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덴의 동쪽’으로 5년 만에 TV 시청자들을 만나고 있는 연기자 송승헌. 볼 살이 많이 빠진 그는“예전에는 곱고 귀엽다는 말을 많이 들었는데 요즘은 남자 냄새가 많이 난다고들 하신다”며 웃었다. /이태경 기자 ecaro@chosun.com |
'에덴의 동쪽'으로 5년만에 TV 복귀 송승헌
"로맨틱 가이 이미지론 한계… 변해야 살아남아
올드 보이의 민식이형 같은 연기자 되고싶어"거무튀튀한 낯빛에 움푹 들어간 볼, 다듬지 않은 콧수염까지. 군 입대 전까지 섬세한 '로맨틱 가이'로 안방극장에서 성공기를 썼던 송승헌(32)은 다부지게 달라져 있었다.
5년여 만의 복귀작 MBC '에덴의 동쪽'에서 그는 아버지의 원수를 갚기 위해 아시아의 손 꼽히는 마피아가 되는 주인공 이동철 역을 맡았다.
첫 회에서 이미 아버지를 죽인 신태환(조민기)을 오토바이로 쫓아가며 분노를 뿜어내는 장면으로 "표정 연기가 살아있다"는 찬사를 받았다. 아역들 호연으로 시청률이 4회 만에 20% 가까이 올라간 가운데 그는 8일 5회부터 본격 등장한다.
지난달 31일 서울 강남의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동철이가 짊어진 삶의 무게가 너무 무거워 연기하기에 버거울 때가 많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벅찬 감이 있죠. 과거 제가 드라마에서 한 역할이라는 게 예쁘장한 여자와 사랑 싸움을 하다 웬 남자가 방해를 하면 맞서 다투는 정도였잖아요. 그런데 이제는 원수 만나서는 불 같이 폭발해야 하고 가족들에게는 한없이 따뜻한 사람이 돼야 하며, 그 와중에 여인들과 사랑도 해야 하니…."
'에덴의 동쪽'은 선 굵은 시대극. 송승헌은 "변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는 절박한 심경으로 경쾌하고 익숙한 트렌디 드라마 대신 무겁고 낯선 세계에 발을 들여놓았다.
"팬 10명 중에 8명은 '에덴의 동쪽' 출연을 반대했어요. 하지만 저는 오랜만에 드라마에 나오는데 기존 모습과 다른 게 하나도 없다는 말을 듣는 게 정말 싫었거든요. 그 사이 이런 저런 경험도 많이 쌓았는데 이제 배우가 돼야죠."
데뷔 14년차지만 그는 아직 연기보다는 외모에 방점이 찍혀있는 연기자. 그 또한 자신을 "비주얼이 먼저 부각된 연기자"라며 "이제 비주얼로 받았던 관심을 버려야 할 때"라고 했다. "동건이형, 우성이형, 병헌이형도 외모로 먼저 뜬 배우들인데 이제 연기력으로 최고 대접을 받고 있다"며 "저도 그 길을 따라가고 싶다"고 덧붙였다.
가장 존경하는 배우는 영화 '올드 보이'의 최민식이다. "한국 배우의 연기를 보면서 온몸에 닭살이 돋았던 것은 '올드 보이'속 최민식 선배가 유일했어요. 혀를 자르며 오열하는 모습을 보면서 초라한 제 연기가 부끄러워지더군요. 저는 언제쯤 그런 연기를 할 수 있을까요? 결국 제 자신과의 끊임없는 싸움이겠죠."
95년 청바지 모델로 데뷔해, MBC 시트콤 '남자 셋 여자 셋'으로 깜짝 스타가 된 송승헌. 그는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 별다른 고민 없이 연기를 시작했고 지금도 수많은 팬들이 저한테 박수를 보내 주시는 현실이 실감나지 않을 때가 있다"고 했다.
조심스럽게 군대 얘기를 꺼내자 "병역 비리에 연루된 것은 제가 태어나서 한 행동 중에 가장 후회하는 일"이라며 "사람이 욕심 부리지 말고 순리대로 살아야 한다는 생각을 군에서 많이 했다"고 했다. 우여곡절 끝에 입대한 군대였지만, 그에게는 '보약' 같은 시간이었다.
그는 "노력한 것 이상의 성원을 보내주는 팬들"을 보며 더 치열한 연기를 다짐할 수밖에 없었다. 매주 2~3차례씩 사과박스들에 담겨 배달되던 편지는 2년간 수 만통에 달했다.
그가 제대할 당시 몰려들었던 수 천명 일본 팬들을 보면 확인할 수 있듯, 그는 배용준처럼 국내보다는 일본에서 더 인기 있는 스타다. "제 연기를 보고 한국 유학까지 오는 일본 팬들을 보면 행복하고 또 어깨가 무거워진다"고 했다.
그는 앞으로 단순하게 생각하며 연기하려고 한다. 그의 이름을 일본에까지 널리 알린 '가을동화'의 윤석호 PD 충고에 따른 것이다. "대사나 표정을 멋지게 꾸미려 하지 말고 그저 진실하게 연기하면 그만이라고 하셨어요. 이제 그런 연기를 보여줄 수 있는 때가 온 것 같습니다."
첫댓글 그래도 부드러운 송승헌도 터프한 송승헌도 좋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