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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부터 20년 전만 해도 도심 한가운데 미술관이 떡하니 자리한다는 걸 상상해보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다. 서울도 아닌 지방 소도시에서 말이다. 그도 그럴 것이, 먹고 살기 바쁜 시절 ‘예술’을 일부 특권층에서만 누리는 전용물로 취급하던 게 그리 오래 전도 아니지 않는가? 그런 점에서 아라리오갤러리가 시사하는 바는 크다. 천안종합터미널에서 빠져나오면 바로 눈앞에 펼쳐지는 갤러리의 독특한 외관이 천안의 첫인상을 심어주는 까닭이다. 게다가 기존의 갤러리들과는 달리 영화관과 백화점 등 대중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도심공간 중심부에 위치해있어 그만큼 문화가치를 친숙하게 공유한다. 10년간 입지를 굳혀온 갤러리의 부지는 현재 ‘스몰시티(Small City)’란 이름으로 천안의 독보적인 랜드마크이기도 하다. 이곳은 주로 컨템퍼러리 아트를 기반으로 하는 다양한 미술작업들을 선보인다. 우선 멀리서도 한눈에 시선을 집중시키는 것이, 건물 외부 유리박스 내 설치된 데미언 허스트(Damien Hirst)의 작품 ‘찬가(Hymn)’이다. 영국 현대 미술계 악동의 선두주자인 그의 작품을 아라리오갤러리에서 무려 250만 달러에 사들여 영구 소장하며 대중적으로 선보인다는 점에서 이미 많은 이들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장난감 ‘어린이 과학자’ 시리즈 중 ‘해부학 세트’를 골라 실물 크기를 5배로 확대해 채색, 브론즈로 복제한 이 작품은 지금도 길을 지나는 아이들이 엄마 치맛자락을 끌며 멈춰 서게 만들곤 한다. |
이처럼 아라리오갤러리의 가치는 건물 밖에서부터 빛을 발하는 것이다. 터미널과 갤러리 사이에는 느티나무와 멋들어지게 어우러진 조각광장이 도시민들을 품고 있다. 갤러리를 감상하고 나올 때면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된 듯 예술과 단절된 외부공간을 바로 마주하는 게 어색하곤 했는데, 이곳에선 촉촉해진 감성을 고스란히 간직한 채 잠시 쉬어갈 수 있는 기분이 얼마나 달콤한지. 무엇보다 천안의 기점이 되는 터미널에서부터 예술적 분위기가 물씬 풍겨나니, 마치 유럽의 어느 마을에 온 듯한 착각이 기분을 즐겁게 한다. 세계적인 조각가 아르망 페르난데스, 키스 헤링, 로버트 인디애나 등 쟁쟁한 현대 작가들의 대형 작품들을 곁에 둔 조각광장은 아라리오갤러리가 도심공간에 제공한 또 하나의 선물인 셈이다.
지금 아라리오갤러리에서는 세계적인 미술품 컬렉터이자 아라리오갤러리의 소유주인 김창일씨의 개인전이 열리고 있다(3월 29일까지). ‘씨킴(CI KIM)’이라는 예명의 미술 작가로도 활동해온 그가 선보인 이번 전시는 과일 토마토를 그림 위에 오브제로 사용해 재미있는 효과를 낸 작품들로 구성됐다. 실재 토마토를 던지고 뿌리고 으깨고 하면서 변형되어가는 과정을 회화와 함께 표현했는데, 특유의 색감으로 변형된 자연 소재의 생생한 느낌이 흥미롭게 볼만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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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도 아라리오갤러리에서는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는 작가들의 개인전이 꾸준히 열릴 예정이다.
여러모로 천안은 알찬 여행지다. 맛깔스러운 호두과자로 입안을 즐겁게 하는가 하면 독립기념관, 유관순 열사 생가, 아우내장터 등이 자리해 아이들과 함께하는 역사문화 여행지로서도 손색이 없다. 여기에 예술도시의 이미지까지 점점 더해질 터이니 그야말로 오색 빛깔 서린 공간이 아닐까. 밀양아리랑에서 따온 한국적인 이름의 아라리오갤러리는 이제 천안의 자존심이다. 번잡한 도심가 중앙에 둥지를 튼 것은 예술을 일반 대중과 함께 호흡하고자 하는 적극적인 의지이기도 하지만, 한편 바쁜 현대인들로 하여금 그동안 우리가 잃어버린 가치가 무엇인지를 성찰케 하려는 것인지도 모른다. ‘아라리오 스몰 시티’가 향후 천안에 남길 발자국이 궁금해지는 건 바로 그래서다.
Tip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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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람시간_화요일~일요일 오전 11시~오후 7시(월요일 정기휴무), 관람료_7~18세 2000원, 어른 3000원 위치_천안종합버스터미널 옆 문의_041-551-5100~1, www.arariogallery.co.kr |
이효정 씨는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며 대한민국 구석구석을 누비는 여행 작가입니다. |
http://korean.visitkorea.or.kr/k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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