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피스토 왈츠 (The Mephisto Waltz)
1971년 미국영화
다른제목 : 악마의 왈츠
감독 : 폴 웬드코스
음악 : 제리 골드스미스
출연 : 알란 알다, 재클린 비셋, 바바라 파킨스
쿨트 유르겐스, 브래드포드 딜만, 캐슬린 위도스
윌리암 윈덤, 파멜린 퍼딩
'메피스토 왈츠'는 악마 숭배 사상과 연관된 소재의 이색 공포물 입니다. 이런 유형의 영화는 60년대 후반 ~ 70년대에 잠깐 인기를 모았던 장르인데 이 장르의 대표적 레전드 영화로 취급되는 작품이 로만 폴란스키의 '로즈마리 베이비' 입니다. 그 영화가 더 화제가 된 것은 로만 폴란스키가 겪은 참상 때문이기도 한데, 아무튼 다소 유사한 장르가 '메피스토 왈츠' 입니다.
악마의 존재를 감지한 여성이 필사적으로 악마와 사투를 벌이며 분투하는 내용입니다. 이 역할을 연기한 배우가 70년대의 미녀 배우 재클린 비셋입니다. 1967년 J 리 톰슨의 '악마의 눈'에서의 데보라 커, 1968년 로만 폴란스키 감독의 '로즈마리 베이비(악마의 씨)'에서의 미아 패로우, 그리고 재클린 비셋까지, 공교롭게도 이 장르의 영화에서 여주인공의 사투를 담아내고 있지요. 남편, 딸 등 가족에 이어서 자신에게까지 뻗쳐온다고 느껴지는 악마를 상대로 어떻게든 상황을 모멸하려고 애쓰는 내용입니다.
마일스(알란 알다)와 폴라(재클린 비셋)는 딸 하나를 둔 젊은 부부입니다. 원래 마일스는 피아노에 소질이 있었지만 20세에 연주에 대한 큰 혹평을 받은 뒤 연주자의 길을 접고 음악가를 인터뷰하는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어느날 유명한 피아니스트 던칸(쿨트 유르겐스)의 초대를 받게 되는데 던칸은 마일스의 음악적 재능을 부추키며 호감을 표명합니다. 이러한 던칸의 태도에 마일스는 반기지만 폴라는 뭔가 미심쩍어 합니다. 특히 가면 무도회 파티에서 던컨이 친딸인 록산느(바바라 파킨스)와 깊은 키스를 나누는 모습과 그 집에서 사나워보이는 커다란 검은 개를 키우는 것 등 여러가지 괴이함을 감지합니다. 록산느는 두 번 결혼했다 이혼한 여자로 아빠인 던칸을 아빠라고 부르지 않고 던칸이라고 이름을 부르며 마치 연인처럼 스스럼없이 행동합니다. 폴라는 이들 가족에게 신경질적으로 과민한 반응을 보이는데 마일스는 던칸이 백혈병으로 오래살지 못할 거라며 오해를 풀어줍니다. 그렇지만 마일스를 색기있게 바라보던 록산느의 태도 등이 영 거슬리는 폴라, 그러던 중 던칸이 세상을 떠나게 되고 장례식에 참석한 마일스와 폴라는 이상한 종교적 의식을 치루는 것을 보게 됩니다. 그리고 던칸이 마일스에게 적지않는 금액을 남긴 것을 알게 되는데.....
평범한 부부로 남편과 의좋게 살던 여자가 어느 음악가의 가족을 알게 되면서 겪는 이야기입니다. 영화 초반에는 던칸과 마일스의 이야기가 중심을 이루고 재클릿 비셋은 약간 변방으로 밀려난 느낌인데 던칸이 죽고 나서 폴라가 이야기의 중심으로 들어오면서 재클린 비셋이 거의 원톱처럼 비중이 커집니다. 중반 이후의 내용은 거의 폴라가 필사적으로 악마의 존재를 감지하고 사투를 벌이는 내용이지요.
다소 아쉬운 영화이긴 합니다. 일단 유사소재였던 '악마의 눈' 이나 '로즈마리 베이비'가 선점한 장르이기 때문에 짝퉁 뒷북처럼 느껴졌고, 감독도 J 리 톰슨이나 로만 폴란스키에 비해서 인지도가 낮은 폴 웬드코스 입니다. 배우들은 괜찮은 캐스팅입니다. TV 시리즈 '매쉬'로 매년 골든글러브 TV 부문 연기상 후보에 올라 '매쉬를 위하여 존재한 배우'였던 알란 알다가 마일스 역이고 단역, 조연을 거쳐 주연배우로 떠오르기 시작한 미녀배우 재클린 비셋이 가장 비중있게 등장합니다. 조연이긴 하지만 왕녀년 명배우 독일의 쿨트 유르겐스가 아주 중요한 캐릭터로 강렬한 연기를 보입니다. 그리고 묘한 팜므파탈적 분위기를 연기한 록산느 역의 바바라 파킨스도 돋보입니다.
이색적이고 흥미로운 소재이고 괜찮은 배우들이 등장하긴 하지만 앞선 두 영화의 그늘을 확실히 벗어날 수 없는 한계가 느껴진 작품입니다. 매우 경악스런 결말이 인상적이긴 한데, 이런 장르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흥미로운 내용일 것입니다.
