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송(讚頌)
한용운
님이여, 당신은 백 번이나 단련한 금(金)결입니다.
뽕나무 뿌리가 산호(珊瑚)가 되도록 천국(天國)의 사랑을 받으옵소서
님이여, 사랑이여, 아침별의 첫걸음이여.
님이여, 당신은 의(義)가 므거웁고 황금(黃金)이 가벼운 것을 잘 아십니다.
거지의 거친 밭에 복(福)의 씨를 뿌리옵소서.
님이여, 사랑이여, 옛 오동(梧桐)의 숨은 소리여.
님이여, 당신은 봄과 광명(光明)과 평화(平和)를 좋아하십니다.
약자(弱者)의 가슴에 눈물을 뿌리는 자비(慈悲)의 보살(菩薩)이 되옵소서
님이여, 사랑이여, 얼음 바다에 봄바람이여.
(시집 『님의 침묵』, 1926)
[작품해설]
‘님’에 대한 찬송인 이 작품은 동일한 통사 구조의 반복을 통해 음악적 효과와 함께 의미의 점층적 심화를 꾀하고 있다. 찬송의 대상인 ‘님’의 존재는 ‘백 번이나 단련한 금결사랑’ · ‘아침볕의 첫걸음’ · ‘옛 오동의 숨은 소리’ · ‘얼음 바다에 봄바람’ 등으로 비유되어 그 실체를 쉽게 드러내지 않지만, 영원토록 천국의 사랑을 받기를 바라며, 현실의 고통과 억압에서 구원받기를 소망하는 내용으로 보아 이 작품에서의 ‘님’은 조국 또는 민족의 의미로 파악되는 것이 타당할 듯싶다.
‘금’은 영원불변의 절대적 가치의 표상으로서 진리의 속성과 상통한다. 뜨거운 불길 속에서 이루어진 ‘금’과 같은 존재인 ‘님’은 ‘뽕나무 뿌리가 산호가 되도록’ ‘천국의 사랑’을 받으며 무명(無明)을 물리치는 ‘아침볕의 첫걸음’과 같이 사바세계에 깊은 깨달음을 준다. 또한 ‘님’은 ‘황금’으로 대표되는 세속적 부귀영화보다는 초월적 가치인 ‘의’의 중요성을 알고 있기에, 시적 화자는 ‘님’에게 ‘거지의 거친 밭’이라는 물질적 가난과 정신적 빈곤으로 고통 받는 우리 민족을 위해 ‘복의 씨’를 뿌려달라고 기원한다. 이제 ‘님’은 ‘옛 오동의 숨은 소리’처럼 그윽하고 감미로운 사랑을 베풀어 주지만, 민족이 처한 현실은 아직 ‘겨울 바다’와 같은 암흑과 절망의 식민지일 뿐이다. 그러므로 이 같은 상황을 바라보는 시적 화자는 보다 강렬한 어조로 ‘약자의 가슴에 뿌리는 자비의 보살’이 되어 ‘봄바람’과 같은 구원의 빛을 내려주기를 ‘님’에게 간절히 희구하는 것이다.
[작가소개]
한용운(韓龍雲)
본명 : 한정옥(韓貞玉)
1879년 충남 음성 출생
1896년 동학에 가입하였으나 운동이 실패하자, 설악산 오세암에 들어감.
1919년 3.1운동 민족 대표 33인 중 한 사람으로 『독립선언서』에 서명
1927년 신간회(新幹會) 중앙 집행위원
1930년 월간지 『불교』 발행인
1944년 사망
시집 : 『님의 침묵』(1926), 『한용운 전집』(1973), 『한용운시전집』(1976)
첫댓글
님이여
사랑이여
감사합니다
무공 김낙범 선생님
댓글 주심에 고맙습니다.
올해의 마지막날입니다.
새로운 한 해가 시작됩니다.
2022년을 아쉽게 보내고
새로운 한 해 2023년을 반갑게 맞이해야
합니다. 새해에도 열정적으로 활동하시길
소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