 지극정성으로 하늘이 감동하게 했다.
그는 영악했다. 신은 그를 위해 대형 행운의 택배를 배달 중이었다. 엄청난 운이 또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돈을 팔아 돈을 벌었다. 미국정부에서 대륙달러라는 최초의 종이돈을 팔았다. 휴지 수준도 안 되는 종이돈을 사람들은 쳐다보지도 않았다. 그는 집을 팔고 모든 재산을 다 정리해 지폐를 사들이기 시작했다. 그에게 돈을 향한 촉이 있었던 것일까? 1790년 신정부가 들어서고 보상이 시작되었다. 티모시는 거부가 되었다. 워낙 배움도 짧고 근본 없는 인간이라 사람들은 그를 더욱 시기하고 미워했다. 티모시는 조금도 기죽지 않았다. 그의 사업성은 더욱 담대해졌다. 하는 것마다 성공하는 마성의 힘을 갖고 있었다.
길고양이를 주워서 카리브해에 팔기도 했고 열대기후인 폴리네시아에 장갑을 들고 가 운 좋게도 다른 나라 상인이 와서 사가기도 했다. 그의 기묘한 인생은 끝없는 행운을 가져다주었다. 무식했던 그는 서재를 읽지도 않을 진귀한 책으로 가득 채우기도 했다. 부자들이 정부에 한자리 씩 하는 것을 보고 돈을 들고 가 조르기도 했다. 스스로 귀족이 되고자 자신의 이름에 경(Sir)이라는 호칭을 붙이기도 했다. 자신을 찬양하는 시인을 고용하기고 했다. 미술품을 사들이기도 했다. 목상을 집안 곳곳에 설치하기도 했다. 책을 내기도 했다. 상당히 수준이 떨어져서 경악할 정도였다. 자신의 장례식을 준비해 사람들의 충성심을 측정하기도 했다. (아! 개 부럽다. 나도 한번 경험해보고 싶다.)
가끔씩 상상에서나 가능한 일들에 그는 미친듯한 실행력을 발휘했다. 그는 역사상 가장 독특한 인간이었다. (사실 나도 그런 인간이지만 그의 미친 실행력을 따라가지 못할 뿐이다.) 상상 속에선 내가 한수 위일 수도 있다. 아내를 패거나 시험해 보기도 했다. 자신의 가짜 장례식을 열기도 했다. 조문객들을 가지고 놀았다. 멋진 묘지에 성가대는 장송곡을 불렀다. 돈 많으면 맘 편하게 대충 살자는 일반사람들과 그는 달랐다. 이성적으로 할 수 없는 일들을 마구 저질렀으나 그마저도 행운으로 탈바꿈했다. 그에겐 든든한 뒷배 같은 행운의 여신이나 화투에 나오는 우산을 들고 있는 남자가 언제나 따라다니는듯했다. 세상의 모든 점쟁이들이 그의 사주나 손금을 본다면 아마도 사업운은 인류 역사상 최고일 것 같다고 예측할 것이다. 사기극에 휘말려도 다 행운으로 바뀌었다. 그의 성공의 비결은 과연 무엇이었을까?
그는 아마도 사이코패스나 자기성애자일 것이다. 행운을 온통 거머쥔 사람이지만 불운한 가족사가 있었다. 그의 딸 낸시는 폭력남편을 만나 친정으로 돌아왔고 알코올중독에 정신병자가 되었다. 아들도 망한 인생을 살았다. 사업의 기반을 준 아내를 무시했다. 그는 아내를 "유령"이라 불렀다. 이런 인성 쓰레기 같은 인간에게 하늘은 행운을 주었지만 불운은 스스로가 만들어 갔다. 다행이다. 삶은 녹록지 않다. 그의 불운한 가정사가 없었다면 난 내 인생을 그와 비교해 저주했을지도 모른다. 이름 없이 조용하고 화목하게 잘 사는 게 최고의 잭팟이다.
