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프라이머리 법제화에 대한 위헌 가능성과 한국 정당의 문제
2015. 11. 13
1992년 김영삼, 김대중, 정주영이 맞붙었던 대선 당시 투표권을 가진 국민이라면 누구나 한번은 경험했던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입당원서 제출을 권유 받는 것이었습니다.
당시 사회생활을 하고 있던 필자는 현대그룹에 다니던 지인들과 학생운동을 함께 했던 지인들로 부터 수도 없는 입당원서 작성을 부탁받았었습니다. 그 당시 필자가 작성해주었던 입당원서가 수십 장도 넘을 것입니다. 특히 현대그룹은 모든 임직원과 협력사를 통하여 당원을 늘렸고, 현대그룹에 다니던 필자의 지인들 모두는 입당원서를 받는 것이 곧 그들의 실적이 되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참으로 웃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민주주의 정치의 기본 중 하나는 바로 정당정치이며, 민주주의 국가의 헌법은 결사의 자유, 즉 정당 설립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현재 거대 독과점 양당제인 우리 대한민국의 문제는, 이 거대 양당이 국민 다수의 민의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흔히 대한민국 부(富) 절반 이상을 기업과 소득 상위 10%가 차지하고 있다고 합니다.
지금 거대 여당 새누리당은 대한민국 부의 대부분을 차지한 대기업만 대변하고 있는 듯 보이며, 거대 야당 새정치민주연합은 대한민국 근로자 상위 10%를 차지하고 있는 귀족 노조만 대변하고 있는 것 같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입니다.
다시 말해서, 극단적으로 표현하자면, 현재 양당은 대기업과 귀족노조라는 대한민국 10%만 대변하고 있을 뿐, 대한민국 국민 다수를 차지하는 중소기업 근로자와 자영업자를 대변하고 있지 않습니다.
이런 왜곡된 현상이 계속되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거대 여야 정당이 국고보조금에 대한 과도한 의존 때문이며, 이런 국고보조금이 바로 정당이 당원을 늘리고 당원들의 민심을 반영하는 노력을 게을리하게 만들기 때문이라는 것이 필자의 견해입니다.
물론 정당에 대한 국고보조금으로 정당이 기업 혹은 노조의 막강한 로비에서 벗어날 수 있는 측면도 있지만, 지금 정치는 여야 모두 기업과 노조의 눈치를 보면서 국고보조금에 의존하는 것이 현실입니다.
사실 오픈프라이머리라는 제도는 당원만으로 민심을 반영할 수 없는 한계때문에 등장한 측면이 있으며, 이것은 정당 정책을 통하여 당원을 확보하려는 정당의 게으른 노력이 만들어 낸 것이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2012년 현재 미국의 50개 중에서 당원과 지역 유권자에게 후보 선출권을 완전히 넘긴 오픈프라이머리를 실시하는 지역이 27개 주이고, 나머지 23개 지역은 당원만이 후보를 선출하는 코커스를 실시하고 있는 점을 본다면, 오픈프라이머리만이 민주주의 정치라고 볼 수는 없습니다.
물론 김상곤과 조국이 만들어 낸, 지역 유권자 평균 25만의 채 0.5%도 안되는 최대 1천명 규모의 야당지지자에게 후보 선출권을 넘긴 이른바 '국민공천단제도'라는 터무니 없는 공천 방법과 김무성은 포기했지만 문재인은 고집하는 당대표의 전략공천과 비교한다면 오픈프라이머리나 코커스가 훨씬 민주적인 제도인 것은 분명합니다.
우리나라의 오픈프라이머리 도입 이유는 미국과 그 배경이 근본적으로 다릅니다. 미국의 경우는 지역 민심을 보다 확실히 반영하는 후보 선출을 위한 것이지만, 우리의 경우는 과거 되풀이 되어 온 특정 권력의 자기 사람심기라는 비민주적 행태를 막기 위한 것입니다.
유럽의 정당정치와 미국, 일본의 정당정치를 비교해보면, 유럽의 정당정치가 보다 민주적이고 제대로 운영되는 것이라고 평가를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지향해야 할 정당정치의 모델은 유럽식이 바람직 할 것이고, 바로 그 시작은 정당의 진성당원 확대를 통한 개혁일 것입니다.
그런데 오픈프라이머리 도입을 두고 법제화를 이야기 하는 여야를 보면서, 필자는 현 정치권의 비민주적 태도에 다시 한 번 절망을 합니다.
각 정당이 오픈프라이머리를 택하던, 당원만의 투표를 택하던, 아니면 이 두가지를 병행을 하던, 아니면 여론조사로 후보를 선출하던, 그것은 각 정당에게 주어진 자유입니다. 만일 이것을 오픈프라이머리 법제화를 통하여 제약을 한다면, 이것은 분명히 위헌적 요소가 있습니다.
사실 지금 한국 정치를 독점하고 있는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이 역선택의 문제를 이유로 오픈프라이머리 법제화를 말하지만, 이것은 양당이 같은 날 같은 시간에 후보를 선출하여 역선택을 방지하는 양당 간 신사협정의 문제일 뿐입니다.
오픈프라이머리 법제화를 보면서 필자가 절망하는 한국 정당정치의 수준은, 많은 의석이 곧 많은 국고보조금으로 이어지는 현실 속에서 오로지 이기기 위한 선거에만 집중을 할 뿐, 여야 모두 정책개발과 자기 혁신을 통하여 당원을 늘리는 것에 집중하지 않고 있다는 것입니다.
오픈프라이머리가 한국 정치에서 말하는 또다른 역설입니다.
약수거사
(若水居士의 世上談論 http://blog.daum.net/geosa366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