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브 미 텐더 (Love Me Tender)
1956년 미국영화
감독 : 로버트 D 웹
출연 : 리처드 이간, 데브라 파젯, 엘비스 프레슬리
밀드레드 더녹, 윌리암 캠벨, 제임스 드루리
브루스 베넷, 로버트 미들튼
엘비스 프레슬리는 20세기에 가장 유명한 인물이기도 했고, 대중음악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스타였습니다. 1977년 42세의 나이로 요절했을때 우리나라 신문은 그의 사망기사로 도배가 되었습니다. 1935생인 그는 1961년 발행된 우리나라의 대백과 사전에 실리기도 했는데 불과 26살에 백과사전 인명에 실렸다는 자체가 대단힙니다. 20대 연예인중에 거기 실린 인물은 남녀 통틀어 '알랑 들롱' '킴 노박' '엘리자베스 테일러' '제임스 딘(당시 사망)' '나탈리 우드' '소피아 로렌' 정도 였습니다. (알랑 들롱과 엘비스 프레슬리는 동갑내기) (그 백과사전은 거의 일본것을 베낀 것으로 배우들의 출연작 제목들의 대부분이 일본 개봉제목으로 실림)
엘비스 프레슬리 하면 록큰롤 가수로 우선 연상되고 그 특유의 개다리춤이 유명합니다. 그는 1954년 데뷔했지만 데뷔하자마자 큰 인기를 끌었고, 세계적인 스타가 되는데 오래 걸리지 않았습니다. 오늘은 그의 영화 데뷔작 '러브 미 텐더'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그는 유명 가수였지만 배우로서 많이 활약했습니다. 1956년부터 1969년까지 13년간 약 30여편의 영화에 출연했으니 다작 배우였죠. 우리나라에도 '블루 하와이'를 비롯해 총 6편의 작품이 개봉되었습니다. '러브 미 텐더' 역시 개봉되었는데 가수데뷔 2년된 상태에서 출연한 영화입니다. 의외로 '서부극' 장르입니다.
남북전쟁이 끝나던 1865년이 배경입니다. 남자 4형제를 둔 어느 가족의 이야기지요. 레노가의 맏형 밴스(리처드 이간)와 브렛, 레이 형제는 텍사스에 사는 가족인데 남북전쟁에 같이 참전합니다. 막내인 클린트(엘비스 프레슬리)만 어려서 집에 남았죠. 전쟁이 끝나고 이들 삼형제가 집에 돌아오게 되는데 돌아오기 전 그들은 전쟁이 끝난줄도 모르고 북군의 요새를 털어 군인의 월급을 강탈, 남군에 지원금으로 주려고 합니다. 하지만 이미 전쟁이 끝났고, 지원금을 전달해 줄 남군이 존재하지 않자, 할 수 없이 부대 일행 6명이 공평하게 돈을 나누어 가집니다. 밴스는 빨리 고향에 가서 사랑하는 캐시(데브라 파젯)를 만날 생각에 가슴이 뜁니다. 3형제가 돌아오자 반갑게 맞이하는 어머니와 클린트, 그런데 캐시는 왠지 어두운 얼굴로 그들을 맞이합니다. 알고 보니 캐시의 부모가 북군에 의해서 살해당했고, 캐시는 그들 형제의 집에 와서 살았는데 밴스가 전사했다는 통지를 듣고 막내인 클린트와 2년전에 결혼한 것입니다. 밴스는 이 사실을 알고 심하게 낙담하지만 막내를 위해서 내색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한지붕 아래 캐시와 살게 되니 서로 어색한 상황, 결국 밴스는 캘리포니아로 혼자 떠나려고 합니다. 밴스는 떠나기 전 200달러만 챙기고 나머지 돈은 어머니에게 전하라고 동생들에게 이야기합니다 하지만 밴스가 떠나기 직전 예기치 못한 사건이 벌어지는데 잃어버린 돈을 되찾으러 북군 수색대가 나타납니다.
21세 당시의 엘비스 프레슬리
데브라 파젯
동생의 아내가 되어버린 연인
두 가지 갈등이 함께 병행되어 시한폭탄처럼 따라다니며 전개되는 영화입니다. 첫 번째 갈등요소는 형제간의 삼각관계, 맏형이 사랑했던 여인과 막내가 결혼했고, 그로 인하여 갈등의 위기가 이어지고, 특히 캐시가 전 애인인 밴스를 잊지 못하고 있어서 더욱 아슬아슬한 지뢰역할을 합니다. 또 하나 갈등은 삼형제가 가지고 온 돈 입니다. 이들은 우선 비밀로 했다가 때가 되면 어머니에게 털어놓을 생각인데 이 돈 문제가 이들을 골치아프게 합니다. 물론 다른 영화나 이야기에서 상투적으로 등장하는 돈을 보자 욕심이 생기고 배신을 하게 되고 그런 내용은 아니고 그 돈을 추적해 온 사람들 때문에 문제가 되는 것입니다. 전쟁중에 빼앗은 것이라서 정당하다고 생각하는 상황에서 순순히 돌려주기도 뭐하고, 그렇다고 이미 냄새를 맡고 온 이들에게 잡아 떼기도 뭐하고...