이 영화에서 재클린 비셋은 그야말로 70년대를 대표하는 미인배우라는 것을 과시하듯 매우 아름답고 관능적인 매력을 보여주는데 이 영화만 봐도 아까운 배우라는 생각이 듭니다. 미모 만큼 작품이 따라주지 못한 대표적 여배우, 외모만 보면 고전영화 황금기인 50년대의 오드리 헵번, 엘리자베스 테일러, 마릴린 먼로 같은 톱 여배우의 위상을 70년대에 물려받을 수도 있지만 작품의 질이나 연기 등에서 미치지 못했습니다. 이 영화에서도 매우 급박하고 절실한 상황이었음에도 그만큼의 절박함이 덜 느껴지는 연기가 아쉬웠습니다. 특히 딸과 관련된 사건에서의 행위나 태도 등은.... 그냥 피해자라기 보다는 사건을 추리하는 탐정같은 느낌이랄까요. 앞선 작품에서 데보라 커나 미아 패로우의 연기와도 비교가 됩니다.
재클린 비셋은 원래 단역, 조연배우로 출발했는데 워낙 미모가 출중하다 보니 눈에 띄어서 60년대 후반부터 슬슬 주연배우로 등장하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작품다운 작품을 만들지 못했고, '에어포트' '오리엔트 특급살인' 같은 메이저 영화에서는 톱 비중이 아니었습니다. 그나마도 프랑스에 건너가 프랑소와 트뤼포의 '아메리카의 밤'이나 장 폴 벨몽도와 공연한 '아카풀코의 사나이' 같은 영화에 출연한 것이 가장 정점을 찍을 시기였습니다. 이후에 주목받을 영화는 거의 출연 못했고, 할리우드 유명 스타들과 유명 감독이 함께한 대작 '그레이트 볼카노'와 '오 인천!' 두 편의 폭망은 더욱 불운이었습니다. 그러면서 어느새 나이를 먹어갔고, 후반기 연기생활은 중견 배우로서 나름의 역할을 했지만 이미 자기 시대는 지나가 버렸습니다.
이 영화에서 폴라 역의 재클린 비셋의 미모는 충분히 활용되었습니다. 약간의 노출연기도 있고, 어려운 상황에서 분투하는 모습을 많이 다루고 있고, 카메라는 그런 재클린 비셋의 미모를 자주 클로즈업해서 잡습니다. 다만 캐릭터를 완전히 녹여내지는 못한 아쉬움은 있고, 그 부족분은 악녀를 연기한 바바라 파킨스가 메꾸어 줍니다. 초반부 1/3 정도 등장하지만 쿨트 유르겐스는 힘있고 존재감 넘치는 모습으로 중견배우의 관록을 과시합니다. 알란 알다는 뭔지 좀 평범한 느낌이고.
오프닝 타이틀은 신경을 많이 쓴 느낌인데 악마적이고 음산한 느낌으로 영화의 소재를 짐작케 합니다. 50년대에 소울 배스라는 타이틀 디자인의 대가가 등장한 이후 이렇게 오프닝 타이틀에 신경 쓴 영화들이 제법 있었습니다. 제리 골드 스미스가 담당한 강렬한 음악도 분위기에 많은 일조를 하는데 피아노곡을 적시에 잘 활용하고 있습니다. 제목인 '메피스토 왈츠'는 헝가리의 명 작곡가 프란츠 리스트의 곡인데 그 곡이 작곡한 계기가 '악마에게 영혼을 판 남자'의 이야기로 유명한 괴테의 '파우스트'를 읽고 영감을 얻어서 쓴 것입니다. 이 영화의 내용 자체도 악마와의 위험한 거래를 하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괴테의 원작과 프란츠 리스트의 음악을 모두 적절히 재료로 활용한 영화인 것입니다.
아주 많지는 않지마 군데 군데 기괴한 장면들이 등장하고 있는데 저는 그중에서 파티장에서 개가 사람의 머리를 쓰고 돌아다니는 장면입니다. 마치 개의 몸을 가진 사람처럼 너무 리얼해서 인상에 팍 남더군요. 그 외엔 크게 강렬한 장면은 없었습니다. 악마의식 장면등도 좀 아쉬움이 남고, 그래서 숨겨진 컬트 고전이 되기에는 2% 부족합니다. 국내에 개봉되지 않았고 출시도 안된 작품이라서 그다지 인지도가 높지는 않은 영화입니다. 그러고 보니 '엑소시스트'나 '오멘'류의 어느 정도 정통 오컬트 영화에 비해서 악마숭배 소재는 국내에서 그리 대접받지 못했네요. '악마의 눈' '로즈마리 베이비' '메피스토 왈츠' 가 모두 미개봉되었으니.
ps1 : 재클린 비셋은 확실히 넉넉한 가정의 여유있어 보이는 외모 때문인지 수난에 빠진 여주인공 역할은 그리 어울리지 않았습니다. 좀 비천한 역할도 자유롭게 소화할 수 있는 마스크라면 좀 더 큰 배우로 성장했을텐데 아쉽습니다.
ps2 : 근친적인 내용 때문에 국내에 개봉되긴 어려운 영화였지만 그게 아니라도 수입사에서 선호하진 않았을 것입니다.
ps3 : 악몽을 꾸면 현실에서 벌어진다.... 약간 '나이트메어' 스러운 내용이 있습니다.
[출처] 메피스토 왈츠(The Mephisto Waltz, 71년) 악마와 사투를 벌이는 여인|작성자 이규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