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어준 날: 20240403수 17:00~17:30
읽어준 곳: 경산 아가페지역아동센터(중방동 행정복지센터 맞은편, 마가교회건물)
읽어준 책: 《똥벼락》 글 김회경, 그림 조혜란
함께한 이: 김나*(2), 박서*(4), 서영*(4), 조세*(4)
봄비가 왔다.
정평역에서 내려 걸어가면 20분 좀 더 걸린다.
강변을 따라 걷다 물이 불어 징검다리가 잠겼다는 사실을 알아챘다.
돌아가야 하는 상황이라 늦을까봐 빗속에서 달렸다. 겨우 5시 정각에 도착! 휴우~
턱까지 차오른 숨을 고르며 2층으로 올라갔다. 책은 바로 읽어줄 수 있을까?
여기까지 오기 위해 달리고 헐떡이고 긴장됐던 나의 시간과는 다르게 2층 아이들은 평온하다.
서*이는 그림을 그리다 이쁘냐고 물었고 나*이는 날 보자마자 필통을 달라고 했다.
오늘은 4명 뿐이었다. 자리 정리를 하고 출석 부르고 바로 제목을 함께 읽었다.
“벼락 맞아본 적 있어요?”
“없어요.”
표지의 똥을 보고 새들이 싸놓은 똥이라고 했다.
시*이가 새똥을 맞은 적이 있다고 서*이가 알려줬다.
세*이는 표지의 할아버지가 옛날 복장을 하고 있고 똥 싼 범인이 고양이 같다고 했다.
나*이는 똥이 하늘에서 떨어졌기 때문에 고양이가 범인은 아니랬다.
면지부터 이야기는 시작되니 면지 그림을 잘 봐 두라고 일러두고 다음 장을 넘겼다.
‘김 부자는 돌쇠 아버지를 30년 동안...’읽는데 서*이가 깜짝 놀라며 나를 부른다.
“쌤쌤, 제 별명이 돌쇠예요”
“돌쇠라고?” 어떡하다 별명이 돌쇠가 되었냐니 유*이에게 ‘개똥꼬’라 불렀다가 자기는 ‘돌쇠’가 되고 말았단다. ^^;
밭에 거름을 뿌릴 형편이 안되는 돌쇠.
“거름이 뭐예요?” “아~~ 소똥” “선생님 그거를 밭에 뿌리면 식물이 조금씩! 자라잖아요.” 알은체를 했다. "쑥쑥 자란다"
똥을 손바닥에 귀하게 모셔오는 돌쇠를 보고 영*는 더럽다고 난리고 세*이는 손바닥에 똥이 묻는다고 걱정했다.
영*는 아무리 생각해도 똥이 너무너무 더러운가 보다. 똥이 하늘을 나니 더럽다고 소리치고 눈을 가리고, 나뭇잎으로 거름 하면 되는데 왜 하필 똥이냐고 답답해했다.
똥거름 덕분에 돌쇠네 농사가 아주 잘 되었다.
수확하다 금가락지를 발견한 돌쇠는 김 부자에게 갔다.
똥도둑으로 몰린 돌쇠가 몽둥이로 매를 맞는 장면을 보고 때리는 건 너무 심하다고, ‘학교에도 옛날엔 체벌이 있었지만……’
막막한 돌쇠가 산도깨비를 찾아가고 사정을 들은 산도깨비는 주문을 걸어 욕심 많은 김 부자네로 온 세상 똥들을 날려 보냈다.
영*는 더럽다고, 똥으로 쌓여서 집이 안 보일 것 같다고, 똥 안 맞을려면 집에만 있어야 한다고, 나 죽는다고, “으악” 소리 지르며 빨리 끝내 달랬다.
아랑곳 않고 세*이는 그림을 열심히 보았다.
김 부자 바지에 그림이 면지에 그림과 같다고.
똥이 퍽! 하고 떨어지는 장면에서는 앞 표지와 같다고 알아챘다.
