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만대장경

[긴이]

제4절 마군의 경계는 이렇게 초월한다.

   허공장보살은 여러 보살에게 이렇게 말했다.
   “모든 인자들이여, 능히 마군의 경계를 초월할 수 있는 법문을 설하겠는가? 각각 뜻대로 설명해 보시오.”
   여러 보살들은 각각 자기의 생각대로 마군의 경계를 초월하는 법문을 설했다.
   산왕보살, “만일 마군의 경계를 여의기를 구한다면, 이것은 도리어 마군의 경계에 떨어지는 것이오. 만일 일체 경계가 모두 부처님의 경계요, 마군의 경계가 없는 줄 안다면, 이 사람은 부처님의 경계를 따라서 부처님의 경계에 들어가는 자이므로, 부처님의 경계도 오히러 보이지 않거늘, 어찌 다른 경계를 보겠는가? 보살은 이 법문으로 말미암아 마군의 도를 초월하나니, 이것이 마군의경계를 초월하는 법문이요.”
   보길상보살, “마음에 반연하는 생각이 있으면 그것이 곧 마군의 경계오. 만일 법에 반연하는 생각이 없고, 일체 법에는 아무 얻을 것도 없는 줄 안다면 곧 알라야가 없을 것이니, 어찌 마군이 하는 짓이겠는가? 이것이 마군의 경계를 초월하는 법문이오.”
   보수보살, “만일 집착이 있으면 곧 마군의 경계에 떨어지는 것이요, 마음에 집착이 없으면 다툴 것이 없어져 하나나 둘도 마음에 걸림이 없겠거든, 하물며 마군이랴. 만일 보살이 이 법문을 성취하면, 이것이 곧 마군의 경계를 초월하는 법문이오.”
   보용보살, “만일 공이나 유에 떨어지면 이것은 다툼이 있는 것이니, 다툼이 있으면 곧 마군의 경계이다. 만일 공에도 유에도 떨어지지 않아서 움직임이 없어, 상이 없는 짬에 머물면, 마군의 경계를 초월하리니, 이것이 마군의 경계를 초월하는 법문이오.”
   사유보살, “여래께서 ‘일체 망상.번뇌는 그림지와 같고 환과 같아서, 전함도 아니요 변하지 아니하는 것도 아니며, 옴도 아니요 감도 아니며, 안과 밖에 머무는 것도 아니라’고 설하셨으니, 만일 이렇게 알면 곧 분별 번뇌가 일어나지도 아니하고  멸하지도 아니하여, 변계가 끊어져 마군의 경계를 초월할 것이니, 이것이 마군의 경계를 초월하는 법문이오.“
   보장보살, ”만일 염착과 염착 아닌 것이 있으면 곧 사랑과 미움이 있고, 사랑과 미움이 있으면 마군의 경계에 떨어지는 것이오. 만일 사랑과 미움을 여의면 평등에 머무는 것이오, 만일 평등에 머물면 모든 법의 가지가지 상을 여의고, 모든 상을 여의면 생각이 평등하니, 이 평등한 생각을 얻으면, 곧 마군의 경계를 초월할 것이오. 이것이 마군의 경계를 초월하는 법문이오.“
   이보보살, ”만일 아상을 일으키면 그것은 마군의 업이다. 아가 청정한 곳에 어찌 마군이 있겠는가? 아상이 청정하여지면 번뇌가 청정하여질 것이요, 번뇌가 청정하면 일체 법이 청정하여질 것이요, 일체 법이 청정하면 허공이 청정하여질 것이요, 허공이 청정한 법에 머무는 자는 마군의 경계를 초월할 것이니, 이것이 마군의 경계를 초월하는 법문이오.“
   법왕보살, ”비유하면, 대왕이 관정을 받아서 시종이 많아지면, 두려움이 없는 것과 같이, 관정위를 얻은 보살도 이와 같아서, 여러 가지법보로 권속을 삼아 일체 마군에 두려움이 없다. 어째서냐 하면, 저 관정위에서는 일체 무량한 불법과 법보 권속이 만족하여, 시방세계 모든 부처님의 설하신 법을 가지고 있는 까닭이오. 만일 보살이 이러한 마음에 머물면 곡 마군의 경계를 초월할 것이니, 이것이 마군의 경계를 초월하는 법문이오.“
