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배는 타관 가서 오지 않고 산비탈 외따른 집에 엄
매와 나와 단둘이서 누가 죽이는 듯이 무서운 밤 집 뒤
로는 어느 산골짜기에서 소를 잡어먹는 노나리꾼들이
도적놈들같이 쿵쿵거리며 다닌다
날기멍석을 져간다는 닭보는 할미를 차 굴린다는 땅
아래 고래 같은 기와 집에는 언제나 니차떡에 청밀에 은
금보화가 그득하다는 외발 가진 조마구 뒷산 어느메도
조마구네 나라가 있어서 오줌 누러 깨는 재밤 머리맡의
문살에 대인 유리창으로 조마구 군병의 새까만 대가리
새까만 눈알이 들여다보는 때 나는 이불 속에 자즐어붙
어 숨도 쉬지 못한다
또 이러한 밤 같은 때 시집갈 처녀 막내 고무가 고개
너머 큰집으로 치장감을 가지고 와서 엄매와 둘이 소기
름에 쌍심지의 불을 밝히고 밤이 들도록 바느질을 하는
밤 같은 때 나는 아릇목의 샅귀를 들고 쇠든밤을 내여
다람쥐처럼 발거먹고 은행여름을 인두불에 구어도 먹고
그러다는 이불 위에서 광대넘이를 뒤이고 또 누어 굴면
서 엄매에게 웃목에 두른 평풍의 새빨간 천두의 이야기
를 듣기도 하고 고무더러는 밝는 날 멀리는 못 난다는
뫼추라기를 잡어달라고 조르기도 하고
내일같이 명절날인 밤은 부엌에 쩨듯하니 불이 밝고
솥뚜껑이 놀으며 구수한 내음새 곰국이 무르끓고 방안
에서는 일가집 할머니가 와서 마을의 소문을 펴며 조개
송편에 달송편에 죈두기송편에 떡을 빚는 곁에서 나는
밤소 팥소 설탕 든 콩가루소를 먹으며 설탕 든 콩가루소
가 가장 맛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얼마나 반죽을 주무르며 흰가루손이 되여 떡을
빚고 싶은지 모른다
섣달에 내빌날이 들어서 내빌날 밤에 눈이 오면 이
밤엔 쌔하얀 할미귀신의 눈귀신도 내빌눈을 받노라 못
난다는 말을 든든히 여기며 엄매와 나는 앙궁 위에 떡돌
위에 곱새담 위에 함지에 버치며 대냥푼을 놓고 치성이
나 드리듯이 정한 마음으로 내빌눈 약눈을 받는다 이 눈
세기물을 내빌물이라고 제주병에 진상항아리에 채워두
고는 해를 묵여가며 고뿔이 와도 배앓이를 해도 갑피기
를 앓어도 먹을 물이다
노나리꾼 : 농한기나 그밖에 한가할 때 소나 돼지를 잡아 내장은 즉석에서 술안주로 하는 밀도살꾼.
날기멍석을 져간다는 : 멍석에 널어말리는 곡식을 멍석 채 훔쳐간다는.
니차떡 : 이차떡. 인절미를 말함.
청밀 : 꿀.
조마구 : 옛 설화 속에 나오는 키가 매우 작다는 난장이.
재밤 : 깊은 밤.
자즈러붙어 : 자지러붙어. 몹시 놀라 몸을 움츠리며 어떤 물체에 몸을 숨기는 것.
치장감 : 혼삿날 쓰이는 옷감.
삿귀 : 갈대를 엮어서 만든 자리의 가장자리.
쇠든 밤 : 말라서 새들새들해진 밤.
여름 : 열매.
인두불 : 인두를 달구려고 피워 놓은 화롯불.
광대넘이 : 앞으로 온몸을 굴리며 노는 유희.
천두 : 천도 복숭아.
쩨듯하니 : 환하게.
놀으며 : 높은 압력에 솥뚜껑이 들썩들썩하는.
무르끓고 : 끓을 대로 푹 끓고.
죈두기송편 : 진드기 모양처럼 작고 동그랗게 빚은 송편.