영화의 후반부는 이 두 가지 갈등이 중첩되면서 대위기와 혼란스러운 상황으로 전개됩니다. 전형적으로 기-승-전-결 구조의 영화지요. 50년대 할리우드 상업 영화다운 내용입니다. 결국 돈과 사랑 때문에 생기는 가족의 비극입니다. 후반부 클라이막스로 이어질때 좀 조마조마한 내용인데 다행히 최악의 비극은 면하지만 차악의 비극 정도로 끝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옛 사랑의 기억을 잊지 못하는 두 사람
특유의 개다리춤을 선보이는 엘비스 프레슬리
돈 문제와 사랑 문제로 비극이 예견되는 형제들
'츄바스코' '피서지에서 생긴 일' '야성녀' 등 오락물에 비중있게 출연한 배우 리처드 이간이 맏형 밴스 역으로 출연하고 프리츠 랑 감독의 오리엔탈 2부작 '벵갈의 호랑이' '인도의 무덤'에서 적나라한 노출로 춤을 춘 여배우 데브라 파젯이 그 두편 영화보다 몇년 젊은 모습으로 출연합니다. 데브라 파젯은 '십계'에도 어느 정도 비중있게 출연했는데 그 영화와 같은 해 출연한 작품이 '러브 미 텐더' 입니다. 어머니 역은 '세일즈맨의 죽음' 에서 아내 역을 했던 밀드레드 더녹 입니다.
당시 21세였던 엘비스 프레슬리는 주인공급 비중이긴 하지만 연기보다는 노래를 위해서 캐스팅된 느낌으로 여러 노래를 부릅니다. 기타를 메고 '러브 미 텐더'를 감미롭게 부르기도 하고 행사장에서 몇 곡을 부르면서 특유의 개다리춤을 선보이기도 합니다. 좀 서부시대에 없었을 것 같은 리듬의 음악입니다. 일부러 노래 부르는 장면을 많이 할당합니다. 그런데... 음.. 솔직히 말하면... 별로 '멋있지' 않습니다. 제임스 딘 이나 말론 브란도, 알랑 들롱, 트로이 도나휴 등이 처음 나올때의 신선함이나 포스가 없어 보인다고 할까요? 그냥 좀 띨한 망나니 청년 같은 느낌이랄까요. 역할 자체가 좀 멍청한 역할이라서 그런지 외모나 분위기도 약간 멍해 보이는 느낌입니다. 물론 아직 여물기 전인 21세 시절이긴 하지만 20세기 가장 유명했던 가수이고 가장 인기있던 연예인이란 점을 감안하면 이 영화에서의 포스는 그냥 그렇습니다. 오히려 맏형 역을 연기한 리처드 이간이 더 멋있어 보였는데 그렇다고 리처드 이간이 평소에서 멋있던 배우냐.... 그건 아닙니다. '야성녀' '피서지에서 생긴 일' '츄바스코' 등에서 타이론 파워, 트로이 도나휴, 크리스토퍼 존스에 완전 밀린 배우인데....
57년 당시 영화잡지에 실린 내용
아무튼 엘비스 프레슬리는 이렇게 데뷔했고 아쉽게도 데뷔작이 그리 멋진 역할은 아니었습니다. 다만 특유의 개다리춤 율동을 이 영화를 통해서도 볼 수 있고, 여러 노래를 들을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지요. 그래서 이 영화는 영화 자체의 내용이나 완성도 보다는 엘비스 프레슬리의 데뷔작으로서 유명세를 올렸고, 영화제목으로 보다는 노래제목으로 더 유명합니다. 그가 가수가 아닌 순수 배우였다면 아마도 성공하기 힘들었을 듯 합니다.
평점 : ★★☆ (4개 만점)
ps1 : 엘비스 프레슬리도 이소룡 처럼 갑작스레 죽은 배우인데 약물 부작용으로 많이 알려졌었는데 최근에는 변비로 죽었다는 설이 설득력을 얻고 있습니다. 그가 변비로 무척 고생했고, 그래서 말년에 체중이 엄청 불었다죠.
ps2 : '러브 미 텐더'는 영화에 어울리는 제목이라기 보다 엘비스 프레슬리의 노래제목을 그대로 붙인 것입니다. 원래 어울리는 제목이라면 '돈이 뭐길래, 사랑이 뭐길래' 정도가 되겠죠.
ps2 : '러브 미 텐더'를 부르는 장면과 개다리춤 장면 묶음 영상입니다.
https://blog.naver.com/cine212722/222033985014
[출처] 러브 미 텐더(Love Me Tender, 56년) 엘비스 프레슬리 영화 데뷔작|작성자 이규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