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모짜르트 어머니의 고향인 St.Gilgen의 호수가에서
숙소에서 미리 끓여온 뜨거운물에
한국에서 가져온 커피를 만들어
마시니 커피 CF가 따로 없는것 같다.
은은한 헤이즐넛 향. 그리고 등 뒤로 보이는 잔잔한 호수.
커피CF사진 한 장씩 남기자며 커피잔을 들고서
어이없이 사진을 한장씩 찍고있는데,
저쪽에서 우리 자매가 안쓰러워보였는지.
'저기 같이 찍어드릴까요?'라는 정겨운 한국말이 들려온다.
커플티를 나란히 입고
미소를 머금은채 다가온 신혼부부가
대충 머리 질끈 묶고 커피잔을 들고있는 우릴 찍는 모습이
너무나 부끄럽다.
여행을 하다보면 가끔씩 사소한것에 민감해져
다투는것이 과반사인것을 알면서도
신혼여행지를 중부유럽으로 결정한 그들이 대단해보인다.
누군가에게서 들었던 말..
진정한 사랑이란
우연잖게 서로가 비슷해서 만나고 사랑하는것이 아니라
만나서 서로가 서로에게 맞춰나가는 노력이라고.
그래서 그들이 더욱더 아름답게 보였나보다.
#02
할슈타트는 소금 'salt'에서 유래된 지명인만큼,
그리고 소금광산에서 내려다본 할슈타트모습이 비경이라는 소문에,
두 자매는 시간이 조금 빠듯해도 소금광산에 잠시 들렀다 가기로 결정.
불법 무료주차(^^;)를 하기 위해
차를 몰고 마을 주변을 이리저리 돌아다니다가
호수를 따라 들어서있는 주택가 근처 작은 놀이터를 발견했다.
얕은 호숫가에서 다이빙을 하는 어린 아이.
그네를 타는 귀여운 소녀를 따라
우리 두 자매도 다시 어린이가 된 듯
물위에 놓인 징검다리를 건넜다가,
시소도 탔다가 시간가는 줄 모르고 한참을 그렇게 놀았다.
#03
놀이터에서 멀리 바라다보이는
소금광산으로 올라가는 케이블카 트랙.
겁많은 내 동생은 저 길을 타야만
소금광산으로 갈수 있냐며, 식은땀을 삐질 흘렸다.
(사실 경사는 다소 높은 편이었지만,
케이블카가 편평한 상태로 올라가기때문에
무서웠던것은 전혀없었다.^^)
#04
차를 주택가 근처에 대충 대고서는
소금광산 케이블카를 타는 곳으로 걸어가니,
호수마을인만큼 주택이 아기자기, 예쁘게 들어서있다.
한 주택 벽 위로 신기하게 자라고 있는 나무 한그루가
눈에 뛰어 사진으로 담아놨었는데,
소금광산으로 가는 길목의 주택가에
이 나무처럼 반토막 모양으로 벽을 타고 살아가는 나무가
꽤 많이 보였다.
#05
소금광산으로 올라가는 케이블카만 타고 올라가서
할슈타트의 모습을 내려다 볼수 있는 왕복권 옵션도 있었지만,
오스트리아인들이 나름대로 굉장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 듯한
소금광산을 한번쯤 체험해보는 것도 괜찮을듯해서,
소금광산 투어도 함께 신청했다.
꽤 가파른 선로에 계속 해서 겁을 먹고서 내 팔을 꽉
부여잡고 있었던 내 동생도
케이블카가 올라가면서 그려내는 할슈타트의 풍경에
잠시나마 두려움을 잊고 있었다.
#06
케이블카에서 내려다본 할슈타트의 풍경
#07
소금광산 투어가 시작되는 곳까지 이어진
좁은 숲속길을 걸으며
조용히 침묵하며 아름다움을 그려내고 있는
오스트리아의 알프스를 내 가슴속에
조심스레 담았다.
#08
투어가 시작되기 전,
안내원이 사람들의 체격에 어림잡아 맞는
위 아래 옷을 한벌씩 꺼내어주었다.
키가 보통이어서 짙은 초록색 상하의를 받은 두 자매는,
무슨 이유로 입어야하는지도 모른채
그저 어이없이 웃으며 옷을 입는 다른 여행객들을 따라
옷을 입었다.
소금광산투어를 하면서 타는 슬라이드(꽤 무섭다^^)와,
굴 안의 낮은 온도때문에 옷을 주는것 같았지만,
여행객들을 위한 그런 배려치고
광산복의 색깔은 죄수복과 흡사할정도로
여행객들의 모습을 너무나 불쌍하게 만들어버렸다..ㅋㅋ
(소금광산에서 찍은 두 자매의 사진은
차마 어느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줄수 없다는^^)
#09
1710년에 뚫었다는 표지판앞에서 투어가 시작되었다.
투어가이드는 처음에는 독어로,
그리고 우리와 같은 외국인 여행객들을 위해서
두번째는 영어로 투어를 진행해주었다.
유일한 동양인이었던 우리를 보고서,
China와 Austria중에 어느 나라가 소금을 더 먼저
생산해냈겠냐는 질문에,
그래도 오스트리아에 왔으면 답이 틀리더라도 오스트리아편을 들어주는게
낫겠다 싶어 오스트리아라고 대답했는데.
그 대답에 가이드는 명쾌한 미소를 지으며
정확하지는 않지만 오스트리아가 소금을 먼저생산해냈을꺼라며
자국에 대한 굉장한 자긍심을 보였다.
#10
광산 안에서 볼 수 있는 소금 결정체.
광산 안의 어둠속에서
소금은 반짝반짝 예쁘게 빛나고 있었다.