2.나와 지렝이
내 지렝이는
커서 구렝이가 되었습니다
천년 동안만 밤마다 흙에 물을 주면 그 흙이 지렝이가 되었습니다
장마지면 비와 같이 하늘에서 나려왔습니다
뒤에 붕어와 농다리의 미끼가 되었습니다
내 리과책에서는 암컷과 수컷이 있어서 새끼를 낳았습니다
지렝이의 눈이 보고 싶습니다
지렝이의 밥과 집이 부럽습니다
3. 여승
女僧은 합장하고 절을 했다
가지취의 내음새가 났다
쓸쓸한 낯이 녯날같이 늙었다
나는 佛經처럼 서러워졌다
平安道의 어늬 山 깊은 금덤판
나는 파리한 女人에게서 옥수수를 샀다
女人은 나어린 딸아이를 따리며 가을밤같이 차게 울었다
섶벌같이 나아간 지아비 기다려 十年이 갔다
지아비는 돌아오지 않고
어린 딸은 도라지꽃이 좋아 돌무덤으로 갔다
山꿩도 설게 울은 슬픈 날이 있었다
山절의 마당귀에 女人의 머리오리가 눈물방울과 같이 떨어진 날이 있었다
갓신창 : 부서진 갓에서 나온, 말총으로 된 질긴 끈의 한 종류.
개니빠디 : 개의 이빨.
재당 : 서당의 주인. 또는 향촌의 최고 어른.
초시 : 초시에 합격한 사람으로 늙은 양반을 이르는 말.
갓사둔 : 새사돈.
붓장사 : 붓을 파는 직업의 장사꾼.
몽둥발이 : 손발이 불에 타버려 몸뚱아리만 남은 상태의 물건.
5. 흰 바람벽이 있어
저녁 이 좁다란 방의 흰 바람벽에
어쩐지 쓸쓸한 것만이 오고간다
이 흰 바람벽에
희미한 십오촉(十五燭) 전등이 지치운 불빛을 내어 던지고
때글은 낡은 무명 샷쯔가 어두운 그림자를 쉬이고
그리고 또 달디단 따끈한 감주나 한잔 먹고 싶다고 생각하는
내 가지가지 외로운 생각이 헤매인다
그런데 이것은 또 어인일인가
이 흰 바람벽에
내 가난한 늙은 어머니가 있다
내 가난한 늙은 어머니가
이렇게 시퍼러둥둥하니 추운 날인데 차디찬 물에 손은 담그고
무이며 배추를 씻고 있다
또 내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
내 사랑하는 어여쁜 사람이
어느 먼 앞대 조용한 개포가의 나즈막한 집에서
그의 지아비와 마주앉어 대구국을 끓여 놓고 저녁을 먹는다
벌써 어린것도 생겨서 옆에 끼고 저녁을 먹는다
그런데 또 이즈막하야 어느사이엔가
이 흰 바람벽엔
내 쓸쓸한 얼굴을 쳐다보며
이러한 글자들이 지나간다
─ 나는 이 세상에서 가난하고 외롭고 높고 쓸쓸하니 살어가도록
태어났다
그리고 이 세상을 살아가는데
내가슴은 너무도 많이 뜨거운 것으로 호젓한 것으로 사랑으로
슬픔으로 가득찬다
그리고 이번에는 나를 위로 하는 듯이 나를 울력 하는 듯이
눈질을 하며 주먹질을 하며 이런 글자들이 지나간다
─ 하늘이 이 세상을 내일적에 그가 가장 귀해하고 사랑하는 것
들은 모두 가난하고 외롭고 높고 쓸쓸하니 그리고 언제나 넘
치는 사랑과 슬픔속에 살도록 만드신 것이다
초생달과 바구지 꽃과 짝새와 당나귀가 그러하듯이
그리고 또 '프랑시스 쨈'과 '도연명'과 '라이넬 마리아
릴케'가 그러 하듯이
바람벽 : 집안의 안벽
때글은 : 오래도록 땀과 때에 절은
쉬이고 : 잠시 머무르게 하고, 쉬게하고
앞대 : 평안도를 벗어난 남쪽지방, 멀리 해변가
개포 : 강이나 내에 바닷물이 드나드는 곳
이즈막하야 : 시간이 그리 많이 흐르지 않은, 이슥한 시간이 되어서
6. 나와 나탸샤와 흰 당나귀
가난한 내가
아름다운 아름다운 나타샤를 사랑해서
오늘밤은 푹푹 눈이 나린다
나타샤를 사랑은 하고
눈은 푹푹 날리고
나는 혼자 쓸쓸히 앉어 소주(燒酒)를 마신다
소주(燒酒)를 마시며 생각한다
나타샤와 나는
눈이 푹푹 쌓이는 밤 흰 당나귀 타고
산골로가자 출출이 우는 깊은 산골로 가 마가리에 살자
눈은 푹푹 나리고
나는 나타샤를 생각하고
나타샤가 아니올 리 없다
언제 벌써 내 속에 고조곤히 와 이야기한다
산골로 가는 것은 세상한테 지는 것이 아니다
세상 같은 건 더러워 버리는 것이다
눈은 푹푹 나리고
아름다운 나타샤는 나를 사랑하고
어데서 흰 당나귀도 오늘밤이 좋아서
응앙응앙 울을 것이다
마가리 : 오막살이.