똥무더기에 파묻혀 손가락만 내밀고 있는 김 부자는 반지가 두 개라고, 세 개여야 하지 않냐고 했다. ‘무슨 말인가?’ 했더니 앞 표지에서 김 부자가 반지를 두 개 끼고 있었고 돌쇠가 반지 하나를 가져왔으니 세 개가 되어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셈이었다. ^^
왜 김 부자 반지가 두 개인지 세*이게 설명하는데 영*는 아무 잘못 없는 고양이가 똥에 파묻혔다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설명을 들은 세*이는 그럼 돌쇠가 반지를 찾아준 건데 때리면 안되지않냐고 항의했다.(영* 보았다 얼른 세*이 보고)
그 사이 영*는 고양이 발자국을 찾았다고 “고양이 살았다~~!!!”^^ 했다.
세*이는 그런 영*를 보며 고양이는 그렇게 쉽게 안 죽는다고 했다.
그런데 온 동네 사람들이 똥 산에서 거름을 가져다 농사를 지었다고 하니 발자국 주인이 누군지 갑자기 아이들 머릿속이 복잡해지는 듯 했다.
영*는 마을 사람들 발바닥이라면 여기저기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으니 김 부자와 고양이 발자국이 맞다고 했다.
P.S : 서*이는 밥 먹으러 가야 한다며 먼저 내려갔다.
세*이와 나*이는 마지막까지 남아 면지 그림을 살펴보았다.
면지의 그림이 무슨 그림인지 잘 모르겠다. 나*이는 나비라 하고 또 꽃이라고도 했다.
선생님은 똥파리같다고 하니 세*이는 맞단다. 똥파리 같다고 했다.
나*이는 끝까지 아니란다. 나비 아니면 꽃이라고.
모두 저녁 먹으러 1층 내려가고 세*이만 남아 조용히 물어왔다.
“선생님, 근데 이 작가는 왜 이 작품을 만들었을까요?”
질문이 심오하다.
“왜 그랬을 것 같애?”
“자기가 직접 겪었으니까?”
“돌쇠는 어떤 사람같아?”
“착한 사람”
“그치~, 그럼 김 부자는 어땠어?”
“욕심이 많아서 아무거나 다 가져가고 욕심이 많아 돌쇠가 반지 갖다 줬는데도 때렸어요.”
그때 나*이가 다시 돌아와서 끼어들었다.
면지 그림이 나비같다고 또 말했다.^^ 아무래도 똥파리는 아닌 것 같나 보다.
나*이는 다시 가고
세*이가 내 앞으로 바짝 다가와서 책을 다시 보며 돌쇠가 돌밭에 돌을 골라낼 때 왜 손에 피가 나는지 물었고, 김 부자는 고양이도 있고 옷도 멋지게 입고 집도 좋은데 왜 이렇게 욕심을 내었는지 그게 그렇게 궁금했다고 했다. 그리고 얼마나 때렸길래 돌쇠 모습이 이런지 몽둥이로 목을 때리면 빠사진다고(사투리). 몽둥이는 나무로 만든 거냐고, 똥은 어디서 날아온 건지 다시 물었다.
세*이의 질문을 듣는 사이 나*이는 다시 돌아와 물구나무를 서고 봐달라고 했고 그림책의 똥을 슬쩍 보고 자기 똥인 것 같다고, 설사할 때 길게 나온다 했다. 세*이는 길게 나오는 건 설사똥이 아니라 바나나똥이라며 ‘아니다. 맞다.’ 갑자기 똥설전이 벌어졌다. 똥 이야기를 이렇게 스스럼없이 할 수 있는 초등학교 저학년 여학생들이다. 귀여웠다. ^^
첫댓글 빗길 괜찮으셨나요? 고생하셨어요~ 아이들이 생각을 자유롭게 말하는게 좋네요. ^_^
네^^ 감사합니다. 징검다리가 잠긴 거 보고 돌아가는데 길이 넘 아득이 멀게 느껴졌어요^^;