#11
이 곳 광산에서 소금을 캐다 죽었던
원시인 이야기. 소금광산의 역사 등을
수많은 소금광산 중 그저 평범한 광산일수 있는 이곳을
다양한 컴퓨터 그래픽을 이용해서 보여주며
멋진 관광명소로 탈바꿈시킨 오스트리아 정부의 노력에,
우리나라는 왜 이만큼 따라가지 못할까라는 아쉬움이 더해진다.
투어를 마치고 다시 산책길을 따라 걸어내려가니
스위스알프스에서 줄곧 볼수있었던 소들대신,
오스트리아 알프스의 풀을 유유자적하게 뜯고 있는
염소 몇마리가 목에 달린 종을 달랑거린다.
#12
소금광산에서 내려가는 케이블카에서
아쉬움이 남아 다시 한번 더 담은 할슈타트의 풍경.
#13
유럽여행을 가기전엔 무턱대고 유명한곳만을 찾아다니지 말고
자기만의 테마를 정하라는 몇몇 여행매니아들의 글을 많이 읽었지만,
이번 유럽여행을 준비하면서,
그들의 말처럼 여행의 굵직한 하나의 테마를 정하는것이
그렇게 쉽지만은 않았던것 같다.
그리고 아름다운 비경을 쫓아다니며 하루내내 감탄사를 연발했던
여행하는 동안에도, 그저 남들이 좋다는 곳. 멋지다는 곳을
숨은그림찾기게임처럼 하나하나 동그라미 치며
따라다니는 거 아닌가 걱정스럽기도 했지만,
짤츠감머굿과 할슈타트를 만나면서,
여행 중, 내 마음속 여유로움과 평안함을 찾을 수 있었다면,
그것만으로도 나에게 이 여행은 충분히 대만족이었다.
소금광산을 여유부리며 보고 내려왔는데도
주택가에 도착하니 오후 5시.
호숫가 근처의 숙소에서 푹 자고
아침의 잔잔한 호수를 보며 잠이 깨는것도 괜찮은 생각이었지만
욕심이 많은^^ 두 자매는
남은 독일여행여정을 조금 더 편히 움직이기위해서
뮌헨 근처 작은 마을까지 이동후 숙소를 찾기로 결정짓고선,
오스트리아 알프스뒤로 지는 석양빛을 맞으며
독일, 뮌헨을 향해서 즐겁게 달리기 시작했다.
<다음 일기부터는 독일여행기랍니다.. 요기까지 재밌게 읽어주셔서 감사하구요.
또다시 독일사진 정리해서 부지런히 일기 올리겠습니다. 기대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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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어디에여 - 환상적이네
그리고 겨울에 자동차 여행할건데 정보좀 얻을수 있을까여
글수정중인데 벌써 꼬릿말을 남겨주셨네요. 아는건 많이 없지만, 언제든지 아는만큼 도와드릴께요^^
이곳의 숙소좀 알려주세요.... 지금 님의 사진과 글을 보고...빈을 생략하고 이곳으로 가느냐...갈등중입니다. 뮌헨에서 빈으로 가는데....빈에서 3일 여정이거든요. 그곳 미술사 박물관을 꼭보고 싶어서요.
짤츠감머굿 근처엔 가정집에서 운영하는 팬션과 작고 싼 호텔들이 많이 있어요. 숙소는 걱정 않으셔두 될것 같구요. 만약필요하시다면 제가 묵었던 한국인운영숙소를 가르켜드릴께요.
짤츠감머굿/할슈타트는 바쁘게 보면 빈으로 지나가기전 하루 일정으로 넣어도 무리가 되지 않을꺼예요. 어짜피 빈으로 가는 길목이니깐요..^^
빈이 나을까요? 할슈타트가 나을까요?
제가 빈을 가보지 않아서. 그리고 가보았다하더라도 도시의 선택은 직접하시는게 현명하다고 봐요^^ 아름다운 호수 풍경이 끌리신다면 짤츠감머굿과 할슈타트가 낫지 않을까 싶구요.
예...한국인 운영 숙소좀 알려주세요.
아래 여행일기에 남겼습니다.^^
궁금한것 엄청 많아여-차종과(기름값) 여행경비 여행일수 여행하면서각종팁과 자동차용품(예로 밥솥이용,코펠이라던지) 등등 입니다 여기써주서도 되고 제이름찍으면 메일있는데 보내주셔도 되고 좀 부탁좀 드릴께여~
메일루 보내드리긴 글이 길구요^^ 제 개인홈피에 몇몇 팁과 도움이 되었던 홈페이지가 게시되어있어요. 참고하시다가 그래도 궁금한게 있으심 메일루 알려드릴께요.홈피는 http://cyworld.com/griumm 입니다.
사진 좋습니다..^^ 할슈타트랑 장크트길겐,, 넘 아름답죠.. 전 스위스보다도 왠지 이곳에 더 끌리더라구요..
저두 '오스트리아' 하면 할슈타트와 장크트길겐이 맘속에 깊이 자리잡구 있는 것 같아요. 아름다움의 여운이 아직까지 남아있는걸보면^^
죄송하지만...디카 기종이 뭔가요?^^
정말 평범한 삼성 케녹스 400인데요..^^
역시나...넘 즐겁게 잼나게 읽었습니다..........역시나 멋진곳...할슈타인...
정말 글 볼때마다 가슴이 막 떨리는느낌... 알죠?
ㅎㅎ 고맙습니다.^^
좋은 게시물이네요. 스크랩 해갈게요~^^
제 싸이에 올려도 될까요?제가 여행에 관심이 많은 학생이라..대학교 가면 꼭 여행도 해 보고 싶고...
당연히 되지요..출처만 밝혀주시면 됩니다.^^ 제 홈피에서 스크랩하셔두 되구요.주소는 위에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