   산상격왕보살, “비유하면, 틈으로 바람이 들어와서 물건을 흔들면, 거래하는 형상이 있듯이, 보살도 그러하여, 만일 마음에 틈이 있어 마음이 요동하면, 마군이 곧 편을 얻지마는 , 만일 마음에 틈이 없어 모든 상이 원만하면 공성도 원만할 것이니, 이것이 마군의 경계를 초월하는 법문이오.”
   희견보살, “모든 견 중에는 부처님을 보고 법을 보는 것이 가장 수승하다. 부처님을 보되, 색으로 보거나 수ㆍ상ㆍ행ㆍ식으로 보지 않고 일체 법에도 도무지 보는 바가 없으면, 이것이 참으로 부처님을 보는 것이며, 법을 보되, 일체 법에 짓는 뜻이 없어 문자도 보지 않고 탐착도 내지 않으면, 이것은 참으로 법을 보는 것이오. 참으로 부처님과 법을 보는 것을 성취하면 능히 마군의 경계를 초월할 것이니, 이것이 마군의 경계를 초월하는 법문이오.“
   제망보살, ”생각을 내어 사유하면 곧 마군의 업이 되나니, 보살이 만일 저 인연에 마음이 동하여 사유가 있고 이치대로 뜻을 짓지 못하면, 이것은 모두 마군의 작용이다. 만일 마음이 동하지도 않고 생각지도 않으며, 사유하지도 않고 촉하지도 아니하면, 곧 마군의 경계를 초월할 것이니, 이것이 마군의 경계를 초월하는 법문이오.“
   공덕왕광명보살, ”만일 대치가 있으면, 마군의 업이 되고, 대치가 없으면 곧 법계가 되는 것이다. 일체 모든 법은 다 법계에 순하는 것이므로 법계에만 들어가면 곧 마군의 경계는 없어지는 것이다. 어째서냐 하면, 법계를 여의고는 마군의 경계를 따로 얻지 못하나니, 법의 경계와 마군의 경계는 다같이 진여의 성이어서 조금도 다르지 않은 까닭이다. 보살이 만일 이 도리를 알면 곧 한 길로 들어가 마군의 경계를 초월할 것이니, 이것이 마군의 경계를 초월하는 법문이오.“
   향상보살, ”힘이 없는 자에게는 마군이 편을 얻지마는, 힘이 있는 자에게는 마군이 편을 얻지 못한다. 힘이 없다는 것은 삼 해탈문을 듣고 놀라거나 공포를 내는 것이요, 힘이 있다는 것은 삼 해탈문을 듣고 놀라거나 두려워하지 않는 것이다. 어째서냐 하면, 해탈을 증한 이는 놀라거나 공포를 내지 않으며, 이것을 통달한 자나 수행을 잘하는 자도 놀라거나 두려워하지 않아서, 곧 마군의 경계를 초월할 것이니, 이것이 마군의 경계를 초월하는 법문이오.“
   자씨보살, ”비유하면 큰 바다는 다같이 짠 맛이 있는 것처럼, 부처님 법도 또한 그러하여, 동일한 법의 맛이다. 부처님과 법은 모두 평등하여, 공이요 무상이요 무원이라. 한 모양도 나지도 않고 일어나지도 아니하여, 한  모양으로 평등하고 한맛으로 평등하나니, 만일 보살이 이러한 한 모양과 한맛을 알면, 곧 마군의 경계를 초월할 것이다. 이것이 마군의 경계를 초월하는 법문이오.“
   허공장보살, ”비유하면, 허공은 일체 경계를 초월하고 눈ㆍ귀ㆍ코ㆍ혀ㆍ몸ㆍ뜻이 없는 것과 같이, 보살도 일체 법의 자성이 청정한 줄 알면, 지혜 광명으로 들어간다. 지혜 광명을 얻으면 곧 마군의 경계를 초월할 것이니, 이것이 마군의 경계를 초월하는 법문이오.“
   문수사리보살, ”인자들이여, 그대들의 설한 것은 모두 마군의 경계다. 어째서냐 하면, 문자로 설하는 것은 모두 마군의 경계요, 부처님의 말씀까지도 오히려 마군의 경계다. 말이 없고 문자를 여의어야 마군이 어찌 할 수 없는 것이다. 만일 설함이 없으면 곡 아견과 문자의 견이 없고, 아견이 없으면 모든 법에 손익이 없다. 이렇게 들어가면 곧 마군의 경계를 초월할 것이니, 이것이 마군의 경계를 초월하는 법문이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