고조곤히 : 고요히, 소리없이.
7. 집게네 네 형제
어느 바다가
물웅덩이에
깊지도 얕지도 않은
물웅덩이에
집게 네 형제가
살고 있었네
막내 동생 하나를
내어놓은
집게네 세 형제
그 누구나
집게로 태어난 것
부끄러웠네
남들 같이
굳은 껍질쓰고
남들 같이
고운 껍질 쓰고
뽐내며 사는 것이
부러웠네
그래서
맏형은
굳고 굳은
강달소라 껍질 쓰고
강달소라 꼴을 하고
강달소라 짓을 했네
그래서
둘째 동생은
곱고 고운
배꼽조개 껍질 쓰고
배꼽조개 꼴을 하고
배꼽조개 짓을 했네
그래서
셋째 동생은
곱고도 굳은
우렁이 껍질 쓰고
우렁이 꼴을 하고
우렁이 짓을 했네
그러나
막내동생은
아무것도 아니 쓰고
아무 꼴도 아니 하고
아무 짓도 아니 하고
집게로 태어난 것
부끄러워 아니 했네
그런데
어느 하루
밀물이 많이 밀어
물웅덩이 밀물에
잡겨버렸네
이때에 그만이야
강달소라 먹고 사는
이빨 센 오뎅이가
밀물 다라
떠들어 와
강달소라 보더니만
우두둑 우두둑
깨물었네
강달소라 껍질 쓰고
강달소라 꼴을 하고
강달소라 짓을 하던
맏형 집게는
이렇게 죽고 말았네
그런데
어느 하루
난데없는 낚시질꾼
주춤주춤 오더니
물웅더이 기웃했네
이때에 그만이야
망둥이 미끼하는
배꼽조개 보더니만
낚시질꾼
얼른 주워
돌에 놓고 돌로 쳐서
오지끈 오지끈
부서졌네
배꼽조개 껍질 쓰고
배꼽조개 꼴을 하고
배꼽조개 짓을 하던
둘째 동생 집게는
이렇게 죽고 말았네
그런데
어느 하루
부리 굳은 황새가
진창 묻은 발 씻으러
물웅덩이 찾아왔네
이때에 그만이야
황새가 좋아하는
우렁이 하나
기어가자
황새는 굳은 부리
우렁이 등에 쿡 박고
오싹 바싹
쪼박냈네
우렁이 껍질 쓰고
우렁이 꼴을 하고
우렁이 짓을 하던
셋째 동생 집게는
이렇게 죽고 말았네
그러나
막내동생
아무것도 아니 쓰고
아무 꼴도 아니 하고
아무 짓도 아니 해서
오뎅이가 떠와도
겁 안 나고
낚시질꾼 기웃해도
겁 안 나고
항새가 찾아와도
겁 안 났네
집게로 태어난 것
부끄러워 아니하는
막내동생 집게는
평안하게 잘살았네
8. 남신의주( 南新義州) 유동(柳洞) 박시봉방 (朴時逢方)
어느 사이에 나는 아내도 없고, 또,
아내와 같이 살던 집도 없어지고
그리고 살뜰한 부모며 동생들과도 멀리 떨어져서,
그 어느 바람 세인 쓸쓸한 거리끝에 헤메이었다.
바로 날도 저물어서
바람은 더욱 세게 불고, 추위는 점점 더해오는데,
나는 어느 목수(木手)네 집 헌 삿을 깐,
한방에 들어서 쥔을 붙이었다.
이리하여 나는 이 습내나는 춥고, 누긋한 방에서,
낮이나 밤이나 나는 나 혼자도 너무 많은 것 같이 생각하며,
딜옹배기에 북덕불이라도 담겨오면,
이것을 안고 손을 쬐며 재위에 뜻없이 글자를 쓰기도하며,
또 문 밖에 나가지두 않고 자리에 누워서,
머리에 손깍지베개를 하고 굴기도 하면서,
나는 내 슬픔이며 어리석음이며를 소처럼 연하여 쌔김질 하는
것이었다.