인류 역사상 이런 경우는 극히 드물다. 대부분 극도의 가난에도 배움에 대한 갈망이 뜨거운 나폴레옹이나 링컨, 벤자민 플랭클린 같은 이들만 성공하는 줄 알고 지냈던 내 뇌에 깨달음이 느껴졌다. "나무아미타불"이 절로 나온다. 93세인 워런버핏이 날마다 책 읽고 공부하라고 떠드는데 티모시를 그에게 소개해주고 싶다. 워런 버핏 옹이 자기처럼 공부해야 돈 번다는 잔소리에 사실 역겨움을 느낀다. (그의 장례소식이 들려온다면 난 일단 불참할 것이다.) 재방문의사도 전혀 없다.
하루종일 책 읽고 공부만 했는데 난 왜 망한 건지? 난 워런 버핏만큼 부자가 될 자신은 없지만 그보다 더 열심히 살 자신은 있다. 책을 읽는 이유는 다르겠지만 좀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어서 공부를 한다. 돈, 돈, 하는 공부가 과연 의미가 있는 것인지 딴지를 걸고 싶다. 많은 돈을 벌었다고 시대의 구루가 된 것처럼 떠들지 말아야 한다. 폴 엘런을 배신한 빌게이츠, 동료이자 절친을 버리고 선배의 아이디어를 훔친 마크 주커버그, 스티브 워즈니악을 이용해 거대한 이익을 착취한 스티브잡스 역시 마찬가지이다. 좋은 인성과 의리는 영화나 이야기 속에서만 존재하는 것일까?
모든 수단을 다 동원해서 돈 벌고 난 후, 사회에 환원하겠다는 말로 자신의 인생을 성공이라는 수단으로 질소 포장하고 리본을 달고 싶지 않다. 비씬 양피지의 책을 모두가 선호하는 것은 아니다. 난 문고판의 책이 훨씬 더 좋다. 언제부터인가 알고 싶지도 않은 억만장자들의 헛소리가 사람들의 뇌를 가스라이팅하는 것이 불쾌하다.
난 이제 70% 정도의 삶을 살아왔기에 남은 30%(+-30%)만 잘 살다 가면 된다. 큰돈은 못 벌었어도 성공한 인생은 많다. 돈으로 인해 인류에 기억되는 자들이 많을 뿐이다. 돈으로부터 자유로운자가 진짜 승자이다. 자신은 운이 좋았다고 말하는 티모시가 훨씬 더 신뢰가 간다. 겸손하고 아름다운 자세이다. 큰 부는 운이 따라야 한다. 하늘이 준 천운과 무엇보다 나를 키워주는 사람을 만나야 한다. 불행도 불운도 상관없이 비열하면서도 엉성하면서도 치밀했다는 게 그의 성공의 비밀이었다.
그는 관종이었다. 자신을 상품화하는데 탁월했다. 나름대로 돈에 대한 신념이 있었고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는 데 성공했다. 그는 사업에 있어서 신의 총아였다. 감성으로 느끼고 이성적으로 행해야 하는데 그는 모든 것을 마음 내키는 대로 했다. 행운은 언제나 그의 편이었다. 탐욕의 그릇을 넘치도록 채우고 삶을 맘껏 누리고 갔다. 어느 정도 성공에 서면 사람들의 무한한 신뢰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을 그는 알고 있었다. (빌 게이츠가 돈이 많기 때문에 그가 추천하는 책도 좋을 거라 생각해 믿고 샀다가 욕만 나왔다.)
악랄하고 비열했지만 그는 변화하는 인간이었다. 아무것도 타고난 게 없었지만 눈치가 빨랐다. 그는 삶에 만족하지 않았다. 그는 격변하는 시대에 가장 빠르게 대처했다. 악당처럼 살다가 성인처럼 죽었다. 재산을 아내와 자식 그리고 지인들과 가난한 이웃들에게 나누어 주었다. 그의 유려한 말솜씨와 사업수단은 인류역사상 단연 최고였다. 1806년 주어진 삶을 아낌없이 누리고 59세에 세상을 떠났다. 백지수표를 신으로부터 받아 맘껏 다 쓰고 간 것 같은 그의 삶에도 후회나 회한이 있을까? 적어도 단 하루라도 눈물로 참회하는 뜨거운 밤이 있었을까?
이 글을 보는 모든 이들이 돈으로부터 진정 자유롭기를! 그리고 어떤 길을 가든지 티모시 덱스터경처럼 행운이 함께 하기를!!
세상의 모든 것들이 공부가 되는 밤, 난 오늘도 공부를 한다. 진정한 학문이란 삶에 대한 바른 이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