내 가슴이 꽉 메어올 적이며,
내 눈에 뜨거운 것이 핑 괴일 적이며,
또 내 스스로 화끈 낯이 붉도록 부끄러울 적이며,
나는 내 슬픔과 어리석음에 눌리어 죽을 수 밖에 없는 것을
느끼는 것이었다
그러나 잠시뒤에 나는 고개를 들어,
허연 문창을 바라보든가 또 눈을 떠서 높은 천정을 쳐다보는
것인데,
이때 나는 내 뜻이며 힘으로, 나를 이끌어 가는 것이 힘든
일 인것을 생각하고,
이것들보다 더 크고, 높은 것이 있어서, 나를 마음대로 굴려
가는 것을 생각하는 것인데,
이렇게 하여 여러날이 지나는 동안에,
내 어지러운 마음에는 슬픔이며, 한탄이며, 가라앉을 것은
차츰 앙금이 되어 가라앉고,
외로운 생각만이 드는때쯤 해서는,
더러 나줏손에 쌀랑쌀랑 싸락눈이 와서 문창을 치기도 하는
때도 있는데,
나는 이런 저녁에는 화로를 더욱 다가끼며, 무릎을 꿇어보며,
어니 먼 산 뒷옆에 바우섶에 따로 외로이 서서
어두어 오는데 하이야니 눈을 맞을, 그 마른 잎새에는
쌀랑쌀랑 소리도 나며 눈을 맞을,
그 드물다는 굳고 정한 갈매나무라는 나무를 생각하는 것이었다.
삿 : 갈대를 엮어서 만든 자리
쥔 : 주인
딜옹배기 : 아주 작은 자배기
북덕불 : 짚북더기를 태운 불
나줏손 : 저녁 무렵
바우섶 : 바위옆
9.정주성
山턱 원두막은 비었나 불빛이 외롭다
헝겊심지에 아주까리 기름의 조는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잠자리 조을던 무너진 城터
반딧불이 난다 파란 魂들 같다
어데서 말 있는 듯이 커다란 산새 한 마리 어두운 골짜기를 난다
헐리다 남은 城門이
한울빛같이 훤하다
날이 밝으면 또 메기수염의 늙은이가 청배를 팔러 올 것이다
아주까리 : 피마자, 씨는 기름을 짜는 대극과(大戟科)의 일년생풀.
쪼는 : 기름이 타 들어가는.
한울 : 하늘.
청배 : 청배나무의 열매.
10. 여우난골족(族)
명절날 나는 엄매 아배 따라 우리집 개는 나를 따라 진할머니
진할아버지가 있는 큰집으로 가면
얼굴에 별자국이 솜솜 난 말수와 같이 눈도 껌적거리는 하루
에 베 한 필을 짠다는 벌 하나 건너 집엔 복숭아나무가 많은 신
리(新里) 고무 고무의 딸 이녀(李女) 작은 이녀(李女)
열여섯에 사십(四十)이 넘은 홀아비의 후처가 된 포족족하니
성이 잘 나는 살빛이 매감탕 같은 입술과 젖꼭지는 더 까만 예수
쟁이 마을 가까이 사는 토산(土山) 고무 고무의 딸 승려(承女)
아들 승(承)동이
육십리(六十里)라고 해서 파랗게 뵈이는 산을 넘어 있다는
해변에서 과부가 된 코끝이 빨간 언제나 흰옷이 정하든 말 끝에
섧게 눈물을 짤 때가 많은 큰골 고무 고무의 딸 홍녀(洪女) 아들
홍(洪)동이 작은 홍(洪)동이
배나무접을 잘 하는 주정을 하면 토방돌을 뽑는 오리치를 잘
놓는 먼섬에 반디젓 담그러 가기를 좋아하는 삼춘 엄매 사춘누
이 사춘 동생들이 그득히들 할머니 할아버지가 있는 안간에들
모여서 방안에서는 새옷의 내음새가 나고
또 인절미 송구떡 콩가루차떡의 내음새도 나고 끼때의 두부와
콩나물과 뽂운 잔디와 고사리와 도야지비계는 모두 선득선득
하니 찬 것들이다
저녁술을 놓은 아이들은 외양간섶 밭마당에 달린 배나무 동산
에서 쥐잡이를 하고 숨굴막질을 하고 꼬리잡이를 하고 가마
타고 시집가는 놀음 말 타고 장가가는 놀음을 하고 이렇게 밤
이 어둡도록 북적하니 논다
밤이 깊어가는 집안엔 엄매는 엄매들끼리 아르간에서들 웃고
이야기하고 아이들은 아이들끼리 웃간 한 방을 잡고 조아질하
고 쌈방이 굴리고 바리깨돌림하고 호박떼기하고 제비손이구손이
하고 이렇게 화디의 사기방등에 심지를 몇 번이나 돋구고 홍게
닭이 몇번이나 울어서 졸음이 오면 아릇목싸움 자리싸움을 하며
히드득 거리다 잠이 든다 그래서는 문창에 텅납새의 그림자가
치는 아침 시누이 동세들이 욱적하니 흥성거리는 부엌으론 샛문
틈으로 장지 문틈으로 무이징게국을 끓이는 맛있는 내음새가
올라오도록 잔다.
벌 : 매우 넓고 평평한 땅
고무 : 고모, 아버지의 누이
매감탕 : 엿을 고아낸 솥을 가셔낸 물. 혹은 메주를
쑤어낸 솥에 남아 있는 진한 갈색의 물.
토방돌 : 집채의 낙수 고랑 안쪽으로 돌려가며 놓은
돌. 섬돌.
오리치 : 평북지방의 토속적인 사냥용구로 동그란
갈고리 모양으로 된 야생오리를 잡는 도구.
안간 : 안방.
저녁술 : 저녁밥. 저녁숟갈.
숨굴막질 : 숨바꼭질.
아릇간 : 아랫방.
조아질 : 부질없이 이것저것 집적거리며 해찰을 부리는 일. 평안도에서는 아이들의 공기놀이를 이렇게 부르기도 함.
쌈방이 : 주사위
바리깨돌림 : 주발 뚜껑을 돌리며 노는 아동들의 유희.
호박떼기 : 아이들의 놀이
제비손이구손이 : 다리를 마주끼고 손으로 다리를
차례로 세며, '한알 때 두알 때 상사네 네비 오드득
뽀드득 제비손이 구손이 종제비 빠땅' 이라 부르는
유희
화디 : 등경. 등경걸이. 나무나 놋쇠 같은 것으로 촛대 비슷하게 만든 등잔을 얹어 놓은 기구.
사기방등 : 흙으로 빚어서 구운 방에서 켜는 등.
홍게닭 : 새벽닭.
텅납새 : 턴납새. 처마의 안 쪽 지붕이 도리에 얹힌
부분. 부고장 같은 것이 오면 방 안에 들이기를 꺼려 이곳에 끼워 넣는 풍속이 있었음.
동세 : 동서(同壻).
무이징게국 : 징거미(민물새우)에 무를 숭덩숭덩
썰어 넣고 끓인 국.
11.가무래기의 樂
가무락조개 난 뒷간거리에
빗을 얻으려 나는 왔다
빗이 안 되어 가는 탓에
가무래기도 나도 모도 춥다
추운 거리의 그도 추운 능당 쪽을 걸어가며
내 마음은 웃즐댄다 그무슨 기쁨에 웃즐댄다
이 추운 세상의 한 구석에
맑고 가난한 친구가 하나 있어서
내가 이렇게 추운 거리를 지나온 걸
얼마나 기뻐하며 락단하고
그즈런히 손깍지벼개하고 누어서
이 못된 놈의 세상을 크게 크게 욕할 것이다.
가무래기 : 모시조개. 새까맣고 동그란 조개
가무락조개 : 가무래기. 모시조개. 대합조개과에 딸린 바닷물 조개.특히 애도에서 물이
빠진후 많이 잡힌다.
뒷간거리 : 가까운 거리에. 가까운 거리를
뜻함.
능당 : 능달(응달). 해가 들지않아 그늘진곳
락단하고 : 즐거워서 손뼉을 치고.
그즈런히 : 가지런히
12 고향(故 鄕)
나는 北關에 앓어 누어서
어느 아침 醫員을 뵈이었다
醫員은 如來
같은 상을 하고
관공(關公)의 수염을 들이워
먼 녯적 어늬 나라 신선 같은데
새끼손톱 길게 도은 손을 내어
묵묵하니 한참 맥을 집드니
문득 물어 고향이 어데냐 한다
平安道 定州라는 곧이라 한즉
그렇면 아무개氏 고향이란다
그렇면 아무개氏를 아느냐 한즉
醫員은 빙긋이 웃슴을 띄고
莫逆之間이라며 수염을 쓴다
나는 아버지로 섬기는 이라 한즉
醫員은 또 다시 넌즛이 웃고
말없이 팔을 잡어 맥을 보는데
손길은 다스하고 부드러워
고향도 아버지도 아버지의 친구도 다 있었다
여래(如來) : 석가모내 여래(釋迦牟尼如來)의 준말
관공(關公: 중국 삼국시대 촉한의 무장. 자는 운장. 하동사람. 장비와함께 유비와 형제를 맺고 유비를 도와 정공치적이 현저하였음. 후세 사람들이 각처에 관왕묘를 세워 모심.
중국 촉나라 장수 관우(關羽)를 높이는 말
막역지간(莫逆之間): 벗으로서 아주 허물이 없는 사이
13..팔 원 ( 八 院 )
― 서행시초(西行詩抄) 3
차디찬 아침인데
묘향산행(妙香山行) 승합자동차(乘合自動車)는 텅하니
비어서
나이 어린 계집아이 하나가 오른다
옛말속같이 진진초록 새 저고리를 입고
손잔등이 밭고랑처럼 몹시도 터졌다
계집아이는 자성(慈城)으로 간다고 하는데
자성(慈城)은 예서 삼백오십리(三百五十里) 묘향산(妙香山)
백오십리(百五十里)
묘향산(妙香山 어디메서 삼춘이 산다고 한다
쌔하얗게 얼은 자동차(自動車) 유리창밖에
내지인(內地人) 주재소장(駐在所長) 같은 어른과 어린아이
들이 내임을 낸다
계집아이는 운다 느끼며 운다
텅 비인 차(車) 안 한구석에서 어느 한 사람도 눈을 씻는
다
계집아이는 몇 해고 내지인(內地人) 주재소장(駐在所長)
집에서
밥을 짓고 걸레를 치고 아이보개를 하면서
이렇게 추운 아침에도 손이 꽁꽁 얼어서
찬물에 걸레를 쳤을 것이다
14.수라(修羅)
거미새끼 하나 방바닥에 나린 것을 나는 아무 생각 없이 문밖
으로 쓸어버린다
차디찬 밤이다
언제인가 새끼거미 쓸려나간 곳에 큰거미가 왔다
나는 가슴이 짜릿한다
나는 또 큰거미를 쓸어 문밖으로 버리며
찬 밖이라도 새끼 있는 데로 가라고 하며 서러워한다
이렇게 해서 아린 가슴이 싹기도 전이다
어데서 좁쌀알만한 알에서 가제 깨인 듯한 발이 채 서지도 못
한 무척 작은 새끼거미가 이번엔 큰거미 없어진 곳으로 와서 아
물거린다
나는 가슴이 메이는 듯하다
내 손에 오르기라도 하라고 나는 손을 내어미나 분명히 울고불
고 할 이 작은 것은 나를 무서우이 달아나버리며 나를 서럽게 한다
나는 이 작은 것을 고히 보드러운 종이에 받어 또 문밖으로
버리며 이것의 엄마와 누나나 형이 가까이 이것의 걱정을 하며 있
다가 쉬이 만나기나 했으면 좋으련만 하고 슬퍼한다
오력 : 오금, 무릎의 구부리는 안 쪽.
디운귀신 : 지운귀신, 땅의 운수를 맡아본다는 민간의 속신.
조앙님 : 조왕님, 부엌을 맡은 신, 부엌에 있으며 모든 길흉을 판단함.
데석님 : 제석신, 무당이 받드는 가신제의 대상인 열두 신, 한 집안 사람들의 수명, 곡물, 의류, 화복 등에 관한 일을 맡아본다 함.
굴통 : 굴뚝.
굴대장군 : 굴때장군, 키가 크고 몸이 남달리 굵은 사람. 살빛이 검거나 옷이 시퍼렇게 된 사람.
얼혼이 나서 : 정신이 나가 멍해져서.
곱새녕 : 초가의 용마루나 토담 위를 덮는 짚으로, 지네 모양으로 엮은 이엉.
털능귀신 : 철륜대감. 대추나무에 있다는 귀신.
연자간 ; 연자맷간. 연자매를 차려 놓고 곡식을 찧거나 빻는 큰 매가 있는 장소.
연자당귀신 : 연자간을 맡아 다스리는 신.
회리서리 : 마음 놓고 팔과 다리를 휘젓듯이 흔들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